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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양

[Ego] 마지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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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2.19 05:54
최근연재일 :
2021.12.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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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5,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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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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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Ego] 6장 18화

DUMMY

오래된 이야기가 있다.

성장기에 어린아이는 무엇에 영향을 받는가.

누군가는 이런 이야기를 한다.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이 이야기는 정답이다.

하지만.

부족하다.


‘주변 마력에 영향을 받는다.’


이게 진정한 결론.

지금은 사라진, 잊힌 옛 인류가 연구한 결론이다.


-+-


“···‘진정한 용사’?”


리온과 베르의 이야기가 끝난 후. 이야기를 듣던 이들은 전원 의문을 떠올렸다.

10년 전. 마왕과 용사가 치른 전투는 유명하다. 인류를 구원하기 위한 용사가, 모든 생명을 위협하는 마왕을 상대로 승리했다.

당시 인류는 한마음으로 뭉쳐 전투를 치렀고, 결정적인 승리를 만들어낸 곳이 용사가 속한 부대.

용사 부대다.


“알려진 용사가 진짜가 아니라는 건가요?”

“지금의 이야기만 들으면 그런데···. 어떻게 된 건지 알려줄 수 있어?”


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아리엘과 루미아는 직접 리온과 베르에게 물었다.

마왕과 용사가 싸웠다. 그리고 그 후. 용사 부대에서 배신자가 나타난 탓에 용사는 극심한 상처를 입고 세간에서 모습을 숨겼다는 내용이 알려진 이야기다.

그러나 리온과 베르는 그 이야기를 부정했다.


“알려진 용사는 레네. 나와 같은 마을에서 자랐어.”

“그럼···.”

“이야기에 나오는 마법사는 리온. ···아니, 에릭인가?”


리온은 자신의 본명을 언급하는 루미아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에릭이라는 이름은 리온의 본명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이름을 버렸어. ···레네를 지키지 못했으니까.”


알려진 이야기와 너무나도 다른 상황에 아리엘과 루미아. 체이스는 의문을 보였다.

반면, 레나드는 상세한 사정은 모르더라도 어느 정도 흐름은 일전에 들었다.


“레네는 어릴 적, 나와 같이 생활한 시간이 길어. 작은 마을이었으니까. 그리고 마을의 아이는 나와 레네 뿐이었거든.”


두 사람은 어린 시절, 같은 시간을 오래 지냈다.

그리고 그 탓에 커다란 착각이 생겼다.


“어릴 때 강한 마력에 노출되면, 어느 정도 마력이 강한 마력과 비슷한 형상을 띠게 돼.”

“···설마.”


오랜 시간 함께 지낸 리온과 레네. 그리고, 강한 마력을 받아들여 흉내내는 어린 신체.

이야기를 짐작한 아리엘은 놀라며 숨을 삼켰다.


“레네는 용사가 아니야. 내가 만들던 마력을 레네가 받아들이고, 용사를 찾던 이들이 착각한 것뿐.”

“그건 내가 확신할 수 있으니까.”


베르는 리온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용사의 검. 『칼라드볼그』는 ‘진정한 용사’만이 사용할 수 있다.

어정쩡한 용사는 휘두를 수 있을 뿐. 『칼라드볼그』의 진정한 능력을 사용할 수 없다.


“내가 용사가 되길 꺼린 탓에, 레네는 제대로 된 검을 휘두르지 못했어. ···‘진정한 마왕’을 상대할 수 있는 건 『칼라드볼그』를 든 ‘진정한 용사’밖에 없어.”

“···그건 어쩔 수 없었어.”


베르가 리온을 위로하는 사이. 루미아와 아리엘. 레나드와 체이스는 문제를 생각했다.

카타스트로피가 부활하려는 ‘진정한 마왕’. 그 ‘진정한 마왕’을 쓰러뜨리기 위해, 레네가 희생했다.

또한, ‘진정한 용사’는 처음부터 마왕을 쓰러뜨리기 위한 존재다.

그렇다면, 그들이 할 일은 무엇인가.


“부숴버리면 되는 건가?”

“완전히 뿌리를 뽑아요!”

“철저히 무너뜨리지.”

“전부 죽여버리면 된다.”


간단하다.

카타스트로피를 부수면 된다.

불완전한 마왕은 ‘진정한 용사’도 있다. 게다가, 불완전하기에 다른 이들이 무너뜨릴 수도 있다.

순식간에 결론을 내린 나머지 일행은 리온을 바라봤다.


“리온. 이 아이들이 도와줄 거야.”

“······고마워.”


인류를 위해 쓰러뜨린 존재를, 인류가 되살린다는 모순.

그에 분노하고 허탈함을 느끼던 리온은 겨우 제 일행 덕에 기운을 되찾았다.

일행이 향할 곳은 흑암 상단의 창고. 거리와 위치는 레나드와 체이스가 확인해뒀다.

준비다운 준비랄 것도 없는 일행은 재판부를 나설 준비를 끝마쳤다. 그와 동시에, 레나드가 묘한 표정을 짓더니.


“저쪽은···?”


정원의 한 방향을 가리키며 물었다.

레나드가 가리킨 방향은 인기척이 드문 장소. 다만, 정원과는 어울리지 않는 묘한 병풍이 서 있는 자리다.

뒤늦게 병풍의 위화감을 알아차린 일행은 병풍 너머에서 겸연쩍은 표정으로 나타난 인물을 바라봤다.


“그···. 본의 아니게 엿듣게 되었네.”

“···저는 아무것도 듣지 못했답니다.”


곧바로 사죄하는 블론드와 달리, 셀리나는 처음부터 듣지 못했다며 말을 결론지었다.

두 사람이 들은 이야기는 마왕과 관련된 이야기다. 다만, 본래의 이야기를 하더라도 믿을 사람은 적다.

듣는 대부분이 믿지 않을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리온은 두 사람이 이야기를 들은 것은 상관없다.


“···베르.”

“아, 비어있어.”


잠시 블론드의 모습을 살핀 리온은 베르의 대답으로 확신했다.

블론드는 유령 상태다. 도술을 통해 영혼을 붙잡고 있던 게 블론드의 상태다. 그러나 영혼 상태로는 셀리나와 만날 수 없었기에, 리온이 마술 도구로 간단한 처방을 두었다.

영혼 마법의 형식을 흉내로나마 따라 한 마술 도구는 도술과 얽혀 본래 영혼 마법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 효과를 냈다.

하지만.


“블론드.”


온전하지 않은 방법이다.

영혼에 관여하는 마법. 그것도 제대로 된 방법이 아니다

그렇기에 리온은 블론드에게 물었다. 셀리나를 설득할 수 있겠는가.

셀리나를 설득하지 못한다면, 블론드는 영혼인 상태로 혼자 떠돌아야 한다.

영혼 마법의 여파를 영혼 상태에서 마주한다면 결과는 하나.


“···.”


소멸뿐이다.

하지만 리온은 결과를 전하지 않았다.

오히려 전할 필요가 없었다.


“나도 도울 일이 없나? 라셴 최고의 도사가 함께하려 한다만.”


리온의 이야기를 이미 이해한 채, 고개를 끄덕인 블론드는 자신의 최후를 이미 직감한 후다.

셀리나를 설득하지 못한 자신이 어떻게 되는지. 영혼이 소멸한다는 게 무엇인지. 도술을 다루며 간접적으로 이해한 걸, 지금은 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그렇기에 더욱 블론드는 아무렇지 않게 리온에게 물었다.


“······그래.”

“리온, 괜찮아?”

“선택한 건 자기 자신이야.”


리온은 블론드의 선택에 별다른 말을 건네지 않았다.

그 모습에 묘한 기류를 알아차린 루미아는 리온과 블론드를 바라보다가, 이내 어깨를 으쓱이며 시선을 돌렸다.

루미아 또한 관여하지 않는 길을 선택했다.


“그럼···. 레나드.”

“알았어. 안내할게.”


흑암 상단의 위치는 레나드와 체이스. 두 사람이 알고 있다.

이미 한 차례 놓친 남자가 습격 준비를 알리더라도, 리온 일행은 별다른 걱정하지 않았다.

그저 밀고 나아갈 뿐.


“가자.”


리온 일행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단번에 흑암 상단으로 향했다.


-+-


흑암 상단의 위치는 리센에서도 상당히 치우친 위치에 있다.

상단 소유의 토지만 상공에서 본다면, 리센의 외곽. 그것도 산과 가까운 구역이 전부 상단 소유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림짐작으로 상단의 토지 넓이를 이해한 리온은 중간중간 마법 도구와 마술 도구를 이용해 지하를 탐사했다.


“지하에 있을지도 모르니까.”


지하를 확인한 탓에 리온 일행이 흑암 상단의 창고로 도착한 시간은 늦은 저녁이 된 후다.

이미 태양이 넘어가, 황혼이 지는 시간.


“남은 곳은 창고네.”

“여기밖에 없지.”


지하를 확인한 결과, 건축물은 발견되었다.

다만 외부로 나서는 출구를 발견하지 못했다. 모든 길이 한 방향으로 향했기에, 그 길을 따른 결과가 흑암 상단의 창고다.

또한.


“산 쪽에 본 거점이 있네.”


산 내부를 거점으로 바꾼 모습에 일행은 비슷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까지 마주한 조직 전원이 산 내부를 거점으로 사용하고 있다. 정확히는 카타스트로피라는 조직이 산을 거점으로 삼고 있다.

그에 익숙한 듯, 질린 듯한 표정을 지은 일행은 리온을 바라봤다.


“리온. 어떻게 할래?”

“···.”


일행을 대표한 베르의 질문에 리온은 잠시 생각했다.

눈앞의 산은 카타스트로피의 거점이다. 다만, 산 아래는 흑암 상단의 소유다.

자칫 거대한 싸움으로 번진다면 일반인에게까지 손해를 끼치게 된다.

피해와 효율. 리온은 두 가지를 앞두고 고민했다.

그러나 그 고민은 의외로 간단히 부서졌다.


“리온 씨. 철저하게 부서도 된답니다.”

“···?”


리온을 돕겠다는 블론드를 끈질기게 따라붙은 셀리나가 태연한 모습으로 선언했다.


“저들 또한 무관계하지 않으니까요.”


어디까지나 심증. 그러나 지금에서는 확실한 사실이다.

흑암 상단이 흘린 많은 소문. 그 소문과 비슷한 사건들.

셀리나는 직감했다. 상인으로서 살아온 자신을 원 없이 높여준, 마법에 가까운 직감이 속삭였다.


“흑암 상단의 지원으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던 거겠죠. 그들도 움직이려면 자금이 필요할 테니.”


자신감 어린 셀리나의 목소리에 루미아와 아리엘은 서로를 바라보고, 레나드와 체이스는 사실을 확인하려 사람들의 상태를 살폈다.

반면, 리온과 베르는 조용히. 잔잔히 주변 마력을 살폈다.

그리고.


“···그렇네.”

“응. 전원, 미약하게나마 느껴져.”


셀리나의 말이 사실이라는 증거를 찾아냈다.

오염된 마력은 일반적인 마력과 결정적으로 다르다.

또한, 용사와 용사의 검. 리온과 베르는 마왕과 가까울수록 특징적인 마력을 쉽게 찾아낸다.

흑암 상단의 직원에게서 찾아낸 마력은 옅긴 하지만 오염된 마력.

즉.


“전부 무너뜨린다.”


처음부터 흑암 상단은 조직 일부다.

그 사실을 확인한 리온은 곧바로 준비한 마법 도구를 꺼내기 시작했다.

마술 도구와 마법 도구. 그것들을 전부 꺼낸 리온은 일행에게 나눠주기 시작했다.

작전은 이미 전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확실한 작전을 수행하려 움직인 리온은 마지막으로 산을 한번 올려다보고, 작전을 위해 발을 움직였다.


-+-


잠시 각자의 역할을 마치고, 리온은 일행과 헤어진 자리로 돌아왔다.

그러나 일행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베르.”

“아···. 잠시만.”


베르와 리온은 일행이 없다는 사실에 당황하지 않고, 차분히 마술 도구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조작을 마치기를 잠시. 베르가 고개를 끄덕인 순간.


“후···.”


리온은 심호흡을 하며.

마술 도구를 작동했다.


- 콰아아앙.


폭발한 것은 작은 폭탄.

하지만, 폭탄은 또 다른 폭탄과 이어지고.

연달아 폭발한 폭탄은 마술 도구를 건드린다.

충격에 민감한 마술 도구는 본래 설계 이상의 움직임을 보이더니.


- 퍼엉.


또 한 번.

폭탄에 의한 폭발과는 다른 폭발을 선보였다.

연달아 이어진 폭발은 거대한 폭발로, 커다란 흔들림을 보여주고는 하나의 결과로 나타났다.


“무너진다.”


리온과 베르. 레나드와 체이스의 협력으로 완벽히 계산이 끝난 위치에 자리한 폭탄은 깔금하게도.

산을 날려버렸다.


“···각자. 알아서 해.”


산의 상층부가 날아가고, 산사태가 일어나는 가운데.

리온은 제 손에 들린 마법 도구로 적당한 말을 두고 움직였다.

마법 도구 너머의 인원은 저마다 보기 좋은 웃음을 지으며, 리온과 마찬가지로 무너지는 산을 향해 나아갔다.


‘이건, 너무 과하네요···.’


유일하게 멀리서 그 모든 모습을 관찰한 셀리나만이 일행의 이상함을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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