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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양

[Ego] 마지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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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2.19 05:54
최근연재일 :
2021.12.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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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5,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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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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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Ego] 6장 16화

DUMMY

블론드의 웃음에 불안을 느낀 셀리나는 얼굴을 찌푸리며 블론드에게 묻고자 한 걸음 움직였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 서걱.


재판부의 건물이 베였다.

단 한 줄기의 검흔은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퍼져나갔다. 한 차례에 담긴 힘을 표현하려는 듯 천장과 벽면이 산산조각이 나기 시작했다.

산산이 조각난 벽돌과 목제가 떨어지는 것은 시간문제. 그것도 찰나에 지나지 않는 짧은 시간이다.

셀리나가 이상을 알아차린 시점에는 이미, 머리맡까지 건물이 내려앉은 후.

하지만.


“이런. 그대의 몸에 상처가 나선 안 되지.”


셀리나는 조금의 충격도 느낄 수 없었다.

어느샌가 자라난 식물 줄기들이 기둥을 대신하듯 무너진 천장을 지탱했기 때문이다.

주변 모습을 바라본 셀리나는 당황과 동시에 블론드의 도술에 한숨을 내쉬었다.


“여전하시군요.”

“내가 누구인데.”


셀리나의 목소리에 즐겁다는 듯 어깨를 으쓱인 블론드는 주변을 살폈다.

갑작스레 날아온 검은 자신들을 노린 공격이 아니다. 만일, 두 사람을 노렸더라면 더욱 확실한 공격을 날렸음이 틀림없다.

눈먼 공격이란 사실을 알아차린 블론드는 강력하고도 날카로운 검 자국에 한 사람을 떠올렸다.


“흠. 시간 벌이라더니, 너무 날뛰지 않나.”

“···다른 이들도 온 건가요?”

“혼자 오기에는 외로움을 많이 타는 터라.”

“하아.”


블론드의 이야기에 한숨을 내쉰 셀리나는 건물을 산산조각 낸 인물을 떠올리려 했다.

셀리나가 파악하기에, 블론드를 데려온 인물은 리온 일행이다. 일행 중에서 검을 지닌 인물은 리온 뿐이다.

다만.


‘이렇게 과격하게 나올 이유는 없어요.’


블론드의 계획에 동참하더라도 과격하게 나올 이유가 없다. 재판부를 완전히 무너뜨린 것과 습격은 의미가 조금 다르다.

게다가, 재판부 내부의 인물은 상관없다는 듯 날아온 검이다. 누군가를 노리기보다 우연히 맞닿은 쪽이 합리적인 생각이다.


“이제 어떻게 하실 건가요?”

“함께 하겠나?”

“여기에 있는 건 위험해 보이니까요.”


능글맞게 웃음을 지은 블론드의 모습에 셀리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가능하면 무죄 판결을 받은 후에 재판부를 나서는 게 좋다. 하지만, 재판부는 지금 습격받는 중이다.

블론드의 기습 이외에도 날뛰는 이들이 있다. 그중, 일부는 주변 피해를 줄 정도로 날뛰고 있다.

셀리나는 혼란한 상황에 떠돌다 죽기보다 블론드를 따라가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


“그럼, 우선 저쪽에서 날뛰는 이들과 만나볼까.”

“···설마 싶긴 하지만, 지금의 것. 같이 오신 분이 하신 건가요?”

“그건 나도 모르네. 하지만, 검이 날아온 곳에 청년이 있다는 건 확실하지.”

“그런가요···.”


식물을 헤쳐 나가며 길을 여는 블론드를 바라보며, 셀리나는 반쯤 포기하기로 했다.

리온 일행이 이번 습격의 주된 원인이라면 셀리나의 죄는 무거워진다.

하지만.


‘재판부에 이토록 강한 이가 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어요. ···게다가. 상황도 이상하게 흐르는 듯하고.’


셀리나의 감이 말하고 있었다.

리온 일행의 곁에서 움직이는 게 좋다.

자신의 직감을 믿는 셀리나는 조용히 블론드의 뒤를 따라 걸었다.


“이건···.”

“상당히 날뛴 모양이야.”


블론드는 발치에 작은 연기를 흘려 길을 찾았다.

연기를 쫓는 두 사람은 재판부의 건물을 돌아다니며, 쓰러져 있는 경비와 무너진 복도 등.

주로 아리엘과 루미아의 흔적을 보고 놀랐다.


“아, 찾았나 보네.”

“안녕하세요.”


복도를 걷기를 잠시. 블론드와 셀리나는 주변이 온통 붉게 물든 복도에 들어섰다.

그리고 그 중앙.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한 루미아와 아리엘이 두 사람을 불렀다.


“여기에 있었나.”


셀리나는 처음 두 사람을 보고 의문과 동시에 위화감을 느꼈다.

아리엘과 루미아는 주변이 붉게 물든. 혈흔이 가득한 복도에 서 있다. 그런데도 두 사람에게선 피 냄새가 나지 않는다.

되려 청량하게 맑은 공기마저 흐르는 두 사람의 주변에 셀리나는 내심 얼굴을 찌푸렸다.


‘평범한 이들은 아니네요.’


지금, 이 순간.

셀리나는 리온 일행을 평범과는 궤를 달리한, 괴이한 일행으로 결론지었다.

어떻게 보면 정답인 결론이다.


“그쪽의 분이?”

“음. 내가 찾고자 한 여인이라네.”

“···셀리나라 합니다.”


루미아의 호기심 어린 시선과 아리엘의 호의 어린 시선.

두 시선을 느낀 셀리나는 한 사람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에 블론드도 고개를 기울이더니.


“청년은 저쪽에 있나?”


복도 너머.

재판부의 정원으로 향하는 길목을 가리켰다.


“네. 리온 씨는 저기에 계셔요.”

“아마 전투는 끝난 모양인데. 움직일 생각은 없나 봐.”


루미아와 아리엘은 자신들의 전투가 끝난 후. 리온의 상황을 살폈다.

누군가와 전투하는 분위기를 느낀 두 사람은 한참 기다렸으나, 리온은 싸움이 끝난 후에도 정원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두 사람은 묘한 분위기의 리온에 다가가기 꺼렸다. 그러니 블론드가 오거나, 리온의 분위기가 평소로 돌아올 때까지 복도에서 기다린 것이다.

블론드는 루미아와 아리엘의 모습에 잠시 고개를 기울였다.


“가지 않는 건가?”

“아···. 음. 가야지.”

“네···. 아, 혹시 앞에 서주실 수 있나요?”

“음···?”


블론드는 루미아와 아리엘. 두 사람과 달리 무인은 아니다.

그 탓에 멀리 있는 리온의 분위기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아리엘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였다.

반면.


‘···조용히 가는 편이 좋겠네요.’


상인 중에서도 뛰어난 직감을 지닌 셀리나는 묘한 기류를 알아차리고, 최대한 자신의 존재감을 흐트러뜨렸다.

태연한 블론드가 앞장서고, 묘하게 긴장한 두 사람과 기척을 흐트러트린 한 사람은 정원으로 나섰다.

재판부의 정원은 고요하며 넓다. 잔디가 넓게 깔린 정원은 어딘가 정취 어린 분위기를 보인다.

마침 해가 지는 노을에 비친 호수는 한 폭의 그림과도 같았다.


“아, 저기 있군.”


그런 정원의 중앙에, 리온은 있었다.

블론드는 태연히 리온을 찾아 걸었다. 하지만 뒤에 선 세 사람은 정원의 모습이 묘하게 일그러진 사실을 깨달았다.

돌판은 깨지고, 둥근 연못은 깊게 파여 물 하나 없는 바닥이 드러나 있다.

명백히 묘한 분위기. 곳곳에서 풍기는 위화감에 블론드를 제외한 세 사람은 정원 입구 부근에서 기다렸다.


“이보게. 무얼 하고 있나?”


혼자서 이상을 눈치채지 못한 블론드는 여유롭게 정원 중앙으로 걸어가, 리온에게 말을 건넸다.

블론드의 물음에 천천히. 미약하게 반응을 보인 리온은 고개를 들었다.

그 덕에 블론드는 리온의 표정을 볼 수 있었다.


“···자네.”


평소와 다름이 없는 표정.

오히려 감정을 지워버린 듯 더욱 무감해 보이는 표정에 서린 것은 단 하나.


“화내고 있는 건가?”


분노다.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이전의 리온을 마주했던 블론드는 리온이 화내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감정을 숨기듯 가면을 쓴 표정이 더욱 위화감을 만들었다. 블론드는 의문을 보이듯 몇 번 고개를 기울이다가, 뒤늦게 정원의 위화감을 깨달았다.


“···혈흔이 없군.”

“···.”


혈흔이 없다.

리온은 겉보기에도 상처 하나 없다. 하지만, 리온이 전투를 치렀다면 상대의 것이라도 피가 흐르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정원에는 조금의 혈흔도 없다. 있는 것이라고는 치열한 전투의 흔적뿐이다.

그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블론드는 리온이 화를 낸 이유를 조금이나마 짐작했다.


“놓친 거로구나? 그렇군, 그래서 화를 내던 거였어. 그게 아닌가?”


주변 상황을 보고 정답을 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블론드는 리온을 바라봤다.

여전히 대답이 없는 리온의 모습에 어깨를 으쓱인 블론드는 시선을 조금 움직였다. 리온의 손에 쥐어진 검. 『칼라드볼그』는 평범한 검이 아니다.

베르와 이미 만난 블론드는 『칼라드볼그』의 정체를 알고 있다. 시선을 돌린 블론드는 베르에게 묻듯 시선을 건넸다.

시선이 마주하기를 잠시. 『칼라드볼그』는 옅은 빛에 휩싸이며, 모습이 변했다.


“일단···. 만난 것 같네.”

“음, 덕분에 만날 수 있었네.”


사람 형태로 변한 베르는 셀리나의 모습을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블론드도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이자, 베르는 본론을 이야기하기로 했다.


“그래. ···일단, 저쪽으로 갈까.”

“음?”


베르와 함께 정원의 입구.

세 사람이 선 방향으로 향한 블론드는 의문을 띄웠으나, 베르의 모습에 잠시 조용히 기다리기로 했다.

반면, 세 사람은 블론드와 함께 베르가 다가오자 당황했다. 도망갈 정도의 일은 아니었기에 기다린 결과. 다섯 명은 정원의 입구.

복도의 끝에서 마주했다.


“그, 저···. 리온 씨는?”


혼자남은 리온을 바라본 아리엘이 조심히 물었다.

루미아 또한 궁금한지, 베르의 대답을 기다렸다.


“리온은···. 잠시 혼자 있게 해줘.”

“···무슨 일이 있었는데?”


리온의 약한 모습에 드물게 놀란 루미아가 반사적으로 물었다.

베르와 리온. 두 사람의 모습을 봐서는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일단, 전투가 있었다는 사실은 알 수 있다.

그 이상으로 상황을 모르는 주변은 베르의 이야기만을 기다렸다.


“전투가 있었어.”

“그건 알고 있어. 궁금한 건, 두 사람이 왜 그렇게 기운이 없어졌는지. 그게 궁금한 거야.”

“그렇네. 으음···. 간단히 말하자면.”


전투가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리온과 베르는 남자를 베어 가르려 했다. 최선의 힘을 다했다. 베르도 자신할 수 있을 정도로.

하지만. 남자는 유유히 도망갔다.

그것도 충격적인 정보를 남기고서.


“마왕이 부활했어.”


-+-


흑암 상단의 뒤를 쫓은 레나드는 묘한 분위기에 기척을 더욱 죽였다.

모습까지 감춘 상황에서, 겨우 시선만 향한 곳은 한 건물. 흑암 상단의 것이라는 창고다.

창고의 입구는 적당한 수준의 경비가 늘어서 있다.


‘수상하단 말이지.’

- “내부에서 상당한 마력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그것도 모르는 건가.”

‘미안한데, 나는 마력 감지는 떨어지니까.’


『아르케부스』 상태인 체이스와 대화를 나눈 레나드는 조용히 건물을 살폈다.

건물 전체의 모습은 평범한 창고다. 크기도 그리 크지 않다. 대형 상단치고는 오히려 작은 축에 속한다.

그러나, 체이스의 말대로 창고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마력이 심상치 않다.


- “문이 열리는 순간에만 마력이 흐르고 있다. ···그것만으로 이 정도로 짙은 마력이 흐르는 건가.”

‘그래?’


마력 감지에는 소질이 없는 레나드는 의문을 보이면서도 창고를 살폈다.

이제껏 창고의 문이 열린 적은 세 번. 두 번은 물자를 옮기느라 열렸고, 한 번은 사람이 들어서느라 창고 문이 열렸다.


‘어떻게 할까. ···먼저 돌입해버려?’

- “기다려라. 아버님의 분위기가 묘하다.”

‘···리온이?’


영혼 마법으로 연결된 체이스가 재판부에 있는 리온의 상태를 확인한 직후.

레나드는 반사적으로 숨어있던 나무에서 뛰어내렸다.

그와 동시에, 불과 몇 초 전. 레나드가 나뭇잎 사이에 숨었던 나무는 폭발했다.


“이거 원···. 너무 여유롭게 있었나?”

“···.”


레나드는 자신을 습격한 인물을 바라보고 어깨를 으쓱였다.

눈앞에 선 인물은 작은 아이. 아직 어린애 정도인 아이는 아무런 감정이 담기지 않은 눈으로 레나드를 바라봤다.

레나드를 바라보길 잠시. 시선을 옮겨 『아르케부스』까지 확인한 아이는 얼굴을 찌푸리더니.


“적?”


의문을 보였다.


“···아마?”

- “멍청이.”


레나드가 아이의 질문에 정직하게 대답한 순간, 체이스의 핀잔과 함께.

레나드가 선 자리는 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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