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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이야기

아포칼립스의 마물 포식자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뭉작가
작품등록일 :
2021.09.05 21:10
최근연재일 :
2022.01.15 01:48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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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2,071

작성
21.10.28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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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부] EP.11 이계의 왕( 10 )

DUMMY

[1부] EP.11 이계의 왕( 10 )


[ 이계 침식율 : 80% ]


난 알림창의 마지막 문장을 노려보았다.

마침내 시나리오의 최후 퀘스트까지 다다랐다.


시나리오는 이미 [절정] 파트까지 다다랐고, 이 퀘스트가 끝나면 즉시 [결말]로 이어질 것이다.

승리하면 생존과 함께 큰 보상이 주어지겠지만, 패배하는 순간, 이 이야기는 몰살로 종결될 것이다.


난 인벤토리를 회복약으로 가득 채우고 장비를 다시 한 번 점검했다.

화식조의 뼈로 만든 뼈검, 웬만한 강철검보다 내구도가 높고 높은 경도를 자랑한다.

던전에 숨겨져있던 비밀의 방에도 많은 무기가 있었지만, 뼈검보다는 질이 떨어지는 것들이었다.


그리고 가슴과 어깨 한쪽을 덮어주는 플레이트 흉갑.

스킬 [철괘]가 있으니 갑옷은 없어서 무방했지만, 만일을 대비해 가벼운 걸로 골랐다.


“계획대로만 하자, 계획대로만······.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하면 돼.”


난 가슴에 손을 얹고 호흡을 정돈했다.

우습게 보이지 않기 위해 케리크로우 앞에서 거드름을 피웠었지만, 사실 그레고리가 없었다면 난 벌써 죽었을 것이다.


보스전에 들어가면 어느 누구에게도 손을 빌릴 수 없다.

혼자 힘으로 살아남아야 한다.


난 눈을 감고 < 대아시 >에서의 케리크로우 전투 장면을 떠올렸다.

녀석이 가진 스킬, 성격, 약점.

그리고 이 세계관 속에 숨겨져 있는 규칙들.

숨을 크게 들이쉬고 천천히 내쉬던 그때, 최후의 퀘스트가 도착했다.


띠링!


[ 시나리오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 ]


* Qst


< 1부. 시나리오 #1 : 새 >


분류 : 시나리오 퀘스트, 보스전.

난이도 : A급

승리 조건 : 이계의 왕을 토벌하라.

제한시간 : 없음.

보상 : ???

생존 힌트 : ???


* Qst


이계의 왕을 토벌하라.

제한시간도 없고, 지금껏 보아왔던 어떤 퀘스트보다도 단순한 승리조건.

그러나 그 짧은 문구는 여느 때보다 짙은 죽음의 냄새를 풍겼다.


[생존 힌트]란의 물음표 세 개.

보스와 직접 싸워보며 공략법을 알아내라는 말이다.

이 거지 같은 세계관은 워커나 오크좀비 같은 잡스런 마물을 토벌할 땐 힌트를 줬지만, 정작 가장 위험한 보스를 잡을 땐 아무런 힌트도 주지 않았다.

그리고 그 거지 같은 설정은 내 머릿속에서 나온 결과였다······, 젠장.


보스전 장면을 집필하던 당시, 난 [생존 힌트]란을 일부러 비워두었다.

‘스테이지 보스는 쉽게 클리어 되면 안 된다.’는 내 철학 때문이었다.

생존자들이 죽을 위기를 겪으며 공략법을 찾아가는 것이 보스전의 의미라고 생각했다.

내가 그 엿 같은 철학 속에 빠지게 될 줄 알았다면, 케리크로우 같은 괴물은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계획대로만 하자. 그럼 괜찮을 거야······.”


난 남은 몇 분 동안 혼잣말을 하며 장비들을 점검했다.


“경호씨, 정말 혼자서 나갈 거예요?”


서예진이 걱정스런 얼굴로 물었다.

그녀는 하고 싶은 말이 더 있지만 쉬이 입을 열지 못하는 것 같았다.


“마침 잘 오셨어요. 보스룸에 동행했던 사람들을 불러주세요.”


서예진, 박영주, 연수희, 마현웅이 내 앞에 섰다.

진주는 2층 카페 가운데에 깔아둔 매트리스에서 잠들어있었다.


“여러분 모두 보스룸에 다녀온 이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어요. 이제 좀비쯤은 쉽게 상대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상대할 수 없는 마물도 있어요.”


네 명의 생존자들은 마치 작전지시를 받는 병사들처럼 긴장된 얼굴로 서 있었다.

그들 모두 내가 할 말을 대충 눈치챈 것 같았다.


“케리크로우를 직접 보았으니 다들 알 겁니다. 이번에는 상대가 너무 나빠요. 날 걱정하는 것도 이해되지만, 이번엔 내 고집을 따라주세요.”


생존자들의 얼굴에서 걱정, 안도감, 미안함이 복잡하게 교차했다.

제일 먼저 말을 꺼낸 건 연수희였다.


“아저씨, 정말로 이길 자신 있어? 나 그렇게 큰 마력덩어리는 처음 봤어.”


[왕의 흔적 쫓기]로 마력을 볼 수 있던 연수희는 녀석의 공포를 더 구체적으로 체감했을 것이다.


“계획대로만 되면 이길 순 있을 것 같아.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내가 죽으면······.”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마. 무조건 살아서 돌아와야 돼. 나 더 강하게 만들어 준다고 했잖아.”

“그러네. 반드시 돌아올게.”


연수희 나름대로 응원해주는 것 같았다.


“믿습니다, 형! 열심히 응원할게요!”

“난 절대 의심 안 해. 이따 봐 대장.”

“경호씨, 혹시 죽으면······, 나한테 죽을 줄 알아요.”


각자의 응원을 받으며 난 C마트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갔다.

보스전을 앞둔 심장이 미친 듯이 박동하며 전신으로 피를 보냈다.

찬바람이 외투 속으로 스며들었지만, 체내의 열 덕분에 춥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주차장으로 나가 C마트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상가단지와 찻길 옆에 적당한 크기의 공터가 있었다.


보스전 퀘스트까지 남은 시간은 2분.

자정이 가까운 시각이라 세상은 어둠으로 가득했다.

다행히 마트 근처의 가로등 몇 개가 공터를 밝혀주었다.


난 머릿속으로 전투 시뮬레이션을 다시 돌리고 있었다.

그때 건물 난간, 전깃줄 등에 앉아 있던 새들이 푸드득거리며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위를 올려다보자 하늘에서 검은 까마귀 한 마리가 날개를 퍼덕였다.


[ “드디어 이 순간이 왔군.” ]


케리크로우가 천천히 공터에 착지했다.

이마 한가운데에 박힌 마안(魔眼)이 날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저번엔 인간형이더니 이번엔 까마귀 모습으로 나타났네? 그 조그만 몸뚱어리로 싸울 수 있겠어?”


[ “건방진 소리 집어치워라, 하등한 인간. 손톱부터 시작해서 살점을 한 덩어리씩 뜯어먹어주지. 너 따윈 그저 내 먹이에 지나지 않아. 이건 보스전이 아니라 내 식사다.” ]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는군.

하긴 육체능력 레벨 100짜리이겐 내가 길바닥의 개미처럼 보이겠지.


[ “이 시간을 위해 아무것도 입에 대지 않았다. 널 반쯤 먹어치우고 그 앞에서 네 동료들을 하나씩 삼켜주지.” ]


케리크로우는 켈켈거리며 웃었다.

그러나 난 녀석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진정해. 퀘스트 시작하려면 10초 남았어. 나한테도 시간을 줘야지.”


[ “고작 10초 가지고 뭘 하겠다는 거냐.” ]


“음······, 마음의 준비? 너도 조금은 여유를 가져봐.”


[ “끝까지 날 모욕하려고······!” ]


“삼, 이, 일······.”


[ “그 경솔한 혓바닥부터 뜯어먹어주마!” ]


케리크로우가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오르더니, 곧바로 내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녀석은 내게 가까이 오기도 전에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케리크로우, 이계의 왕인 너도 시나리오 속에서 활약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겠지. 그러니 이런 규칙은 몰랐을 거야.”


[ “크윽, 이게 대체······.” ]


띠링!


[ 시나리오 퀘스트, 보스전을 시작합니다. ]

[ 퀘스트 시작에 앞서 오류점검에 들어갑니다. ]


“시나리오 규칙 하나, 퀘스트 하에 벌어지는 모든 전투는 시나리오의 영향 아래에 있다.이야기 속의 모든 생명체는 시나리오의 한계 레벨을 초과할 수 없다.”


[ “뭐? 그게 무슨 소리냐!” ]


“바로 이런 소리지.”


띠링!


[ 시나리오 한계 능력치를 초과한 마물이 발견되었습니다. ]

[ 최대한계 레벨로 해당 마물의 능력치를 재조정합니다. ]


파치칙!


케리크로우의 몸에서 스파크가 터지며 강한 전류가 흘렀다.

녀석은 부리를 벌리고 끔직한 괴음을 내질렀다.


[ “까하아아악!” ]


치지직······.


잠시 후, 스파크가 잦아들면서 고기 타는 냄새가 올라왔다.


[ “무슨 짓을 한 거냐!” ]


케리크로우가 마안을 번뜩이며 다시 내게 돌진했다.

그러나 녀석의 공격은 내 손바닥에 막히고 말았다.


[ “한 손······?” ]


“아까 못 들었어? 능력치가 재조정 됐대잖아.”


난 한 손으로 녀석의 부리를 잡고 주먹을 휘둘렀다.


빠악!


마안(魔眼)의 까마귀가 비명을 지르며 나가떨어졌다.


“첫 번째 시나리오의 한계 레벨은 [육체능력 Lv.30]. 생존자든 마물이든 그 한계는 넘지 못해. 보스전이란 퀘스트 안에 들어온 순간, 네 본래의 힘은 무용지물이란 뜻이지.”


현재 내 육체능력은 29레벨.

시나리오의 규칙 덕분에 난 이계의 왕과 호각을 다툴 수 있었다.


< 대아시 >에서 첫 번째 시나리오에는 보스전이 없었다.

이계의 왕은 NPC가 되어 스토리만 진행하면 되는 역할이었다.

케리크로우도 이런 퀘스트를 하게 될 거란 얘기는 못 들었을 것이다.


그레고리 그 놈이 벌인 짓이겠지.

놈은 인간이든 마물이든 상관없이 혼돈에 빠져 허우적대게 하는 걸 좋아하니까.


[ “까아악! 이런 건 못 들었어! 주, 죽, 죽여버릴 테다······!” ]


이계의 왕은 [근육 증감]을 사용해 몸을 부풀려 인간 형태로 변신했다.

100레벨 때에 비하면 형편없지만, 평범한 생존자들에겐 지금도 충분히 위협적인 모습이었다.


말까지 더듬는 걸 보니 완전히 꼭지가 돌았군.

녀석이 흥분하면 할수록 내겐 유리하지.


[ “까악! 까학!” ]


케리크로우는 양 주먹을 거대화하여 휘둘렀다.


[스킬 ‘원작 출력’을 발동합니다.]


놈의 다음 공격궤도가 잔상처럼 나타났다.

농구공만한 주먹이 휙휙 소리를 내며 귀 옆을 스쳤다.

한 방만 맞아도 치명상이 될 수 있는 위력이었다.


헤비급 복서가 된다고 해서 인간의 주먹이 아프지 않은 게 아니다.

오히려 같은 조건의 헤비급끼리 부딪치면 한 방만 맞아도 K.O가 될 수 있다.

신체능력이 비슷하면, 승리를 부르는 요인은 선빵이다.


퍽! 퍽! 퍼퍽!


난 주먹을 가볍게 쥐고 복싱의 잽처럼 짧게 치고 빠졌다.

어설펐지만 녀석의 화를 돋우는 데에는 효과적이었다.


[ “끄으으으······!” ]


이계의 왕은 자세가 무너져도 신경 쓰지 않고 주먹을 휘둘렀다.

난 일부러 뼈검을 사용하지 않고 주먹으로 턱을 날렸다.

그럴수록 케리크로우는 더욱 화를 내며 달려들었다.


“열 받아 미치겠지? 나 같은 인간 따위에게 사용하긴 자존심 상하겠지만, 이건 시간 낭비야. 빨리 그 스킬을 사용해.”


[ “너······, 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지?” ]


“말했잖아. 난 너보다 아는 게 좀 많다고.”


그 순간 케리크로우의 공격이 멈췄다.

녀석은 큭큭 웃으며 고개륻 들었다.


[ “시나리오의 규칙이라······. 정말이지 귀찮게 하는군.” ]


케리크로우가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몸을 움츠렸다.

이마 정중앙의 마안(魔眼)이 흉흉한 마력을 발산했다.


여기까지는 내 계획대로 흘러갔다.

난 다음에 이어질 상황을 이미지하며 긴장했다.

그런데, 그때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야, 내가 뭐랬어. 별 거 아니랬잖아.”


상가단지 건물 뒤편에서 다섯 명의 남자들이 걸어 나왔다.

내가 전혀 모르는 얼굴들이었다.

< 대아시 >의 문장들을 떠올려보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저 생존자들이 누군지 알 수 없었다.


이 지역의 첫 번째 시나리오엔 C마트 생존자들, 송종중학교의 주병건 일당 밖에 없어.

나머지는 모두 죽거나 좀비가 되었을 텐데?

어떻게 아직까지 살아남은 거지?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때 다섯 명 중, 가장 덩치가 좋은 남자가 내게 걸어왔다.

분위기로 보아 그들을 이끄는 대장처럼 보였다.


“보스 상대로 혼자 제법이네. 혹시 그쪽도 그 쓰레기 소설 하차자야?”


덩치의 말을 듣자마자, 난 이들이 누구인지 알게 되었다.

대우주 플랫폼에서 꼴찌를 기록한 웹소설 < 대아시 >.

내가 쓴 그 쓰레기의 독자들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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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의 마물 포식자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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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1부] EP.18 트롤 동굴( 5 ) 21.12.01 518 11 14쪽
61 [1부] EP.18 트롤 동굴( 4 ) +1 21.11.30 548 11 14쪽
60 [1부] EP.18 트롤 동굴( 3 ) +2 21.11.26 573 11 13쪽
59 [1부] EP.18 트롤 동굴( 2 ) 21.11.25 584 13 13쪽
58 [1부] EP.18 트롤 동굴( 1 ) +2 21.11.24 634 13 13쪽
57 [1부] EP.17 또 한 명의 포식자 21.11.23 656 14 13쪽
56 [1부] EP.16 리제넨 제국( 6 ) 21.11.23 659 18 14쪽
55 [1부] EP.16 리제넨 제국( 5 ) 21.11.20 714 17 15쪽
54 [1부] EP.16 리제넨 제국( 4 ) +1 21.11.19 750 20 13쪽
53 [1부] EP.16 리제넨 제국( 3 ) 21.11.18 815 19 14쪽
52 [1부] EP.16 리제넨 제국( 2 ) 21.11.17 858 18 14쪽
51 [1부] EP.16 리제넨 제국( 1 ) 21.11.15 908 25 12쪽
50 [1부] EP.15 생존자의 자격( 5 ) +3 21.11.13 977 26 14쪽
49 [1부] EP.15 생존자의 자격( 4 ) 21.11.11 941 25 14쪽
48 [1부] EP.15 생존자의 자격( 3 ) +1 21.11.10 977 25 14쪽
47 [1부] EP.15 생존자의 자격( 2 ) +6 21.11.09 1,024 28 14쪽
46 [1부] EP.15 생존자의 자격( 1 ) +1 21.11.08 1,074 26 14쪽
45 [1부] EP.14 첫 번째 시나리오가 끝나고 21.11.05 1,213 34 17쪽
44 [1부] EP.13 데스티( 2 ) 21.11.05 1,184 30 15쪽
43 [1부] EP.13 데스티( 1 ) 21.11.03 1,197 30 13쪽
42 [1부] EP.12 보스전( 3 ) 21.11.02 1,189 33 12쪽
41 [1부] EP.12 보스전( 2 ) +2 21.11.01 1,204 32 12쪽
40 [1부] EP.12 보스전( 1 ) +2 21.10.29 1,234 34 14쪽
» [1부] EP.11 이계의 왕( 10 ) +4 21.10.28 1,232 34 12쪽
38 [1부] EP.11 이계의 왕( 9 ) +2 21.10.27 1,208 34 12쪽
37 [1부] EP.11 이계의 왕( 8 ) +2 21.10.26 1,220 35 12쪽
36 [1부] EP.11 이계의 왕( 7 ) 21.10.25 1,254 33 13쪽
35 [1부] EP.11 이계의 왕( 6 ) 21.10.22 1,304 37 15쪽
34 [1부] EP.11 이계의 왕( 5 ) 21.10.21 1,340 35 13쪽
33 [1부] EP.11 이계의 왕( 4 ) 21.10.20 1,352 3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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