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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양

[Ego] 마지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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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2.19 05:54
최근연재일 :
2021.12.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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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5,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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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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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Ego] 7장 4화

DUMMY

마왕.

인류를 위협하고, 세계를 위협한 존재.

그 생존 목적은 오롯이 세계를 침범하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다.


“리온.”


방으로 들어선 순간 온전히 두 사람만 남은 상황이 되었다.

베르는 잠시 눈을 감고, 천천히. 리온의 말을 떠올렸다.


마왕의 심장을 사용한다.


그 의미는 단순하지 않다. 간단하지도 않다.

인류를 위협한 존재의 심장. 어째서 존재하는지조차 불확실한 심장은 우연과 기연으로 인해 리온의 손으로 들어왔다.

심장만 남은 상태에서도 마왕의 심장은 범상치 않은 생명력을 보인다. 넘치는 마력, 뛰어난 활력.

그 무엇보다 일반적인 생명에게서 보이지 않는 힘이다.


“진심이야?”


그러나.

마왕의 심장이다. 단순한 심장이 아닌, 마왕의 것이다.

인류를, 세계를, 무엇보다 용사이자 리온의 연인인 레네를 쓰러뜨린 존재다.

그 힘을 이용한다는 것은 여러 문제가 따른다.


“마왕의 심장이야, 리온. 자칫 마왕을 되살리게 될 수도 있어.”


마왕은 죽지 않는다. 어떤 상황에서도, 그 존재의 일부를 남긴다.

이번에 시대에 남은 일부는 심장. 그 끈질긴 생명력은 다른 존재의 생명력을 먹어 치우고서라도 부활하려 한다.

오히려 리온의 손에 들어온 게 더욱 안전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마왕의 심장은 쉽게 다룰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애초에 다룰 수 없는 것. 그게 마왕의 심장이다.


“···알고 있어.”


리온은 베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보다 마왕을 이해하고 있는 인물. 그게 리온이다. 직접 마왕의 마력을 분석까지 한 리온은 베르의 우려를 이해했다.

자칫 마왕의 마력을 잘못 이용할 경우, 베르의 말대로 마왕이 부활할 수도 있다.

다만, 리온은 베르와는 조금 다른 생각을 떠올렸다.


“베르. 완전히 사용하는 게 아니야.”

“···그러면? 심장 일부만 사용한다고 해결되는 일은 아니야. 알고 있지?”

“그러니, 모방하는 거야.”

“모방?”


리온이 떠올린 방법은 마왕의 심장을 사용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완전히 사용하는 게 아니다. 마왕의 심장이 지닌 힘을, 그 존재 방식을 모방하는 방법이다.

완전히 새로운 존재를 만들어내자는 이야기에 베르는 잠시 고민했다.


“···이야기만이라도 들어볼게.”


마왕의 힘을 이용하는 게 아닌, 존재 방식을 모방한다.

리온의 이야기에 흥미를 느낀 베르는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자리에 앉았다.

그 모습을 본 리온은 마찬가지로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시작했다.


“마력의 유무를 떠나서, 구조를 따라 하는 거야.”

“생명력을 위해서?”

“그렇지.”


마왕의 심장은 일반적인 생물과는 전혀 다르다.

존재의 구성 방식부터 시작해, 생물로서 움직이는 방법까지. 무엇 하나 다른 마왕의 존재는 세계에서 배척받는 존재다.

외부의 힘으로 만들어진 존재. 그렇기에, 마왕은 일반적인 생명과는 달리 강인한 힘을 지녔다.

종으로서 존재할 수 없는 대신, 개체로서 막강한 힘을 지니게 되었다.


“···가능할까?”


리온의 이야기는 레네의 영혼을 새로운 육체. 즉, 개체로서 강력한 육체에 옮긴다는 이야기다.

그에 참고할 존재가 마왕의 심장. 이미 개체로서는 완전에 가까운 존재를 참고한다는 제안이다.

이야기를 이해한 베르는 리온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몇 가지 의문과 우려를 떠올렸다.

우선.


“레네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


되살리는 이. 레네가 개체로서 완전한 몸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개체로서 완전하다는 의미는 영생을 산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종으로서의 힘을 버리고, 개체의 완전함을 추구한다. 베르는 일반인에 불과한 레네가 힘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물어봐야지.”


리온 또한 베르의 의견에 동의했다.

사람은 영원히 살 수 없다. 언젠가 죽는 게 당연한 존재가, 갑작스레 영원한 시간을 얻게 된다. 그 격차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렇기에 리온은 훗날 조치를 취하기 전. 레네에게 직접 묻는 방법을 택하려 했다.

지금 레네의 상태는 시간을 멈춘 상태다. 영혼 마법을 사용하던, 영혼을 옮기던. 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되돌려야 한다.


“리온.”


처음으로 떠올린 우려와 의문은 리온 또한 인지한 상황이다.

그에 베르는 안도하는 동시에, 다음 질문을 하기 전 한숨을 내쉬었다.

잠시 숨을 가다듬고. 생각을 정리한 베르는 물었다.


“넌, 레네를 죽일 수 있어?”

“···뭐?”


단적인 베르의 질문에 리온은 얼굴을 찌푸렸다.

베르의 우려는 하나. 마왕의 구조를 따라한 육체에 레네가 들어선 후. 또는, 들어서기 전. 마왕이 영향을 미치는 경우다.

마왕의 육체 구조를 따라 한다는 말은 마왕이 육체를 차지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리온. 레네가 마왕의 힘에 얽매였을 때. 넌 레네를 죽일 수 있어?”

“···그건.”


베르의 우려는 지극히 당연하면서도, 잔인한 물음이었다.

그에 리온이 대답하지 못하고 생각에 빠지자, 베르는 한숨을 내쉬었다.


“봐. 만일의 경우에 리온. 네가 이렇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 같아?”


리온은 마왕을 쓰러뜨릴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그런 리온이 마왕을 상대로 움직일 수 없다면, 이후에 일어날 일은 베르가 아니더라도 훤히 볼 수 있다.

베르는 리온의 제안이 가능성은 있지만, 위험한 이야기라고 결론지었다.


“그러니까. 안돼.”

“···아니.”

“리온?”


이야기를 정리하려던 베르는 리온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리온의 눈 한편에 서린 것은 각오. 리온의 시선을 마주한 베르는 그 모습을 확인하고, 한숨을 내뱉었다.

이미 리온이 각오를 다졌다. 리온의 고집을 이해하고 있는 베르는 리온이 터무니없는 일을 각오했다는 걸 짐작했다.


“리온.”

“방법은 있어.”

“리온···.”

“내가.”


리온을 멈추고자 몇 번이나 불렀으나, 리온은 베르의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마음을 확인하듯. 천천히. 힘을 담아 말을 되뇌었다.


“나와 영혼 계약을 맺으면 돼.”

“···리온.”


영혼 계약.

리온이 여태껏 사용한 영혼 마법과 비슷하게 사용한 영혼 계약.

본래 영혼 계약은 쉽게 사용해도 되는 마법이 아니다. 영혼과 영혼을 잇는 마법이기에,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자칫 상대의 영혼을 무너뜨릴 수도 있는 마법이 영혼 계약이다.


“위험해.”

“알고 있어.”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리온.”

“···시간이 부족해. 베르, 너도 알고 있잖아.”


레네의 시간을 멈추더라도, 마왕의 저주와 독기는 멈추지 않는다.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게 최선이다.

남은 시간이 부족하다는 리온의 이야기에 베르는 미묘하게 얼굴을 찌푸렸다. 확실히, 시간은 부족하다.

레네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리온. 정말 할 거야?”


마왕의 심장. 그 구조를 모방해, 레네와 영혼 계약을 맺는다.

이는 리온 자신도 위험해지는 일이다. 만일, 새로이 만든 육체에 마왕이 깃든다면. 리온까지 마왕의 영향을 받는다.

베르의 확인에도 각오가 흔들리지 않은 리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아···. 리온···.”

“베르. 내가 여행을 나선 이유, 알고 있잖아.”

“그렇지. 알고 있어. 그래도 말이야···. 조금 더 안전한 길을 찾을 줄 알았어.”


리온의 목표를 알고 있는 베르는 이 이상 거절할 말을 찾지 못했다.

애초에 베르의 우려와 걱정은 어디까지나 가능성이다. 마왕의 구조를 모방한다고 해서, 그렇게 만든 존재가 마왕이 되는 건 아니다.

게다가. 리온은 용사다. 용사의 힘을 지닌 존재가 직접 영혼 계약을 맺는 것만큼 안전한 것도 없다.

베르가 걱정하는 일이 일어나더라도, 용사가 쉽게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일은 없어야겠지···.’


베르는 한숨을 내쉬면서도 리온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얻은 영혼 마법의 정보. 그것들과 마왕의 심장. 다양한 정보와 힘이 쌓인 지금, 리온은 레네를 위해 본격적인 마법 실험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비록 리온의 몸 상태는 무너진 상황이라고 해도, 레네를 구하기 위한 준비는 오래전부터 쌓아왔다.

베르의 도움으로 하나둘 마법을 준비하기 시작한 리온은 잠시 눈을 감았다.


“후우···.”


리온으로서는 감회가 새로운 순간이다.

그러나 리온은 피어오른 모든 감정을 한숨과 함께 정리했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아무런 감정 하나 없이 제 일을 준비했다.


-+-


공간 너머.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은 기묘한 공간에 앉은 남자는 조용히 때를 기다렸다.

남자가 나서는 순간은 모든 게 끝난 후다.

아니.


“시작되는 순간인가.”


남자 자신도 정의하기 힘든 일에 고개를 내저었다.

그런 그의 발치에는 여러 수정 구슬이 떠올라 있다.

구슬에 비치는 장소는 여럿. 저마다 전부 다른 장소를 비추는 수정 구슬의 개수는 전부 다섯 개다.

수정 구슬에 비치는 배경은 검은 복장의 인물들. 그들은 인형처럼, 철저히 훈련된 군인처럼 얌전히 늘어서 있었다.


“이제 곧. 예언의 때다.”


남자는 조용히.

눈앞에 놓인 수정 구슬을 바라봤다.

눈앞에 놓인 수정 구슬은 단 하나. 가리키는 장소는 한 국가의 상공.

상공에서 지상을 내려다보듯 비치는 수정 구슬은 수많은 사람의 흐름을 보인다.

그러나 남자는 사람들의 흐름을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단 하나의 건물만을 바라봤다.


“성전을 준비하라.”


건물을 바라보던 남자에게서 흘러나온 말은 하나.

전쟁. 성전을 준비하라는 말 한마디다.


-+-


“후우.”

“···됐어.”


집중하느라 숨마저 참았던 리온은 한숨을 내쉬었다. 반면, 베르는 눈앞에 만들어진 육체를 놀란 눈으로 바라봤다.

육체를 만든 건 베르와 리온 두 사람이다. 그러나 베르는 만들면서도 만들어지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마왕의 구조를 모방해, 영혼 마법을 응용한 육체. 아직 껍데기에 불과하지만, 눈앞에 만들어진 신체는 개체로서 더없이 완벽한 존재다.


“리온···. 할 거지?”

“당연히.”


레네의 영혼을 옮길 그릇은 완성되었다.

최대한 레네와 비슷하게 만들어진 육체. 그 육체에 레네의 영혼을 옮기기만 한다면, 레네는 본래의 삶을 되찾을 수 있다.

그렇게 확신한 건 비단 리온뿐만 아닌, 베르도 마찬가지다.


‘만들어버렸어···.’


마왕의 힘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용사의 힘까지 섞였다.

즉, 눈앞의 육체는 마왕과 용사의 힘이 뒤섞인.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강할지도 모르는 존재다.

리온이 용사의 공간을 불러내는 동안, 베르는 감탄하면서도 눈앞의 육체를 살폈다.

혹여나 조금의 문제라도 생기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리온은.


“···.”


차원 너머에 존재하는 용사의 공간.

하얗기만 한 공간에 놓인 것은 투명한 침대.

투명한 침대 위에 누운 것은 인형처럼, 조금의 생명 활동도 없이 멈춘 이.


“레네.”


말 그대로 시간과 함께 멈춘 레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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