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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양

[Ego] 마지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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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2.19 05:54
최근연재일 :
2021.12.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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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835,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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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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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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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Ego] 7장 8화

DUMMY

숙소의 정면에서 싸우는 레나드와 체이스는 각자 눈앞의 적을 따라, 전장을 옮겼다. 레나드는 미아를, 체이스는 디베르를 상대로 나뉘었다.

숙소의 뒤편에는 아리엘과 루미아가 암살자를 상대로 전투 중.


“으음, 남은 건 우리뿐인가?”

“그, 그런 것 같네요.”


칸은 주변을 둘러보며 태연히 중얼거렸다.

숙소에 남은 칸과 타란티노는 전투할 수 없는 일반인이다. 상인으로서 뛰어난 능력자라고 한들, 칸은 유령에 불과하다. 타란티노는 애초에 논외.

두 사람은 비전투원으로서 숙소의 한편에서 최대한 기척을 죽이고 있었다.


“음?”

“오, 왜요?”


그러던 중.

정면의 전투와 배후의 전투와는 다른 소리에 칸이 시선을 돌렸다.

지금 움직일 수 있는 일행 중에서 전투원은 전부 전장으로 나섰다. 레나드와 체이스. 루미아와 아리엘의 네 사람이 없는 지금.

움직일 수 없는 리온과 베르를 제외한다면 숙소는 지금, 빈집이나 다름없다.


“저자는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로구먼.”

“네?!”


숙소의 중앙.

묘한 기척에 시선을 돌린 칸은 숙소 중앙에 선 남자의 모습에 얼굴을 찌푸렸다.

분명 일행이 아닌 모습. 그렇다고 셀리나나 블론드도 아니다. 전혀 처음 보는 얼굴에 칸은 남자가 적임을 알았다.

남자는 칸의 목소리에 잠시 시선을 돌리더니, 칸과 타란티노를 무시하고 숙소의 건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런. ···으음, 그쪽은 곤란하다만.”


남자가 향하는 곳은 리온이 있는 숙소.

그 모습을 본 칸은 당황했다. 남자는 적이다. 그러나 칸과 타란티노.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로는 남자를 막을 수 없다.

그렇다고 리온에게 향하는 걸 지켜볼 수만도 없다.


“으음. 어찌할꼬···.”


칸은 남자의 발걸음을 지켜보며 고민했다.

비전투원인 자신과 타란티노가 움직이더라도, 남자에게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 되려 위험한 상황으로 끝날 수도 있다.

고민하던 칸은 타란티노에게도 묻기 위해 고개를 돌리고, 이미 자리를 박찬 타란티노의 뒷모습을 발견했다.


“이보게!”


칸 자신도 모르게 큰소리를 낸 순간. 칸의 시선 끝은 남자를 향해 달려가는 타란티노를 향했다.

타란티노는 자신 또한 이유도 모른 채, 그저 생각보다 몸이 먼저 움직인 듯. 뒤늦게 놀란 표정을 지었다.

달려간 타란티노는 남자의 앞길을 막아섰다. 그에 남자는 발걸음을 멈추고, 칸은 혀를 차면서도 재빨리 타란티노의 곁으로 향했다.


“네 녀석은 뭐지?”


남자는 차분히. 태연한 모습으로 물었다.

아무런 위압도, 적의도 없는 순수한 의문.

그러나 타란티노는 제대로 대답할 수 없었다. 적의를 품지 않은 남자의 앞에 선 것만으로, 남자의 분위기에 잡아먹혔기 때문이다.

타란티노가 대답조차 못 하고 당황하고 있을 무렵. 늦지 않게 도착한 칸이 타란티노를 대신해 대답했다.


“이 앞으로 가는 건 곤란하네. 다른 곳으로 가지 않겠나?”


적임을 알면서도 칸은 자연스레, 가벼운 태도로 말을 건넸다.

다만, 칸 자신도 알고 있다. 남자가 이 말로 떠나지 않는다는 것을. 그렇기에 칸은 각오를 끝마쳤다.

전투로 돌입하는 일이 있더라도, 칸 자신은 죽지 않는 몸이다.


‘광대 청년을 먼저 도망치게 해야겠어.’


굳어버린 타란티노와 각오를 다진 칸.

두 사람 앞에 선 남자는 조금의 표정 변화도 없이 중얼거렸다.


“그런가. 내 앞길을 막아서는가.”


조용한 남자의 태도에 불길함을 느낀 칸은 조금씩. 천천히 타란티노를 감쌀 수 있는 위치로 움직였다.

그와 동시에.


“죽여야겠어.”


남자에게서 압도적인 살기가 흘러나왔다.

물리적인 압박마저 동반한 살기는 순식간에 주변 일대를 들어차, 칸과 타란티노의 주변을 둘러쌌다.

수천 개의 칼날이 주변을 둘러싸듯 날카로운 공기. 칸과 타란티노가 압도적인 살기 앞에 움직이지 못한다. 반면, 남자는 천천히.

자연스럽게 한 손을 들어 보였다.


“흠.”


가벼운 한숨.

그와 동시에, 남자의 손에서 작은 바람이 불었다.

바람은 나긋나긋, 흔들리는 힘을 싣고 나아갔다. 칸과 타란티노를 향해.

칸과 타란티노는 그 모습을 보고도 움직이지 못했다. 그저, 날아오는 바람을 알아차렸을 뿐이다.

그리고 그 바람을 몸으로 맞이한 순간.


- 콰앙.


칸과 타란티노를 날려버렸다.

작은 바람이 한걸음 앞선 칸의 몸에 닿은 순간, 돌풍이 되어 그 몸을 날렸다.

이어진 바람은 이미 하나의 충격이 되어 공중에 뜬 칸을 더욱더 세차게 밀었고, 그 뒤에선 타란티노까지 함께 날렸다.

두 사람이 날아간 방향은 리온이 들어선 건물. 건물에 펼쳐진 결계에 부딪힌 두 사람은 그대로 무너져, 기절했다.


“결계인가.”


두 사람이 부딪힌 것으로 결계를 알아차린 남자는 들어 올린 손을 옆으로 휘둘렀다.

물을 털어내듯, 경쾌한 손짓으로 흔들린 것은 날카로운 바람.

날카로운 바람은 이전과 달리 세차게 나아갔다.

나아간 바람은 순식간에 결계와 맞부딪히고.


- 카가각.


그대로 결계를 베어내기 시작했다.

리온과 베르가 펼친 결계를 깎아내기 시작한 바람. 그 모습을 바라본 남자는 조금 감탄한 듯, 숨을 내쉬더니.

다시 한번 손을 휘둘렀다.


“강하구나. 신의 힘을 받을 만한 육체야.”


결계와 맞부딪힌 바람과 다른 또 하나의 바람.

두 개의 날카로운 바람은 서로 한데 얽혀, 더욱 거센 돌풍이 되었다.

그 돌풍은 결계를 세차게 깎아내기 시작했고, 이내.


- 콰앙.


결계는 그 모습을 유지하지 못하고 부서졌다.


“자. 내게 신의 힘을 다오.”


남자는 부서진 결계 너머로, 천천히.

유유히 발걸음을 옮겼다.


-+-


결계가 부서진 직후.

베르는 억지로 잡아놓은 시간이 본래 섭리를 따르는 걸 느꼈다. 그와 동시에.


“윽.”

“베르!”


제대로 된 순서를 지키지 않고, 강제적으로 시간이 돌아온 반동을 한 몸에 받았다.

세계의 섭리를 비트는 힘. 그 반동을 받은 베르는 충격을 회복하기 위해 강제적으로 『칼라드볼그』의 형태로 바뀌었다.

리온이 베르의 상태에 놀라는 것도 잠시.


“이곳이로구나.”


숙소의 문을 거침없이 열고 들어온 남자로 인해 얼굴을 찌푸렸다.

베르는 회복 중이지만, 『칼라드볼그』는 검으로서 언제나 최상이다. 『칼라드볼그』를 쥔 리온은 남자를 향해 검끝을 겨눴다.


“나가.”

“넌.”


리온의 목소리에 시선을 돌린 남자는 놀란 듯, 동시에 반가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에 리온이 더욱 얼굴을 찌푸리는 한편. 리온의 의식 한편에는 아직 깨어나지 않은 레네를 떠올렸다.

남자는 한참이나 리온을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게 네 힘이로구나. 아름다워. 아름다워···!!”


남자가 바라보는 것은 리온이 아닌, 리온이 지닌 힘.

리온의 너머를 바라본 남자는 몇 번이나 말을 되뇌더니, 문득.


“그래서 더욱 싫다. 어째서 네 녀석이 그 힘을 지닌 거지? 신의 힘을? 어째서 네놈이지?!”


광분.

미친 듯이 화를 내며 중얼거리는 남자의 모습은 아무리 봐도 미친 이다.

리온은 당장이라도 검을 휘두르고 싶었으나, 혹여나 레네에게 피해가 향할까 움직이지도 못했다.

지금 리온의 위치는 마침 남자에게서 레네를 가리는 장소다.


“허나.”


화내던 남자의 태도가 갑작스럽게 식었다.

리온은 얼굴을 찌푸리며, 남자의 행동을 경계했다.

조금이라도 움직이거나 나서면 당장이라도 벨 생각이다.


“지금은 껍데기밖에 남지 않았어. 슬프구나···.”

“쯧.”


한순간.

리온은 남자의 말에 놀랐다.

불과 조금 전, 리온은 영혼 마법을 사용했다. 그 탓에 리온은 지금 마법을 사용하지 못한다. 그 이전에, 검을 드는 것조차 버거운 상태다.

최악의 상황에 들어온 남자다.


“네 녀석은 더 이상 필요 없다.”


남자는 말 그대로 리온에게서 흥미를 잃은 듯, 주변을 둘러봤다.

찾는 것은 마왕의 심장. 남자가 굳이 발걸음을 향한 이유다.

리온은 일행의 상황을 확인하고, 내심 혀를 찼다.


‘전원 전투 중인가.’


어느새 루미아도 전투에 들어섰다.

리온은 눈앞에 선 남자에게 흘러나온 묘한 기척에 더욱 경계를 올렸다.

당장 베어버리고 싶어도, 리온은 만전의 상태가 아니다.

게다가.


“오오!”


리온이 레네를 떠올린 것과 동시에 목소리를 높인 남자의 태도에, 리온은 얼굴을 찌푸렸다.


“신의 육체!”


남자가 외친 순간.

리온은 반사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 카가각.


남자의 주변을 헛돌던 바람이 리온의 검을 막아냈다.


“네 녀석의 힘은 신의 육체를 만드는 데 쓰였나. 그렇군. 그런 거였어.”

“신의 육체가 아니다.”

“무슨! 저토록 신의 힘이 가득한 것을!”


남자가 바라보는 것은 레네의 육체. 새로이 만든 그릇을 바라보는 남자의 눈은 이미 광신도의 그것과 다름없다.

리온은 우려하던 상황에 더욱 얼굴을 찌푸리며, 흔들리는 검을 다잡았다.


“아, 아아. 신의 강림이 얼마 남지 않았다!”


손을 펼친 체, 하늘을 바라본 남자는 기도하듯 외쳤다.

그 모습을 본 리온은 몇 번이나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움직이는 것조차 버거운 리온은 남자의 바람을 베어내지 못했다.

몇 번이나 바람에 가로막히는 상황에 리온은 내심 혀를 차며, 더 강하게. 더욱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그런 리온의 공격에도 끄덕하지 않은 남자는 한 마디.


“『루시퍼』.”


외쳤다.


- 울컥.


남자의 말에 반응한 것은 남자의 무기도, 바람도, 그 무엇도 아니다.

리온이 지니고 있던 물건.


“뭐···!”


마왕의 심장이, 남자의 말 한마디에 반응하며 마력을 세차게 뿜어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주변 일대가 오염된 마력으로 들어찬 가운데. 남자는 유유히 걸어가며, 손을 휘둘렀다.

그 움직임에 맞춰 흔들리는 것은 오염된 마력. 주변 일대의 오염된 마력을 순수하게 다루는 남자는 리온을 쉽게 날려버렸다.


- 콰앙.


남은 것은 남자와 마왕의 심장.

그리고.


“오···. 나의 신이여.”


아직 깨어나지 않은 레네의 육체다.

남자가 자신의 주변으로 떠오른 마왕의 심장을 쥐고, 다른 한 손을 레네의 육체로 뻗으려던 순간.


- 카가각.


검을 들고 달려온 리온이 남자의 움직임을 멈췄다.

그러나 여전히 힘이 부족한 리온의 검으로는 바람을 베어내지 못한다.

그 모습에 내심 다양한 감정을 느낀 리온은 몸의 마력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쓸데없는 발악을. 껍데기에 불과한 네 녀석은 이 힘을 넘을 수 없다.”


남자는 리온의 상태를 이미 꿰뚫어 보고 있었다.

영혼 마법으로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진 리온의 영혼은 사실상 제구실을 못 하고 있다.

마력을 만들지도, 활력을 만들지도 못하는 영혼은 그저 존재할 뿐인 정보 덩어리. 리온의 자아를 제외하고는 그 무엇도 없는 영혼은 남자의 말대로 껍데기에 불과하다.

그러나 리온은 마지막까지 움직였다. 몸 한구석에 조금이라도 남은 마력을 끌어모아, 비명을 지르는 몸을 채찍질해, 마법을 구축했다.


“기어코 오는가.”


남자는 그런 리온의 발악을 일소하며, 그저 손을 휘둘렀다.

그리고 그것만으로.


- 후웅.


리온이 몸을 비틀며 만든 마법은 흔적도 없이 지워졌다.


“보아라. 이게 네 녀석의 한계다.”

“···! 쿨럭.”


몸의 한계를 넘어 움직인 리온은 자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쓰러졌다.

남자는 그런 리온에게 흥미를 잃은 체, 시선을 돌렸다.

한 손에 든 마왕의 심장. 다른 한 손은 레네의 육체에 뻗은 남자는 만족스러운 모습으로, 외쳤다.


“신이 부활할 시간이다.”


목적을 달성한 남자는 광소를 흘리며, 거센 바람과 함께 모습을 지웠다.

거센 바람이 사라진 장소에 남은 것은 부서진 가구들. 그리고, 쓰러진 리온 뿐이다.

일행이 빌린 방 그 어디에도 레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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