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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사비칰의 이야기

남만야수왕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와사비칰
작품등록일 :
2022.05.11 22:17
최근연재일 :
2022.08.31 08:38
연재수 :
6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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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90
추천수 :
139
글자수 :
263,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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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31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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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봉소 마을로 모여드는 이들 (1)

DUMMY

'하...아무리 전략을 짜도 이대로는 답이 없다.'


자신의 방에서 조용히 앉아 지금껏 성호단 단원들이 밤낮으로 사방팔방 뛰어다니며 어렵사리 모은 정보들을 정리하고 있는 간소소.


한숨만 계속 내쉬면서 서류더미를 넘기는 것으로 보아 할 일이 제법 많은 모양이다. 대리국의 병사들이 벌써 코앞까지 다가왔으니 새하얀 얼굴과는 다르게 속은 새카맣게 타들어 가고 있으리라.


시간은 이미 축시를 넘어 인시에 달하였음에도 책상에서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봉소 마을 주변이 그려진 지도를 펼쳐놓고 이런저런 계책을 쥐어짜내고 있다. 그 무엇 하나 쉽사리 이루어질 수 없는 것들이지만 말이다.


'이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선 압도적인 군사력 또는 그에 준하는 영웅이 필요해.'


작게 되뇌이는 간소소의 말처럼 지금이야말로 남만은...대월국은 영웅이 필요한 시점이다.


난세는 영웅을 부른다고 한다.


어지러운 세상을 평정하고 평화로운 날들이 찾아오기 위해선 어쩌면 필수불가결한 일일지도 모른다.


허나 지금처럼 다양한 세력들이 복잡하게 얽힌 상태에서 과연 하늘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


북에서는 드넓은 평야에서 단 하루치 식량을 얻기 위하여 동분서주하며 서로 죽고 죽이던 몽골의 부족들이 서로 간의 원한을 잊고 어느새 테무진이라는 영웅 아래 모여 그를 칭기즈 칸이라 부르며 하나의 거대한 세력으로서 위세를 떨치고 있다. 그들이 이대로 하나의 깃발 아래 똘똘 뭉칠 수만 있다면 분명 조만간 세상을 놀라게 하리라.


반면 자신들을 중원이라 칭하며 세상만사의 중심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대송(大宋)은 정강의 변(靖康之變)이라 세간에 알려져 있는 사건 이후로 그 기세가 급격하게 기울어 만주 벌판에서 발흥한 대금(大金)에게 주인 자리를 내어주고 찬란했던 과거의 흔적만이 남은 남송(南宋)이라는 거죽을 뒤집어 쓰고 병력을 모으고 있다.


단원들이 수집한 정보들에 따르면 남송은 대금을 무력으로 제압하고 다시 한 번 중원의 패자로서 발돋음 하기 위하여 몽골의 부족들과 힘을 합쳐 전쟁을 일으킬 생각이다.


잃어버린 자신들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면 수없이 많은 백성들이 고통 속에 죽어나가는 상황에서도 대의를 외치며 전쟁에 나설 것이 너무도 자명하다. 때론 아둔한 중원의 백성들 또한 이것을 바라고 있는 것처럼 보일 지경이지만 말이다. 국가라는 거대한 이름 아래 짓눌려 죽는 것을 영광으로 여기는 것이 바로 중원 놈들이다.


이 모든 것들에 얽혀있는 것이 바로 갑작스런 대리국의 습격이다.


자신들이 몽골과 손을 잡고 대금과 전쟁을 치르는 와중에 대월국이 침공할 것이 두려워 대리국을 사주하여 화근을 없애려 든 것이다.


치졸하기 짝이 없는 놈들이다.


어차피 남만 지역에 눈독을 들이지만 않는다면 대월국 또한 그 날카로운 송곳니를 자신들에게 들이밀 생각이 없거늘. 모두가 자신들처럼 과거의 영광만을 쫓으며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어찌 모르는지.


삼천 병력을 피해 없이 막아내기 위해선 전쟁을 속전속결로 끝낼 수 있는 병력이 필요하다. 허나 대월국 왕실에 지원병을 요청하기에도 너무도 늦은 상황. 병사의 수로는 결코 따라잡을 수 없으니 수를 초월한 압도적인 무력을 지닌 집단이 필요하다.


허나 관무불가침이 깊게 뿌리를 잡은 이러한 시기에 대체 어디에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지 너무도 막막하다. 지금처럼 성호단을 이끌고 대리국 병사들에 맞서려고 하는 것 자체가 이미 지금껏 지켜져온 관행에 어긋나는 일이다. 물론 애석하게도 다른 방법은 없다.


'젠장. 만약 맹획 장군께서 되살아나신다면 한탄을 금치 못하시겠지. 차라리 상대에 대하여 아무것도 몰랐다면 좋았을 것을. 손바닥 안에 있는 것처럼 이리 훤히 동선과 병력을 파악하고 있음에도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게 없다는건 책사로서 너무도 수치스럽네...'


깊어져만 가는 새벽 공기 속에서 무거운 숨을 내뱉는 간소소.


손자는 그의 병법에서 지피지기(知彼知己) 백전불태(百戰不殆)라 하였으나 상대방에 대한 지식은 충분한 상황에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인원이 없기에 답답하기 그지없다. 마을의 있는 남성들을 모조리 동원하여도 삼백이 채 되지 못하다니. 삼 천의 병력을 십분지일의 인원으로 막아내는 것은 지금으로선 불가능하다.


대리국에서 남하하고 있는 병력의 절반조차 동원할 수 없는 답답한 상황 속에서 정면에서 이들을 막아낼 방법이 없다. 이 사안에 얽힌 국가들은 물론 무림이라는 거대한 세력들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고수들이 필요하다.


비록 한없이 어려운 일이지만 말이다.


=======================


"무진, 우리 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거야? 곧바로 봉소 마을로 복귀해도 모자랄 판에..."


"병력이 없다면 아무리 간소소가 뛰어나다 한들 결코 대리국 놈들을 막아낼 수 없다. 야수왕께서 대월국 왕실로 지원군을 요청하기 위해 직접 나서셨으니 우리도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하지 않겠나. 운귀 고원에서 머물고 계신 거야휘 노야를 비롯하여 조금이라도 손을 보태줄 수 있을 만한 세력들에게 직접 도움의 손길을 요청해야지."


"아..."


야수신궁으로 향하는 비밀 통로에서 나온 뒤 곧장 봉소 마을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신형을 날리는 무진과 티엔. 어차피 개인의 무력으로 전쟁이 임박한 곳에 당도한다고 하여도 할 수 있는 일은 너무나 제한적이다.


전쟁은 모름지기 수로 하는 싸움이다. 지금처럼 압도적인 병력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는 결국 어떻게든 상대방과 비등한 인원수라도 맞추어야 되지 않겠는가.


그렇게 밤낮 없이 사흘 동안이나 운귀 고원을 향해 질주한 두 사람이 마침내 운귀 고원 초입에 당도하였다. 제대로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고 벽곡단만으로 허기를 달래온 고된 여정의 끝이 보인다. 티엔은 이미 체력적으로는 한계에 도달하였지만 말이다.


"하...굼벵이처럼 느릿하군. 네놈을 데리고 대체 이 높은 산을 언제 또 오를지 막막하기만 하다. 대리국 놈들이 봉소 마을에 도착하기 전까지 앞으로 이틀 밖에 안 남았는데 이러다가 그냥 시간만 허비하고 말겠지."


"너랑 나는 상황이 다르다고! 궁주님을 뵙기 위해 봉소 마을에서 젖먹던 힘까지 짜내서 송금림에 도착했더니, 쉴 겨를도 없이 곧장 여기까지 쫓아왔으니 그런 식으로 말하는건 삼가해 주면 좋겠는데?"


또 다시 티격태격하는 티엔과 무진. 사이가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알 수가 없다. 서로 멱살을 잡고 당장이라도 주먹을 교환할 것처럼 보이는 두 사람이 머리 위에서 낯선 인기척이 느껴지자 멀찍이 뒤로 물러나 전투 태세를 취한다.


"드디어 왔구나! 기다리느라 목이 빠지는 줄 알았다! 이 고산선의를 대체 얼마나 더 기다리게 할 생각이었으냐!"


허리춤까지 내려오는 긴 수염을 연신 쓰다듬으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고 있는 백발 노인이 모습을 드러낸다. 환자를 마지막으로 치료한지 벌써 4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스스로를 고산선의라 칭하고 있는 운귀가의 거야휘다.


"할배!"

"노야!"


마중을 나온 것으로 보아 어떤 연유로 이곳까지 왔는지 진즉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급박한 상황 속에서 설명을 덜 수 있으니 다행이다.


"그래, 네놈들이 언제 지원을 요청하러 올지 궁금했다. 마침 이곳에서 수련하던 아해들도 적당한 실전 경력이 필요하였으니...이 또한 운명이라 할 수 있겠지. 이미 이틀 전에 하산을 명하였으니 지금쯤 봉소에 도착하고도 남을 시간이다. 안심하고 너희들도 봉소로 돌아가거라."


거야휘 밑에서 수련하던 약 50명 가량의 아해들. 비록 어떤 무공 수위를 지니고 있는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지만 그들 또한 야수신궁의 후지기수들이다.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노야께서도 함께 가시지요. 지금은 고수 한 명이 절실한 상황이고, 십괴의 일원이신 거야휘 노야께서 가세하신다면 적들의 사기를 낮추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무진의 말처럼 절정 이상의 경지에 이른 고수가 존재하는것 만으로 아군의 사기는 크게 오르고 상대는 움츠러들기 마련이다. 아무리 전쟁이 압도적인 수로 하는 싸움이라 하여도 높은 무위를 지닌 무림 고수의 존재는 언제나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비록 오랫동안 의술을 펼치지 않았다고 하여도 고산선의라 불리던 실력과 지식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아서라! 관무불가침을 잊었느냐! 노부는 젊은날의 과오를 다시 되풀이할 생각이 없다! 제자들과 함께 전장에서 적이든 아군이든 부상자들을 치료하였으나 그 끝은 결국 멸문지화였거늘. 이를 어찌 잊겠느냐!"


"노야께서 나서주신다면 사상자의 수는 분명..."


"노부는 의술을 잊었다. 더 이상 타인을 치료하는 일을 없을 것이다."


"그게 무슨..."


여전히 스스로를 고산선의라 칭하고 다니면서 더 이상 의술을 베풀 생각이 없다니. 이해하기 어려운 노인의 고집에 무진과 티엔은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앞으로는 하산한 50명의 아해들이 내 바람을 이어받아 세상에 나설 것이다."


"...그것이 대체 무엇입니까?"


"끌끌. 그건 직접 확인하거라."


말을 마친 뒤 별안간 허공에 떠오른 거야휘. 어딘가 쓸쓸해 보이는 노인의 표정에 티엔과 무진은 허공답보를 펼쳐 자리에서 벗어나는 그를 차마 막아설 수 없었다.


작가의말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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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소 마을로 모여드는 이들 (1) 22.08.31 44 0 10쪽
61 대리국을 향한 여정 (3) 22.08.28 30 0 9쪽
60 대리국을 향한 여정 (2) 22.08.26 35 0 9쪽
59 대리국을 향한 여정 (1) 22.08.23 26 0 9쪽
58 봉소, 대월, 그리고 주술 (3) 22.08.21 27 0 10쪽
57 봉소, 대월, 그리고 주술 (2) 22.08.18 30 0 9쪽
56 봉소, 대월, 그리고 주술 (1) 22.08.17 34 0 9쪽
55 전쟁의 서막 (3) 22.08.15 36 0 9쪽
54 전쟁의 서막 (2) 22.08.09 34 0 9쪽
53 전쟁의 서막 (1) 22.08.07 38 1 9쪽
52 불협화음 (3) 22.08.04 41 1 10쪽
51 불협화음 (2) 22.08.02 33 1 9쪽
50 불협화음 (1) 22.07.31 39 1 10쪽
49 북룡폭포에서 벌어진 접전 (3) 22.07.28 51 1 9쪽
48 북룡폭포에서 벌어진 접전 (2) 22.07.26 40 1 9쪽
47 북룡폭포에서 벌어진 접전 (1) 22.07.24 44 1 9쪽
46 적야 노인의 친정댁 (2) 22.07.21 44 1 10쪽
45 적야 노인의 친정댁 (1) 22.07.19 43 1 9쪽
44 망각행승 (2) 22.07.17 45 1 10쪽
43 망각행승 (1) 22.07.14 57 1 10쪽
42 북란성을 떠난 이들 22.07.12 55 1 10쪽
41 진실을 찾아서 (3) 22.07.10 52 1 10쪽
40 진실을 찾아서 (2) 22.07.07 57 1 10쪽
39 진실을 찾아서 (1) 22.07.06 67 1 9쪽
38 거검문의 진짜 소문주 (2) 22.07.05 76 1 10쪽
37 거검문의 진짜 소문주 (1) +2 22.07.04 77 1 10쪽
36 여인을 설득하는 방법 (2) 22.06.29 88 1 9쪽
35 여인을 설득하는 방법 (1) 22.06.28 88 3 10쪽
34 야수신궁의 5대 단체 22.06.28 98 2 10쪽
33 세 번째 시험 - 뜻밖의 기연과 새로운 약조 22.06.27 109 1 10쪽
32 세 번째 시험 - 호랑이 가죽에 남겨진 실마리 22.06.23 90 1 10쪽
31 세 번째 시험 - 다시 도채밀림으로 22.06.22 89 1 10쪽
30 하니 마을의 준예(哈尼儁乂) (2) 22.06.19 101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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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다시 만난 스승과 제자 (3) 22.06.19 90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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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운귀고원(云贵高原)을 오르는 사내 (3) +1 22.06.19 100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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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운귀고원(云贵高原)을 오르는 사내 (1) 22.06.19 97 1 9쪽
22 두 번째 시련 - 혼원야수공의 정수 (3) 22.06.19 100 1 9쪽
21 두 번째 시련 - 혼원야수공의 정수 (2) 22.06.19 94 1 10쪽
20 두 번째 시련 - 혼원야수공의 정수 (1) 22.06.19 105 1 10쪽
19 운귀고원(云贵高原)으로 보내진 아이 (4) 22.06.11 132 1 10쪽
18 운귀고원(云贵高原)으로 보내진 아이 (3) 22.06.09 148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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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운귀고원(云贵高原)으로 보내진 아이 (1) 22.06.07 160 1 10쪽
15 무진이라는 사내 (5) +3 22.06.05 159 2 11쪽
14 무진이라는 사내 (4) +2 22.06.03 156 3 11쪽
13 무진이라는 사내 (3) 22.06.01 165 3 10쪽
12 무진이라는 사내 (2) 22.06.01 175 2 10쪽
11 무진이라는 사내 (1) 22.05.31 202 3 9쪽
10 첫 번째 시험 - 도채밀림 (刀寨密林) (3) +1 22.05.28 206 2 10쪽
9 첫 번째 시험 - 도채밀림 (刀寨密林) (2) +1 22.05.27 234 2 9쪽
8 첫 번째 시험 - 도채밀림 (刀寨密林) 22.05.25 261 3 9쪽
7 비동의 회의 - 억취소악 (憶吹簫樂) +1 22.05.23 301 3 9쪽
6 첫 비무 - 선발제인(先發制人) +2 22.05.20 318 6 11쪽
5 영웅협객(英雄俠客) +4 22.05.18 325 7 10쪽
4 수련과 생사기로(生死岐路) 22.05.16 402 11 9쪽
3 야수신궁의 역사 22.05.13 467 13 9쪽
2 여정의 시작 +2 22.05.11 688 18 11쪽
1 프롤로그 +4 22.05.11 666 18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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