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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사비칰의 이야기

남만야수왕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와사비칰
작품등록일 :
2022.05.11 22:17
최근연재일 :
2022.08.31 08:38
연재수 :
62 회
조회수 :
8,258
추천수 :
139
글자수 :
263,461

작성
22.07.3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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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불협화음 (1)

DUMMY

"요즘 성호단에서 날뛰고 있다는 노처녀가 바로 네 녀석이로구나! 나이를 먹을수록 자애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되레 난폭하고 손속에 거침이 없어지다니. 조금 머리를 식히고 성정을 고쳐먹지 않으면 평생 홀로 지내야 할 것이야!"


전쟁의 풍파에 휘말려 이곳저곳 불려다니면서 다양한 전략과 전술을 통해 정사대전에서 크게 활약한 간소소. 그녀의 권모술수에 당한 적의 수가 수천이 넘고 그 유명세 또한 남만 전역에 자자한 상황에서 이리 대놓고 여인의 유일한 역린이자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를 잡은 상처를 후벼팔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 것인가.


"으으...노야! 노야께서 이리 저를 놀리시니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습니까! 부디 한 수 가르쳐..."


쉬익. 챙.


"할아버지, 조심...하세요! 저 여자가 말을 거는...척을 하면서 암기를 날리려..."


바닥에 쓰러져 있던 반웅이 마지막 남은 힘을 담아 그녀가 암기를 날리기 이전에 오히려 단도를 던져 방해하자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간소소. 정작 그 당사자는 이를 마지막으로 정신의 끈을 놓은 모양이지만 말이다. 지금껏 그 누구도 이런 식으로 그녀를 대하지 못하였기에 속이 답답하고 짜증이 밀려오는 것은 어쩔수 없으리라.


허나 이를 가만히 두고 볼 가천일이 아니다. 그녀가 소매에서 무언가 던지려고 하였다는 것을 진즉 알고 있었던 노인이 조용히 본신의 내력을 끌어올리자 거대하면서도 육중한 기운이 부지불식간에 간소소를 둘러싸고 압박한다.


"네년이 아까 내 제자에게 한 말이 떠오르는구나. 송곳니를 드러낸 아해를 무사히 돌려보내줄 정도의 성인군자가 아니라고 하였던가? 끌끌끌...이는 노부 또한 마찬가지거늘. 그래도 네년이 아녀자라는 점을 감안하여 손목 하나로 끝내주마."


여태 유지하고 있던 뒷짐을 천천히 풀고서 유일한 손가락이자 다른 이들보다 유달리 비대해진 검지 손가락을 고고하게 치켜든 가천일. 굳은살이 박히고 기괴하게 일그러진 그 손가락을 단번에 알아본 간소소의 얼굴이 삽시간에 사방에 짙게 깔린 어둠처럼 잿빛으로 물든다.


'저...저건!...저 정도로 거대한 검지 손가락이라면...이지노괴 가천일...이괴 가천일이구나! 자신의 손으로 직접 복수를 이루기 위해서 훔쳐배운 탄지공을 무리하게 연마하다가 결국 나머지 손가락을 모두 잃고 나서야 대성하게 되었다는 그 복수귀가 대체 왜 이곳에 나타난 거야? 하필 마주치더라도 십괴 중에서 가장 성정이 불 같고 자비심이라고는 없는 괴팍한 이를 만나게 되다니...하늘이시여, 제 명은 여기서 끝이 나는 겁니까?'


품에서 꺼내든 자신의 철선을 강하게 부여잡고 언제 날아들 지 모르는 눈앞에 서있는 무공 고수의 탄지공에 대비하는 간소소. 아무리 십괴의 일원이라 하여도 절정 고수인 그녀의 실력이라면 능히 살아서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 것이다. 십괴에 대한 소문이 실제보다 과장된 것이라면 오히려 기회를 보면서 그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가하는 것도 가능하리라.


그녀의 그러한 판단은 분명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충분히 타당한 것이었다. 가천일이 지난 수십년 동안 꾸준히 무공을 연마하여 그녀보다 한 단계 더 높은 경지인 초절정에, 그것도 그 끝자락에 도달하지 못하였다면 말이다. 그가 진지하게 그녀를 해할 마음을 먹는다면 안타깝게도 그녀가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방도는 없다.


"앞으로는 타인의 목숨을 겁박하기 전에...그것도 미래가 창창한 아해를 해하기 전에 다시 한 번 생각하거라! 뭐, 이곳에서 뼈를 묻는다면 그리할 일도 없겠지만 말이다."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그의 양 손가락에서 쏘아져 나가는 무형의 기운. 하나는 그녀의 허벅지로, 다른 하나는 그녀의 어깨죽지로 거침없이 쇄도한다. 이를 시작으로 수많은 기운들이 연속적으로 날아들기 시작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철선을 펼쳐든 간소소가 이를 막아내기 위해 황급히 회오리를 그리면서 부채춤을 추자 그녀의 전신에서 바람이 일어나 가천일이 끝없이 시전하는 지풍(指風)들에 맹렬하게 저항한다. 허나 이대로 막기만 한다면 바람으로 이루어진 막을 압축된 무형의 기운이 뚫고 들어오는 것은 그저 시간 문제일 뿐이다.


'무슨 손가락에서 날리는 기운이 이 정도야? 이런 상승 무공이라니! 너무 불공평한 것 아냐?'


가천일의 탄지공의 정체가 자신이 익힌 야수신궁의 혼원야수공과 간씨세가의 비익철선술(飛翼鐵扇術)보다 상승의 무공이라 멋대로 넘겨짚으면서 탄식을 흘리는 간소소. 허나 그녀의 예상과는 달리 가천일이 익힌 탄지공(彈指功)은 상승의 무공은 커녕, 익히기 어려운 무공이 아니다. 오히려 내공 운용법과 무공이 일정 경지에 오른다면 누구든지 시전해볼 수 있는 흔해빠진 기술이다.


단지 이것 하나만을 손가락 8개를 날려가면서 40년 넘게 연마한 가천일이 이 기술을 새로운 경지로 끌어올렸을 뿐.


그 어떠한 무공이라도 깨달음을 얻고 이를 통하여 끊임없이 개선하고 보완한다면 새로운 경지에 다다를 수 있는 법이다. 비록 거기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터무니 없이 오래 걸리고 그 과정 또한 평범한 이들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험난할 뿐. 거듭된 실패로 손가락을 대부분 잃은 가천일이 바로 이에 대한 반증이리라.


물론 세간에 널리 알려져 있는 것처럼 상승 무공, 기연, 그리고 재능이 빠르게 절정 고수라는 경지에 이를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 또한 결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말이다.


"끌끌끌. 자만할 정도의 실력은 지니고 있는 모양이로구나! 허나 노부도 갈 길이 머니 장난은 여기까지만 하도록 하마! 네년이 가볍게 놀린 세치 혀가 손목을 앗아가는 것이니 네 자신을 원망하도록 하여라!"


검지를 교차시킨 뒤 조용히 기운을 끌어모으는 가천일. 그의 손가락에 맺힌 강대한 기운이 소용돌이 치면서 마치 두 마리의 용처럼 변칙적인 곡선을 그리면서 허공을 가르고 간소소에게 날아든다.


'저건 또 뭐야!'


자신에게 날아오는 그 형태와 궤도가 계속 바뀌는 탄지공의 움직임에 당황하는 간소소. 살아있는 것처럼 거듭 방향을 바꾸는 통에 그 중 하나에 온 정신을 집중하여 간신히 막아낸다고 하여도 남은 하나는 도저히 막아낼 방법이 없다.


'이런 젠장!!!!'


속으로 욕지거리를 퍼부으면서 앞서 자신의 왼쪽 손목에 당도한 기운을 오른손에 쥔 철선으로 간신히 쳐내는 간소소. 그 묵직한 무게에 손목이 아려온다.


'아, 이런 미친...'


그 틈을 정확히 노리고 들어오는 또 다른 하나의 기운에 당황한 간소소. 마치 처음부터 어떻게 막을 것인지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그녀의 오른쪽 손목만을 절단해낼 기세다. 간소소는 피할 수 없는 일격에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간소소, 그러길래 내가 평소에 무공 수련 좀 열심히 하라고 했잖아! 평소에 자신의 실력을 믿고 정신 상태가 나태해지면 결국 이렇게 되는 거라고!"


갑작스레 나타나 위기에 처한 간소소를 구해낸 뒤 그녀를 심히 꾸짖는 여인.


규헐단의 살수이자 수련동에 반웅을 데리고 간 장본인.


무진과 더불어 그 고강한 무공 실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야수신궁의 강자.


티엔이 마침내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네년도 같잖은 실력으로 내 제자를 해하려고 하였던 그 노처녀와 한패인게냐? 복장과 기색으로 보아 규헐단 소속인 것 같은데, 말로 타이를 때 끼어들지 말고 조용히 못 본 척 하고 떠나거라! 목숨과도 같은 제자의 양 팔을 잘라내려 한 죄는 도저히 묻어둘 수가 없다! 게다가 그 고약한 심정으로 보아 조만간 주변에 피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니, 네년도 보는 눈이 있다면 멀리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한 눈에 간소소의 성격을 꿰뚫어 본 것은 물론 티엔의 소속까지 알아챈 노인. 일전에 선보인 그의 실력으로 보아 티엔이 끼어들지 않았다면 분명 간소소는 손목을 잃고 말았으리라.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다시 자세를 잡는 것으로 보아 그녀는 아직도 싸울 생각으로 가득한 것처럼 보인다.


"티엔! 저 미친 노인네가 다짜고짜 나를 공격했어! 경지를 가늠할 수 없는 고수이니 협공하자!"


상황으로만 보면 분명 노인은 간소소의 적처럼 보인다. 오랜 시간동안 연락이 두절된 맹웅과 반고르 또한 아마 저 노인에게 당하고 말았을 것이다.


허나 간소소의 바람과는 다르게 주변을 찬찬히 살펴본 티엔은 곧바로 노인에게 허리를 숙이고 정중히 사죄하였다. 곧바로 기세를 거두는 것으로 보아 싸울 마음이 전혀 없다.


"죄송합니다. 이지노괴 노야께서 저 아해를 제자로 삼으셨다니, 분명 저 아해에게도 크나큰 복이겠지요. 다짜고짜 그를 위협한 제 사매(師妹)의 잘못이 분명 크나, 목숨과도 같은 무공을 빼앗는 것은 과하다 사료됩니다. 미수로 끝나였으니 부디 작은 사죄의 표시로 이 선물을 받으시고 이 난세 속에서 야수신궁을 위하여 일하는 간소소 사매가 더욱 중요한 임무에게 목숨을 불사를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이지노괴 가천일은 갑작스레 고개를 숙이는 간소소가 조금은 의심스러웠지만 그녀가 던진 단약을 받아들고선 경악을 금치 못했다. 화표의 태반을 비롯하여 백가지 극양의 기운을 지닌 약재들을 조합하여 만드는 백화단을 건넨 것이다. 지금은 사라진 백화궁의 비술로 만든 이 단약이라면 아란의 극음지체를 능히 치료할 수 있으리라.


'부디 노여움을 푸시고 조용히 물러가셔야 할텐데...'


어둠속에서도 바닥에 쓰러져 있던 반웅을 알아본 티엔은 간소소를 도와 눈앞에 인물과 맞서기 보다는 오히려 이 노인이 자신의 제자였던 반웅을 진심으로 아끼고 한 명의 무림인으로 성장시키고 있다는 점에 감동하여 언젠가 직접 전해주려고 하였던 단약을 선뜻 건낸 것이다.


작가의말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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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대리국을 향한 여정 (2) 22.08.26 35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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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봉소, 대월, 그리고 주술 (3) 22.08.21 26 0 10쪽
57 봉소, 대월, 그리고 주술 (2) 22.08.18 29 0 9쪽
56 봉소, 대월, 그리고 주술 (1) 22.08.17 33 0 9쪽
55 전쟁의 서막 (3) 22.08.15 36 0 9쪽
54 전쟁의 서막 (2) 22.08.09 33 0 9쪽
53 전쟁의 서막 (1) 22.08.07 37 1 9쪽
52 불협화음 (3) 22.08.04 40 1 10쪽
51 불협화음 (2) 22.08.02 33 1 9쪽
» 불협화음 (1) 22.07.31 39 1 10쪽
49 북룡폭포에서 벌어진 접전 (3) 22.07.28 50 1 9쪽
48 북룡폭포에서 벌어진 접전 (2) 22.07.26 39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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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적야 노인의 친정댁 (2) 22.07.21 44 1 10쪽
45 적야 노인의 친정댁 (1) 22.07.19 43 1 9쪽
44 망각행승 (2) 22.07.17 45 1 10쪽
43 망각행승 (1) 22.07.14 57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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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두 번째 시련 - 혼원야수공의 정수 (2) 22.06.19 93 1 10쪽
20 두 번째 시련 - 혼원야수공의 정수 (1) 22.06.19 105 1 10쪽
19 운귀고원(云贵高原)으로 보내진 아이 (4) 22.06.11 132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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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무진이라는 사내 (3) 22.06.01 164 3 10쪽
12 무진이라는 사내 (2) 22.06.01 175 2 10쪽
11 무진이라는 사내 (1) 22.05.31 201 3 9쪽
10 첫 번째 시험 - 도채밀림 (刀寨密林) (3) +1 22.05.28 206 2 10쪽
9 첫 번째 시험 - 도채밀림 (刀寨密林) (2) +1 22.05.27 234 2 9쪽
8 첫 번째 시험 - 도채밀림 (刀寨密林) 22.05.25 260 3 9쪽
7 비동의 회의 - 억취소악 (憶吹簫樂) +1 22.05.23 301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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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영웅협객(英雄俠客) +4 22.05.18 325 7 10쪽
4 수련과 생사기로(生死岐路) 22.05.16 402 1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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