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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양

[Ego] 마지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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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2.19 05:54
최근연재일 :
2021.12.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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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5,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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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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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Ego] 6장 13화

DUMMY

홍매 상단의 주인. 셀리나는 재판부로 들어온 이후, 묘한 분위기를 알아챘다.

재판부의 면면들은 라셴의 인물. 국가의 관직에 앉아 있는 이들이다. 라셴의 이름을 짊어진 만큼, 청렴하고 공평해야 할 이들.

그런 이들의 시선이 욕망으로 가득하다.


‘···이런.’


욕망으로 뒤엉킨 시선.

그 자체는 셀리나에게 익숙한 시선이다. 상단을 운영하면서 많은 사람의 욕망과 욕심을 흔들었기에, 셀리나는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걸었다.

다만.


‘그들도 사람이라는 건가요.’


셀리나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욕망이 얽혔다는 점이 문제다.

셀리나는 홍매 상단의 주인. 그런 이에게 무언가 욕심을 낸다면, 재산이다. 그러나 셀리나를 향하는 시선에는 욕망과 더불어 적잖은 적의가 얽혀 있었다.

민감하게 시선에 담긴 감정을 읽어낸 셀리나는 내심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흑암 상단에 잡아먹혔을 줄은···. 몰랐네요.’


홍매 상단의 라이벌. 그 이상의 적인 흑암 상단.

흑암 상단이 행하는 일 중에는 위법적인 행동이 많았기에, 셀리나도 흑암 상단을 감시하기 위해 사람을 풀어두었다.

그러나 이번 일에 관해서 셀리나는 조금의 정보도 듣지 못했다. 흑암 상단을 감시하려 두었던 암인에게도, 감시망으로 두었던 상단의 이들에게도.

셀리나에게는 조금의 정보도 전해지지 않았다.


‘내부에도 놓친 이들이 있었던 모양이네요.’


홍매 상단의 주인은 셀리나다.

다만, 주인의 자리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돌아가면 다시 확인해야겠어요.’


자신의 자리를 노리는 인물은 많다.

셀리나는 재판부에서 돌아간 이후를 기약하고, 눈앞의 광경에 집중하기로 했다.

재판부의 재판을 기다리는 셀리나가 도착한 곳은 대기실. 주변의 병사들이 셀리나를 감시하고 있다.

차분히 자신의 차례를 기다린 셀리나는 이내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를 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가볼까요.”


역모라는 누명으로 죄인의 시선을 받는 셀리나는 당당히 발걸음을 향했다.


-+-


“리온, 어떻게 할 거야?”


재판부의 입구에서 베르는 리온을 바라봤다.

리온과 베르. 아리엘과 루미아는 재판부를 습격하는 조로 나뉘었다. 흑암 상단의 인물에게는 이미 레나드와 체이스가 향했으니, 재판부의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

그러나 재판부의 문제는 콕 집어서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냥 들어가면 곤란해질 텐데?”

“알고 있어.”


셀리나가 재판부에 불린 이유를 알지 못한다. 그러니 셀리나가 정말 잘못한 것인지, 단순한 누명에 부과한 일인지 리온 일행은 모른다.

흑암 상단이 오염된 마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파악했다. 셀리나가 재판부에 들어간 모습은 직접 확인했다.

이 두 가지의 사실을 가지고 리온 일행이 할 수 있는 일은 지극히 한정된다.

다만.


“그러니 뒤처리를 부탁해야지.”


리온 일행이 온전한 방법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할 일은 많다.

블론드는 이미 제 몸을 일시적이나마 되찾았다. 블론드가 셀리나와 거래를 나눈다면 리온과의 계약은 끝난다.

블론드에게 도술의 서적을 받는다면, 그것으로 리온과 블론드의 인연은 끝난다. 그러나 리온은 흑암 상단에게 풍기는 오염된 마력을 찾았고, 셀리나의 문제도 겸사겸사 해결할 생각이다.

리온은 베르를 바라보며 라셴으로 넘어온 이에게 연락을 부탁했다.


“베르. 리센의 뒤처리를 부탁해 줘.”

“···알았어. 시간이 조금 걸릴 거야.”

“그 전에 끝날 테니, 정리만 하면 충분해.”

“알았어. 연락해둘게.”


베르는 리온의 모습에 한숨을 내쉬면서도, 영혼 마법으로 연결된 이에게 정보를 전했다.

그 모습을 확인한 아리엘과 루미아가 기대감을 잔뜩 드러낸 채 물었다.


“리온, 이제 쳐들어가는 거야?”

“리온 씨. 얼굴은 안 가려도 되나요?”

“기다려.”


두 사람에게 가면을 건넨 리온은 자신도 가면을 뒤집어썼다.


“이건?”

“가면.”

“좋네요! 여우인가요?”


리온이 건넨 가면은 네 종류.

회색과 갈색 주황과 붉은색의 가면이 각각 아리엘과 루미아. 리온과 베르에게 주어졌다.

아리엘과 루미아는 저마다 가면을 쓰며 재판부를 바라봤다.


“이제 가도 되지?”

“가도 되나요?”


어느새 아리엘과 루미아의 허리춤에 생겨난 검을 바라본 리온은 한숨을 내쉬고, 한 마디만 주의했다.


“살생은 하지 마.”

“알고 있어요!”

“갈게.”


리온의 허락이 떨어진 직후, 곧장 재판부로 들어간 두 사람의 뒷모습에 리온은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베르 또한, 달려간 아리엘과 루미아를 걱정스레 바라봤다. 다만, 이 경우 베르는 두 사람을 걱정하기보다 재판부의 사람들을 걱정했다.


“···왜 저리 신난 건지.”

“강한 사람이 있나 봐.”

“하아···”


천천히 재판부의 건물로 들어선 리온과 베르는 천천히.

재판부의 내부에서 풍겨오는 오염된 마력을 찾아 거닐었다.


-+-


리온과 베르를 두고 먼저 뛰쳐 들어간 아리엘과 루미아는 무작정 달렸다.

달리는 이유는 하나.


“여기, 경비가 강하다고 하던데. 진짜일까?”

“예전에는 없었으니까, 물어도 몰라.”

“그래?”


아리엘은 루미아에게 물었으나, 루미아가 대수 이전의 시대에는 재판부가 없었다.

그에 아리엘과 루미아는 강한 기척을 찾아 달렸다.

도중에.


“치, 침입자?!”

“종을 울려라!”


병사들이 두 사람의 길을 막아서기도 했으나.


“비켜주세요.”


아리엘의 손짓 한 번에 병사들은 손쉽게 날아갔다.

마치 병풍 다루듯 간단히 날아간 병사들은 정신을 잃었을 뿐, 다치진 않았다.

그 모습을 바라본 루미아는 흡족한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리엘과 루미아가 계약한 이후, 아리엘의 수업은 루미아가 도맡았기 때문이다.


“루미아. 여기에는 아버지, 사범님이 경고할 정도의 검사가 있대.”

“그래? 그건 조금 흥미로운데.”


아리엘의 사범은 루미아도 직접 보았다. 그 실력을 알고 있기에, 사범이 주의한 검사에 흥미를 보였다.

두 사람이 한참 재판부를 달리는 사이.


“저기 있다!!”

“잡아라!!”


어느새 재판부의 곳곳이 소란으로 가득 찼다.

그 원인은 당연하게도 침입자이자 습격자인 아리엘과 루미아를 잡기 위해서다.


“어라? 아리엘.”

“응, 가까워지고 있어.”


재판부의 소란을 웃어넘기며 즐기기 시작한 두 사람은 커다란 기척이 다가오는 걸 감지했다.

평소의 아리엘과 루미아라면 재판부를 습격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은 리온 일행의 계획에 올라탄 상황이다.

마땅한 이유만 있다면 상황을 즐길 수 있는 두 사람은 자신들을 노리는 병사를 쓰러뜨리며, 가까워지는 강자의 기척을 기다렸다.

그리고.


“오?”

“아, 저 사람인가?”

“그런 것 같아.”


아리엘과 루미아가 주변 일대의 병사를 전부 쓰러뜨린 직후.


“이야···. 거하게 날뛰어 주는구먼.”


복도 저편에서 호리호리한 인상의 남자가 나타났다.

허리춤에 내걸린 검은 라셴의 검. 루미아의 또 다른 형태인 『믈리넷』과도 상당히 닮은 검이다.

검사의 모습을 확인한 아리엘과 루미아가 경계와 더불어 즐거움을 느끼고 있을 때. 남자는 조용히 검을 꺼내 들었다.


“자네들이 나를 기다린 모양이니, 곧바로 마주해볼까 하네. 어떤가?”

“좋아, 좋아. 눈치가 있네.”

“루미아, 누가 먼저 할래?”


본래 아리엘이라면 국가의 기관. 그중에서도 중요한 재판부를 습격하는 일에 거부감을 보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리온과 함께 다닌 경험으로 아리엘은 깨달았다. 리온이 하는 일은 결국, 누군가를 구하는 일이다.

리온 스스로는 자각하지 못했지만, 이번 일 또한 블론드를 적극적으로 돕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아리엘은 블론드와 셀리나를 돕기 위해 태연히 검을 휘두를 수 있었다.

거리낄 게 없는 이상. 남은 것은 즐기는 것. 검을 휘두르며, 검의 연찬을 쌓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 것은 아리엘이나 루미아나 다를 게 없다.


“이번에는 내가 먼저 할래. 그래도 되려나?”

“응. 평소에는 내가 신세를 지고 있으니까.”

“고마워, 아리엘.”


선봉을 양보한 아리엘이 한 걸음 물러나며, 루미아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 모습을 유심히 관찰한 남자는 검을 몇 번 휘둘러 자세를 잡더니.


“소인은 라자. 라자라 불리는 검사일세.”


정중히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그에 루미아는 싱그러운 웃음을 지으며 화답했다.


“정중한 소개 고마운걸. 나는 루미아야.”


인사와 함께 빼어낸 검은 루미아가 『믈리넷』의 형상을 취할 때의 검.

휘어진 도신이 청량한 연초록빛을 반사하고 있다. 따스하면서도 냉정한, 차갑디차가운 반사 빛.

검을 앞둔 검사, 라자는 루미아의 검과 분위기에 웃음을 지어 보였다.


“상당히 강하신 분이구만.”

“그러는 그쪽도 강하네.”


라자의 분위기는 온화하되, 칙칙한 흙. 마치 주변 공기가 검은 진흙이 된 것처럼 무거운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다.

반면 루미아의 분위기는 가볍고 청량하지만, 언제라도 가벼운 발걸음으로 제 목을 베어낼 법한 차가움이 공존하고 있다.

새벽녘의 공기와 칙칙한 공기. 두 기류가 뒤엉켜 거센 바람이 일어나는 것도 잠시.


“그럼, 남은 이야기는 검으로 하지 않겠나?”

“그거 좋네. 난 그쪽이 더 좋아서.”

“그것참 당돌한 이일세.”


칼끝을 상단으로 올린 루미아와 달리, 바닥에 닿을 기세로 늘어뜨린 라자는 조용히 루미아의 모습을 살폈다.

시작은 불현듯.


- 후웅.


복도에 분 작은 바람이, 어디선가 가져온 먼지를 흩날린 순간.

루미아와 라자. 두 사람의 시선이 일순 어긋난 그 찰나.


“이것, 참.”

“어라, 막혔네.”


두 사람은 어느새 검을 마주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아리엘이 놀라며 제 기억을 떠올리려는 사이, 두 사람은 검을 떨어뜨렸다.


“처자의 강세가 지나치구만.”

“음습한 검을 사용하면서?”

“아, 들킨 거요?”

“한참 전에.”


태연한 모습으로 말하는 루미아는 조금 전, 시야가 일순 먼지에 방해받은 찰나에 라자가 움직인 걸 확인했다.

땅으로 늘어뜨린 검을 뱀처럼 움직이며 다가온 라자는 루미아의 심장을 노리고 검을 들었으나, 루미아는 검을 빗겨낸 동시에 반격.

그러나.


“그 발치에 숨긴 건 암기지?”

“이런, 초견에 들키는 예는 없었네만.”


루미아가 검을 들어 올리는 것보다 먼저, 라자가 발치의 암기를 이용해 루미아를 노렸다.

암기를 피하느라 자세가 일그러진 루미아와 달리 자세를 회복한 라자가 검을 휘두르고, 뒤늦게 자세를 따라잡은 루미아가 검을 휘두른 게 조금 전 상황.

그에 서로 검을 마주한 형세가 되었었다.


“이젠 안 통할 거야.”

“그건 두고 봐야 알지 않겠나?”


검을 털어내듯 몇 번 휘두른 루미아는 라자를 앞두고, 다시 한번 검을 상단으로 들었다.

그 모습에 웃음을 지어 보인 라자는 루미아와 마찬가지로. 조금 전 자세를 취했다.


- 사락.


상단의 검과 하단의 검.

하늘을 치든 검과 바닥을 기는 검.

두 검은 서로를 앞두고.

다시 한번.


- 펄럭.


이번에는 병사가 들고 온 천막이 휘날린 순간.

일순간의 흔들림을 시작 신호 삼아, 두 검은 서로의 궤적을 그렸다.


- 스륵.


땅을 기는 검과.


- 후웅.


하늘을 치든 검.

극과 극의 검은 단순하게도 하나의 결과로 나타났다.


“···이런.”

“으하하, 이거 재밌구려.”


루미아가 얼굴을 찌푸린 순간.


“이, 내가. 지다니···.”


라자의 몸에서 세찬 핏줄기가 터져 나왔다.


“리온이 죽이지 말라고 했는데···. 혼나겠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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