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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양

[Ego] 마지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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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2.19 05:54
최근연재일 :
2021.12.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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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835,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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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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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Ego] 6장 19화

DUMMY

리온 일행이 일으킨 폭발은 산사태를 일으키며, 그 아래 땅마저 뒤흔들었다.

산 내부의 거점은 물론. 산 아래의 흑암 상단의 땅마저 뒤엎어졌다. 뒤늦게 이상을 알아차린 흑암 상단의 면면은 서둘러 경비를 부르는 등.

각자의 일을 처리하려 했다. 하지만.


“역시 이곳이었나!”

“다, 당신들은 누구십니까!”


산사태로부터 멀쩡한 흑암 상단의 지부는 어느새 몰려든 경찰에 의해 포위되었다.

상황이 수상쩍게 흐르기 시작하자, 흑암 상단의 인물 중 하나가 경찰에게 의문을 보이며 물어봤지만.


“흑암 상단이 불법적인 일을 저지르고 있다는 신고와 함께, 신빙성이 높은 증거가 제출되었다! 상단의 책임자는 나와라!”


경찰들은 어디선가 얻은 증거와 고소장을 들고서 흑암 상단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내부의 습격뿐만 아니라 외부의 공격을 마주한 흑암 상단의 면면들은 당황했다. 상층부의 연락은 산사태와 동시에 끊어졌다.

겨우 현장 지휘권이 있는 인물은 내부와 긴밀하지 않다. 즉, 지금 이 자리를 정리할 수 있는 인물이 아무도 없다는 의미다.


“이게 무슨···! 아무리 라셴의 사람이라도 절차를 지켜야 할 것 아닙니까!”

“이미 충분할 정도의 증거가 모였다! 그런데도 부르는 것은 부정할 기회를 주기 위함이다! 그러니 책임자는 도주를 꾀하지 말고 서둘러 나타나라!”


최대한 저항하려는 흑암 상단의 사람과 달리, 경찰들은 이미 확실한 증거를 지니고 있다.

멀리서 보이는 산사태마저 증거를 보충하는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경찰들이 자신들의 말을 전혀 듣지 않고, 확신에 가득 찬 모습을 보이자 상단의 인물은 누가 움직였는지 궁금해졌다.

그나마 경쟁자가 되는 홍매 상단의 상단주는 재판부에 넘겨졌으니, 시간이 부족하다. 그렇다면 흑암 상단을 공격한 인물은 다른 조직이란 이야기가 된다.


‘대체 누가···.’


의문과 호기심을 참지 못한 흑암 상단의 인물이 주변 둘러보기를 잠시.

명백히 경찰과는 다른 인물을 발견했다. 주변 분위기에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서 붕 뜬 모양새의 남자.

옷은 정갈하게 입었다. 하지만 분위기 탓에 옷에 입혀진 듯한, 묘한 모습을 보였다.

흑암 상단의 인물은 직감했다.


‘저자다.’


흑암 상단이 저지른 부정의 증거를 찾아, 반응할 수 없는 최적의 순간에 신고한 인물.

그 인물이 저 남자다. 그렇게 직감한 흑암 상단의 인물은 저도 모르게 뾰족한 파편을 집어들었다.

마침 주변은 다른 점원을 상대하느라 주의가 비어있다.


‘저렇게 무방비하다면.’


하다못해 한 사람이라도.

그렇게 생각한 이는 한 걸음을 움직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이보게. 아무리 그래도 선을 넘으면 위험할 걸세.”


등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굳어버렸다.

분명, 조금 전까지 자신의 뒤는 아무도 없었다. 주변에도 사람이 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지금. 자신의 뒤에는 명백히 사람이 서 있다.

당황한 흑암 상단의 이는 뒤에 선 이의 말을 기다렸다.


“얌전히 가겠나?”


묘한 위압.

어깨를 짓누르는 위압감에 남자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손에 집어든 돌을 떨어뜨렸다.


“옳지. 잘했네. 얌전히 있겠다면 그리 큰 처벌은 하지 않을걸세.”


어딘가 확신 어린 목소리에 남자는 그저, 힘없는 발걸음으로 경찰의 곁으로 향했다.

스스로 체포되길 원한 남자는 시야 한쪽에서 조금 전 자신의 뒤에 선 인물이 노인이라는 것과 자신이 노리려 했던 남자가 마주한 모습을 봤다.


“이보게, 광대 청년. 조심해야 하지 않나?”

“알고 있어요. 저도 일단, 조심하고는 있다고요···.”


두 사람은 친한 듯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더니. 산이 있었던 자리로 시선을 향했다.


“오랜만에 볼 수 있겠네요.”

“그렇구먼.”


두 사람.

칸과 타란티노는 저마다 그리운 듯한 시선으로 흑암 상단의 지하를 바라봤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곧장 정신을 찾은 칸이 타란티노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에 타란티노는 익숙한 듯 주변 경찰들에게 말을 건네며 상황을 조정했다.


“성장한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요.”

“금방 끝내고 올걸세.”


-+-


산을 폭파한 후. 레나드는 눈앞의 광경에 잠시 할 말을 잃었다.

흙이 물처럼 흐르는 산사태도, 산의 상층부가 완전히 날아간 것도, 체이스가 불평을 내뱉은 탓도 아니다.


“또 나왔네.”


눈앞에 선 인물 때문이다.

일전, 레나드는 체이스와 함께 흑암 상단의 창고를 먼저 찾았다.

감시를 위해서 적당히 숨은 나무에서 입구를 볼 뿐. 간단한 일이다. 그러나, 레나드는 일에 실패했다.


“안녕. 기억하고 있으려나.”


눈앞의 아이 때문이다.

이전에 만났던 남자아이는 지난번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같은 단검을 들고, 무표정한 얼굴과 감정 하나 없는 눈.

레나드는 아이를 바라보고 잠시 위화감에 고개를 기울였다.


‘체이스. 저 아이, 조금 다르지 않아?’


아이의 분위기는 같다.

모습도 같다.

그러나 결정적인 무언가가 다르다.


- “이제야 알아차린 거냐. 둔탱아.”


마력 감지가 뒤떨어지는 레나드와 달리, 체이스는 마력 감지에 특출나다.

그렇기에 체이스는 아이를 만난 순간. 알아차렸다.


- “저건 만들어진 생명이다.”

“···뭐?”


마력이 지나치게 일정하다.

사람이라면 불안정하게 흔들리며 생산되는 게 마력이다. 그러나 아이는 완벽하게 일정한 수치의 마력만을 만들어내고 있다.

게다가, 눈앞의 아이는 이전의 아이와 다른 인물이다. 지난번 아이는 전투 탓에 상처가 생겼다. 하지만, 눈앞의 아이는 상처 하나 없다.

레나드가 아이와 만난 것은 불과 몇 시간도 채 되지 않았다.


“하아···.”


만들어진 생명. 레나드는 그 자체에 무어라 할 말은 없다. 당장 체이스조차 리온에 의해 만들어진 영혼이다.

뒤늦게 레나드는 눈앞의 아이. 인조인간을 만난 순간 들었던 의미를 떠올렸다.


“적?”


지난번과 같은 물음에 레나드는 섣불리 답하지 않고, 잠시 고민했다.

만들어진 생명이다. 하지만, 겉보기에는 어린아이다.

지난번에는 무력화로 충분했다. 그러나 지금은 거점으로 들어서려고 한다. 눈앞의 아이가 인조인간이니 거점에는 더욱 많을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 더욱 많다.


‘전부 무력화는 힘들겠지.’


만들어진 생명이라며 무자비하게 쓰러뜨릴 수도 있다.

하지만.


“비슷하단 말이지···.”

- “무슨 말을 하고 있지? 빨리 쓰러뜨리기나 해라.”


자신의 파트너와 지나치게 닮았다.

만들어진 생명. 그렇다면, 성장할지도 모른다.


“적?”


레나드가 고민하자, 눈앞의 인조인간. 남자아이는 되물었다.

순진한 모습과 더불어 명령 외의 자극이 없는 모습이다.

그 모습을 지긋이 바라본 레나드는 마지막으로 한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더니.


“···도와줘야겠네.”

“···응?”

-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설마, 저 인조인간들을 구하려는 건가?”


레나드는 체이스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조용히 『아르케부스』를 조준했다.


-+-


“아, 아리엘. 저쪽에 사람이 많나 봐.”

“그래? 그럼 그쪽으로 가자!”


아리엘과 루미아는 산을 폭파한 직후. 곧장 산사태로 뛰어들었다. 산사태로 인해 내부의 통로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손쉽게 내부 거점으로 잠입한 두 사람은 통로를 달리고 있다.

동시에.


“적!”

“이번에는 내가 할게.”


두 사람은 검술 훈련을 하듯 자유롭게 검을 휘둘렀다.

지금 루미아와 아리엘. 두 사람이 잠입한 곳은 카타스트로피의 거점이다. 즉, 적의 거점이니 검을 휘두르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두 사람은 적을 상대로 검을 휘두른다는 분위기가 아니다.


“너무 쉽게 쓰러지네···.”

“안쪽에는 강한 사람이 있을 거야. 가자!”

“응.”


더욱 강한 사람을 찾아서.

가벼운 발걸음으로 달린 두 사람은 마치 제집을 뛰어다니는 것처럼 움직였다.

도중에 만나는 적은 전부 쓰러뜨린다. 다만, 적당한 조절로 죽이지는 않는다. 정확히는 죽일 정도로 강하지도 않았다.

그저 두 사람이 검을 한 번 휘두르면 그것만으로 무너지는 이들. 그렇기에, 루미아와 아리엘은 더욱 강한 사람을 찾아서 거점을 뛰어다녔다.


“여기 인가?”

“응, 여기야.”


사람이 많은 곳. 또는, 강한 기척이 느껴지는 방향으로.

그렇게 달리던 두 사람은 거점 중에서도 넓은 방으로 나왔다.

많은 기척을 느낀 탓에 서둘러 달려왔지만, 두 사람이 도착한 넓은 방은 아무도 없는 공간이다.

그러나.


“···기척은 있네.”

“모습은 숨기고, 기척만 보인 거려나.”


아무도 없는 공간에 기척은 여럿.

당황한 아리엘과 달리, 숱한 전장을 넘은 루미아는 태연하게 상대를 기다렸다.

모습을 숨기고 기척을 조절할 수 있을 정도라면 강한 인물이다. 강한 상대를 기다리는 루미아의 입가는 어느새 시원스러운 웃음이 내걸려 있었다.


“누나들은 침입자인가요?”


처음 들린 목소리는 두 사람의 배후.

하지만, 배후에는 아무런 모습도. 기척도 없다.


“밖의 소란도 누나들이 한 거랑 관련이 있겠네요.”


다음으로 들린 목소리는 측면.

또한, 모습과 기척은 없다.


“그럼, 죽여야 하나?”


아리엘은 갑작스레 나올 적을 대비해 주변을 경계했다.

반면, 루미아는 태연하게 정면을 바라보며 한 마디를 건넸다.


“혼자서 연기를 하는 거야?”


태연하게 건넨 목소리에 돌아온 대답은 짧은 대답.

날아온 단검을 가볍게 피한 루미아는 어깨를 으쓱였다.


“아직 어린애네. 금방 화내는 걸 보니.”


정면을 본 루미아는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 남자아이를 바라보며 웃었다.

남자아이는 얼굴을 찌푸리며 루미아의 도발을 되받아쳤다.


“늙은이가. 나이 말고는 자랑할 게 없나?”


그 순간.

루미아의 곁에 선 아리엘은 직감했다.


“···후후. 버릇없는 아이는 혼나야겠구나.”


잘못하면 눈앞의 남자아이는 죽는다.


“흥. ···그 짜증 나는 남자랑 같은 일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일행도 짜증 나는 여자네.”


남자아이가 말한 남자는 리온이다.

리온과 남자아이는 한 번 마주한 적이 있다.

루미아는 남자아이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얼굴을 찌푸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럼, 상대해볼까?”

“성급하네. 늙은이.”


루미아는 한 손에 검을 들고, 남자아이를 상대로 자세를 잡았다.

그와 반대로 남자아이는 태연한 모습으로 루미아를 마주했다.

두 사람의 사이에 흐르는 묘한 기류. 아리엘은 한 걸음 떨어져서 두 사람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루미아가 나섰으니, 이번 전투는 오롯이 루미아의 싸움이다. 루미아가 도움을 요청하기 전까지는 아리엘이 나설 일은 없다.


“···.”

“···.”


움직임은 없다.

루미아는 검을 들고, 자연스럽게 있을 뿐. 남자아이는 조용히 루미아를 바라볼 뿐이다.


- 스륵.


복도에서 들어선 바람이 두 사람의 발치를 흔든다.

그와 동시에.


- 쿵.


루미아가 움직였다.

땅을 박차며 움직인 루미아는 순식간에 남자아이의 앞으로 다가섰다.

지극히 찰나. 단 한 번의 발걸음으로 넓은 방의 끝까지 움직인 루미아는 검을 휘둘렀다. 다만, 휘두르는 부분은 검등.

베이지 않도록 휘두른 검은 남자아이를 향해 움직였다.

그리고.


“바보.”


남자아이를 베었다.

정확히는, 남자아이였던 연기를 베었다.


“연기···?”


눈앞에서 사라진 모습을 알아차린 순간.

자세를 다잡은 루미아는 어느새 방을 가득 메운 안개를 깨달았다.

지금껏 천장에 달라붙어 있던 안개. 그 안개는 지극히 짙은 연기로, 방을 뒤덮어버렸다.


“자, 마음껏 즐기다가.”


안개 속에서 들리는 것은 남자아이의 목소리.

그리고.


“죽어.”


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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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3 [Ego] 6장 18화 21.11.23 2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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