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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사비칰의 이야기

남만야수왕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와사비칰
작품등록일 :
2022.05.11 22:17
최근연재일 :
2022.08.31 08:38
연재수 :
6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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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05
추천수 :
139
글자수 :
263,461

작성
22.07.0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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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진실을 찾아서 (1)

DUMMY

북란성에서 강성한 세력을 자랑하던 거검문의 문주와 그의 아들이 하룻밤 사이에 같은 검 아래 자결하고 첩의 자식이었던 추결이 문파의 수장으로 등극하였다니. 냄새가 난다. 그것도 아주 구린 냄새가 말이다.


"다들 성호단으로서 첫 공식 임무니까 정신 바짝 차려."


새롭게 성호단 소속이 된 네 명의 아이들에게 연신 당부를 하면서 급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지만 사실 시간이 중요한 사안은 아니다. 이미 벌어진 사건에 대한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앞으로 보일 행보가 용의 머리가 될지 꼬리가 될지 일러줄 것이다.


눈앞에서 앞장서고 있는 맹웅은 벌써부터 모든 게 의심스러운 모양이다.


"확실히 이상합니다. 도대체 왜 아들과 함께 자결한 것일까요? 게다가 추허의 무공이라면 충분히 도망칠 수도 있었을 텐데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혹시 정변을..."


"함부로 그런 의심을 품으면 안 돼! 군자라면 모름지기 정확한 증거 없이 심증만으로 단정짓지 않는 법이야!"


그와 다르게 군자로서의 도리를 내세우며 반박하는 간약.


틀린 말은 아니다.


정황상 아무리 의심이 가더라도 근거도 없이 타인을 다짜고짜 비방하면 안 된다.


게다가 이번 사안은 한 문파의 수장과 후계자의 죽음에 얽힌 문제다. 시시비비를 제대로 밝히지 못 한다면 거검문에는 피바람이 불고, 죽은 자는 물론 남아있는 자들도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될 것이다.


"사부님, 북란성의 성문이 저 앞에서 보입니다!"


오감이 유난히 예민한 반고르는 십 리나 떨어진 북란성이 보이는듯 하다. 이번 기수의 해방 마을 아이들은 확실히 여느때보다 우수한 인재들이다.


"확실히 북란성의 성문이군. 사부님, 수련도 할 겸 경공술을 겨루어 보아도 되겠습니까?"


이번 대의 맹씨 아이들 중에서 맹웅 다음으로 우수한 맹저도 결코 뒤지지 않지만 말이다. 게다가 무공 수련에 전심전력으로 밤낮 구분 없이 진지하게 임하는 모습이 마치 어릴적 강휘를 보는 것만 같다. 분명 훌륭한 무인으로 성장할 것이다.


"그래, 성문까지 먼저 도착하는 사람에게 탕후루를 사주도록 하마. 당장..."


탕후루라는 말에 부리나케 뛰쳐나가는 네 아이. 쌍심지에 불을 켜고 악을 쓰는 모습이 확실히 10살이라는 나이에 걸맞다.


허나 사부된 이로서 이들의 수련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법.


혼원칠영보의 정수가 담긴 일심천리를 펼쳐 뒤를 쫓는다.


===========================================


북란성에 위치한 성호단 분타에 도착하여 자총지종을 들어보았지만 역시 미심쩍은 부분이 너무나 많다. 직접 조사에 나서면 사건의 전체적인 윤곽을 조금 더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이 그리 신이 나는지 아이들은 입을 크게 벌린 채 분타를 구석구석 살펴보고 있지만 말이다. 가장 먼저 도착한 맹웅에게 건네 받은 탕후루를 아껴먹고 있는 간약이 유독 눈에 밟힌다.


간씨세가의 후기지수(後起之秀)로서 자각이 없는걸까. 탕후루보다 진귀한 것들만 먹고 자랐으면서 저리도 해맑은 얼굴이라니. 품위 없이 막대에 달라붙은 설탕 덩어리를 혓바닥으로 조심스레 핥아먹는 모습이 실망스럽기 그지없지만 다른 아이들 앞에서 이를 지적할 수는 없다.


대화중 실수로라도 간약의 정체가 밝혀지면 안 된다.


"세상에. 북란성 지부는 왜 이렇게 화려하고 웅장하죠? 야명주를 박은 천장이며 옥석으로 만든 기둥이라니. 저희가 수련했던 곳과는 딴판이네요! 제대로 된 객실은 물론, 개인 침상도 있겠죠?"


"허허허. 아해야, 주요 거점들에 위치한 분타들은 성호단의 얼굴이다. 그 위엄이 높게 서지 않는다면 어찌 그 지역의 치안을 담당할 수 있겠느냐."


덥수룩한 수염이 인상적인 분타주가 주름진 얼굴로 타이르자 옷차림을 서둘러 가다듬고 얌전한 척을 하는 간약과 아이들. 점잖은 인상을 심어주기에는 이미 늦었지만 그 노력만은 가상하다. 가볍게 헛기침을 하면서 사안을 정리해 본다.


"크흠. 사건 전날 새벽 거검문의 소문주는 저잣거리에서 행패를 부리는 타지 출신 흑도 무리와 은밀히 접선하였고, 직전제자였던 서자 추결은 외지에서 흘러들어온 낯선 소년 소녀를 데리고 문파로 복귀하였다. 이게 맞습니까?"


"그렇습니다. 단주님께는 이 사건을 풀어나갈 실마리가 보이십니까?"


천천히 수염 끝을 쓰다듬으면서 대답하는 분타주. 아직 닷새가 채 지나지 않았는데 이 정도로 수사가 진전 되었으니 아마 20년간 북란성에서 활동하면서 쌓인 인맥을 총 동원하였을 것이다. 갑작스레 수련동 아이들과 찾아와 그가 맡은 의뢰를 가로챘기에 기분이 좋지는 않을 것이다.


"고생하셨습니다. 이 사건은 아이들의 교육도 겸할 겸 전적으로 제가 맡겠습니다. 분타주의 실력은 잘 알지만 야수신궁의 미래를 책임질 아해들에게 좋은 경험을 쌓게 해주어야 겠지요."


허나 어쩔 수가 없다. 지금은 아이들에게 성호단의 정의로운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 온 신경을 집중하여야 한다.


그러니 진상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리라.


아이들을 데리고 흑도 무리를 방문할 시간이다.


===================================================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늘어져 있는 상인들. 입구에서 땀을 흘려가면서 호객 행위를 하던 작은 탕후루 가게와는 다르게 각양각색의 물건들을 자랑스레 늘어놓고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거나 부채질을 하면서 짐짓 여유를 부리는 몇몇 이국 상인들이 눈에 띈다. 움푹 패인 눈으로 자신의 물건들을 조용히 응시하고 있는 대다수의 상인들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일년 전에 본 북란성의 활기찬 시장과는 거리가 멀다.


눈치가 없는 맹웅에게는 그저 신기하게만 보이는 듯 하지만 말이다.


"바닥이 희안하게 생겼습니다! 울긋불긋한 것이 마치 가을 단풍이 진 것처럼 예쁘.."


아이들에게는 그 부분을 흘겨보면서 한숨만 쉬고 있는 상인들의 어두운 낯빛이 보이지 않는걸까. 붉으스름한 무늬만 남은 바닥에는 쉽게 털어놓을 수 없는 사연이 얽혀있으리라. 심각한 표정으로 조용히 뒤를 따르고 있는 반고르는 이미 그 잔향을 맡은 것처럼 보인다.


"경거망동하지 마라. 그건 피가 굳은 흔적이다."


아무리 조두를 풀어 닦아내려 하여도 한때 검붉게 굳었던 흔적을 완전히 지워낼 수는 없다. 뜨거운 열기를 품은 공기 속에 희미하게 섞인 피 비린내처럼 말이다. 맹저와 간약이 화들짝 놀라 뒤로 숨는다.


때마침 수상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는 페르시아 상인.


"허허. 며칠 전에 돼지를 잡았던 흔적입니다. 용케 알아보시는군요!"


굳은 피에 대해 말하는 것을 훔쳐들은 모양이다. 거리를 좁혀오는 이방인의 눈은 곡도처럼 날카롭게 휘어진 입술과는 다르게 일자로 굳게 잠겨있다. 허나 여기서 직접적으로 부딪힐 생각은 없다. 보는 눈이 너무 많다.


"돼지라. 축제라도 열린 모양입니다. 혹시 인근에 전당포가 있습니까? 아이들과 급히 길을 나서 수중에 현금이 없습니다. 끼니라도 먹여야 하니..."


소매에서 미리 준비해둔 금환을 꺼내들고 반응을 살핀다.


"...절 따라오시지요."


과장된 페르시아식 인사를 건넨 뒤 길을 안내하는 페르시아인.


뻔히 보이는 술수에 어울려 주기로 한다.


제자들과 함께 굽이진 골목을 지나 한참을 따라가니 쓰러져가는 허름한 전당포가 나타난다.


행인은 물론 주변 상인마저 보이지 않는 그야말로 인적 드문 장소다. 너무도 뻔히 보이는 속셈에 어이가 없다.


"하...아이 넷 달린 아녀자가 금환처럼 귀한 물건을 선뜻 보이니 값을 후려칠 생각인가 보구나. 정말 추악하기 그지없구나."


"알면서 따라왔나? 흐흐흐. 아이들은 무사히 보내줄테니 어서 안으로 들어가자. 아이가 넷이나 있음에도 낯짝이 반반하고 체형도 무너지지 않았으니 한 명 정도 더 낳아도 문제 없겠지!"


손가락을 허공에 조물락 거리면서 헤벌쭉 웃는 페르시아 상인.


정말 단단히 우습게 보인 모양이다.


아직 미혼인 아름다운 여성을 유부녀로 착각하는 것도 모자라 제자들 앞에서 희롱하다니.


인간이라 부를 수 없는 쓰레기를 기필코 처단하리라.


품 안에서 수많은 전장을 함께한 철선을 찾는다.


손에 착 감기는 애병의 감촉에 마음껏 적군의 목을 벨 수 있었던 정사대전이 그리워진다.


한 번 휘둘러 코와 혀를 자르고 두 번 휘둘러 상대의 양쪽 귀를 자르던 게 벌써 삼년 전이라니.


하지만 지금은 평화의 시대이다.


망룡승천을 펼쳐 그에게 빠르게 다가선 뒤 철선으로 부드러운 호를 그린다.


주인 잃은 10개의 손가락이 바닥에 곤두박질 친다.


"끄아악!..."


다 큰 남성의 비명 소리를 듣는 취미는 없으니 아혈을 제압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사, 사부님..."


"이제부터 심문을 시작할 거니까 너희들은 밖에서 기다리렴."


외진 곳에 위치한 주인 없는 전당포만큼 심문하기 좋은 장소는 없으리라.


흑도 무리에 대한 정보를 얻어내는 귀한 시간이 될 것이다.


작가의말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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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전쟁의 서막 (2) 22.08.09 34 0 9쪽
53 전쟁의 서막 (1) 22.08.07 38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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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불협화음 (2) 22.08.02 33 1 9쪽
50 불협화음 (1) 22.07.31 39 1 10쪽
49 북룡폭포에서 벌어진 접전 (3) 22.07.28 51 1 9쪽
48 북룡폭포에서 벌어진 접전 (2) 22.07.26 40 1 9쪽
47 북룡폭포에서 벌어진 접전 (1) 22.07.24 44 1 9쪽
46 적야 노인의 친정댁 (2) 22.07.21 44 1 10쪽
45 적야 노인의 친정댁 (1) 22.07.19 44 1 9쪽
44 망각행승 (2) 22.07.17 46 1 10쪽
43 망각행승 (1) 22.07.14 57 1 10쪽
42 북란성을 떠난 이들 22.07.12 55 1 10쪽
41 진실을 찾아서 (3) 22.07.10 52 1 10쪽
40 진실을 찾아서 (2) 22.07.07 57 1 10쪽
» 진실을 찾아서 (1) 22.07.06 68 1 9쪽
38 거검문의 진짜 소문주 (2) 22.07.05 76 1 10쪽
37 거검문의 진짜 소문주 (1) +2 22.07.04 77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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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여인을 설득하는 방법 (1) 22.06.28 88 3 10쪽
34 야수신궁의 5대 단체 22.06.28 99 2 10쪽
33 세 번째 시험 - 뜻밖의 기연과 새로운 약조 22.06.27 109 1 10쪽
32 세 번째 시험 - 호랑이 가죽에 남겨진 실마리 22.06.23 91 1 10쪽
31 세 번째 시험 - 다시 도채밀림으로 22.06.22 89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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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두 번째 시련 - 혼원야수공의 정수 (3) 22.06.19 100 1 9쪽
21 두 번째 시련 - 혼원야수공의 정수 (2) 22.06.19 94 1 10쪽
20 두 번째 시련 - 혼원야수공의 정수 (1) 22.06.19 106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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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무진이라는 사내 (4) +2 22.06.03 157 3 11쪽
13 무진이라는 사내 (3) 22.06.01 165 3 10쪽
12 무진이라는 사내 (2) 22.06.01 176 2 10쪽
11 무진이라는 사내 (1) 22.05.31 202 3 9쪽
10 첫 번째 시험 - 도채밀림 (刀寨密林) (3) +1 22.05.28 207 2 10쪽
9 첫 번째 시험 - 도채밀림 (刀寨密林) (2) +1 22.05.27 234 2 9쪽
8 첫 번째 시험 - 도채밀림 (刀寨密林) 22.05.25 261 3 9쪽
7 비동의 회의 - 억취소악 (憶吹簫樂) +1 22.05.23 301 3 9쪽
6 첫 비무 - 선발제인(先發制人) +2 22.05.20 318 6 11쪽
5 영웅협객(英雄俠客) +4 22.05.18 326 7 10쪽
4 수련과 생사기로(生死岐路) 22.05.16 402 11 9쪽
3 야수신궁의 역사 22.05.13 467 13 9쪽
2 여정의 시작 +2 22.05.11 688 18 11쪽
1 프롤로그 +4 22.05.11 667 18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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