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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양

[Ego] 마지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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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2.19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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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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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5,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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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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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Ego] 7장 3화

DUMMY

인공 생명체는 만들어진 존재다. 온전한 생명이 아니기에, 세계의 고리로도 돌아가지 않는다.

그런 점으로 인해 인륜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다양한 문제를 겪은 세계는 인공 생명체의 연구를 금지했다.

그러나 카타스트로피는 세계의 금기 중 하나를 자유롭게 연구했다.


“확인할 게 있어.”


리온 또한, 레네를 구하기 위해 인공 생명체를 연구했었다. 다만, 인공 생명체는 온전한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비록 연구는 멈췄어도 리온의 연구 결과는 여전하다.

보관해둔 연구 일지를 꺼내든 리온은 인공 생명체의 관측 정보를 비교하기 시작했다. 리온이 연구한 인공 생명체와 레나드가 구한 인공 생명체.

두 존재는 구성 방식은 비슷하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생명이라는 것까지는 같다. 그러나 세부적인 내용이 다르다.


“리온?”

“잠시만.”


종이를 펼치며 몇 가지 수식을 적던 리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외부에 선 존재. 레나드가 구한 인공 생명체는 리온이 연구했던 인공 생명체와 이론이 전혀 다르다.

리온이 연구한 인공 생명체는 한 생명으로서 완성되길 바랐고, 밖에 선 인공 생명체는 완전히 대체재의 역할로 만들어졌다.

즉, 하나의 생명을 완성하려 한 것과 도구를 만들려 한 차이다.


“역시···.”

“···음.”


레나드는 리온의 혼잣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기울였다.

리온은 레나드가 이해하는 것을 신경 쓰지 않고, 수십이나 들어선 인공 생명체 중 한 개체의 마력 양과 다른 개체의 마력 양 등.

더욱 자세한 정보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하나의 자아인가.”


모든 개체의 소모율이 일정하다.

개체의 소모율과 마력의 감소 등. 레나드가 데려온 인공 생명체를 확인하던 리온은 확신했다.

인공 생명체의 자아는 하나다. 하나의 정신을 지닌 체, 물건을 조종하듯 몸을 움직이고 있다.

그 덕에 하나의 몸에서 쌓은 경험은 곧바로 다음 몸으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하나로 뭉칠 수 있지.’


하나의 정신을 굳이 여러 몸에 담을 필요는 없다.

효율을 따지더라도, 오히려 본체만 무사하다면 죽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하나의 몸체를 마련하는 편이 좋다.

그 사실을 떠올린 리온은 문득 카타스트로피가 어째서 인공 생명체를 만들었는지. 제작자의 도에 의문을 품었다.


‘···도구를 위해서?’


그렇다고 하면 자아를 만들게 두면 안 된다.

자아는 도구에 있어서 필요 없는 것. 순수하게 육체만을 필요로 했다면 자아가 없는 편이 좋다.

그렇다고 한다면 카타스트로피는 무엇을 위해서 인공 생명체를 만들었는가.

그것도 자아를 지닌 체, 본체와 분리된 몸을 지닌 존재다.


‘일반적인 인공 생명체는 아니지.’


더욱 깊어지는 의문에 리온은 얼굴을 찌푸렸다.

그들의 목적은 마왕의 부활이다. 이루지 못할 꿈을 꾸었다며, 단순히 광인의 헛소리로 치부할 수 있다.

다만.


“···쯧.”

“···리온?”


그들은 어디에선가 마왕의 심장을 얻었다.

이번 기회에 리온이 탈취했으나, 부수지는 않았다. 결국 마왕의 심장은 재생할 게 분명하므로.

그렇다면 차라리 부활할 위치만이라도 리온이 파악하기 위해. 심장은 리온이 보관하고 있다.


‘심장, 인가.’


마왕의 심장은 일반적인 것과 전혀 다르다.

혈액을 만들지 않는다. 죽어도 죽지 않는다. 부서진 부분은 곧바로 재생한다.

무엇보다.


‘···오염된 마력?’


마왕의 심장은 끊임없이 오염된 마력을 만들어낸다.

그게 어떤 형태로든, 마왕의 심장은 오염된 마력을 만들어내고. 주변에 흩뿌린다. 그 흩뿌리는 정도가 심한 탓에 마력을 볼 수 있는 이는 빛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마왕의 심장과 눈앞에 있는 인공 생명체의 정보.


‘설마.’


두 가지 정보를, 자신도 모르게 머리에서 섞은 리온은 당황했다.

그와 동시에 가능성을 확인한 자신에게 놀랐다.


“리온, 무슨 문제라도 있어?”


혼잣말에 반응하던 레나드가 심상치 않은 리온의 태도에 물었다.

레나드의 목소리에 겨우 정신 차린 리온은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일단, 방법은 찾았어. 전부 데려와.”

“···알았어.”


레나드는 리온의 이야기를 따라 인공 생명체들을 데리러 향했다.

그 사이 리온은 이제껏 얻은 자료들을 정리했다. 인공 생명체와 도술, 여태껏 사용한 영혼 마법의 기록 등.

쌓인 기록만으로도 한참 쌓인 종이 뭉치를 바라본 리온은 잠시, 목적을 떠올렸다.


“레네···.”


리온이 여행을 시작한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레네를 되살리기 위해서다.

마왕의 독기와 저주. 온갖 마력에 침식당한 레네의 상태는 영혼마저 무너지기 직전이다. 하다못해 온전한 고리에서 다음 생을 찾아주려는 리온은 어떻게든 방법을 찾으려 여행을 떠났다.

칸을 시작으로 블론드까지. 여러 만남을 거치며 영혼 마법의 경험과 정보를 쌓은 리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떠올렸다.

레네의 상태는 절대 좋다고 할 수 없다.


『칼라드볼그』의 힘으로, 용사의 힘으로 어떻게든 시간을 잡아두고 있을 뿐이다.


주먹을 쥔 리온은 한숨을 내쉬며 힘을 풀었다.

지금은 눈앞의 일이 우선이다. 인공 생명체의 문제를 해결하고, 도술을 온전히 받아들인 후.

리온은 온전히 레네를 위한 연구를 마무리 지을 계획을 세웠다.


-+-


“너희는 몇 명이지?”


리온은 레나드가 데려온 인공 생명체들 앞에 서서 물었다.

이미 정보를 통해 알아낸 사실이지만, 인공 생명체가 자각하고 있는가. 아닌가에 따라서 이야기는 달라진다.

레나드는 리온의 질문을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기울였다.

하지만.


“나?”


인공 생명체는 고개를 기울이고, 자신과 뒤편에 똑같이 생긴 몸체를 가리켰다.


“이쪽의 나?”

“···역시.”


인공 생명체의 반응은 아무리 봐도 전부 자신이라고 자각하고 있는 상태다.

리온은 레나드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레나드도 그제야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남은 것은 인공 생명체에게 상황을 이해시키는 것뿐이다.


“···베르.”

“내가 설명해야 하는 거야?”

“부탁해.”

“으음···. 알았어.”


설명이 부족한 리온을 대신해 베르가 인공 생명체들 앞에 섰다.

인공 생명체들은 레나드의 곁에 모여, 베르를 바라봤다. 베르는 그 모습을 보며 리온이 하려는 일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인공 생명체는 자아가 하나다. 본래 외부에 자아를 지니고 있었을 인공 생명체는 지금, 거점이 무너진 탓에 본체가 몸속에 남은 상황이다.

언젠가 몸체가 무너진다면 본체마저 정지한다. 즉, 죽음이라 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그러니까. 몸은 하나로 줄이고, 본체가 될 자아를 보존하는 거지.”

“보존.”

“응. 그게 더 오래 살 수 있을 거야.”


영혼 마법을 응용한 마법 도구를 이용하면 지극히 간단한 작업이다.

인공 생명체의 본체가 되는 자아는 보존하고, 몸체는 하나로 합친다. 비효율적인 부분을 떼어내고, 효율적인 부문을 합치는 것만으로 인공 생명체의 활동 한계는 상당히 늘어난다.

그런 설명을 간단히 알린 베르는 어깨를 으쓱이며 레나드를 살폈다.


“그건···.”


레나드는 베르의 설명을 듣고,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몇 가지 의문을 품었다.

우선.


“본체는 어떻게 보존하려고?”

“영혼이 없는 자아니까. 아마 물질적인 형태로 남지 않을까?”


베르의 물음에 리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인공 생명체의 정보는 분석해뒀다. 마법을 시행하는 것만 남은 상황에 레나드는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리온과 베르에게는 인공 생명체. 즉, 만들어진 존재에 불과하다.

그러나 레나드가 보기에는 이미 하나의 생명이기 때문이다.


“으음···.”

- “멍청한 것.”


레나드의 조심스러운 태도에 지루함을 느낀 체이스가 혀를 차자, 레나드는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체이스의 경우도 있고, 루미아도 있다. 특별히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레나드는 문득 인공 생명체에게 이름이 없다는 걸 떠올렸다.


“아. ···이름이 없네.”

“이름?”

“그래. 내가 붙여줄까?”

“응.”


하나의 자아로 여러 몸을 조종하는 모습.

마치, 일인 군대.


“콥스.”


번뜩인 이름을 중얼거린 레나드는 인공 생명체.

콥스의 반응을 살폈다.


“나, 콥스?”

“마음에 들어?”

“···응.”


고개를 끄덕인 모습에 안도한 레나드는 리온과 베르를 바라봤다.

리온은 고개를 끄덕이고, 베르는 콥스와 레나드의 유대에 웃음을 지었다.


“그럼, 금방 끝낼게.”


-+-


리온의 말대로 마법은 순식간에 끝났다.

여러 몸체를 하나로 뭉치고, 본체를 물질적인 형태로 보존했다.

그리고 중요한 본체는 지금.


“으음···.”

“······예상 못 했는데.”


레나드의 손에 작은 권총의 형태로 놓였다.

처음에는 주황색의 작은 보석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리온이 레나드에게 전한 순간. 보석은 레나드의 손에 녹아내리더니, 순식간에 권총으로 그 모습을 바꾸었다.

레나드도, 리온도 놀란 상황에 두 사람만 멀쩡했다.


“쯧. 쓸데없는 게 늘었나.”

“···형?”


체이스는 이미 레나드와 이어진 영혼 통로를 통해서 콥스의 존재를 확인했다.

자신과는 또 다른, 레나드의 것도 아닌 영혼 덩어리. 그 정체를 알아차린 체이스는 귀찮은 짐이 늘었다며 혀를 차고.

반면, 콥스는 레나드의 존재와 체이스의 존재를 가까이서 느끼며 웃었다.


“···일단, 끝났네.”

“리온. 그냥 갈 생각이야?”

“끝까지 봐줘야지, 리온.”


복잡해진 상황에 자리를 뜨려던 리온은 레나드의 힐난 섞인 물음과 베르의 당연한 이야기에 발걸음을 멈췄다.

리온은 분명 영혼 마법의 응용법으로 콥스를 손봤다. 영혼이 없는 이기에, 자아를 물질로 만들었다.

그리고 중요한 건.


‘내가 만졌을 때는 그대로였는데.’


리온이 만졌을 때와 레나드가 건들였을 때.

그 반응이 극명하게 차이가 났다.


“하아···.”


전혀 처음 맞이한 상황에 리온은 한숨을 내쉬고, 다시 한번 콥스와 레나드의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달라진 건 없다.

오히려.


“늘었네.”

“늘었다니?”

“마력.”


일전, 체이스가 레나드와 영혼 계약을 맺었을 때와 비슷하다.

오히려 극명한 차이가 나는 지금은 더욱 큰 변화를 일으킨 상황이다.

리온은 처음보는 상황에 흥미를 보이며, 레나드와 콥스. 체이스의 상황을 확인했다.

단순히 확인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마법 도구와 마술 도구를 통해 정밀하게 분석을 시작한 모습에 베르는 한숨을 내쉬며 리온을 불렀다.


“리온.”

“왜.”

“하늘을 봐.”


일행이 숙소로 돌아온 후로 한참이나 시간이 흘렀다.

어느새 빛이 사라지고, 어둠이 자욱해진 시간은 한참 전부터 밤이다.

뒤늦게 시간을 깨달은 리온은 잠시 레나드와 콥스. 체이스와 주변을 둘러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내일 다시 와.”

“으음···. 문제는 없는 거지?”

“그래.”


흥미로운 연구체를 놓쳤다.

그렇게 생각한 리온은 아쉬운 마음으로 다른 이들을 각자의 방으로 돌려보냈다.

무너진 숙소는 이미 베르가 고쳐둔 상태다. 마치 새것과 같은 숙소로 돌아간 일행을 바라본 리온은 어깨를 으쓱이며 제 방으로 들어섰다.


“···.”


방으로 들어선 지금.

리온의 주변에는 아무도 없다.

베르를 제외하고는.


“베르.”


리온의 부름에 베르는 가볍게 고개를 기울였다.

오랫동안 함께 한두 사람의 유대는 상당하다.

어지간한 일로는 깨지지 않으며, 간단한 단어로도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유대를 쌓았다.

여러 전장을 넘은 끝에 쌓은 유대다.

그렇기에.


“···마왕의 심장을 사용하는 건 어때.”


베르는 리온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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