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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사비칰의 이야기

남만야수왕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와사비칰
작품등록일 :
2022.05.11 22:17
최근연재일 :
2022.08.31 08:38
연재수 :
6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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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39
글자수 :
263,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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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17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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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봉소, 대월, 그리고 주술 (1)

DUMMY

"마을에 숨어든 간자를 색출해야만 한다! 수상한 자를 목격하면 곧바로 신호탄을 사용하도록!"


"예, 단장님!"


전서구(鳩)와 전서원(猿)를 보내 성호단 단원들을 모두 북룡산맥으로 긴급소집한 간소소. 이들을 전두지휘하고 있는 모습은 정사대전때 숱한 전장을 겪어온 여장부답다. 그녀가 철선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일사분란하게 서너명의 단원들이 감시조를 이루어 봉소 마을 내에 미리 정해둔 구역으로 신형을 날린다.


'후...이만하면 나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지. 대체 어떻게 알게된 사실인지 귀띔이라도 해주면 좋았을 텐데...증거가 없으니 다른 야수신궁의 단체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도 못하고 있잖아!'


내심 티엔을 원망하면서 애꿎은 하늘만 바라보는 간소소. 비라도 내리려는 건지 그녀의 속마음처럼 새카만 먹구름들로 가득하다. 바로 엊그제 문지방에 급히 휘갈긴 혈서만 남기고 떠난 티엔은 여태 아무런 연락이 없다.


'분명 야수신궁으로 갔을 텐데...어째서 기별조차 없는 거지? 도착하고도 남을 시간인데! 대체 또 무슨 일에 휘말린거야? 전쟁이라며! 야수신궁 모두가 모여도 버틸까 말까 한데!'


뛰어난 은신술에 이어 경공술마저 높은 수준으로 연마한 티엔. 그녀가 작심하고 길을 나섰으니 이리 오랫동안 연락이 없다면 분명 사달이 났다고 보아야 한다. 허나 티엔이 남기고간 서신에 쓰여있던 내용에 대하여 진위여부를 은밀하게 조사하고, 언제 침공할지 모르는 적의 군세에 맞서 봉소 마을의 주민들을 보호하여야 하기에 그녀에게 신경쓸 여력은 없다. 지금 인원만으로는 감당하기 벅찬 일을 벌써 두가지나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하...대리국 놈들은 대체 무슨 명분으로 쳐들어 오는거야? 왜 하필 지금이고...'


정보를 수집하는 일은 성호단이 자신있는 분야지만, 티엔이 그 어떠한 실마리도 남기지 않았기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리라. 게다가 그 내용이 정녕 사실이라면 앞으로 준비해야 하는 것들은 밑도 끝도 없이 많다.


'티엔...네가 제대로 된 답변을 받아오지 못한다면...우리는 여기서 개죽음을 당할 뿐이야! 성호단 단원들이 대리국 병사들과 싸우다 전사하도록 놔둘수는 없는 일이잖아! 대체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거야!'


만약 티엔의 정보대로 대리국의 병사들이 남하하고 있다면 더없이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잘 훈련된 병사들과 전장에서 정면으로 맞닥뜨린다면 패배할 것이 자명할 뿐. 정사대전을 겪은 이후로 고작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기에 그 수가 턱없이 부족한 야수신궁의 고수들만으로는 결코 막아낼 수 없으리라. 급히 마을의 젊은이들을 모아 자경단이라는 명목으로 훈련시키고 있으나 전장에서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는 일이다.


'우리가 피해를 입고 나면 다른 세력들도 움직이기 시작하겠지...그러니 농땡이 그만 피우고 궁주님을 뵈었으면 빨리 돌아와!'


관무불가침인 세상에서 대월국을 대신하여 관군(官軍)처럼 행동하는 것도 이치에 어긋나는 일이니 이를 명분으로 삼아 다른 집단이 득세하여 야수신궁을 되레 공격할 지도 모르는 사안이다. 신중하게 임해야만 한다.


"사부님, 저희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요? 티엔 사부님은 대체 언제 돌아오시는 거죠?"


"사부, 저희 이만 숙소로 돌아가도 되겠습니까?"


"단장님, 저는 단장님의 명령을 따르겠습니다!"


"..."


이런 간소소의 심중을 아는지 옆에 마치 새끼 강아지들처럼 찰싹 달라붙어 있는 4명의 아이들이 일제히 입을 연다. 정확히 어떤 일이 벌어질 예정인지 아직 충분한 증거가 모이지 않아 일러주지 못하였으나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으로 보아 중요한 사안이라는 건 진즉 눈치를 챘을 것이다.


"너희는 아직 임시 단원일 뿐이야. 그러니 내 옆에 지금처럼 딱 달라붙어 있어. 내가 반드시 너희들을 보호해줄 테니까."


'하...그리 말씀하셔도 오른손 손가락이 저리 따로 노는데 어찌 믿겠습니까...'


그녀의 초조한 모습을 눈치챈 것은 맹웅만이 아니었다. 멋드러진 말과 표정을 짓고 있지만 오른손 엄지로 철선을 연신 만지작 거리는 간소소. 아무리 감추려 애를 써도 가슴 속에 품은 불안함을 완전히 숨길 수는 없는 법이다.


========================


"헉, 헉...젠장, 대체 그 도끼는 어디서 얻은 거야? 무기 때문에 지게 될 줄이야..."


"진정한 고수는 다루는 병기의 탓을 하지 않는 법이다. 얌전히 패배를 인정해라."


간만에 혼신의 힘을 다하여 비무를 치른 티엔. 그 길고 치열한 공방 끝에 결국 패배하고 말았지만, 그녀의 눈에는 일말의 아쉬움도 보이지 않는다.


진심으로 자신의 실력이 아니라 무기의 차이에서 벌어진 일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그 누구라도 신병이기로 보이는 무진의 청색 도끼에 의해서 자신의 애병이 부서지고 만다면 비슷한 생각을 하리라.


"아, 맞다! 무진, 이제 비무도 끝났으니까 저리 비키기나 해! 무단 사부님을 뵈러 가야만 하니까! 대월국의 미래가..."


"무얼 그리 서두르는지 모르겠지만 무단 사부님에 대해서 너무 모르는군. 애초에 내가 이곳에 있는 이유가 무엇일 것 같나?"


예상치 못한 무진의 말에 갑자기 벼락을 맞은 것처럼 멍해진 티엔. 비록 무진은 북룡산맥에 오랜 시간 동안 갇혀있으면서 흑철웅 무리를 사냥하느라 세간의 일에 어둡다고 하여도, 그들의 사부이자 야수신궁의 궁주인 무단이 정녕 아무것도 모를 것이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리라.


야수신궁처럼 거대한 단체를 이끄는 이가 대리국에서 대월국을 침범하기 위하여 병력을 이끌고 쇄도하고 있다는 것을 모를 리가 없다.


"설마...사부님께서는 벌써 대리국이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진즉 파악하고 있으셨던 거야?"


"그래, 무단 사부님께서는 네 생각처럼 대월국의 리 인종을 만나뵙고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이미 엊그제 왕실로 떠나셨다. 게다가 규헐단과 성호단을 제외한 나머지 야수신궁의 단체들에겐 한 가지 특명을 내리신 상태지. 아마 지금쯤 다들 봉소 마을로 집결하고 있을 걸?"


무진의 말을 듣고 나서야 자신의 실책을 깨닫게 된 티엔. 야수신궁이라는 남만 최대 조직을 이끄는 남자가 자신이 우연히 알게된 내용을 이미 알아내지 못했을 리가 없지 않은가.


'하...아망이라는 대리국 승려에게 중요한 정보를 얻게 되었다고 너무 경겨망동하였으니, 만약 사부님을 이대로 뵈었다면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 수 없을 지경이었겠지. 게다가 무진이 중간에서 기다려주지 않았다면 결국 더욱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말았을 터. 이걸 대체...'


"너무 자책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나와 함께 봉소 마을로 돌아가자. 그곳에서 우리를 도와줄 만한 이들을 알고 있다. 북룡산맥에서 거주하고 있는 이들인데 그곳의 지리에 밝고 무공 실력 또한 제법이어서 아마 대리국의 병사들을 막아내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북룡산맥에서 흑철웅 무리를 사냥하면서 허송세월한 것은 아닌 모양이다. 대월국은 병력이 부족하여 도울 수 있는 단 한 명의 원조라도 절실한 지금 상황에서 그곳에서 자리를 잡은 이들의 도움을 얻어낼 수 있다면 분명 전쟁의 흐름을 바꿀 수 있을 터. 삼일 안에 당도할 삼천 명의 병사들을 막아낼 수 있으리란 희망이 눈에 보인다.


티엔은 무진과 함께 서둘러 비밀 통로에서 나온 뒤 봉소 마을로 신형을 날린다.


구할 수 있는 모든 도움을 얻어내 이 전쟁을 조기에 진압해야만 한다.


=======================


"반웅, 조금만 더 서두르자꾸나! 우리가 그 악랄한 여인의 주술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결국 봉소 마을에 남은 이들이 여차하여 대리국의 병사들을 막아낸다고 하여도 결국 중심을 잃은 대월국에게 남게 되는 것은 멸망 뿐이다. 우리의 발걸음에 대월국의 존망이 달려있다!"


"네, 할아버지!"


가천일의 뒤를 따라 가파른 북룡 산맥을 오르고 있는 반웅. 그의 등에는 여전히 정신을 잃고 곤히 잠들어 있는 아란이 아이처럼 포대기에 쌓여 단단히 매달려 있다.


"아미타불! 어서 이쪽으로 올라오십시오! 시간이 없습니다! 대리국의 병사들과 맞닥뜨리지 않고 궁으로 들어가려면 이 외길을 무사히 지나가야만 합니다!"


아란의 축 늘어진 몸을 반웅 대신 들어줄 수도 있으련만. 여인의 몸을 가까이하면 모든 내공을 잃게 된다고 굳게 믿고 있는 아망은 마치 천적이라도 만난 것처럼 일 장 이상 거리를 두고 앞서 나가고 있다. 동자공을 익힌 것도 아닐텐데 저리 여인을 두려워하는 모습이라니.


반웅은 고강한 내력과 무공을 지녔음에도 정신을 잃은 여인네를 이 정도로 두려워하는 아망을 보면서 복잡한 심정으로 산을 오른다.


가천일의 말처럼 이들의 행보에 대월국의 미래가 달려있다.


작가의말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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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봉소 마을로 모여드는 이들 (1) 22.08.31 44 0 10쪽
61 대리국을 향한 여정 (3) 22.08.28 29 0 9쪽
60 대리국을 향한 여정 (2) 22.08.26 35 0 9쪽
59 대리국을 향한 여정 (1) 22.08.23 25 0 9쪽
58 봉소, 대월, 그리고 주술 (3) 22.08.21 26 0 10쪽
57 봉소, 대월, 그리고 주술 (2) 22.08.18 29 0 9쪽
» 봉소, 대월, 그리고 주술 (1) 22.08.17 34 0 9쪽
55 전쟁의 서막 (3) 22.08.15 36 0 9쪽
54 전쟁의 서막 (2) 22.08.09 33 0 9쪽
53 전쟁의 서막 (1) 22.08.07 37 1 9쪽
52 불협화음 (3) 22.08.04 40 1 10쪽
51 불협화음 (2) 22.08.02 33 1 9쪽
50 불협화음 (1) 22.07.31 39 1 10쪽
49 북룡폭포에서 벌어진 접전 (3) 22.07.28 50 1 9쪽
48 북룡폭포에서 벌어진 접전 (2) 22.07.26 39 1 9쪽
47 북룡폭포에서 벌어진 접전 (1) 22.07.24 44 1 9쪽
46 적야 노인의 친정댁 (2) 22.07.21 44 1 10쪽
45 적야 노인의 친정댁 (1) 22.07.19 43 1 9쪽
44 망각행승 (2) 22.07.17 45 1 10쪽
43 망각행승 (1) 22.07.14 57 1 10쪽
42 북란성을 떠난 이들 22.07.12 55 1 10쪽
41 진실을 찾아서 (3) 22.07.10 51 1 10쪽
40 진실을 찾아서 (2) 22.07.07 57 1 10쪽
39 진실을 찾아서 (1) 22.07.06 67 1 9쪽
38 거검문의 진짜 소문주 (2) 22.07.05 76 1 10쪽
37 거검문의 진짜 소문주 (1) +2 22.07.04 76 1 10쪽
36 여인을 설득하는 방법 (2) 22.06.29 87 1 9쪽
35 여인을 설득하는 방법 (1) 22.06.28 87 3 10쪽
34 야수신궁의 5대 단체 22.06.28 98 2 10쪽
33 세 번째 시험 - 뜻밖의 기연과 새로운 약조 22.06.27 108 1 10쪽
32 세 번째 시험 - 호랑이 가죽에 남겨진 실마리 22.06.23 90 1 10쪽
31 세 번째 시험 - 다시 도채밀림으로 22.06.22 89 1 10쪽
30 하니 마을의 준예(哈尼儁乂) (2) 22.06.19 100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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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다시 만난 스승과 제자 (3) 22.06.19 90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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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운귀고원(云贵高原)을 오르는 사내 (3) +1 22.06.19 100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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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운귀고원(云贵高原)을 오르는 사내 (1) 22.06.19 96 1 9쪽
22 두 번째 시련 - 혼원야수공의 정수 (3) 22.06.19 100 1 9쪽
21 두 번째 시련 - 혼원야수공의 정수 (2) 22.06.19 93 1 10쪽
20 두 번째 시련 - 혼원야수공의 정수 (1) 22.06.19 105 1 10쪽
19 운귀고원(云贵高原)으로 보내진 아이 (4) 22.06.11 132 1 10쪽
18 운귀고원(云贵高原)으로 보내진 아이 (3) 22.06.09 148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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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무진이라는 사내 (5) +3 22.06.05 158 2 11쪽
14 무진이라는 사내 (4) +2 22.06.03 156 3 11쪽
13 무진이라는 사내 (3) 22.06.01 164 3 10쪽
12 무진이라는 사내 (2) 22.06.01 175 2 10쪽
11 무진이라는 사내 (1) 22.05.31 201 3 9쪽
10 첫 번째 시험 - 도채밀림 (刀寨密林) (3) +1 22.05.28 206 2 10쪽
9 첫 번째 시험 - 도채밀림 (刀寨密林) (2) +1 22.05.27 234 2 9쪽
8 첫 번째 시험 - 도채밀림 (刀寨密林) 22.05.25 260 3 9쪽
7 비동의 회의 - 억취소악 (憶吹簫樂) +1 22.05.23 301 3 9쪽
6 첫 비무 - 선발제인(先發制人) +2 22.05.20 317 6 11쪽
5 영웅협객(英雄俠客) +4 22.05.18 325 7 10쪽
4 수련과 생사기로(生死岐路) 22.05.16 402 11 9쪽
3 야수신궁의 역사 22.05.13 466 13 9쪽
2 여정의 시작 +2 22.05.11 688 18 11쪽
1 프롤로그 +4 22.05.11 666 18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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