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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연화26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이렇게 천마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공모전참가작

장연화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5.08 11:58
최근연재일 :
2024.06.27 22:20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58,358
추천수 :
1,966
글자수 :
262,810

작성
24.06.01 19:05
조회
862
추천
30
글자
12쪽

악(惡)이 벼려낸 악(鍔)

DUMMY

무의 정점에 선 검왕과 개화 직전의 마(魔).


이들의 격돌이 개전을 알렸다.


합비 전체에 퍼져나간 충격파. 그로부터 한 박자 후에.


폭발적인 금속음이 장원을 가득 채웠다.


“죽여주마!”


남궁학은 부르짖었다.


“죽여버리겠다! 네놈! 네깟놈이, 감히!”


쾅, 쾅! 콰앙-!


검격을 내지를 때마다 대기가 파열된다. 분명 칼로서 발하고 있음에도, 그것은 참(斬)이라는 단어로 표현되기에 적합지 못했다.


어울리는 단어를 짚자면, 공(攻).


남궁의 공(功). 그 무엇보다도 강(强)을 추구하는 길이 다다르는 곳은, 검이란 병기의 성질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예리한 칼날을 통해 발하는 것이 마땅한, 참(斬)으로서 절(切)을 행하는 길이 아니오.


그 예리한 선에 온 힘을 집약시켜, 공(攻)으로서 파(破)를 일으킨다.


“감히··· 제대로 된 별호조차 없는 네깟놈이, 감히!”


분노로 정신이 펄펄 끓어오름에도 초식의 형태가 정교했다.


원하는 때에 풀고 또 거둘 수 있도록, 폭압적인 힘을 극한까지 제련하여 통제한다.


그야말로 무(武) 그 자체를 지배한다. 그것이 남궁의 무공이었다.


“그따위 어설픈 무공으로, 미천한 신분으로!”


그렇기에 남궁학은 더욱 분노했다.


제 시야 속에서 날뛰고 있는 흉수의 모습이, 제 자신을 더욱이 진노하도록 부추겼다.


- 부실했으니까.


난잡하다. 어설프다. 형이 제대로 이어지질 않는다.


눈앞의 흉수는 정교함을 모른다. 단지 넘치는 힘을 제멋대로 휘두르고 있을 뿐이다.


그저 야성에 가까운 본능에 의지하여, 가까스로 공격을 받아치는데 분주하다.


그 사실이···.


“지금 무슨 짓을 벌였는지, 아느냔 말이야!!!”


- 겨우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상대가.


오랜 세월 대대로 지켜온 이 땅을 들쑤시고 있었다.


이 끓어오르는 화를 한껏 토해내지 않고선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러나.


“알지.”


돌아오는 대답은 놀라울 정도로 평온했다.


남궁세가의 가주. 무림의 정점에 섰다고 결코 과언이 아니리라.


그러한 상대를 앞에 두고서도.


“우린 지금 전쟁을 하고 있어.”


강우는 그 일갈을 더없이 평이하게 받아쳤다.


뭘 그리 당연한 것을 묻는다는 투로.


“세월을 쌓아 올린 끝에 얻은, 정점이라는 자존심.”


그는 자신의 겸과 맞부딪치는 남궁의 보검을 바라보았다.


“그 자존심을 뒷받침해줬던, 우러러보는 평판.”


뒤이어, 담장 너머 거리에서 벌어지는 인파 간의 충돌에 귀 기울였다.


“더불어 그 시간 동안 끌어모은, 태산 같은 재물까지.”


마지막으로, 전각을 휩쓴 화마가 퍼뜨리는 뜨거운 열기를 느꼈다.


“너희가 안간힘을 다해 지키고자 했던 모든 것을, 여지없이 짓뭉개고 있다.”


한층 더 일그러지는 남궁학의 얼굴.


그 낯빛을 보고서, 강우는 떠올린다.


“당신이야말로 알고는 있는 건가?”


그날의 기억.


축축한 지푸라기, 단단한 창살, 기어가는 쥐, 그리고 쿰쿰한 한기.


겨우 잡았다고 생각했던 행운조차도 함정이었다. 간신히 옥 밖으로 기어 나와 마주했던 것은, 반호벽용(攀號擗踊, 부모의 죽음을 애통해하며 가슴을 치고 울부짖음)의 순간.


더불어··· 그 비탄조차 철저히 짓밟혔던 굴욕의 순간.


결코 잊을 수 없었다.


쓰러진 자신을 내려다보던, 공헌명의 오만한 눈빛.


압도적인 강자로서 행할 수 있는, 상대를 깔보는 태도.


선민의식.


범인(凡人)들과는 다르다고. 목숨의 무게가, 그 목숨이 어찌 될지 결정짓느냐 혹은 결정받느냐 하는 위치가 다르다고.


그러한 불합리를, 결코 잊을 수 없었다.


그 불합리함을 강요받으면서도, 어째서 저항하지 못했는지를 기억했다.


약했으니까.


내가 나약했기에,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나의 마음이 나약했기에, 공헌명 앞에 무릎을 꿇었다.


나의 힘이 나약했기에, 어머니를 잃고 말았다.


그래서 되갚아주고 싶었다.


삶의 끝자락에 다다라서야 겨우 기연을 붙잡을 때, 맹세했다.


이 바램을 절대 놓지 않으리라고.


그 누구도, 더는 이렇게 살아선 아니 될 거라고.


- 내가 살아있는 한.


영겁과도 같았던 그 성찰의 시간을 벼려내어··· 강우는 물었다.


“지금 ‘당하는 입장’이란 것에 놓여 있음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느냐고.”


- 말로서 벼린 악(惡)의 비수를 꽂았다.


“이놈이···!”


그 도발이 남궁학의 분노를 부추겼다.


찰나, 균형이 깨진다.


혹독한 수련으로 몸에 새겨넣은 초식이··· 그 어떤 상황에서도 올바르게 그릴 수 있는 검로가, 흔들린다.


그 빈틈을 노리고, 카각!


굽어진 칼날이 아래에서 위로 짓쳐들어온다.


“큭!”


남궁학은 가까스로 막아낼 수 있었다. 턱을 꿰어내려는 그 칼날을, 고작 한 치도 안 되는 간격을 두고서 간신히 걷어낸다.


‘방금 보인 궤적은 도대체···.’


반사적으로 치밀어 든 긴장감이 온몸을 조였다.


그제야 남궁학은 볼 수 있었다. 흉수가 이끄는 칼날의 흐름. 그 부패한 참격이 어떤 선을 그리는지.


순수했다.


너무나도 순수했다. 잡다한 군더더기는 전부 떨어져 나가고, 오직 ‘사람을 죽이는 일’에 모든 것이 수렴되는 듯한 형세.


무심(無心).


혹은, 무참(無慙).


완전한 대극을 이루듯 정반대로 치닫는 방향. 그 탓에 곧장 알아보지 못했다.


- 눈앞의 흉수가 자신과 대등해지고자 함을, 능히 그럴 수 있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이, 무공의 기초조차 모르는 밑바닥 쓰레기가!”


콰직!


천리호정(千里戶庭)의 보법을 담은 진각, 대지를 짓누르는 그 걸음에 공기가 강착(降着)한다.


“하늘 두려운 줄 모르고 감히 신을 자칭해?”


일갈을 퍼부으면서도 냉정하게 셈한다.


이길 수 있다.


궁극적으로 도달하는 지점은 자신과 대등하다.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모르지.


허나, 아직이다.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말은, 곧 지금은 미처 그 영역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의미를 가진다.


그러니.


“네놈이 구파의 검선들에 비교나 될 성싶더냐!”


그 전에 싹을 자른다.


천풍검법(天風劍法).


섬전십삼검뢰(閃電十三劍雷).


대연검법(大衍劍法).


폭풍처럼 몰아치는 초식의 향연.


온 마음을 다하여, 진심으로 파괴한다.


받아치는 것도 한계가 있다. 필시 뚫리리라. 그럴 수밖에 없다.


요괴나 허깨비가 아니고서야, 싸움을 무한히 계속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보라고, 가주.”


저 흉수는 이 전투에 눈길을 주지 않는 것 같다.


무엇을 보는 걸까. 방향과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시선.


무엇을 행하고자 하는 걸까. 공격과 방어 사이의 묘리 따위 계산하지 않는 움직임.


그리고 그 몽롱한 흐름이 빚어내는, 뚜렷한 활로까지.


‘뭣···.’


이상했다.


이 산뜻한 느낌이. 이 순간 어째서 그런 느낌이 드는지가 이상했다.


동시에, 장엄했다.


“지금, 어떤 기분이지?”


저런 것을··· 무공이라 할 수 있나?


카- 가가가각!!!


수십의 불꽃이 허공을 수놓았다. 그 피어남을 알리듯 소란스러운 쟁연이 대기를 두들긴다.


차례대로 작렬하는 초식이, 튕겨 나간다.


남궁학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검신을 타고 흘러, 자루를 통해 손과 팔로 전해지는 충격이···.


“그런 밑바닥 쓰레기에게 유린당하는 지금, 어떤 기분이냐고.”


- 차츰, 그리고 뚜렷하게 커진다.


‘설마···!’


차마 숨기지 못하고 경악을 내비친 지금.


동시에, 휘날리는 멱리 너머 창백한 낯가죽에 서린 웃음과 마주한 지금.


“여기서··· 성장하고 있다고?”


- 공세가 역전된다.


기묘한 경로.


자신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무엇을 노리고자 어떤 수를 뽑아 들 것인지.


그 모든 것이 완벽히 간파당한 것처럼··· 검격을 내지르기 전에 정확히 한 박자 앞서 공격이 쳐들어온다.


방어로 일관하며 받아치기 급급했던 흉수의 궤적이, 이제는 자신보다 앞서가기 시작한다.


그제야 알아챈다.


기교만을 놓고 보자면, 저 흉수는 자신과 대등한 경지였다.


아니, 그조차도 교만이리라. 격차는 한 계단 남짓, 상대야말로 더 높은 경지에 위치함이 분명했다.


- 당신이야말로 알고는 있는 건가.


그 지적은 결코 도발이 아니었다. 건조한 사실을 짚고 있었다.


자신이 상황을 완벽히 오판하고 있었음을, 남궁학은 뒤늦게 자각했다.


“말하라고, 가주. 지금, 당신이 무엇을 느끼는지를.”


그 자각을 눈치챈 걸까. 때맞춰 독촉이 날아온다.


“저항할 수 없는 힘 앞에 발버둥 치는 게··· 어떤 기분인지를!”


카앙!


“크헉···!”


그때.


처음으로, 남궁학이 밀려난다.


공격을 허용한 것은 아니다. 이 정도로 상처 입을 만큼 가주의 자리는 가볍지 못하다.


하지만···.


밀려났다.


한 발짝. 단 한 발짝에 불과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 그럼에도 분명히 밀려났다.


방금, 남궁의 검이, 힘에서 밀려났다.


“그게··· 어쨌다는 거냐.”


그래서 무엇이 달라지던가.


상대의 강함이 예상을 뛰어넘는다고 하여, 자신의 강함이 쇠하던가.


상대의 솜씨가 우월하다고 하여, 자신의 경험이 없어지느냔 말이다.


“넘을 수 없는 경지를 보여주마.”


남궁학은 결의한다.


이토록 진심을 다하여 맞서 싸운 것이 얼마 만이던가.


위협적인 도전자.


시간과 노력 끝에 재능을 꽃피워 정점에 도달한 이래로, 그런 존재와 마주한 적이 있었나.


그러니, 가르쳐줘야 마땅하지 않겠나.


“그 자부심만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게 있다는 것을-”


마침, 거리가 떨어졌다. 지금이야말로 기회라 할 수 있겠지.


기교만으로 어찌할 수 없게끔.


외공, 한 번에 낼 수 있는 내공의 출력을 가르는 그 토대의 격차.


체급의 격차를 앞세워 찍어누른다.


그렇게, 해치운다.


쓰러뜨린다.


할 수 있다.


마음을 다하라!


“-그 몸으로 똑똑히 깨달아라!”


검강(劍罡)이 작렬한다.


창궁무애검법(蒼穹無涯劍法)에 천뢰기(天雷氣)를 담았다.


저 드높은 하늘이 순간, 지상으로 끌어내려진 것 같았다.


더없이 아득한 창공의 기운. 그 누구도 가리지 않고 경외하는 것이 옳다는 수긍을 끌어낼 수 있는, 초월적인 경지.


그 경지가, 벼락의 형태로 집약된다.


대지를 수평으로 질주하는 푸른 벼락.


뇌정벽력(雷霆霹靂)의 강기가 강우를 향해 작렬한다. 그 순간.


“아···!”


누구에게서 난 것일까.


옅은 탄식이 터졌다. 잠시간 청각을 마비시킬 정도의 우레 속에서도, 그 탄식은 분명하게 들렸다.


동시에.


- 악몽 같은 광경이 남궁학의 시야 속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카, 드드드득!!


격렬한 마찰음.


인식하기 위해 약간의 시간을 투자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러고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어, 떻게···.’


- 검강을 받아냈다.


저 흉수가, 자신의 검강을 받아냈다.


남궁학은 느낄 수 있었다. 수없이 생사를 오간 강호에서의 경험이 어떠한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저 썩어들어가는 칼날을 휘감은, 검은 기운의 존재를.


마치 시커멓고 끈적하게 타오르는, 불꽃 같은 진기의 존재를.


‘이럴 수가···.’


충격으로 멍해진 머릿속에 문득, 의문이 하나 떠올랐다.


‘저것’의 정체는 무엇인가.


천재라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다. 재능이라는 단어로 깎아내릴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났다. 저것은···.


필시, 하늘이 내린 무언가.


인간의 힘으로 상대할 수 없는··· 미지 너머의 존재.


‘그렇다면 나는 저것을 무어라 불러야 하는가.’


재해인가.


천벌인가.


요괴?


아니면···.


‘악마인가···?’


치밀어 든 경악에 순간 넋이 빠진 남궁학을 두고서.


“이것이···.”


강우는, 나지막이 목소리를 내었다.


“강(罡)의 존재인가?”


이 순간 자신이 얻은 깨달음을 정의 내리듯, 자그맣게 읊조린다.


검(劍)이나 도(刀)라는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겠지. 그래, 이름을 짓자면···.


“-악강(鍔罡)인가.”


혹은, 악강(惡罡)일까.


직후, 전방위로 퍼부어지는 참격이 장원 전체를 난도질했다.


작가의말

惡: 악할 악

鍔: 칼날 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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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42 소드콜렉터
    작성일
    24.07.02 07:42
    No. 1

    기존의 무공을 마공으로 변형하여 적공과 참선이 없이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마교.
    오직 필요한 것은 필사의 원한으로 키운 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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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렇게 천마가 되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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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순리(殉利) ※24/06/20(목) 수정※ +1 24.06.18 393 22 13쪽
41 순조(順潮) ※24/06/20(목) 수정※ +3 24.06.16 490 23 14쪽
40 순례(巡禮) ※23/06/20(목) 수정※ +3 24.06.15 647 23 11쪽
39 순복(馴服) +4 24.06.14 735 27 13쪽
38 교(交), 교(敎), 그리고 교(矯) +2 24.06.12 745 33 13쪽
37 맹(盟), 맹(盲), 그리고 맹(儚) 24.06.11 724 29 13쪽
36 "그대는 그저, 스스로 옳다고 여기는 길을 나아가주게." +3 24.06.10 732 33 11쪽
35 “···이리하여 나의 고난이 시작되었고.” 24.06.09 758 31 13쪽
34 “옛날 옛날, 한 옛날에.” +1 24.06.08 750 28 11쪽
33 회한의 종막, 혹은 재탄 24.06.07 786 31 11쪽
32 퇴락한 꿈 +1 24.06.06 814 28 13쪽
31 대물림 24.06.05 819 30 12쪽
30 하늘에서 내려온(天) 악마처럼(魔). +1 24.06.04 864 38 11쪽
29 비로소, 파(破) +2 24.06.03 860 34 12쪽
28 몰(歿)할 때까지 몰(沒) 24.06.02 867 30 13쪽
» 악(惡)이 벼려낸 악(鍔) +1 24.06.01 863 30 12쪽
26 회(徊)를 딛고서 회(䝇) +3 24.05.31 889 32 11쪽
25 해(害), 이어서 해(邂) +1 24.05.30 901 31 11쪽
24 재(災), 이어서 재(齎) +3 24.05.29 953 31 11쪽
23 업(業), 더불어 업(嶫) +1 24.05.28 950 28 13쪽
22 절(切), 더불어 절(折) +2 24.05.27 995 30 14쪽
21 전(前), 혹은 전(戰) +1 24.05.26 1,037 29 12쪽
20 신(神), 혹은 신(信) +2 24.05.25 1,105 36 12쪽
19 린(躪) +3 24.05.24 1,089 3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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