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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양

[Ego] 마지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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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2.19 05:54
최근연재일 :
2021.12.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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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835,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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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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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Ego] 6장 23화

DUMMY

성대한 폭발을 일으킨 리온은 유유히 자리를 떠났다.

거점은 폭발과 함께 완전히 사라졌다. 흔적이라고 할 것도 없이 날아간 현장은 어떤 마법으로도 복구할 수 없다.

재만 남은 현장에서 자리를 떠난 리온은 약속한 장소. 홍매관의 숙소로 향했다.


“늦었네.”

“아, 리온 씨!”


홍매관 숙소 앞에는 이미 제 할 일을 끝낸 레나드와 아리엘이 리온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만, 레나드의 뒤편으로는 같은 외형의 이들이 늘어서 있고. 아리엘의 뒤에 선 루미아는 포로를 이끌고 있다.

멀리서 봐도 이상한 모습에 리온은 얼굴을 찌푸리며 숙소로 향했다.


“그쪽은?”

“아···. 뭐, 이런저런 말이 있는데.”

“그게···. 루미아가···.”


레나드는 레나드대로 할 이야기가 있는 듯,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흐렸다.

루미아 쪽으로 시선을 돌린 리온은 한숨을 내쉬고, 화제를 돌리기로 했다.


“일단, 쉬자.”

“네.”

“그래.”


리온의 의견에 별다른 이견을 내지 않은 두 사람은 숙소로 향했다.

루미아는 정원에 포로와 함께 남고, 레나드가 데려온 아이들은 여러채 빌린 숙소 중 하나로 향했다.

숙소로 들어설 때까지 시선을 돌린 리온은 우선 자리에 앉고.


“후우···.”


한숨을 내쉬었다.


“베르.”

“응?”

“조금 전. 레나드가 데려온 아이들. 만들어진 생명이지?”

“응. 만들어진 아이들이야.”


리온은 레나드가 데려온 아이들의 정체를 단번에 알아차렸다.

단순히 외형이 같다는 것, 내부 마력이 같다는 점 등. 영혼 마법과 다양한 학문 지식을 배운 리온은 그 특징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인공 생명체. 리온은 그 자체를 문제 삼지 않았다. 리온 자신도 비슷한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너무 많잖아.”

“그러네···. 게다가, 전부 전투를 위해서 만들어진 모양이야.”


만들어진 생명은 어디까지나 인공적인 생명이다.

자연적인 존재와 다른 인공적인 생명은 한계가 명확하다. 레나드는 그 사실을 알지 못하지만, 리온은 연구를 하며 한계를 깨달았다.


“그래도···. 도와달라는 거겠지.”

“응···.”


레나드가 적의 거점에서 굳이 구한 이들이다.

레나드가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할지, 이후의 일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끝났으니까.”


카타스트로피의 거점을 무너뜨렸다.

하지만 여태껏 각 국가에 거점을 만들어 둔 카타스트로피라면 다른 곳에도 거점이 있을지 모른다.

모든 거점을 무너뜨리거나, 관련된 인원을 전부 해결하지 않는 이상 끝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리온은 확신했다.


“베르.”

“응?”

“앞으로 몇 번 사용할 수 있을까.”


리온의 몸 상태는 온전하지 않다.

영혼 마법으로 일그러진 영혼, 마력 회로의 문제 등. 다양한 문제를 떠안고 있는 리온은 베르에게 물었다.

영혼에 관해서는 리온보다 베르가 더욱 확실하기에. 베르는 얼굴을 찌푸리면서도 확실히 대답했다.


“···두 번.”

“그래.”


두 번.

베르는 확실히 전했다. 리온의 질문은 몇 번 가능한가.

영혼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횟수를 물었다. 그리고, 질문에서 리온 자기 몸 상태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다음 한 번으로 리온이 빈사 상태가 되고, 마지막 한 번으로 영혼 자체가 소멸한다고 하더라도.

두 번은 두 번이다.


“그 정도면 충분해.”


베르의 대답을 이해한 리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두 번이면 충분하다. 지금껏 사용한 영혼 마법으로 충분한 경험을 쌓았고, 정보를 모았다.

남은 것은 레네만을 위한 영혼 마법을 고안하는 것. 시간을 들이면 해결될 문제다.


“그럼···. 천천히 준비할까.”

“···응.”


리온의 제안에 베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카타스트로피의 위험은 아직 남았다. 그러나 리온이 더 이상 카타스트로피를 신경 쓰지 않는 이유.

그건 이번 거점에서 발견한 작은 상자 탓이다.


‘리온···. 그걸, 어떻게 하려는 거야?’


베르는 레나드와 아리엘을 부르는 리온을 불안 어린 시선으로 바라봤다.

작은 상자에 있던 것은 심장. 그러나 단순한 존재의 심장이 아니다.

심장만으로도 고동을 전하고, 오염된 마력을 내뿜던 심장.

그건.


‘···마왕의 심장이야.’


이 세상의 것이 아닌 존재.

그렇기에 그 누구보다 생명력이 강인한 존재.

마왕의 심장이다.


-+-


일행에게 남은 문제는 셋.

하나는 레나드가 데려온 인공 생명체다.


“···어떻게 하려고?”

“그게···. 음···.”

- “멍청한 녀석.”


리온의 물음에 레나드는 어깨를 으쓱였다.

레나드의 반응을 예상한 리온은 한숨을 내쉬고, 체이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인공 생명체는 만들어진 존재다. 날때부터 용도가 정해진 그들은 생명임에도 도구처럼 사용된다.

국제적으로 연구조차 금지된 이들이 인공 생명체다.


“하아.”


외부에 눈에 띈다면 그것만으로도 곤란해지는 이들.

그게 인공 생명체다. 막상 문제를 눈앞에서 마주하자, 리온도 마땅한 대안을 떠올리지 못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애초에 그들의 생명은 길어도 3년이다.


“오래 못 산다는 건 알고 있었어?”

“···말 해줬거든.”

“···말했다?”


레나드의 대답에 고개를 기울이는 것도 잠시.

리온은 레나드에게 다가오는 인공 생명체를 알아차렸다.


‘명령이 없었는데도 움직였다고···?’


본래 인공 생명체는 생명을 우선하기보다, 도구의 면을 우선한다.

그런 탓에 세계적으로 연구가 금지되었으나.

눈앞에 인공 생명체는 스스로 움직이고 있다.

묘한 상황에 리온은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응? 왜?”

“나, 뭐해?”

“잠시만, 이야기하고 있거든. 조금만 기다려줘.”

“응.”


스스로 걸어 나온 인공 생명체는 레나드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대답을 들은 후 본래 숙소로 돌아갔다.

그 모습을 차분히 지켜보던 리온은 베르의 반응을 살폈다.


“리온···. 봤어?”

“봤지.”


베르마저 놀란 상황에 유일하게 태연한 건 레나드 뿐이다.

리온이 놀란 이유는 둘. 하나는 인공 생명체가 명령 없이, 스스로 생각했다는 점이다.

도구의 면모가 강한 인공 생명체는 자아가 희박하다. 그러나 조금전 모습은 아무리 봐도 자아가 만들어진 생명이다.

게다가.


‘수긍하고 돌아갔지.’


이미 레나드를 신뢰하는 정도까지 유대감이 만들어졌다.

리온과 베르의 지식으로도 당황할 정도인 상황이다. 두 사람은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리온? 베르?”


반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레나드는 의문을 보였다.

레나드와 베르. 리온이 인공 생명체의 대안을 생각할 무렵.

세 사람은 숙소로 다가오는 기척을 깨달았다.


“이보게! 있는가?”


익숙한 기척과 목소리가 하나.

기척의 정체를 떠올리기보다 먼저 울린 목소리에 리온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리온 일행의 숙소에 자연스레 나타난 인물은 넷. 두 사람의 기척은 익숙한 기척이다. 다른 두 사람의 기척은 최근에 익힌 기척이다.

숙소로 들어선 모습을 본 리온은 선두에 선 인물을 바라보며, 이름을 불렀다.


“칸.”

“오랜만일세. 잘 지냈는가?”


헤어질 때와 조금도 달라진 게 없는 칸은 기운 넘치는 모습으로 리온을 불렀다.

그런 칸의 뒤로 조금 지친 듯한 타란티노가 힘없는 발걸음을 옮겼다.


“오랜만이에요···.”

“이보게, 광대 청년. 언제까지 체력이 없을 건가?”

“열심히 하고 있는걸요.”


타란티노의 힘없는 발걸음에 곧장 몇 마디를 대화를 나누는 모습.

그 모습을 지켜본 리온은 여전하다는 감상과 함께, 그 너머에서 걸어온 셀리나와 블론드를 바라봤다.

셀리나는 홍매 상단의 주인으로서, 흑암 상단의 일을 처리하느라 잠시 자리를 비웠었다. 블론드는 셀리나의 호위로 함께 향했고.

그렇게 자리를 떠난 두 사람이 칸과 타란티노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는 건.


“그쪽도 끝났나 보네.”

“그렇고말고. 잘 끝내고 왔으니 걱정하지 말게.”


리온은 베르를 통해 칸과 타란티노에게 한 가지 부탁을 건넸다.

그 부탁은 셀리나가 라셴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재판부의 사건을 처리해달라는 부탁이다.

일반적인 인물이라면 처리할 수조차 없는 일이다. 그러나 칸은 베르를 통해 전해진 부탁을 태연하게 받아들이고,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게다가 흑암 상단을 무너뜨리는데 결정적인 증거를 마련하기까지 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쉽게 무너뜨릴 수 있었네요.”

“무얼. 내게 감사할 필요는 없네. 저이가 필요로 했다면, 필요한 일이었을 테니.”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전한 셀리나는 칸의 한결같은 태도에 감탄했다.

그와 동시에 칸과 같은 인물이 리온의 부탁을 손쉽게 들어주었다는 사실에 놀랐다.

한참 리온을 바라보던 셀리나는 문득, 뒤늦게 고개를 숙였다.


“이번 사건. 휘말리게 하여 면목이 없습니다. 그리고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도움을 받은 셀리나로서는 너무나도 당연한 인사다.

리온과 베르. 레나드와 체이스. 정원 너머에 보이는 루미아와 아리엘에게까지 전한 인사다.

다만, 리온은 어깨를 으쓱였다.


“거래였어.”

“···거래, 라니요?”


상인으로서 지나치기 힘든 이야기에 셀리나는 의문을 보였다. 오히려 상황을 지켜보던 칸이 리온의 이야기를 알아차렸다.

셀리나의 뒤에서 자신의 자리인 듯 가만히 선 인물. 블론드는 인간이 아니다. 그런데도 인간의 형상을 유지하고 있다.

이미 죽은 존재. 칸 자신과 같은 존재라는 건, 리온이 관여했다는 의미다.


“블론드가 한 거래니까.”

“으음. 가능하다면 조용히 전했으면 했는데 말이지.”


블론드는 리온의 이야기에 겸연쩍은 듯 시선을 돌리며 모른 척하려 했다.

그러나.


“···당신이?”


셀리나는 의문을 미처 지우지 못했다.

의문이라기보다, 기대.

그 이상의 두려움.

온갖 감정이 담긴 목소리에 블론드는 잠시 숨을 고르고.


“내, 자네와 약속을 맺었다지 않나.”


떠오른 생각을 전했다.

기억이 온전하지 않은 블론드가 기억하고 있는 기억은 지극히 적다.

자신의 도술. 그리고, 홍매(紅梅)의 약속.


“···.”


약속의 내용까지 기억하는 건 아니지만, 블론드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셀리나를 지키려 했다.

그게 블론드 자신으로서는 당연한 이야기이기에.

다만.


“지금은 블론드라고 했었나요.”


셀리나는 냉정히 고했다.


“블론드. 당신은 이미 약속을 저버렸어요.”

“뭐라···? 그, 그게 사실인가?”


약속을 이미 저버렸다.

셀리나의 단언에 그 내용을 모르는 블론드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상황을 지켜보던 이들도,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 두 사람의 안건이기에 그저 지켜볼 수 없는 상황에 블론드는 당황하며 물었다.


“내, 정말 약속을 저버린 것인가?”


홍매(紅梅)의 약속.

한없이 어둠에 가려진 기억.

그 기억의 끝을 떠올리려는 블론드는 기억 대신 셀리나의 대답을 들었다.


“네. 그렇고 말고요. 당신은 이미 몇 번이나 약속을 저버렸어요.”

“···그런가. 그건···. 미안하게 되었네···.”


힘없이 처진 블론드는 진심으로 사과하고자 머리를 숙였다.

아니, 숙이려 했다.


“하지만.”

“음···?”


셀리나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이번에는 약속을 지키셨어요.”

“···그런가.”


약속을 지켰다.

이번과 지난번. 무엇이 다른가.

그 차이를 생각하던 블론드는 불현듯, 한 가지 기억을 떠올렸다.

자신의 것인지조차 불확실한 기억.

그러나 블론드는 확신하고, 다시 한번 중얼거렸다.


“내 매화(梅花)가 지기 전에 돌아왔네, 셀리나.”

“···당신.”


블론드가 셀리나에게 약속을 되새긴 순간.

홍매관은 때아닌 홍매(紅梅)로 붉게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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