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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양

[Ego] 마지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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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2.19 05:54
최근연재일 :
2021.12.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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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5,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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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0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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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Ego] 7장 5화

DUMMY

레네의 모습을 바라본 리온은 묵묵히, 제 일을 떠올렸다.

얌전히 누운 레네의 겉모습은 상처 하나 없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겉모습만 해당한다.

몸 내부에 흐르는 것은 레네 자신의 마력과 외부에서 흘러들어온 독기. 저주가 레네의 영혼을 옭아매고, 마왕의 마력이 끊임없이 몸을 좀먹는다.

일반적인 사람이었다면 한순간이라도 버티지 못할 저주와 독기. 그것들을 레네가 버틸 수 있는 것은 기구한 운명 덕이다.


“···레네.”


레네의 고향인 산중마을은 어린아이가 적었다.

마을의 유일한 어린아이였던 레네와 촌장 부부가 거두어들인 리온. 두 사람은 마을의 유일한 어린아이들로 자주 어울렸다.

그 탓에. 또는 그 덕에, 레네는 리온의 마력을 받아들이며 성장했다.

용사의 마력. 강인하고도 강렬한, 세계의 안녕을 받는 존재의 힘.


“곧···. 다시 볼 수 있어.”


리온은 아직도 어떤 게 정답인지 알지 못한다.

자신의 힘으로 인해 레네가 용사가 된 것. 용사로서 레네가 활약한 것. 그리고, 그 끝에 마왕에게 쓰러진 것.

모든 걸 부정하기에는 레네가 기뻐했다. 레네는 사람을 돕는 힘을 받아들였다. 그 힘의 주인이 리온이라는 걸 이해한 후에도, 조금도 달라진 게 없었다.

그렇기에 더욱. 리온은 레네의 끝이 행복으로 끝났으면 했다.


“후.”


치밀어 오르려한 감정을 다시 한번 정리한 리온은 각오를 다졌다.

남은 영혼 마법은 앞으로 두 번. 마지막 한 번은 리온이 소멸을 각오하고 사용해야 한다.

그러니 실질적으로 이번 한 번의 기회가, 리온으로서 마지막 기회다.


“베르, 준비는?”

“응. 이쪽은 끝났어.”


리온이 레네의 상태를 확인하고, 영혼 마법을 사용할 준비를 끝마치는 동안.

베르는 새로운 그릇의 정비를 마쳤다. 또한, 주변의 방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결계를 펼치는 등. 리온을 보좌했다.

모든 준비가 끝난 지금. 남은 건 영혼을 새로운 그릇에 옮길 뿐이다.

그리고 그 전에.


“『흘러라』.”


리온은 마법이 아닌, 용사로서의 힘을 해제했다.

용사의 힘은 인지를 초월한다. 또한, 세계의 섭리를 비틀 수 있다.

마왕의 힘과 달리 세계가 받아들인 용사의 힘은 다양한 기적이 가능하다.

그리고 그 중, 시간의 흐름을 멈추는 것도 용사의 힘이다.


“레네.”


마왕의 독기와 저주로부터 최대한 침식을 늦추고자 멈춘 시간. 그 시간이 흐르기 시작하자, 레네의 몸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극히 자연스레 숨을 쉬고, 생명의 활력이 돌아온 레네의 몸.

레네를 향한 리온의 목소리는 조심스레 울리고 레네에게 닿았다.

그리고.


“···에, 릭?”


멈춘 시간이 흐르기 시작한다.


-+-


레네는 마치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일어났다.

주변을 둘러보고, 자신의 몸상태를 확인한 레네는 조금 고개를 기울였다.


“어라···? 나, 살아있어?”


레네가 기억하는 자신의 마지막은 마왕의 일격에 쓰러진 순간이다.

심장과 몸의 중심을 단번에 꿰뚫린 치명상. 즉사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레네 자신도 죽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눈을 뜬 곳은 어느 건물의 방. 리온의 이전 이름을 부른 레네는 조금 당황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에릭이 살려준 거야?”

“···.”


리온이 버린 이름, 에릭을 부르며 고개를 끄덕인 레네는 단순히 생각했다.

자신이 운 좋게 살아남았고, 에릭이 자신을 치료했다. 그렇게 생각한 레네는 주변 분위기를 보고 얼굴을 찌푸렸다.

회복했다기에는 미묘한 분위기. 오히려 더욱 무거운 분위기에 더불어.


“넌···. 『칼라드볼그』구나.”

“베르, 라고 불러주면 돼.”


레네는 직감적으로 이해했다.

자신이 사용하는 검에 깃든 자아. 그 자아가 사람의 형태를 맺은 게, 베르라는 사실.

주변 분위기와 에릭의 모습. 베르가 있다는 사실까지 확인한 레네는 자신의 상태를 다시 확인했다.

그와 동시에.


“···에릭, 나 아직 위험한 상황이야?”

“···응.”


자신의 상태를 조금이나마 이해했다.

에릭이라 불린 리온은 얼굴을 찌푸리면서도,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감정을 억눌렀다.

리온은 차분히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레네는 아직 저주와 독기가 영혼을 좀먹고 있으며, 그 모든 영향을 일시적으로 늦췄을 뿐이라고.

언젠가. 지금 상태라면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서, 레네의 영혼은 소멸한다.


“그렇구나···.”


리온은 가벼운 레네의 반응을 보고 더욱 얼굴을 찌푸렸다.

레네가 영혼의 소멸을 모를 리 없다. 지금 보인 반응은 이미 모든걸 포기한 듯한, 무기력한 반응이다.

마왕과 직접 마주하고, 싸웠던 레네이기에 더욱. 저주와 독기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고 있다.

자신의 끝을 담담히 받아들인 레네의 앞에서, 리온은 결국 참지 못하고 말을 내뱉었다.


“방법은 있어!”

“에릭?”

“온전히 살 수 있어! 그러니까, 포기하지 마. 레네···.”


리온 자신도 처음 상황을 맞이했을 때, 막막함과 불합리함에 한 번 꺾일 뻔했다.

리온이 꺾이지 않은 것은 오로지 레네의 행복을 위해서. 다시 한번 레네의 웃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이유 때문이다.

레네는 필사적인 에릭의 모습에 조금 놀란 듯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응, 응. 에릭이라면 방법을 찾을 수 있어.”

“이미 찾았어. 레네.”

“응?”


시간의 흐름이 달라진 걸 눈치채지 못한 레네는 에릭. 리온의 발언에 고개를 기울였다.

그 사이 리온은 가능한 한 재빨리. 레네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이미 시간은 상당히 흘렀다. 준비도 끝났다. 남은 것은 레네가 동의하는 것.

물론, 문제점도 전부 알렸다.


“새로운 육체?”

“응. 영혼 마법으로 옮길 거야. 저주와 독기를 떼어내고.”


레네 입장에서는 정신을 차린 이후 갑작스러운 이야기의 연속이다.

그에 리온의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했으나, 리온이 하려는 일은 대체적으로 이해했다.

리온이 오랜 시간을 들여 연구한 마법. 그 마법을 이용해서 자신을 살리려고 한다는 것. 그리고.


“···에릭.”


마법이 자칫 실패한다면, 이후의 결과가 위험해진다는 것마저.

에릭을, 리온을 누구보다 이해하고 있는 레네는 분위기와 말투에서부터 읽어냈다.

리온이 알리려고 하지 않는 점을 읽어낸 레네는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항상 뭐라고 했었지?”

“···레네.”

“에릭?”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고.”

“응. 그렇지?”


태연히 설교 모드로 전환한 레네는 리온에게 물었다.


“에릭. 네가 말한 마법을 사용하면, 어떻게 되는 거야?”

“새로운 몸으로 깨어나.”

“나 말고. 주변을 말하는 거야, 에릭.”


주변.

레네가 말하는 건 리온의 마법으로 영향을 받는 외부를 의미했다.

마법에 성공한다면, 그 피해는 전혀 없다. 하지만.


“······.”

“왜 말 못 하는 거야?”

“···레네, 부탁이야.”


레네는 리온에게서 시선을 돌려, 베르를 바라봤다.

두 사람이 대화하는 동안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던 베르는 레네의 시선을 마주했다.

레네가 베르를 바라본 이유는 간단하다. 『칼라드볼그』로, 세상을 위해 힘을 사용한 베르라면 공정한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저기, 베르라고 했던가?”

“응. 편하게 불러도 돼.”

“고마워. 그래서 하나 물어보려고 하는데.”


레네가 물어볼 것은 단 하나.

예전부터 달라지지 않은 레네의 신념이자, 용사의 업을 이겨낸 레네의 고집.


“이 마법. 실패하면 다른 사람들이 위험해지는 거야?”


타인을 위한 마음.

레네는 자신이 살기 위해 타인을 해치는 일을 극도로 혐오했다.

그렇기에, 마왕이라는 존재를 더욱이 싫어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그런 레네이기에 용사의 업을 대신 짊어질 수 있었다.

베르는 레네의 질문에 고민하나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응. 엄청 위험해지지. 정말 잘못하면, 마왕이 다시 깨어나는 일이 될 테니까.”

“···에릭!”


베르의 터무니없는 이야기에 레네는 놀라며 리온을 바라봤다.

마왕이라는 존재. 그 존재가 얼마나 위험하고, 해가 되는지. 쓰러뜨리는 데까지 수많은 희생을 쌓았다는 걸 직접 본 레네는 리온을 향해 화를 담은 시선으로 바라봤다.

그런 레네의 뒤에서 베르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덧붙였다.


“그래도. 리온은 할 건가봐.”

“···리온?”

“응. 에릭은 지금 리온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어.”

“그래도 안 돼. 마왕을 다시 살린다니!”


당황한 레네를 바라본 베르는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였다.

레네의 반응은 지극히 당연한 반응이다. 그러나 리온의 고집은 어지간해서 꺾이지 않는다.

게다가. 베르는 아직 중요한 말을 하지 않았다.


“레네. 잠시만. 아직 말이 남았어.”

“뭐? 아직 뭔가 더 남은 거야?”

“그럼, 가장 중요한 이야기야.”


베르의 이야기에 레네는 긴장하며 더 큰 폭탄이 나올 걸 기다렸다.

그러나 베르의 이야기는 전혀 다른.

리온의 이야기를 긍정하는 이야기다.


“리온의 마법은 실패하지 않아.”

“···응?”

“어디까지나, 실패하면 마왕이 되살아나는 거잖아? 하지만, 리온의 마법은 실패하지 않아.”

“그런···. 그래도 위험해. 가능성이라도 나는 허락하지 않을 거야.”


확고한 레네의 태도에 베르는 조금 웃었다.


“그것도 그래.”

“그렇지?”

“그러면, 하자.”

“···베르?”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있으면, 이잖아? 리온은 그 조금의 가능성도 허락하지 않을 건가 봐.”


리온이 여행을 떠난 이유이자, 지금은 리온의 큰 목표가 된 일이다.

실수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또한.


“나도, 어떻게든 성공시킬 거야.”

“···베르까지.”


레네는 베르와 리온의 태도에 한숨을 내쉬었다.

실패하면 마왕의 부활. 성공하더라도 자신이 살아남을 뿐이다.

아무리 봐도 저울이 맞지 않는다.

고민하는 레네를 바라본 베르는 장난스레 말을 덧붙였다.


“아니면, 레네는 리온을 믿지 못하는 거야?”

“···그건.”

“전장에서 누구보다 믿음직한 사람이잖아? 그렇지?”

“그렇지···.”


베르의 말에 한숨을 내쉰 레네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두 사람을 믿을게.”

“응. 좋아. 걱정 안 해도 돼. 무슨 일이 생기면, 나랑 리온이 어떻게든 해결할 거니까.”

“그러니까! 그런 괜한 말은 하지 마!”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본 리온은 어떻게든 레네가 고개를 끄덕인 모습에 안도했다.

레네의 허락도 떨어졌다. 본격적인 마법을 준비하기 시작한 리온과 베르는 마지막으로, 레네를 바라봤다.


“잠시 뒤에 봐.”

“응. 아, 나 할 말 엄청 많으니까. 도망가면 안 된다?”

“알았어. 전부 들어줄게.”

“무조건이다!”


불만스러운 레네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마법이 시작됐다.

레네의 몸에서 영혼을 끌어내고. 끌어낸 영혼에서 독기와 저주를 풀어낸다.

풀어낸 독기와 저주를 전부 용사의 힘으로 정화하면 남는 것은 하나.


“후우.”


레네의 영혼을 순수한 형태로 다듬은 리온은 그대로, 새로운 그릇에 담았다.

이전과 조금도 다를 게 없는 육체. 그에 들어선 영혼은 마치 처음부터 자기 몸이었던 것처럼, 그 형태를 변화시키며 적응하기 시작했다.

한참 그 모습을 지켜보던 리온과 베르는 레네의 영혼이 정착하기 시작한 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아직 끝난 건 아니야.”

“알고 있어.”


끝까지 긴장을 놓치지 않는 두 사람은 경과를 더욱 지켜보고.

그리고.


- 콰앙.


결계가 부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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