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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사비칰의 이야기

남만야수왕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와사비칰
작품등록일 :
2022.05.11 22:17
최근연재일 :
2022.08.31 08:38
연재수 :
62 회
조회수 :
8,300
추천수 :
139
글자수 :
263,461

작성
22.06.28 02:27
조회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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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0쪽

야수신궁의 5대 단체

DUMMY

'드디어 악란 소저를 찾으러 다닐 수 있겠군.'


한 달 동안 육악늪에서 악진진에게 무공을 전수 받은 맹웅은 어렵사리 수련동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첫 시험에서 지급받고 지금까지 아껴둔 신호탄이 아니었다면 익사한 줄로만 알고 있던 다른 아이들은 물론 감독관들도 그를 찾으러 돌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마침내 돌아온 송금림은 어딘가 낯설고 처음 보았던 것보다 작아 보이지만 그건 맹웅이 성장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입단할 적에는 이른 봄이었지만 벌써 뜨거운 여름이 다가오지 않았던가. 키 작은 잡초만 즐비했던 동굴 앞은 분홍 꽃잎의 패랭이꽃은 물론, 붉은 꽃술을 뽐내는 금낭화가 찾아온 이들을 반겨준다.


맹웅은 패랭이꽃 한 송이를 품에 안고 시험에 합격한 다른 9명의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그들과 함께 입구의 초록빛 잔디에 앉아 방후·방우 형제의 설명을 기다릴 예정이다. 긴 묵언수행을 마친 적표단 출신의 두 형제는 은밀하게 수련 기간 내내 아이들을 감시하고 보호하였기에 노고가 크다.


그들 앞에 이미 자리를 잡은 아이들 중에 반고르, 맹저, 간약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무사히 늪에서 징표를 찾은 모양이다. 덤덤한 맹웅과는 달리 세 아이는 어젯밤 몰래 도착하여 입단식에 참석한 그를 보고 놀란 기색이 역력하다. 단 하룻밤이라도 지체하였다면 맹웅은 홀로 쓸쓸히 입단식을 치뤄야 했으리라.


"지금까지 고생 많았다. 올해는 이례적으로 열 명의 합격자가 나왔으니 역대급 성과라 할 수 있겠지. 그러니 지체 없이 진행하겠다. 묵호단에 배정된 수련생들은 앞으로!"


타국을 조사하는 역할을 맡게 되는 묵호단은 강인한 무력은 물론, 재빠른 상황 판단이 필수적이다. 그러니 시험에 가장 먼저 합격한 간웅과 주약이 검은 호랑이 자수가 박힌 옷을 입고 입단을 준비하고 있는 건 당연한 일이다. 수련동으로 언제 복귀하였는지 모를 무진의 감독하에 말이다. 척살 임무에 특화된 규헐단과 잠행 및 호신 임무에 특화된 적표단에도 각각 두 명씩 배정될 것이다.


"성호단에 배정된 수련생들은 앞으로!"


마침내 맹웅이 속한 성호단의 이름이 불렸다. 금년에는 무려 네 명이나 입단할 예정이다.


"남만 지역의 치안은 너희들의 손에 달렸다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가슴 깊이 새겨두겠습니다!"


성을 지키는 여우라는 이름처럼 지혜롭게 월국 백성들이 겪는 사건 사고들을 해결하고 그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성호단(城狐團). 간소소처럼 정사대전 때 활약한 책략가들이 즐비한 건 각각의 도시들의 특징은 물론 주변 지리를 훤히 꿰고 있기 때문이다. 악란을 찾아 나서야 하는 맹웅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한 단체이기도 하다.


"각 단체에서 파견 나온 감독관들과 함께 이만 하산하거라! 내년 초에 열리는 비무 대회에서 우승하면 소궁주로 뽑히게 될 수도 있으니 정진하도록!"


'이제 악란 소저를 찾아 배화교의 무공을 전수해주면 된다.'


맹웅은 무공 수련보다 더욱 급한 일을 먼저 해결할 생각이다. 비록 생사가 불명하지만 은원 관계를 철저히 하는 무림의 법도를 따라야 하지 않겠는가. 올해 안에 찾지 못하면 혼인을 맺어야 될 수도 있으니 한 시가 급한 사안이다. 맹웅은 악진진이 전수해준 건곤대나이를 떠올리며 강하게 주먹을 움켜쥐었다.


===============


"대체 어떻게 살아 돌아온 거야?"


"울고 불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는 살아 돌아온 게 어째 못 마땅해 보인다?"


"반고르, 그건 너도 마찬가지였다."


마차 안에서 맹웅에게 달려든 세 아이는 궁금한 점이 많은 모양이다.


"늪지대의 아름답고 고강한 무력을 지닌 분께서 구해주셨어. 덕분에 시험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고."


"하...아리따운 여인과 고립된 섬에서 한 달이나 같이 있어서 좋았겠네?"


기분이 상하였는지 퉁명스럽게 대답하는 간약의 모습에 맹웅은 멋쩍은 듯 뒷머리를 긁었다. 무언가 알고 있는 듯한 반고르와 맹저는 연신 자기들끼리 키득거리고 있지만 말이다.


"크흐흐. 쟤는 또 저런다."


"눈물 콧물 다 흘리면서 질질 짜던 걸 봤어야 되는..."


맹웅은 간약이 그 정도로 자신에게 깊은 감정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에 가슴 한 켠이 뜨거워졌다. 역시 사내 간의 우정이란 온갖 역경을 이겨내면서 더욱 강해지는 법이다.


"얘들아, 도착했으니까 밖으로 좀 나와볼래?"


앞에서 말을 몰던 간소소의 음성이 들려오자 옷매무새를 다듬고 헛기침을 하는 간약. 아무래도 같은 가문의 웃어른이니 대하기 어려운 듯 하다.


마차의 문을 열고 나온 아이들은 낡아빠진 간판이 달린 초라한 저택을 넋을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간소소는 입을 벌린 채 제자리에 굳어있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희미한 미소를 띄우며 말을 건넸다.


"여기가 성호단이야. 단원들은 모두 각지로 파견 나가 있어서 남아 있는 사람은 나뿐이지. 남만 마을들의 치안을 유지하고 관련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선 그곳에 상주하면서 발로 뛰는 게 최고잖아?"


간소소가 단장직을 맡게 되면서 급격히 세력이 불어났다고 알려져 있는 성호단. 야수신궁의 5대 조직 중에서 가장 부유하다는 소문이 돌고 있지만 아무래도 거짓인 모양이다.


"어차피 성호단 본부에서 머무는 시간 보다는 각 지역으로 파견을 나가는 시간이 많을 거야. 수습 기간 동안은 여기서 내게 기본기를 배우게 되겠지만 말이야. 이래뵈도..."


때마침 불어온 미풍에 떨어진 성호단의 낡아빠진 간판이 맹웅과 아이들을 향해 쇄도한다.


"어이쿠. 첫 날부터 큰일 날 뻔했네? 다들 다친 데는 없지?"


"사...사부님!"


마차위에서 이들을 몰래 지켜보던 티엔이 날아온 간판을 한 손으로 가뿐히 막아낸다. 규헐단으로 다른 아이들을 이끌고 떠났던 그녀가 대체 왜 이 곳에 있는 걸까? 맹웅과 아이들은 티엔의 갑작스러운 등장이 당황스럽기만 하다.


"우리 규헐단은 다들 한가해서 굳이 내가 남아 있을 이유가 없어. 지금이 전시도 아니고 척살 명령이 자주 떨어지는 건 아니잖아? 게다가 간소소한테 받아낼 것도 있고 말이지."


분명 티엔의 입가는 웃고 있지만 매서운 눈매는 마치 원수를 노려보듯 간소소를 째려보고 있다.


"하하. 얘들아, 티엔 사부는 너희들의 무공 수련을 도와주기 위해서 특별히 오신 거야. 계시는 동안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도록 하자? 비무는 많이 할수록 좋은 거야."


이에 질세라 억지를 부리는 취객에 대응하는 점소이처럼 티엔을 향해 딱딱한 미소를 짓고 있는 간소소. 두 여인의 소리없는 전쟁에 아이들은 송금림에서 이곳까지 이동하면서 쌓인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


"약속한 물건은 준비하는 데 한 달 정도 걸릴거야. 그 사이에 아이들 무공 수련이나 좀 도와줘. 대신 그걸 받으면 네게 청산할 빚은 더 이상 없는 거다?"


"그래. 네가 물건만 제대로 조제해주면 나도 더 이상 과거에 벌어진 일에 대해서 가타부타 하지 않을게."


구름 한 점 없는 야심한 밤중에 구멍이 숭숭 뚫린 성호단 지붕 위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 두 여인. 아이들이 잠든 것을 확인하고 선선한 여름 밤바람을 쐬려고 밖으로 나온 간소소와 티엔이다.


"오독환의 효력이 떨어지는 특수한 상황들이 존재한다는 걸 확인했으니 이 정도 사례는 해야지. 따듯한 술과 습기에 영향을 받는다는 걸 알아내다니, 놀라울 지경이야. 다만 반웅이 복용한 오독환에는 어떠한 문제도 없었을 거야."


"하! 웃기지마. 심증은 있지만 입증할 방법이 없어서 백화단(白火丹)으로 퉁치는 거야! 그걸로 네가 저지른 과오를 조금이라도 씻을 수 있다면 다행이지. 솔직히 무진을 끌어내리기 위해서 반웅을 이용했잖아. 그 아이가 나중에 십괴 정도 되는 수준이 되어서 네게 복수하겠다면서 찾아오면 어떻게 할거야? 난 그런 불상사를 미리 막아주려는 것 뿐이야."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면서 힐난하는 티엔. 그녀의 말에 간소소는 오히려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복수는 무슨. 호랑이 풀 뜯어 먹는 소리하네.'


반웅이 십괴 정도 되는 고수가 되어 자신에게 책임을 물으러 온다니. 그런 일이 벌어지기 전에 백발 노인이 되거나 초야에 묻혀 백골진토가 되어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간소소가 티엔의 무리한 요구대로 단약을 조제해 주는 건 반웅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다. 티엔이 간소소가 그동안 조금씩 빼돌린 약재들과 숨겨둔 이중 장부를 들이밀면서 상부에 보고하겠다고 겁박하여서 굴복하는 건 절대 아니다. 적어도 간소소는 그렇게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백화단이라니! 만년화리의 심장, 화표의 태반, 적린어의 꼬리 이외에도 극양의 기운을 지닌 재료들이 들어가는 백화궁의 비전 영약이잖아! 역시 세간에 널리 알려진 것처럼 성화단은 정말 부유하구나! 허름한 외관은 그저 눈속임에 불과해!'


이들을 몰래 엿듣고 있던 맹웅은 반웅에게 줄 예정이라는건 듣지 못하였는지 일전에 익힌 배화교의 무공과 백화단을 통해 지금은 멸망해버린 백화궁을 다시금 일으켜 세우는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자신이 어렵게 구한 화표의 태반을 티엔이 가져간 이유가 이것이었다니. 놀랍기만 하다.


게다가 백화단 한 알이면 극음지체를 앓고 있는 악란 소저를 치료하고 어머니의 품으로 무사히 돌려보낼 수 있으리라.


맹웅은 혼약을 무르고 무공 수련에만 전념하여 절세 고수가 된 자신의 미래를 상상하며 달콤한 잠에 빠져들었다.


작가의말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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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망각행승 (2) 22.07.17 45 1 10쪽
43 망각행승 (1) 22.07.14 57 1 10쪽
42 북란성을 떠난 이들 22.07.12 55 1 10쪽
41 진실을 찾아서 (3) 22.07.10 52 1 10쪽
40 진실을 찾아서 (2) 22.07.07 57 1 10쪽
39 진실을 찾아서 (1) 22.07.06 67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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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여인을 설득하는 방법 (2) 22.06.29 88 1 9쪽
35 여인을 설득하는 방법 (1) 22.06.28 88 3 10쪽
» 야수신궁의 5대 단체 22.06.28 99 2 10쪽
33 세 번째 시험 - 뜻밖의 기연과 새로운 약조 22.06.27 109 1 10쪽
32 세 번째 시험 - 호랑이 가죽에 남겨진 실마리 22.06.23 91 1 10쪽
31 세 번째 시험 - 다시 도채밀림으로 22.06.22 89 1 10쪽
30 하니 마을의 준예(哈尼儁乂) (2) 22.06.19 101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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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비동의 회의 - 억취소악 (憶吹簫樂) +1 22.05.23 301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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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영웅협객(英雄俠客) +4 22.05.18 326 7 10쪽
4 수련과 생사기로(生死岐路) 22.05.16 402 11 9쪽
3 야수신궁의 역사 22.05.13 467 1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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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4 22.05.11 667 18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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