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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사비칰의 이야기

남만야수왕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와사비칰
작품등록일 :
2022.05.11 22:17
최근연재일 :
2022.08.31 08:38
연재수 :
62 회
조회수 :
8,276
추천수 :
139
글자수 :
263,461

작성
22.05.25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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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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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9쪽

첫 번째 시험 - 도채밀림 (刀寨密林)

DUMMY

'대체 어떻게 추적하고 있는 거지?'


무연초(無煙草)로 피운 모닥불 앞에서 남만 만곡도로 대나무 쥐를 손질하고 있는 맹웅.


독에 중독되었을 때를 위한 해독환

야수를 포획할 교룡삭(蛟龍索)

감독관에게 임무를 완수했음을 알릴 신호탄


이 세 가지가 든 혁낭을 지급 받은 뒤 시작된 첫 번째 시험에서 이 정도로 고전하게 될 줄 몰랐던 맹웅은 반 시진 동안 쫓아오던 추격자들을 피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남은 4일 안에 포획할 만한 놈을 찾아야만 한다.'


도채밀림(刀寨密林)에서 시행되는 이 시험은 10일간 밀림에서 생활하면서 만야환상대법을 완성하는 것이 목표다. 모든 짐승의 기운을 흡수할 수 있는 야수신궁의 비전 심법은 토대가 되는 야수의 기운에 따라 성질이 변하기에 신중하게 임해야 하는 마지막 과정이기도 하다.


맹웅은 그 중에서도 특히 양의 기운을 쌓는데 적합한 화표(火豹)를 노리고 있다.


'반웅. 일찍 탈락한 게 오히려 잘된 일일지도 모르겠다.'


반웅이 퇴출 된 이후로 수련동의 분위기는 급격히 험악해졌다. 언제든지 자신들도 방출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이들은 단 한시도 편히 쉴 수가 없는 수련 지옥에서 벌써 한 달째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 월등한 성취를 보이고 있는 맹웅도 예외는 아니었다. 남들보다 앞서나가기 위해선 각고의 노력을 쏟을 수 밖에 없는 법이다. 그는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모조리 무공 수련에만 몰두했고, 새벽 잠마저 줄여가며 티엔에게 가르침을 받으면서 선두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 맹웅을 일대일로 꺾을 수 있는 아이는 아무도 없지만, 아쉽게도 이번 시련은 개인의 무력을 시험하는 게 아니었다. 열흘 간 밀림에서 생존하면서 만야환상대법을 완성하는 건 다양한 지식과 기술이 필요하다. 게다가 반드시 2인 1조로 응시해야만 한다는 점은 그에게 큰 약점이 되었다.


'네가 있었다면 이런 놈이랑 같은 조가 되지는 않았을 텐데...'


맹웅은 옆에서 침까지 흘리며 자고 있는 동기 녀석을 벌레 보듯 노려보며 아쉬운 마음을 삭혔다. 반웅과 같은 마을 출신이면서 똑같이 꼴찌인 반고르. 그를 반웅에게서 받았던 강렬한 인상 때문에 선택했지만 그 무능함은 상상 이상이다. 몇몇 아이들처럼 차라리 짝을 정하지 않고 홀로 진행하는 게 수월했을 것이다.


무공 실력이 부족한 반고르는 다른 수련생들과 벌어진 전투에서 단 한 번도 도움이 되지 못했다. 오히려 수면침에 당해 지금처럼 짐짝으로 전락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그가 치명상을 입으면 자신 또한 탈락하게 된다는 규칙만 아니었다면 진즉 버렸을 것이다.


'벌써 쫓아온건가.'


아직 자리를 잡은 지 한 식경도 되지 않았는데 맹저와 간약이 오 척이나 자란 수풀을 베어 넘기며 모습을 드러냈다. 각자 손에 든 만곡도가 달빛을 반사해 더욱 위협적으로 보이지만 다행히 수련생들 간에는 살인이 금지되어 있다. 어둠을 틈타 무슨 '실수'가 벌어질 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말이다.


"그러게 왜 그런 녀석이랑 조를 짰어. 동향 출신인 나랑 했어야지."


"너랑 왜 조를 짜. 나랑 짜는 게 훨씬 낫지."


수련동에서 맹웅 다음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던 두 아이는 자신들의 제안을 거절한 것을 아직도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던 모양이다.


"맹저는 너무 커서 눈에 띄잖아. 간약은 몸에서 이상한 냄새 나서 싫고."


맹웅은 둘을 도발하면서 멀쩡한 척을 해 보았지만 더욱 짙어진 그의 눈그늘을 확인한 추격자들은 그저 기세등등하기만 하다.


"입만 살았네. 너도 곧 반웅처럼 될 처지라는 걸 모르냐?


"마을에 있을 때부터 재수가 없더니. 돌아가서 어머니께 대신 안부 인사나 전해줘."


자신들이 유리한 고지에 있다는 점을 알고 있는 두 아이는 사냥감을 농락하는 고양이처럼 이 상황을 즐길 생각이다.


"한 명씩 덤벼. 너희들 중 한 명은 쓰러뜨릴 거니까."


맹웅이 손가락을 까딱거리자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맹저와 간약. 동시에 달려든 두 아이는 나무 사이에 걸려있던 투명한 실에 발이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휘리릭.


"뭐, 뭐야 이건!"


나뭇잎에 가려져 있던 그물이 두 아이를 순식간에 옭아맨다. 사전에 설치해두었던 덫에 꼼짝 없이 걸리고 만 것이다. 맹웅은 황급히 주변을 정리한 뒤 세상 모른 채 자고 있는 반고르를 들쳐 업고 경공을 펼쳤다.


'제발 그만 좀 쫓아와라...'


"저쪽이야! 저쪽으로 갔어!"


얼마 지나지 않아 들려오는 간약의 다급한 목소리. 벌써 다른 이들이 도착한 것이다.


'대체 간(簡)씨는 내게 무슨 원한이 있길래!'


맹웅은 조상 중에서 간씨 성을 가진 이에게 잘못을 저지른 이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하며 신형을 날렸다. 그를 쫓아오는 간약, 간웅, 간오의 이름만 보아도 이는 상당히 합당한 추론이다.


"저쪽이야! 저쪽에서 무언가 반짝거렸어!"


'결국 여기까진가.'


아무리 노력해도 반고르를 업고 이들을 따돌리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를 숨길만한 옹이 구멍이나 구덩이를 찾던 맹웅은 들려오는 드센 물살 소리에 막다른 곳에 다다랐다는 걸 깨달았다.


일촉즉발의 상황.


결국 맹웅은 반고르를 업은 채 바닥이 보이지 않는 강물로 뛰어들었다.


"뭐야, 여기가 아닌가? 설마 강에 뛰어든 건 아니겠지?"


간발의 차로 그들을 놓친 네 명의 아이들은 맹웅의 흔적을 더듬으면서 그의 마지막 행동을 유추해 나갔다. 일다경이나 주변을 꼼꼼히 살피고 나서야 강물을 따라 내려간 건 그만큼 맹웅의 마지막을 확실히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푸하! 진짜 죽는 줄 알았네."


다른 이들이 떠나자마자 참았던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강에서 뛰쳐나오는 맹웅. 그는 반고르와 함께 강바닥에서 호흡을 참고 버티다가 멀어지는 발소리를 듣고 뭍으로 다시 올라왔다.


'티엔 사부에게 미리 천근추(千斤錘)를 배우지 않았더라면 큰일 날뻔했다.'


신체의 무게를 몇 배나 무겁게 만들 수 있는 천근추가 아니었다면 드센 물살을 거스를 수 없었을 것이다. 흠뻑 젖은 옷을 벗어던지고 바닥에 누운 맹웅이 반고르에게 가쁜 숨을 건넸다.


"반고르, 이제 어떻게 할래?"


"...뭘 어떻게 해. 야수 잡으러 가야지."


찬물에 입수하면서 겨우 수면독에서 깨어난 반고르. 그의 경려천모(輕慮淺謀)한 계획에 맹웅은 그저 허탈한 웃음만 나올 뿐이다.




"그러니까 화표를 이렇게 잡겠다고?"


"나만 믿어. 야, 너 낚싯대 방금 흔들렸어!"


강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 낚시를 즐기는 맹웅과 반고르. 첫 번째 시험을 치르는 중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평화롭기 그지없다.


"적린어(赤鱗魚)만 낚으면 화표 잡는 건 일도 아냐. 고양이들이 얼마나 환장하는데. 마을 아저씨들이 미끼로 쓰는 거 자주 봤어."


다른 아이들은 밀림에서 희귀한 야수의 흔적이라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건 만. 반고르는 화표도 어차피 고양이의 일종이라면서 낚시를 하고 있다.


맹웅은 반고르의 말이 의심스러웠지만 어차피 삼 일이나 남았다. 속는 셈 치고 어울려주어도 괜찮을 것이다. 게다가 반고르는 수면침에 당해 잠에 드는 것보다는 이렇게 낚시라도 하는 편이 훨씬 도움이 되었다.


애초에 지능이 높고 홀로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화표는 포획하기가 매우 어려운 짐승이다. 가죽이 두껍고 단단하면서 영특하기까지 하여 사냥꾼들의 덫마저 피해간다.


그럼에도 맹웅이 반고르의 계획을 따르는 건 마을에서 특별한 날에만 겨우 먹을 수 있었던 적린어의 두툼한 살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벽곡단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는 적린어 특유의 감칠맛이 무진의 침샘을 자극한 것이다.


"어! 맹웅! 낚싯대 빨리 잡아봐! 빨리! 아, 진짜! 그냥 옆으로 비켜!"


당황한 맹웅을 밀쳐내고 호들갑을 떨면서 아홉 번째 생선과 사투를 벌이는 반고르. 마을 어른들과 주말마다 바다 낚시하러 다니면서 터득한 기술이 빛나는 순간이다.


"됐다! 됐어!"


수면 위로 드러난 처참하게 못생긴 얼굴과 붉은 비늘. 한 번 입에 문 건 절대 놓지 않겠다는 듯 굳게 다문 턱과 날카로운 이빨. 한 시진 만에 적린어가 미끼를 물었다.


"...이렇게 쉽게 잡힌다고?"


맹웅은 지금까지 잠만 자던 반고르의 기예를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내륙 출신이라서 모르나 본데 적린어는 그렇게 귀한 생선은 아냐. 잡기가 조금 어렵고 성정이 난폭해서 그렇지, 남부 지역에서는 지겹도록 먹는 녀석이지. 기술만 있다면..."


적린어에 대한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으며 잘난 체를 하는 반고르. 잔뜩 가슴을 내민 그의 모습이 조금은 꼴불견이지만 맹웅은 오늘 하루 만큼은 장단을 맞추어주기로 했다. 화표를 유인해낼 시간이다.


작가의말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연초(無煙草) - 연기가 나지 않는 풀


교룡삭(蛟龍索) - 교룡의 힘줄로 만든 밧줄


화표(火狼) - 불의 기운을 머금은 표범. 만야환상대법을 극양의 성질로 만들어 준다.


경려천모 (輕慮淺謀) - 경솔하고 얕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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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북룡폭포에서 벌어진 접전 (2) 22.07.26 39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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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망각행승 (2) 22.07.17 45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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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세 번째 시험 - 뜻밖의 기연과 새로운 약조 22.06.27 109 1 10쪽
32 세 번째 시험 - 호랑이 가죽에 남겨진 실마리 22.06.23 90 1 10쪽
31 세 번째 시험 - 다시 도채밀림으로 22.06.22 89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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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운귀고원(云贵高原)을 오르는 사내 (3) +1 22.06.19 100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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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운귀고원(云贵高原)을 오르는 사내 (1) 22.06.19 96 1 9쪽
22 두 번째 시련 - 혼원야수공의 정수 (3) 22.06.19 100 1 9쪽
21 두 번째 시련 - 혼원야수공의 정수 (2) 22.06.19 94 1 10쪽
20 두 번째 시련 - 혼원야수공의 정수 (1) 22.06.19 105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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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무진이라는 사내 (3) 22.06.01 164 3 10쪽
12 무진이라는 사내 (2) 22.06.01 175 2 10쪽
11 무진이라는 사내 (1) 22.05.31 201 3 9쪽
10 첫 번째 시험 - 도채밀림 (刀寨密林) (3) +1 22.05.28 206 2 10쪽
9 첫 번째 시험 - 도채밀림 (刀寨密林) (2) +1 22.05.27 234 2 9쪽
» 첫 번째 시험 - 도채밀림 (刀寨密林) 22.05.25 261 3 9쪽
7 비동의 회의 - 억취소악 (憶吹簫樂) +1 22.05.23 301 3 9쪽
6 첫 비무 - 선발제인(先發制人) +2 22.05.20 317 6 11쪽
5 영웅협객(英雄俠客) +4 22.05.18 325 7 10쪽
4 수련과 생사기로(生死岐路) 22.05.16 402 11 9쪽
3 야수신궁의 역사 22.05.13 466 13 9쪽
2 여정의 시작 +2 22.05.11 688 18 11쪽
1 프롤로그 +4 22.05.11 666 18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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