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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양

[Ego] 마지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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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2.19 05:54
최근연재일 :
2021.12.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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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835,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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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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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Ego] 7장 11화

DUMMY

아리엘의 전투는 단순한 행동의 반복이다.

기척도 없이 다가오는 인형을 베어내고, 안개 속에 숨어 있는 인형술사를 찾을 뿐이다.

인형술사는 직접적인 전투를 피하고 있다. 계속 아리엘을 쓰러뜨리려고, 자신에게 오는 걸 방해하려 인형을 보내고 있다.


‘귀찮아···!’


인형은 약하다.

일반적으로 보면, 강한 축에 속한다. 하지만 인형술사의 한계는 명확하다.

인형의 재료, 술사의 실력, 구조적인 문제 등. 일반적인 인형술사보다 강하더라도, 아리엘의 상대는 되지 않는다.

아리엘을 상대로 선전할 수 있는 건 단순히.


“이 인형 얼마나 있는 건가요!”

“네가 지쳐 쓰러질 정도는 있지!”


인형이 많다.

많아도 지나치게 많다.

이미 아리엘이 베어낸 인형의 수만 해도 백은 넘는다.

그런데도 주변에서 느껴지는 인형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어디에서 나오는지. 그것만이라도 알 수 있으면 좋은데.’


주변에 자욱한 안개는 자연현상인지, 마법적 현상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짙다.

공기 중에 떠오른 마력의 양도 심상치 않다. 섬 자체의 환경이 비정상적인 탓에 아리엘은 더욱 애를 먹고 있었다.


‘차라리···.’


안개 너머에서 달려드는 인형. 인형이 든 무기는 제각각이다.

그것들을 전부 쳐내며 인형을 쓰러뜨리던 아리엘은 문득 한 가지 생각을 떠올렸다.

어렵지 않은 상대가 수가 많을 뿐이다. 이는 아리엘 자신이 원한 전투랑은 조금 다르다. 기술의 끝을 연마하기에는 상대도 강한 쪽이 좋다.

그렇게 판단한 아리엘이 주변 일대를 날린다는 생각을 떠올렸을 때.


“아.”

“응? 드디어 항복할 생각이 든 건가? 아쉽게 되었네! 난 널 죽일 생각인데!”


인형술사의 헛소리를 흘려들은 아리엘은 뒤늦게 한 마디를 떠올렸다.

리온의 말.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했었지!’


마음대로.

즉, 아리엘이 주변 일대를 날려버리던. 검을 휘두르던. 리온은 문제로 삼지 않겠다는 이야기다.

언제나 힘을 조절하며 주변 피해를 의식하던 아리엘에게는 무엇보다 고마운 이야기다.


“너, 머리가 어떻게 된 거냐?”


무심코 웃음을 지은 아리엘의 모습에 인형술사는 얼굴을 찌푸렸다.

그러나 아리엘은 인형술사의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웃었다. 아리엘 자기 손에 있는 것은 애검, 『믈리넷』.

아리엘이 배운 검술을 어떤 검보다 손쉽게 받아들이는 검이다. 또한, 검술 중에는 다대일을 상정한 검술도 있다.

제한도 없고, 최적의 장비가 쥐어진 상태.

즉.


“끝낼게요.”


아리엘은 힘을 마음껏 휘두를 수 있다는 이야기다.

검을 손에 쥔 아리엘은 자세를 잡고, 검술. 기술의 순서를 떠올렸다.

피워 올리는 것은 아직.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서는 순서가 필요하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씨앗을 뿌리는 것.


“흩날려, 뿌리 박아라.”


아리엘의 검술은 마력을 이용한 기술이 주를 이룬다.

마력과 힘이 누구의 것인지는 의미 없다. 적의 마력마저 자신의 것처럼 흘려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몸에서 마력을 조금 끌어낸 아리엘은 검의 끝을 바닥을 향하고, 찔러넣었다.

검 끝에 맺힌 마력은 땅으로 흘러 들어가 그 모습을 감췄다.

그러나.


“너, 뭘 하는 거냐?”


인형술사가 의문을 보이며, 빈틈이라며 인형을 더욱 움직이는 사이.

아리엘이 흘려보낸 마력은 대지에 섞인 마나를 잡아먹고 더욱 거세지기 시작했다.

흘려보낸 마력이 더욱 큰 마력을 불러낸다. 아리엘의 의지를 담은 마력은 어느새 주변 곳곳으로 퍼졌다. 마치 씨앗이 뿌리를 박듯, 깊이 퍼진 마력 덩어리.

인형술사의 물음에 아리엘은 태연히, 자신이 할 일을 밝혔다.


“섬을 뒤엎으려고요.”


이미 섬 곳곳으로 퍼진 마력 덩어리는 아리엘의 행동을 기다리고 있다.

밀려드는 인형을 베어내고, 쓰러뜨린 아리엘은 다시 한번 마력을 가다듬었다.

이번에는 이전보다 많이. 거칠면서도 정교하게. 몸 안에서 얽매인 마력을 차분히 검으로 옮긴 아리엘은 한번.


- 후웅.


검을 휘둘렀다.

정말 그저 그것뿐이다.


“하? 실패했구나! 아하하!! 멍청한 녀석!”


많은 마력을 끌어내는가 싶던 아리엘이 검을 휘두르고 끝났다.

그 모습을 안개 너머로 지켜본 인형술사는 아리엘을 보고 웃었다. 자신이 다루지 못한 마력을 움직였다고, 그래서 기술이 실패했다고.

인형술사는 착각했다.


- 쿠구구궁.


“큭, 갑자기 뭐야?”


갑작스레 흔들린 지각에 인형술사는 당황하면서도 자세를 다잡았다.

반면, 아리엘은 흔들리는 대지에도 태연하게 자세를 유지했다. 그리고 그건 루미아도 마찬가지다.

자신들만이 흔들리지 않는 땅에 서 있는것처럼. 조금의 흔들림도 없는 두 사람. 두 사람의 공통점은 하나.

같은 검술을 배웠다는 점이다.


- 쿠구구구궁.


점차 섬의 흔들림이 심해지자, 인형술사는 무언가 일어나고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눈앞에 있는 아리엘이 한 일이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 했다. 그가 보기에 아리엘은 어렸으니까. 실제로도, 아리엘의 나이는 성인조차 아니다.

어린아이의 힘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섬을 뒤흔들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제기랄. 연락도 안 되네!”

“아.”


인형술사는 마법 도구 너머로 제 동료들을 불렀으나, 반응 없는 상황에 혀를 차며 인형을 움직였다.

자신을 지키는 인형과 아리엘을 노리는 인형. 두 부류로 나뉜 가운데.

아리엘은 떠올랐다는 듯 입을 열었다.


“거기. 조금 있으면 무너질 거예요.”

“뭐?”


아리엘이 말을 전하고, 인형술사가 의문을 떠올린 순간.

진동은 격한 충격으로 바뀌었다.


- 쾅.


폭발이 한 번.

지반이 폭발하면서 어딘가 날아올랐다. 그 충격에 더욱 흔들린 인형술사는 당황하며, 자리를 피난하려 발을 뻗었다.

그렇게 뻗은 다리는 허공을 박찼다.


“무···?”


땅이 없다.

인형술사가 그 사실을 알아차린 것과 떨어지는 것은 동시. 이미 일변한 시야 속에서 인형술사는 웃음을 머금은 아리엘을 찾았다.


“이 자식···!!”


한참이나 뒤늦게, 이번 상황을 아리엘이 만들었다는 걸 이해한 인형술사는 분노하며 외쳤다.

그와 달리. 주변 인형을 자신이 떨어지는 구멍으로 회수한 인형술사의 모습은 깊은 지하로 사라졌다.

인형과 인형술사가 사라진 주변을 확인한 아리엘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서 말했는데 말이죠.”

“아리엘, 잘했어.”


주변 일대를 완전히 뒤엎은 걸로 부족해서, 섬의 지각을 무너뜨린 아리엘은 태연했다.

루미아 또한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참견하지 않았다. 적을 쓰러뜨리는 것은 당연하며, 리온이 제한을 풀었으니까.

지금은 루미아도 빨리 싸우고 싶었다.


- 쿠구구궁.


주변 지각을 날려버렸다.

즉, 지금 섬은 침몰하고 있다.

멀리서 밀려오려는 해일을 바라본 루미아는 아리엘의 행동에 감탄하면서도,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했다.

적은 인형술사뿐만이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섬이 무너지고 있다.


“그래도, 아리엘. 너무했어.”

“그렇지···?”


이미 섬의 해안가는 바다로 바뀌었다.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섬이 잠기기까지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을 듯하다.

아리엘은 뒤늦게 자신이 한 행동이 과했다며 당황했다. 루미아는 어리숙한 아리엘의 모습에 한 번 웃고는 검을 들었다.


“심어둔 거, 조금 쓸게?”

“응, 응! 써도 돼.”


검을 든 루미아는 아리엘과 같은 검술을 사용한다.

단순히 검술이 같다고 타인의 마력을 사용하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두 사람은 영혼 계약으로 묶여 있다.

마력까지 나눌 수 있는 루미아는 아리엘의 마력 덩어리를 찾고, 검을 한 번.


“피어라.”


아래에서 위로.

마치 씨앗에서 줄기가 자라듯.

발아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듯한 베기를 보였다.

우아하면서도, 단아한.

동시에 내포된 마력은 단단하면서도 강인한 힘이다.


- 쿠구구.


루미아가 한 행동은 하나.

아리엘이 마력 덩어리에서 키운 뿌리. 그로 인해 무너진 지반을 대신해, 뿌리를 내린 마력 덩어리를 성장시킨 것뿐이다.

그러나 단순한 마력 덩어리가 섬과 지반을 지탱할 수 있는가. 그건 불가능하다.

사용되는 마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됐네.”


하지만 루미아는 간단히 해냈다.

주변 마력을 이용하고, 필요한 부분에만 지탱하도록 만들었다.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섬을 지탱한 루미아는 어깨를 으쓱이며 아리엘을 바라봤다.


“다음에는 조금 조심해?”

“응. 미안해.”

“좋아. 그럼 쭉쭉 가보자.”


자연스레 섬을 부수고, 다시 고친 두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걸었다.

정확히는 걸어가려 했다.


“어라?”

“응?”


두 사람의 앞.

멀리 보이는 수상쩍어 보이는 건물과 어느새 생겨난 지하의 출입구.

그것들을 바라본 아리엘과 루미아는 고개를 기울였다. 조금 전까지 두 사람은 대지의 마력을 이용했다.

대지의 마력을 이용하면, 주변 지형은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두 사람이 파악한 지형은 지하에 인공 건축물이 없었다.


“그래도, 뭐. 입구를 만들어줬네.”

“응. 이번에는 같이 해볼래?”

“그래, 그래. 이번에도 아리엘에게 맡기면 또 섬이 무너질 테니까.”

“이, 이제는 힘 조절할 거야!”

“그게 아니라, 뒤에 있을 일도 생각하는 정도. 그 정도로 충분해.”


주변의 변화에도 태연히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

다만, 두 사람의 곁에는 지하에서 나타난 키메라로 가득했다. 어느 키메라는 마수의 것으로, 어느 것은 마물의 것으로.

제각각의 모습과 형체로 만들어진 키메라가 노리는 건 아리엘과 루미아.


“내기 하나 할래?”

“내기?”


강력한 인조 마물에 속하는 키메라 수십. 계속해서 나오는 수는 백을 넘으려 한다.

그런데도, 루미아와 아리엘에게 긴박한 모습은 하나도 없다.

두 사람은 태연히 키메라를 쓰러뜨린 후만 생각했다.


“많이 잡는 사람이, 나중에 강한 적이랑 먼저 싸우기!”


루미아는 외친 순간, 키메라를 향해 달려나갔다.


“아! 치사하게!”


그 모습을 바라본 아리엘은 뒤늦게 키메라를 향해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두 사람과 수백에 달하는 키메라. 언 듯 위험해 보이는 상황이지만, 자세히 본다면 한쪽의 일방적인 싸움이다.


“조금 더 분발해야겠는데, 아리엘?”

“반칙했으면서!”


두 사람은 강력한 인조 마물.

키메라를 상대로 나들이를 나온 것처럼, 자유로이 움직이며 싸웠다.

공포를 모르는 키메라들조차 주춤하게 하는 압력. 다만, 키메라는 명령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그리고.


그로부터 10분 후.


“이겼는데, 아리엘?”

“반칙! 반칙이야 루미아! 다시 한 번 더 해!”

“응? 더? 그런데 키메라가 없는걸?”

“진짜···!”


두 사람은 전장 한가운데에서 평화로이 말다툼을 나누기 시작했다.


-+-


“저쪽은 화려하게 싸우네.”

- “흥미 없다.”

- “어디?”


중앙을 향해 달린 아리엘과 루미아. 두 사람과 달리 레나드 일행은 외곽지를 우선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섬의 테두리부터 차근차근 메워나가려던 세 사람은 멀리서 싸우는 아리엘과 루미아의 모습에 감탄하는 등. 각자의 감상을 남기며 움직였다.

그러면서도 빈틈없이 주변을 경계.


“아.”

- “음.”

- “왜?”


그렇기에, 레나드와 체이스 두 사람은 먼저 알아차릴 수 있었다.


“무언가 있네.”

- “쯧. 귀찮은 부류인가.”


레나드와 체이스가 숨어 있는 인물을 알아차린 후.

뒤늦게 주변을 살핀 콥스도 알아차렸다.

외곽의 절벽. 그 주변 암반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모습.

콥스는 그 인물의 이름을 불렀다.


- “아, 이반.”


이반.

일전, 발하크 대사막에서 레나드와 체이스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패배한 상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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