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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양

[Ego] 마지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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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2.19 05:54
최근연재일 :
2021.12.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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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5,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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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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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Ego] 7장 10화

DUMMY

일행의 방침이 정해지고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하나.

레네를 앗아간 이들의 위치를 찾는 일이다.

일행 중 레나드와 체이스. 두 사람은 감지 범위를 최대한으로 늘리기 시작했다.


“어때?”


베르의 물음에 체이스는 조용히 레나드에게 힘을, 레나드는 더욱 집중하며 주변을 감지하기 시작했다.

한없이 펼쳐진 레나드의 감각은 이미 라셴의 전역을 둘러쌌다. 그 이상으로 뻗어나가는 레나드의 감각은 단 하나의 기척을 쫓고 있다.

한 번 기억한 기척을 절대 잊지 않는 레나드와 다양한 것들을 탐지해내는 체이스.

두 사람은 순식간에 바다 너머. 이미 라셴에서 가장 먼 땅. 바이엘른 왕국의 구석마저 둘러봤다.

하지만.


“···.”


레나드는 레네의 기척을 찾지 못했다.

기척의 흔적은 남아 있다. 곳곳에 흩어진 바람을 타고, 미약하게 남은 흔적. 다만, 세상 어디에서도 그 본래의 기척은 찾지 못했다.

체이스의 추적으로도, 레나드의 감지로도 찾아내지 못했다. 베르는 두 사람의 반응에 상황을 짐작하고 다른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기척의 방향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레나드는 계속해서 기척을 쫓았다.

그러던 중.


- “무언가, 있어.”

“응?”


집중하는 레나드에게 콥스가 말을 걸었다.

레나드와 체이스의 영혼 계약. 그 통로에 이어진 콥스는 두 사람의 행동을 짐작했다.

두 사람 사이에 이어진 통로. 통로에 지나는 힘과 정보를 살핀 콥스는 익숙하면서도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위화감을 말로 설명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콥스는 레나드에게 정보를 흘려보냈다.


- “여기.”

“···여기?”

- “왜 그러지?”


통로를 통해 오던 정보가 흘러오지 않자, 체이스까지 함께 콥스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콥스가 가리킨 장소는 레나드와 체이스가 살핀 곳. 그러나 자세히 살핀 장소는 아니다.

그것도 그럴게.


“바다인데?”


콥스가 가리킨 장소는 대륙과 대륙의 중앙. 세상의 중앙이라고도 할 수 있는 위치다.

땅이라 할 수 있는 그 무엇도 찾아내지 못한 장소다. 그러나 콥스는 확신을 지닌 채, 말을 이었다.


- “연구소. 비슷해.”

“연구소···? 그 말은, 카타스트로피인가.”

- “···확실히. 이곳은 지나칠 정도로 마력이 적군.”


콥스의 제안에 체이스까지 확인에 나서자, 뒤늦은 위화감에 휩싸였다.

위화감을 깨달은 레나드와 체이스가 집중해서 장소를 파고들기 시작했다.

그것도 잠시.


- 파칭.


무언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찾았다.”

- “쯧. 이런 얕은수를.”


두 사람은 막대한 양의 기척과 마력을 찾았다.

세계의 중앙. 일반적으로 땅이 없다고 알려진 위치에는 이상할 정도로 많은 기척이 모여있다.

그러나 그것들은 인간의 기척이 아니다. 마수나 마물의 기척. 그런 것들이 모여있으니, 마력 또한 심상치 않다.

다만, 하나 확실한 건.


“레나드, 찾았어?”

“찾았어. 배를 타고 가야겠네.”


목표가 정해졌다.


-+-


“그럼, 잘 다녀오게나.”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레나드와 체이스. 콥스의 도움으로 위치를 찾아낸 일행은 그 순간 배를 준비했다.

이미 마도선을 준비하는 데 갖은 도움을 준 칸과 타란티노는 항구에서 일행을 배웅했다.

두 사람은 일행 중에서도 전투력이 전혀 없다. 그렇기에, 싸움이 격화하는 게 확실한 이번 전투에서 떨어지기로 했다.


“다녀오겠습니다!”

“이기고 올게!”

“또 마도선인가.”

“흥.”


일행은 아리엘과 루미아. 레나드와 체이스.

라셴에 들어온 이후 함께 다닌 일행을 태우고, 추가로 두 사람을 태웠다.


“라셴 밖으로 가는 건 처음이네요.”

“그런가? 으음. 그럼, 첫 해외여행이 전투가 되는구나. 그래도 걱정하지 않아도 되네! 내가 잘 지켜내 보일 테니.”

“저보다 리온 씨를 도와주도록 해요.”


갑판에 올라 먼바다를 바라보는 두 사람은 걱정과 의욕. 갖은 감정이 섞인 채로 자리에 임했다.

두 사람이 리온에게 받은 것은 은혜라고 할 정도로 많다. 서로가 만날 수 있도록 리온이 도왔으니, 이번에는 자신들의 차례라고 의욕으로 넘쳤다.

반면, 마도선의 키를 잡은 리온은 조용했다.


“···.”

“리온, 괜찮아. 다들 도와주고 있어.”

“알고 있어.”


잔잔한 분위기.

화산이 터지기 직전의 감각. 또는, 폭풍이 일기 전에 생기는 작은 고요함이다.

베르는 리온의 분위기를 살피며 걱정했다. 혹여나, 리온이 무리를 하지 않을까. 리온은 이 이상 무리하면 확실하게 죽는다.

그 이상으로, 영혼이 소멸한다.


‘리온···.’


리온은 말로 괜찮다고 했으나, 절대 괜찮은 상황이 아니다.

베르 자신도 리온의 감정은 이해할 수 있으나. 이해하는 것과 직접 느끼는 건 또 다른 문제다.

리온의 돌발적인 행동을 걱정한 베르는 자신에게 이어진 영혼 통로를 찾아나갔다.

이제껏 이어진 이들 모두와 연결된 통로. 그 길을 향해, 지금은 멀리 떨어진 또 다른 리온의 동료를 불렀다.


“후우.”


베르가 멀리 있는 동료를 부르는 사이.

리온은 자신의 상태를 가다듬었다. 일전에는 기습당했다는 것과 영혼 마법을 사용한 직후라는 점이 컸다.

우연에 우연이 겹친 탓에 아무런 대응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다음 전투는 다르다.’


리온은 이후의 전투를 준비하기 위해, 몸의 감각을 전성기 이상으로 다듬기 시작했다.


-+-


지도에도 기록되지 않은 섬은 역사적으로도 존재하지 않는 섬이다.

인과와 섭리를 비틀어 생긴 섬은 그 주변이 언제나 안개로 가득하다.

파도마저 흔들리지 않고, 해류마저 섬을 피해 가는 곳. 그 섬은 이름 없는 섬으로, 언제나 고요함을 유지했다.

그런 섬으로 향하는 마도선이 하나.


“화려하게 가도 돼는 거지?”

“마음대로 해도 되는 건가요?”


자유로운 전투. 제 실력을 갈고닦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에 들뜬 두 사람.

그런 두 사람을 태운 마도선이, 안개를 뚫고 섬에 맞닿았다.

그와 동시에.


“마음껏 날뛰어.”

“네!”

“좋은데?”


섬 전역에 걸쳐진 방어 마법이 그 독니를 드러냈다.

안개 너머에도 펼쳐진 수많은 마법. 그것들은 리온이 마법 도구로 해제하거나, 베르가 지웠다.

다만, 섬 내부에 펼쳐진 마법은 조금도 지우지 않았다.


“가자, 아리엘!”

“응!”


이유는 하나.

내릴 준비도 하지 않고, 갑판에서 뛰어내린 두 사람을 위해서다.

루미아와 아리엘의 발이 섬의 땅에 닿은 순간 마법은 제 효과를 발휘했다.

우선.


- 삐이이이.


선 전역에 울리는 경계 알람으로 섬에 있을 이들을 깨웠다.

그와 동시에 두 사람을 향해 날아오는 수많은 탄환.

방위를 위한 마법 도구만으로도 군대를 쓰러뜨릴 정도의 수. 섬의 해안 부근이 전부 마법 도구로 늘어선 가운데.

아리엘과 루미아는 태연하게 나아갔다.


“먼저 갈게!”

“나중에 봐요!”


달려 나가는 루미아와 아리엘을 향한 마법. 그 수만 하더라도 백을 넘는다.

하지만, 그 마법이 두 사람에 맞는 일은 없었다.

손짓하나. 때로는 한 번의 손짓으로 여러 개의 마법이, 서로 부딪히며 상쇄되는 등. 두 사람은 마법 폭풍 속에서도 가벼운 발걸음을 선보였다.


“리온. 이쪽도 갈게.”

“먼저 가보겠습니다.”

“나도, 가.”


아리엘과 루미아가 자리를 비운 후. 마도선이 정박한 걸 확인한 레나드는 체이스와 콥스. 두 사람을 데리고서 내렸다.

저마다 자유롭게 내리는 상황에, 마지막까지 남은 셀리나와 블론드는 조심스레.


“이쪽도 가봐야겠어. 마음껏 날뛰어도 된다 했지?”

“그래도 정도를 지켜요, 블론드.”

“으음. 알았어, 알았네.”


천천히 마도선에서 내렸다.

남은 것은 리온과 베르. 마도선에 남은 베르는 시선을 돌렸다.

리온은 갑판에 없다. 그렇다고 키를 잡은 것도 아니다. 마도선의 한 방에서 몸을 최선의 상태로 만들기 위해 힘을 가다듬는 중이다.


“리온···.”


힘을 가다듬더라도, 그 힘을 담을 그릇인 영혼은 많이 부서져 있다. 이미 힘을 담아둘 그릇 자체가 무너진 상황.

그런 상황에서 무리하게 마법 도구와 마술 도구. 갖은 방법을 동원하는 리온의 상태는 빈말로도 좋다고 할 수 없다.

이번 전투가 끝난다면. 어쩌면, 이번 전투가 끝나기도 전에 리온이 먼저 무너질 수도 있다.

그건 베르도, 리온 자신도 안다.

그러나.


“어떤 모습을 하더라도···. 선택하는 건, 같네.”


리온은 설령 자신이 죽더라도, 사라지더라도 움직일 것이다.

그걸 누구보다 이해하고 있는 베르는 리온을 말리지 못했다.

어딘가 애틋하고도 슬프게 리온이 있을 방을 바라본 베르는 다시 시선을 돌려, 섬을 바라봤다.

이미 섬에 들어선 이들은 일곱.


“다들 도와주려고 하니까. 무리할 필요는 없어, 리온.”


조용하기만 했던 섬에는 어느새 전투 음이 울려 퍼지고 있다.

멀리서 울리는 검의 소리, 폭발의 소리, 마법의 소리 등. 섬에 오른 일행의 전투를 바라본 베르는 섬의 너머.

보이지 않는 안개 너머를 바라보며, 여러 사람을 떠올렸다.


“다들, 늦지 않게 와줘.”


섬에 오른 이들 뿐만이 아니다.

리온이 만나왔던 이들 모두. 크고 작은 도움을 받았다.

베르는 조용히 기도하듯 중얼거렸다.


“리온이, 레네가. 늦기 전에···.”


-+-


섬을 향해 가장 먼저 뛰어내린 일행.

루미아와 아리엘은 자유롭게 섬을 걸어 다녔다.

향하는 곳은 무조건 섬의 중앙.


“거점을 쳐들어가야지!”


활발한 루미아는 아리엘을 이끌며 섬을 나아갔다.

주변을 둘러싼 안개는 섬 내부에도 자욱한 상황이다. 한치 앞도 보기 힘든 상황에, 아리엘은 일전의 전투를 떠올렸다.

안개에 가려진 탓에, 갑작스러운 기습인 탓에, 당했다.


‘변명이야.’


하지만, 아리엘은 갖은 이유를 변명이라 치부했다.

당시 적의 공격은 그리 날카로운 게 아니었다.

아리엘의 오른팔에는 아직도 붕대가 감겨 있다. 상처를 치료하지 않고 놔둔 이유는 자신의 안일함을 기억하기 위해서다.


“아리엘.”

“응.”


자유롭게 주변을 걷던 루미아는 어느새 걸음을 멈추고, 검을 들었다.

아리엘 또한 이유를 짐작하고 검을 쥐었다.

어느새 자신의 검이 되어버린 『믈리넷』.


‘애검이 되어버렸네.’


본래 한 사람의 검사가 된 이후에 받아야 하는 검을, 리온을 만난 이후로 먼저 받아버렸다.

아리엘은 『믈리넷』이 자신에게 과분한 검이라고 생각했다.

단순히 루미아의 문제가 아니다. 검 자체의 질이, 자신과 같은 검사에게는 과분하다.

그렇기에.


‘더 정진해야지.’


마음을 가다듬은 아리엘은 숨을 내뱉으며 몸에 긴장을 풀었다.

겨누는 것은 안개 너머.


“나오세요.”

“언제까지 숨어 있을래?”


아리엘의 목소리와 동시에 울린 루미아의 목소리.

그에 답하듯 안개 너머에서 단검 하나가 날아왔다.


- 캉.


날아온 단검을 손쉽게 튕겨낸 아리엘은 단검이 날아온 방향이 아닌, 정반대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휘두른 검으로 인해 안개가 베이고, 안개 너머에 숨어 있던 그림자를 드러냈다.


- 딸그락.


아리엘의 검에 무너져 내린 인형.

인형을 별다른 감흥 없이 바라본 아리엘은 다시 시선을 돌려, 정면으로 향했다.


“너무 뻔한 거 아닌가요?”

“그 뻔한 수법에 당했던 네가 할 말은 아니지 않나?”


안개 너머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하나.

하지만, 아리엘과 루미아는 이미 주변 일대의 모습을 파악했다.

들리는 인물뿐만 아니라 아리엘과 루미아. 자신들의 주변을 완전히 둘러싼 존재들.

그것들은 기척조차 없다.


“인형 가지고는 상대가 안 될걸요.”


인형.

아리엘과 루미아를 둘러싼 인형들. 그리고 그 인형을 조종하는 인형술사.

루미아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아리엘. 그때 그 남자는 없나 봐. 혼자서 할 수 있지?”

“당연히. 여유야.”

“···그 허세가 널 죽이게 될 거다.”


인형과 인형술사.

그러나 섀도우라 불렸던 남자는 없다.

아리엘은 물러난 루미아를 대신해, 혼자서 검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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