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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이야기

아포칼립스의 마물 포식자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뭉작가
작품등록일 :
2021.09.05 21:10
최근연재일 :
2022.01.15 01:48
연재수 :
91 회
조회수 :
124,033
추천수 :
2,633
글자수 :
582,071

작성
21.12.02 23:59
조회
479
추천
9
글자
16쪽

[1부] EP.19 소메트 도적단( 2 )

DUMMY

[1부] EP.19 소메트 도적단( 2 )


일직선으로 날아가는 빛의 화살은 마치 선처럼 보였다.

레갈리스의 손끝에서 시작되어 잠와버섯들까지 이어진 긴 선.

버섯을 지키고 있던 도적은 굵기가 50cm쯤 되어 보이는 거대한 빛의 화살에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했다.


콰과과광!


거대한 용이 동굴 바닥을 긁으며 날아가는 것 같았다.

블래스트 애로우가 지나간 자리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빛의 화살이 지나간 자리가 깊게 파였다.


“뒤를 부탁한다, 인간, 도마뱀······.”


레갈리스는 힘이 다한 듯 털썩 쓰러졌다.

난 녀석이 만들어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하압!”


잠와버섯을 지키던 녀석의 복부를 걷어찬 뒤 뒤로 크게 물러났다.

그리고 또 한 번 스윙준비 자세를 취했다.

당한 오른손 대신 이번엔 왼손으로 목검을 잡았다.


[ 스킬 ‘빙의’로 박영주의 영혼을 불러옵니다. ]

[ 스킬 ‘응축’을 발동합니다. ]


“저건······.”


내가 뭘 하려는지 눈치 낸 도적이 일직선상으로 달려왔다.

눈 깜짝할 새에 다다른 녀석이 내 목을 향해 단검을 휘둘렀다.


녀석의 단검 다루는 솜씨에 난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달려와 찌르려는 듯한 모션을 취하더니 어느새 내려치기 자세로 바뀌어있었다.

오랜 시간 단검을 다뤄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검술능력 레벨이 1에 불과한 나와는 천지차이였다.


내가 스킬을 발동한 뒤 지금까지 걸린 시간은 약 1초.

최대한 [응축]하려면 2초 이상 버텨야 하지만 지금은 시간이 없었다.


“날아가라!”


횡베기를 하듯 왼손으로 목검을 휘둘렀다.

한 손으로만 사용해서 위력은 많이 떨어졌지만 녀석의 접근을 막기엔 충분했다.


[ 스킬 ‘폭발’을 발동합니다. ]


콰앙!


목검 끝에서 터진 폭발음과 함께 도적의 몸이 뒤로 크게 꺾였다.

동굴 안쪽으로 날아간 돌풍이 주변을 둥둥 떠다니고 있던 수면포자를 날려버렸다.


“후우······.”


수면포자 때문에 한동안 숨을 제대로 못 쉬고 있었다.

레갈리스가 잠와버섯을 처치해준 덕분에 ‘수면’의 상태이상이 사라져갔다.


“푸하! 숨 막혀 죽는 줄 알았네.”


졸음을 이겨내며 버티고 있던 토벌대원들이 태세를 정비했다.

녀석들은 코를 골며 완전히 잠든 동료의 뺨을 찰싹찰싹 때리며 깨웠다.


“야 일어나!”

“언제까지 잘 거야!”


정신을 차린 토벌대원의 수는 4명.

나와 유재하, 라케르토, 레갈리스를 포함하면, 남은 3조의 인원은 여덟 명밖에 되지 않았다.

세 번째 동굴로 출발했을 때에 비해 반절이 죽어버렸다.


“마력으로 빛의 화살을 만들어 발사한다라······. 엘프들이 생각할만한 발상이군.”


흩날리는 먼지 속에서 잠와버섯을 지키던 녀석이 걸어 나왔다.

그런데 방금 전과는 뭔가 분위기가 달랐다.

녀석의 몸에서 흰 연기 같은 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띠링!


[ 소메트 도적단 ‘반디트’가 스킬 ‘폭주’를 발동합니다. ]


“방금 건 조금 놀라웠다.”


샤샥 하는 소리와 함께 내 옆을 스쳐가는 잔상.

방금 전과 전혀 다른 움직임이었다.


“처음부터 엘프 먼저 처리해야 했어. 귀찮은 종족 같으니라고.”


쓰러진 레갈리스의 목 위에서 단검이 허공을 갈랐다.

유재하와 라케르토 모두 다른 도적들을 상대하느라 여유가 없었다.

토벌대원들 3명은 그다지 도움이 될 것 같진 않았다.


“그렇겐 안 되지.”


탱!


도적의 단검을 위로 쳐내는 가정용 식칼.

반디트는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녀석이 손가락을 들어 날 가리켰다.


“그 오른손······. 분명 손목의 동맥을 잘랐는데?”

“뭐, 이거?”


난 멀쩡해진 오른손을 들어보였다.

피는 이미 멎어서 말라있었고 잘려나간 손목엔 상처하나 없이 멀쩡했다.


“슬라임이랑 트롤이 재생하는 걸 보니까 부럽더라고.”


[재생] 스킬 덕분에 몸의 상처가 말끔히 사라졌다.

체력소모는 어쩔 수 없지만 덕분에 양 손을 모두 사용할 수 있었다.


“그것만 할 줄 아는 게 아니야.”

“뭐?”

“내가 어떻게 네 검을 쳐냈겠냐?”


반디트는 눈을 게슴츠레 뜨고 먼지안개 사이로 내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너 그걸 어떻게······!”


깜짝 놀라는 녀석의 눈동자에 강한 의구심이 들어찼다.

난 눈앞에 뜬 알림창을 보며 숨을 가다듬었다.


[ 스킬 ‘광폭화’를 발동합니다. ]

[ 광폭화 : 50% ]

[ 육체능력 Lv.44 -> Lv.66 ]


육체능력 자체를 강화하여 파워와 스피드를 향상시키는 [광폭화]

본래 인간은 습득할 수 없는 마물 전용 스킬이다.

[포식]으로 케리크로우의 능력을 흡수하지 않았다면 나도 이런 능력을 얻진 못했을 거다.


전신의 피가 빠르게 돌면서 체온이 오르기 시작했다.

부풀어 오른 근육세포가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스프링처럼 튕겼다.

당장이라도 강화된 신체를 폭발시키고 싶었다.


일단 가볍게 가볼까?

난 양손으로 목검의 손잡이 부분을 잡았다.

길게 뻗은 도신이 오늘따라 더 믿음직스러워 보였다.

육체능력이 상승한 것만으로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폭주는 우리 소메트만의 것이다······. 혼돈의 신께서 주신 선물을 너 같은 외지인이 어떻게 얻었지?”


날 쳐다보는 도적의 눈에 분노가 차올랐다.

녀석은 단검을 쥐고 무릎을 앞쪽으로 구부렸다.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만 같은 자세였다.


“폭주? 뭐야 그 짝퉁 같은 스킬은.”


난 < 대아시 >에서 그런 스킬을 언급한 적이 없다.

아마 그레고리가 ‘리제넨 제국’의 이계를 생성하면서 새로 만들어낸 거겠지.

그나저나 붉게 변하는 몸, 증발한 땀이 증기처럼 피어오르는 모습, 육체능력 강화의 효과라니······.

그레고리 이 자식, [광폭화]랑 너무 똑같이 베낀 거 아냐?

스킬 이름도 비슷하고.


“위력까지 비슷한지 한 번 볼까?”


먼저 달려든 것은 내 쪽이었다.

대충 세어본 결과, 상대 쪽 인원은 열세 명 모두 생존한 상태.

여덟 명인 우리보다 수적으로 우세하다.

저 녀석이 당황하고 있을 때 한 명이라도 수를 줄여놔야 했다.


난 오른손으로 목검을 휘두르다가 등 뒤에 숨긴 식칼로 반디트의 옆구리를 찔렀다.


푸욱!


반디트가 허리를 뒤로 빼며 고통을 호소했다.

녀석도 아까보다 분명 더 강하고 빨라졌겠지만 나보다는 약간 떨어지는 수준이었다.


촥! 촤악!


이어서 목검으로 녀석의 상처부위를 찔렀다.

반디트가 바닥을 구르며 피를 토했다.


“쿠웩!”

“죽어라.”


난 식칼로 녀석의 목 뒤쪽을 베어냈다.

반쯤 잘려나가 달랑거리는 목을 부여잡고 반디트가 비명을 질렀다.


“커헉······.”


다행히 예상보다 그리 빡센 상대는 아니었다.

난 고개를 돌려 다른 쪽 상황을 살펴보았다.

유재하는 혼자서 열 명을 상대로 난투를 벌이고 있었다.

도적들이 아직 [폭주] 상태는 아니었지만, 열 명이서 유재하 한 명에게 쩔쩔 매는 걸 보자 헛웃음이 나왔다.


“야 고블린! 이 자식들 뭔가 이상하게 변했어!”


반면 라케르토는 두 명을 상태로 분투하고 있었다.

[바티스타]란 스킬 덕분에 녀석도 평소보다 움직임이 좋았지만, 점점 밀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자세히 보니 상대하고 있는 도적들은 이미 [폭주]상태에 들어서 있었다.


“꺄하하항, 더 해줘. 더 해줘어! 이거 너무 재밌다!”


앳된 얼굴의 여자가 라케르토를 보며 신나게 칼질을 하고 있었다.

그 옆에 있는 다른 도적은 묵묵히 단검을 휘두르며 그녀를 보조하고 있었다.


“크윽······!”


리자드맨을 두르고 있는 초록빛 마력갑옷이 불안하게 지지직거렸다.

붉은 도적들이 휘두르는 단검은 점점 빠르게 녀석을 몰아붙였다.

라케르토의 표정이 일그러지고 있었다.


난 동굴 안쪽으로 빙 돌아 두 도적들의 뒤를 잡았다.

녀석들 모두 라케르토를 상대하느라 날 눈치 채지 못하는 것 같았다.

목검을 들고 앳된 얼굴의 여자도적을 향해 돌진하던 그때, 무언가가 내 앞을 막았다.


팅!


“마무리를 확실하게 했어야지.”


믿을 수가 없었다.

분명 목이 반이나 잘려나갔던 반디트가 멀쩡히 살아있었다.

녀석의 목은 상처하나 없이 말끔한 상태였다.


“폭주 사용자가 재생효과를 모르다니. 너처럼 멍청한 놈은 처음 보는군.”

“내 건 그런 짝퉁 스킬이 아니라니까.”


[폭주]란 게 육체능력 강화에 재생효과까지 있는 거였어?

그레고리 이 자식 이것저것 좋은 스킬은 다 갖다 붙였네······.


“귀찮게 하네, 진짜.”


[재생]을 발동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엔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체력이 완전히 떨어질 때까지 지치게 한다.

인간이든, 마물이든 모든 생명체는 스킬을 사용할 때 체력을 소모한다.

마력을 필요로 하는 스킬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체력에 크게 의존한다.

그러므로 지쳐버린 상대는 재생할 수 없게 된다.


두 번째 방법은 심장을 파괴하는 것..

혈액순환이 불가능해진 생명체는 세포분열 등의 생체활동을 할 수 없으므로 재생도 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방법은 뇌를 파괴하는 것이다.

[재생]은 자동으로 발동하는 게 아니라 시전자가 직접 발동시키는 액티브 스킬이다.

따라서 뇌를 파괴당해 지각능력을 잃은 자는 스킬을 발동할 수 없다.


체력을 떨어뜨리는 건 너무 오래 걸려.

심장이든 뇌든 최대한 빨리 파괴한다.

난 목검을 인벤토리에 넣고 식칼을 역수로 쥐었다.


“네 단순한 공격패턴은 이미 다 파악했다. 두 번은 안 통해.”

“단순해서 미안하군.”


내 검술패턴이 단순하다는 건 나도 잘 알고 있다.

내 무기능력은 [검술 Lv.1].

기초적인 찌르기, 베기의 움직임은 가능하지만 변칙적인 전술은 사용할 수 없다.

그러나 상대방은 단검의 스페셜리스트.

기술로는 상대가 안 되는 게 당연하다.


“그럼 이렇게 하면 되지.”


기술이 떨어지면 피지컬로 찍어 누르면 그만이다.

난 무릎을 약간 구부리고 자세를 낮췄다.


[ 스킬 ‘준족’을 발동합니다. ]


[준족]은 순발력을 크게 증가시켜주는 스킬.

녀석이 기술로 압박하려 한다면, 복잡한 검술 초식을 펼치기 전에 베어버리면 그만이다.


탓!


강력한 각력으로 땅을 박차고 돌진했다.

폭발적인 스피드에 놀란 반디트는 반격하려는 듯 단검을 내리쳤다.

그러나 내 식칼이 훨씬 빠르게 녀석의 손목을 잘랐다.


슬로우모션처럼 반디트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어갔다.

단검을 쥐고 있던 녀석의 오른손이 바닥에 떨어지기 직전, 난 이어서 식칼을 녀석의 흉부에 찔러 넣었다.

한순간에 승부가 났다.


“커헑!”


반디트가 피를 토하며 뒤로 쓰러졌다.

난 녀석에게 다가가 가슴에 박힌 식칼을 쥐고 돌렸다.


카가각!


갈비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터진 심장에서 피가 튀었다.

심장이 찔려도 곧바로 죽는 건 아니다.

방심했다간 [재생]한 상대에게 뒤를 찔릴 수도 있다.


반디트의 확인사살까지 마친 뒤 라케르토 쪽으로 달려갔다.

리자드맨의 몸을 감싸고 있던 투명갑옷이 거의 사라져가고 있었다.


“너 재밌었어! 이제 끝내줄게!”


앳된 얼굴의 여자도적이 마무리를 지으려는 듯 단검을 내리쳤다.

뒤에서 그녀의 등을 노리려 할 때, 그녀 곁에 있던 그림자가 내 앞을 가로막았다.


“비켜!”


묵묵하게 보조하고 있던 녀석이 앳된 얼굴의 여자도적을 밀쳤다.

그는 자신의 가슴에 박힌 식칼을 보며 내 팔을 잡았다.


“너 대체 누구······.”


카각!


도적놈들이 하는 말을 길게 들어줄 이유는 없다.

녀석의 가슴에서 식칼을 뽑은 뒤 이어서 여자도적을 향해 휘둘렀다.


“우악, 위험해!”


그러나 상황을 파악한 녀석은 내 뒤로 빠져나가 다른 도적들 안으로 숨어들었다.

그녀는 장난을 치듯 호들갑을 떨었다.


“진 거냐, 크로트?”


한쪽 눈에 안대를 한 녀석이 여자도적과 나를 번갈아보았다.


“산즈가 당했어, 두목! 저 녀석들 엄청나, 히히!”


크로트란 이름의 여자도적이 나를 가리키며 외쳤다.

동료가 자기 대신 죽었는데도 그녀는 눈 하나 깜빡하니 않았다.

한쪽 눈에 안대를 한 두목은 동굴 구석에 쓰러져 있는 시체를 보며 한숨을 푹 쉬었다.


“반디트까지 당했다고······? 저 녀석 뭐 하는 놈이지?”


두목이 내 쪽에 시선을 두고 있을 때 유재하가 녀석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광폭화 50%]를 사용하고 있는 나보다도 날렵한 움직임이었다.


“한눈 팔 여유가 없을 텐데.”


유재하가 긴 다리를 뻗으며 연속으로 킥을 날렸다.

도적들 다섯 명이 뒤로 나가떨어졌다.


“있다고 하면?”


그러나 두목은 유재하의 공격을 맞고도 버텨냈다.


“탐색전은 끝이다. 지금까지와는 많이 다를 거야.”


두목의 몸이 붉게 물들며 증기가 피어올랐다.

이어서 나머지 도적들의 몸도 빨갛게 변해갔다.


[ 소메트 도적단 두목 ‘피칸’이 스킬 ‘폭주’를 발동합니다. ]

[ 소메트 도적단 ‘제스커’가 스킬 ‘폭주를 발동합니다.’ ]

[ 소메트 도적단 ‘호리’가······. ]


열한 명의 도적단이 모두 [폭주]상태가 되었다.


“호오, 내 머리보다 더 빨간 것 같네? 근데 뭐가 달라졌다는 거지?”


유재하가 도적들을 보며 비웃었다.

녀석도 도적들이 이전보다 강해졌다는 건 알고 있을 것이다.

냄새를 통해 상대방의 마력수치를 파악했을 테니까.


“내가 보기엔 똑같은데.”


유재하에겐 별 차이가 없어보이는 것 같았다.

그때 두목 옆에 서 있던 도적 한 명이 앞으로 나섰다.

다른 녀석들보다 골격이 크고 덩치가 좋은 놈이었다.

그는 턱을 들고 거드름을 피우며 유재하를 내려다보았다.


“크큭큭, 여유부리는 척 해도 소용없다. 지금까진 놀아줬지만 이젠 진짜로······.”

“놀아준 게 과연 너희들 쪽일까?”


콰앙!


[육체능력 Lv.70]의 주먹이 도적의 몸에 꽂혔다.

커다란 체구의 도적은 동굴 반대편까지 날아가 머리가 박혀버렸다.


유재하가 끄히힉거리며 기괴한 웃음소리를 냈다.

난 녀석이 왜 웃는지 알고 있다.

강한 상대와의 접전은 녀석에겐 최고의 오락.

도적들이 더 강해졌다는 건, 녀석에게 더 즐거운 경험이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다.


난 유재하 쪽을 보며 라케르토에게 손짓했다.


“고생했다 라케르토. 넌 잠깐 쉬고 있어.”

“나도 싸울 수 있다!”


라케르토는 창을 세워들고 외쳤다.

기세와 달리 녀석의 무릎이 불안하게 떨리고 있었다.


“무턱대고 달려드는 건 개죽음밖에 안돼.”

“남아있는 동족들이 내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도적들을 소탕하기 전까진······!”

“죽으면 복수고 뭐고 아무것도 못한다니까.”


난 동굴 뒤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라케르토가 내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돌렸다.


“레갈리스 상태가 안 좋아. 뒤에서 녀석이랑 다른 토벌대원을 지켜줘.”

“큭, 하지만······.”


라케르토는 끝까지 고집을 피웠다.

난 녀석의 어깨를 잡고 말했다.


“돌아가서 동족들에게 알리려면 살아남아야지. 난 너 어디 사는지 몰라.”


동족이란 단어에 리자드맨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녀석은 입을 꾹 다물더니 쓰러져 있는 레갈리스와 토벌대원들 앞으로 다가가 섰다.

아무도 그들을 건드릴 수 없게 한다는 듯.


“윽.”


온몸에 전기가 흐르듯 약한 통증이 퍼졌다.

[광폭화]의 부작용이 시작되고 있었다.


50%밖에 안 되는데 벌써 이 모양이라니······.

유재하 녀석 혼자서 다 처리해주면 좋겠는데.


콰앙!


그러나 내 바람과 달리, 상황은 좋게 흘러가지 않았다.

내가 서 있던 곳 뒤쪽에 유재하가 날아와 있었다.

녀석의 왼쪽 무릎이 잘려나가 있었다.

예리한 날붙이로 베어낸 것 같았다.


유재하가 날아온 쪽에 두목 피칸이 있었다.

녀석은 입에 물고 있던 유재하의 다리를 퇴 뱉으며 흘러내린 한쪽 안대를 고쳐 썼다.


“나도 궁금하군. 놀아준 게 과연 어느 쪽일까?”


피칸의 몸이 맹렬한 기세로 증기를 뿜어내며 붉어졌다.

녀석을 중심으로 도적들이 한걸음씩 가까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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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1부] EP.18 트롤 동굴( 4 ) +1 21.11.30 550 11 14쪽
60 [1부] EP.18 트롤 동굴( 3 ) +2 21.11.26 574 11 13쪽
59 [1부] EP.18 트롤 동굴( 2 ) 21.11.25 585 13 13쪽
58 [1부] EP.18 트롤 동굴( 1 ) +2 21.11.24 635 13 13쪽
57 [1부] EP.17 또 한 명의 포식자 21.11.23 658 14 13쪽
56 [1부] EP.16 리제넨 제국( 6 ) 21.11.23 660 18 14쪽
55 [1부] EP.16 리제넨 제국( 5 ) 21.11.20 714 17 15쪽
54 [1부] EP.16 리제넨 제국( 4 ) +1 21.11.19 751 20 13쪽
53 [1부] EP.16 리제넨 제국( 3 ) 21.11.18 816 19 14쪽
52 [1부] EP.16 리제넨 제국( 2 ) 21.11.17 859 18 14쪽
51 [1부] EP.16 리제넨 제국( 1 ) 21.11.15 909 25 12쪽
50 [1부] EP.15 생존자의 자격( 5 ) +3 21.11.13 978 26 14쪽
49 [1부] EP.15 생존자의 자격( 4 ) 21.11.11 942 25 14쪽
48 [1부] EP.15 생존자의 자격( 3 ) +1 21.11.10 978 25 14쪽
47 [1부] EP.15 생존자의 자격( 2 ) +6 21.11.09 1,025 28 14쪽
46 [1부] EP.15 생존자의 자격( 1 ) +1 21.11.08 1,075 26 14쪽
45 [1부] EP.14 첫 번째 시나리오가 끝나고 21.11.05 1,215 34 17쪽
44 [1부] EP.13 데스티( 2 ) 21.11.05 1,185 30 15쪽
43 [1부] EP.13 데스티( 1 ) 21.11.03 1,198 30 13쪽
42 [1부] EP.12 보스전( 3 ) 21.11.02 1,190 33 12쪽
41 [1부] EP.12 보스전( 2 ) +2 21.11.01 1,205 32 12쪽
40 [1부] EP.12 보스전( 1 ) +2 21.10.29 1,235 34 14쪽
39 [1부] EP.11 이계의 왕( 10 ) +4 21.10.28 1,233 34 12쪽
38 [1부] EP.11 이계의 왕( 9 ) +2 21.10.27 1,209 34 12쪽
37 [1부] EP.11 이계의 왕( 8 ) +2 21.10.26 1,221 35 12쪽
36 [1부] EP.11 이계의 왕( 7 ) 21.10.25 1,255 33 13쪽
35 [1부] EP.11 이계의 왕( 6 ) 21.10.22 1,306 37 15쪽
34 [1부] EP.11 이계의 왕( 5 ) 21.10.21 1,341 35 13쪽
33 [1부] EP.11 이계의 왕( 4 ) 21.10.20 1,353 3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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