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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양

[Ego] 마지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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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2.19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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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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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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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go] 3장 94화

DUMMY

“생각보다 재미난 사람이었네. 역시, 잡종 씨랑 같이 다닐 정도의 실력인가?”


레나드가 상당한 마력을 모으기 시작한 것으로 도주를 선택한 아인은 레나드의 예상대로 브리드의 성벽 너머에 있었다. 아인의 속도는 마법을 이용한 속도로, 평범히 달리는 말 보다 빠른 속도였다.

아인이 레나드에게서 도주를 선택한 이유는 둘.


“뭐, 그래도. 자료 대부분은 불태웠으니까. 이걸로 이쪽이 들키는 일은 늦어지겠지? 아니, 그것보다 그 쓰레기들은 처음부터 폐기했으면 되는 일이었는데. 형은 대체 무슨 생각인 거지?”


하나는 자료의 파기에 대부분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번 브리드의 사건에서 거점을 무너뜨리며 얻은 자료. 그중에는 아인과 관련 있는 조직에 근접한 자료도 있었다. 아인은 자신이 형이라 부르는 이에게 자료의 파기를 명령받았다.

그 명령대로, 세븐즈 저택에 있던 자료 대부분을 파기한 것으로 아인의 임무는 완수한 것이다.


“그 덕분에 재미난 녀석들이랑 만나긴 했네. 아, 형은 그것 때문에 나를 보낸 거려나?”


아인은 추격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로, 브리드 너머에 있는 숲을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자신의 형태는 안개와도 같은 상태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주변보다 조금 공기가 짙은 정도로만 보인다.

천천히 걸으며 브리드에서 만난 이들을 떠올리던 아인은 두 사람. 아니, 세 사람을 떠올렸다.


“잡종 씨. 그 옆에 있던 구식 무기 씨. 그리고, 재밌게 놀아줬던 누나. 다들 재밌는 사람이었네.”


잡종이라 부른 것은 리온. 구식 무기라 부른 것은 레나드. 마지막의 누나는 아인이 마법으로 무참히 공격한 프레이야를 지칭한 것이었다.

아인은 세 사람을 떠올리며 자신의 상대를 할 수 있는 재미난 사람이라는 말을 했지만, 그 말 속에 담긴 감정은 장난감을 발견한 아이의 것이었다. 그것도, 장난감을 무참히 부술 수 있는 정도의 것.

즐겁게 이야기하던 아인은 갑작스럽게 얼굴을 찌푸렸다.


“아아, 그래도. 누나는 다음번에는 못 만나겠네.”


아인이 찌푸린 이유. 그것은 자신의 장난감이 부서졌을 때. 아니, 그것보다는 단순히 흥미를 잃었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아인이 마지막으로 프레이야를 본 상황은 끊어지기 직전의 사지. 온몸에서 흘러넘치는 출혈. 이미 상당히 무너지고 넘친 내장 등. 리온이 제아무리 치유 마법을 사용한다고 한들, 자신이 브리드를 넘은 시점에는 죽었을 것이라 예상한 것이다.

실제로 프레이야의 상태는 그것보다 심한 상황이었으니, 아인의 예상은 틀린 것이 아니었다.


“갑작스럽게 형이 부르지만 않았어도, 조금 더 놀 수 있었는데. 아쉬워.”


아인이 레나드에게서 도주를 선택한 두 번째 이유. 그것은, 자신이 따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형이라는 존재가 자신을 불렀기 때문이다.

임무를 끝낸 상태에서의 호출이었기에, 아인은 자신의 즐거움보다 형의 부름을 우선하기 위해 다소의 장난을 제외하고서 돌아가기 위한 장소로 곧장 향한 것이다.

그 장소는 브리드의 앞 부근에 있는 작은 숲. 그곳에는 아인이 브리드에 침입하기 전에 설치해두었던 마법 도구가 있었다.


“어쩔 수 없지. 다음에, 형에게 놀아 달라고 하는 수밖에.”


정말 아쉽다는 모습으로, 마법 도구의 위로 올라선 아인은 마법 도구를 작동시키기 시작했다.

아인이 올라선 마법 도구는 전이 마법의 마법 도구로, 일반적으로는 전혀 구할 수 없는 물건이었다.

그런 물건에 올라선 아인은 마법 도구를 작동시키고.


- 탕.

- 철퍽.


“어···?”


갑작스럽게 날아 가버린 자신의 왼팔을 바라보며, 아인의 몸은 작동된 마법 도구로 인해 어딘가로 전이 되었다.


- “쯧, 놓쳤군.”


-+-


- “멍청한 녀석. 저것도 찾지 못하는 건가.”


레나드가 아인을 놓치고, 자신의 총에 담긴 마력을 어떻게 처리 해야 하는지 몰라 당황하고 있을 때.

갑작스럽게 레나드의 머릿속으로 처음 듣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레나드는 그 목소리를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기시감이 들었지만, 곧바로 이어진 목소리에 레나드의 기시감은 사라졌다.


- “녀석을 쫓는 게 아니었나? 저쪽 방향에 있다.”


처음 듣는 목소리. 하지만, 묘한 신뢰감이 드는 목소리에 레나드가 의문과 당황에 빠지고 있을 때.

이어진 목소리는 마치 아인의 위치를 알고 있다는 듯이 말했다. 동시에, 레나드의 손에 들려있던 총이 어느 한 방향으로 이끌리는 느낌을 받았다.

레나드는 목소리의 정체를 떠올리기 이전에, 막연한 감각에 떠오르는 듯이 중얼거렸다.


“···총, 인가?”


레나드가 중얼거린 말. 그 말은 자신의 총을 향한 말이었다.

이유나 근거가 있던 말은 아니었다. 단순히, 레나드 자신이 느낀 감이 지금의 목소리는 총이 말한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전한 것이다.

말을 꺼낸 레나드 자신조차 믿지 못할 정도의 연약한 목소리. 그러나, 그 목소리를 긍정하듯 레나드의 머릿속에 목소리가 울렸다.


- “이 몸체를 말하는 거라면, 그렇겠군. 하지만, 설명은 나중이다. 녀석을 바라보고 있을 테니. 네 녀석이 쏴라.”

“···! 알았어.”


명확하게 설명된 것은 무엇 하나 없었으나, 레나드에게는 목소리의 주인이 총이라는 것만 알면 충분했다.

이미 리온에게서 총이 영혼 마법을 사용한 물건이며, 무언가의 영혼이 있다는 사실도 전해 들었다. 또한, 총에 담긴 영혼이 어린 것이 아니라는 것과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

이 두 가지로 인해 레나드는 당장의 상황을 납득하기로 했다.


- “적응력은 좋군.”

“칭찬이야?”

- “흥. 쏘기나 해라. 녀석에게 맞추고 있으니. 다만, 네 녀석과의 동조는 아직 미숙하다. 정확도가 낮은 것은 어쩔 수 없군.”


여전히 총이 하는 말의 대부분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레나드는 대략 이해한 것을 정리했다.

자신과 총은 영혼 마법으로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연결이 느슨하기에 총의 제 실력을 낼 수 없다. 그렇기에, 지금은 정확성이 낮다.

정리한 내용을 바탕으로 레나드는 숨을 고르며, 정확도를 올리기 위해 집중하기 시작했다. 레나드가 정신을 가다듬는 모습에 총은 무엇인가 생각한 것인지, 조금 전과는 미묘하게 다른 방향을 가리켰다.

아주 세밀한 움직임이었지만, 정신을 가다듬은 레나드는 총이 가리키려는 방향을 막연하게 이해했다.

그렇게 잠시, 레나드는 총이 가리키는 방향을 조정하며 겨냥했다.


- “생각보다 소질이 있군. 준비는 끝났다. 쏴라.”

“···후.”


총의 목소리에 레나드는 마지막 숨을 내쉬고, 들이마셨다.

그리고, 멈춘 숨을 내뱉기 직전.


- 탕.


경쾌한 발포음.

지금까지 듣던 발포음과는 무언가 달랐다. 결국, 레나드는 막연한 감각으로밖에 알 수 없었다.

총을 발포한 직후, 레나드는 총의 이야기를 기다렸다. 자신은 아인을 놓쳤고,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

그러나 총은 아인의 위치는 물론, 먼 거리에 있는 아인을 볼 수 있는 듯했다. 그렇기에, 레나드는 총을 발포한 이후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기다리기를 잠시.


- “쯧, 놓쳤군.”


상당히 불쾌한 듯한 목소리가 레나드의 머릿속으로 울렸다.

그 목소리에 레나드 또한 아인을 놓쳤다는 사실을 이해했다. 다만, 아인이 어느 방향으로 도망간 것인지 정보를 얻기 위해 레나드는 총에게 물었다.


“어느 방향으로 갔어?”

- “방향이 아니다. 마법 도구로 전이했다.”

“마법 도구?”


아인의 도망 경로를 알기 위해 물었던 레나드의 질문에, 도망간 방식을 알린 총은 레나드의 다음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마치, 그 이상은 말할 필요가 없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레나드는 갑작스럽게 말을 한 총에 대해서 의문만이 늘어났다.


“언제부터 말을 할 수 있게 된 거야?”

- “네 녀석과의 연결이 확실해졌기 때문이다.”

“연결···. 영혼 마법으로 인한 연결?”


레나드는 총의 설명에 리온이 자신과 총을 연결했다는 영혼 마법을 떠올렸다. 레나드에게는 아직도 막연한 감각이지만, 의식하고자 한다면 총과 무언가 이어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 감각을 영혼 마법의 연결이라 생각한 레나드의 말에, 총은 그 말을 조금 긍정했다.


- “영혼의 연결이다. 네 녀석과의 연결이 늘어날수록, 내가 활동하기 편해지겠지.”

“그런가. 아, 리온이 말했던 건가?”


영혼 마법의 연결이 아닌, 영혼 자체의 연결. 영혼 마법은 총에게 영혼을 만든 마법이며, 레나드와 총은 영혼 자체가 일부의 끈과 같은 것으로 연결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총의 설명에 레나드가 리온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납득하고, 그 과정에서 리온의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그 말에 반응한 것은 총이었다.


- “나의 제작자를 함부로 말하지 마라.”

“···제작자?”


레나드가 리온을 이름으로 부른 것에 총이 반응한 것은, 자신의 영혼을 만들어낸 존재인 리온에게 경의를 표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경의를 표하는 것은 총. 레나드는 의뢰인이라는 감각과 친구라는 태도였다.

총의 말에 레나드가 의문을 떠올리며 물으려 했다.


“저기 총---”

- “---총은 이 몸체 뿐이다.”

“어?”


레나드가 총을 총이라 부르며 말을 하자, 총은 레나드의 말을 부정했다. 자신의 몸체가 총일 뿐. 자신은 총이 아니라는 것.

그 말에 레나드가 다시 한번 의문 부호를 떠올리고 있자. 총은 자신을 소개했다.


- “내 영혼의 이름은 체이스다. 몸체인 총으로 부르지 마라.”


다소 불쾌한 듯한 목소리에 레나드는 곧바로 사과하며 체이스가 알려준 이름으로 불렀다.


“미안, 체이스.”

- “쯧.”


레나드가 곧바로 사과하자, 체이스는 못마땅하다는 듯 혀를 차는 소리를 냈다. 그 소리를 들은 레나드는 작은 의문을 떠올랐다. 몸이 없는 체이스가 어떻게 혀 차는 소리를 냈을까.

레나드의 다소 쓸모없는 의문이 떠오르기를 잠시. 체이스에게서 목소리가 전해졌다.


- “저택으로 돌아가지. 제작자와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 그래.”


체이스의 말에 납득 한 레나드는 아직 체이스에 관한 의문이 멈추지 않았으나, 리온이 있는 장소에서 제대로 듣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에 체이스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레나드는 체이스를. 정확히는 총을 등 쪽에 수납하며, 저택에서 달려왔던 길을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했다.


“···동행인이 생긴 건가?”


문득 떠오른 생각에 레나드가 중얼거린 목소리는 극히 작은 목소리였다.


- “···그런 셈이다.”


레나드와 영혼 적인 연결이 된 체이스는 작은 소리 하나 놓치지 않고 대답했다. 체이스의 목소리는 레나드의 머리로 직접 울리는 목소리였기에, 레나드는 체이스의 목소리를 놓칠 수 없었다.


“···.”


체이스의 말을 들은 레나드는 다소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저택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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