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흑산양

[Ego] 마지막 이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일반소설

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2.19 05:54
최근연재일 :
2021.12.24 18:00
연재수 :
306 회
조회수 :
14,669
추천수 :
345
글자수 :
1,835,784

작성
21.12.13 18:00
조회
33
추천
1
글자
13쪽

[Ego] 7장 9화

DUMMY

“드디어. 드디어. 드디어!”


바람과 함께 사라진 남자는 묘한 공간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상하좌우의 개념조차 사라진 듯, 묘한 공간에 나타난 남자의 앞에는 고이 누운 레네의 육체. 다른 한 손에는 마왕의 심장이 빠른 맥동을 보인다.

양손에 들린 물건을 바라본 남자는 만족감에 가득한 웃음을 터뜨렸다.


“나의 신이 부활한다!”


남자가 말하는 신은 마왕.

마왕을 부활시키기 위해, 마왕의 심장을 훔쳐냈다.

그리고 그 힘을 이용하는 방법을 찾고, 마왕을 되살리는 방법마저 연구했다.

그 끝에 남자는 마왕을 되살릴 방법을 찾았다.


“신의 힘이 사용된 이 육체라면! 신의 몸과 닮은 이 그릇이라면!”


마왕은 이 세상의 존재가 아니다.

제아무리 끈질긴 생명력을 지니고 있어도, 세상의 육체와 온전히 얽힐 수 없는 마왕은 되살리는 것조차 힘들다.

일반적인 육체로 부활하더라도 금방 무너지는 게 마왕이자, 다른 세상의 존재다.

그렇기에, 남자는 또 다른 신의 힘을 찾았다.


“의식을 시작하자.”


마왕과 마주한 힘.

용사의 힘을 이용할 수만 있다면.

그 가능성을 떠올린 남자는 마왕의 힘을 이용하며, 용사를 찾았다.

그리고 지금. 남자의 눈앞에는 용사인 리온의 힘이 사용된 육체가 있다.

다른 한 손에는 마왕의 중추. 마왕의 심장과 그 힘을 담을 그릇을 본 남자는 마왕을 되살리기 위한 의식을 시작했다.


-+-


“아.”


한참 전투 중이던 미아는 갑작스레 목소리를 흘렸다.

그와 동시에 달려가던 발을 멈춘 미아는 품속을 뒤적이더니, 마술 도구를 꺼내 작동했다.


“이반.”


마술 도구 너머의 인물은 미아와 마찬가지로, 발하크 대사막에서 마주한 인물. 이반이다.

그 상황을 지켜보던 레나드는 한숨을 돌리며, 의문을 떠올렸다. 적인 미아는 조금 전부터 레나드를 붙잡기 위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다른 행동은 보이지 않는다.


‘공격하려는 게 아닌 듯한, 묘한 모습이었는데.’


살의나 적의가 전혀 없다.

그 사실에 레나드가 의문을 보이는 한편, 미아가 든 마술 도구 너머에서는 이반이 소리를 내질렀다.


“이반, 이 아니야! 당장 돌아와라!”

“응?”


마술 도구 너머의 이반은 미아에게 몇 가지 불만과 문제를 알리며 소리를 내질렀다.

갑작스러운 고함에 미아는 귀를 붙잡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돌아가.”

“그래, 빨리 와라.”


대화를 끝마친 미아는 마술 도구를 다시 품에 넣더니.


“응. 그래서. 미아, 돌아가.”


조금 전까지 싸우던 레나드에게 태연히 고했다.


“돌아가게 둘까 보냐.”


당연히 미아를 놓칠 생각이 없는 레나드는 다시 『아르케부스』를 겨눴다.

레나드가 『아르케부스』를 겨누자, 미아는 몇 번이나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다.


“괜찮아?”


정말, 말 그대로 걱정을 담은 의문.

레나드는 전혀 종잡을 수 없는 미아의 태도에 얼굴을 찌푸렸다.

그러나 이어진 미아의 말에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저쪽. 다른 사람이 갔어.”

“···뭐?”


미아가 가리킨 방향은 레나드의 배후. 즉, 리온과 베르가 있는 숙소다.

자신이 놓친 적이 있다는 사실에 레나드는 놀라며 기척을 넓혔다. 조금 전까지 전투에 집중하느라, 기척 감지의 범위를 좁혔던 레나드는 숨을 삼켰다.

어느새 숙소의 기척이 전혀 달라졌기 때문이다.


‘칸과 타란티노. ···베르까지 당한 건가? 게다가.’


두 사람의 기척은 잔잔하며, 베르의 기척은 사라지기 직전까지 희박해졌다.

칸과 타란티노는 전투원이 아니다. 그러나 베르는 레나드 자신보다도 강하다.

숙소 내부의 상황을 파악한 레나드는 리온의 기척을 읽어내고, 몸을 돌렸다.


“가?”

“···.”

“응, 잘 가.”


레나드는 리온의 기척을 읽고, 미아를 내버려 두기로 했다.

미아보다도 숙소의 일이 우선이다. 그렇게 판단한 레나드는 서둘러 숙소로 달리기 시작했다.


-+-


“쯧.”


체이스는 눈앞에서 쓰러진 남자를 바라보며 혀를 찼다.

체이스의 상대, 디베르는 공격을 보기 좋게 피했다. 특이한 모습으로 싸우며, 주변에 몰려든 묘한 생물들을 이용한 탓에 체이스의 공격이 쉽게 맞지 않았다.

그렇기에.


“더러워졌군.”


체이스는 주변 일대를 전부 날려버렸다.

기묘한 생물과 함께 디베르를 쓰러뜨린 체이스는 레나드의 위치를 찾았다.

그리고.


“···.”


숙소의 상황을 알아차리고, 레나드의 곁으로 향했다.


-+-


“시간이야, 그림자 씨.”

“그런가. 아쉽군.”


그림자는 양손의 무기를 품에 넣으며 중얼거렸다.

주변에 자욱한 안개마저 서서히 흩어지기 시작한 상황에, 루미아가 한마디를 던졌다.


“일 대일로 안 싸우고? 이제야 인원수가 맞는데?”


안개가 사라진 지금.

루미아와 아리엘의 주변에는 어느새 많은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

그것들은 전원 무기물. 즉, 인형이다.


“인형을 상대로 고전한 적을 상대로 도발이 먹힐 것 같나?”

“하! 이쪽은 아직 수를 다 쓰지 않았는데?”


그림자의 안개가 짙어진 순간. 그를 도우려는 듯 나타난 인형과 인형술사로 인해 아리엘은 이 대일을 강요받았다.

그에 뒤늦게 루미아가 참전했으나, 기습으로 인한 아리엘의 부상은 전투에 영향을 줬다.

한쪽 팔을 다친 아리엘과 루미아. 두 사람은 그림자와 인형술사의 상대를 하기 벅찬 상황이다.

그림자는 루미아의 말을 헛소리로 치부하고, 한마디를 더했다.


“목표를 지키지도 못한 개는 쓸모도 없지.”

“목표···?”


그림자의 말에 아리엘이 의문을 떠올린 순간.

인형술사와 그림자는 말그대로 안개로 흩어져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루미아는 뒤늦게 숙소의 분위기를 알아차렸다.


“···아리엘, 조금 서둘러야 할 것같아.”

“응.”


두 사람은 당황하면서도 서둘러 숙소로 향했다.


-+-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홍매관 상단에서 최대한 서둘러 달려온 셀리나와 블론드는 숙소의 모습에 당황했다.

칸과 타란티노는 건물 앞에 늘어져 있고, 건물은 사실상 반파 상태다.

무엇보다.


“리온 씨?”

“이보게, 리온.”


건물에 선 리온의 상태가 이상했다.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무릎을 꿇은 상태로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셀리나가 쓰러진 칸과 타란티노 두 사람을 살피는 사이. 블론드는 리온의 곁으로 향했다.


“이보게. 괜찮은가?”


겉으로 보기에 리온은 특별한 상처가 없다.

그러나 리온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당장이라도 폭발할 듯한. 깊은 어둠으로 빠져드는 듯한 분위기에 블론드조차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

잠시 상황을 살핀 블론드는 각오를 다지고, 천천히 리온의 곁으로 향했다.


“리온?”

“···.”


블론드의 부름에도 리온은 아무런 반응이 없다.

오히려, 더욱 어두워진 분위기에 블론드가 다시 한번 리온을 부르려 한 순간.


“···이, 건?”

“블론드? 왜 그래요?”


블론드에게 무언가, 어두운. 감정이 흘러들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기억. 누군가의 감정. 추상적인 것들이 밀려들기 시작하자 블론드는 한순간 당황했으나, 이내 이 모든 것들의 주인을 금방 찾을 수 있었다.


“리온, 자네의 것인가.”

“네?”


셀리나에게는 전혀 영향이 없는 무언가.

그러나 블론드에게는 확실히 전해지고 있다. 그에 블론드가 의문을 보이는 것도 잠시.

일행들이 숙소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다만.


“아버님이···.”

“체이스?”

“리온의 기억···?”

“응? 루미아?”


체이스와 루미아 또한 리온에게서 전해지는 감정과 기억. 그에 체이스와 루미아는 리온을 바라봤다.

리온은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흐트러질 대로 흐트러진 리온의 영혼은 이미 빈틈이 많다.

영혼 마법을 한 번이라도 받은 이들은 베르와 이어져 있다. 게다가, 베르의 의식이 잠들기 직전인 지금.


“분노하고 계십니까.”

“···화내고 있네. 응.”


리온의 격렬한 감정이 베르를 통해 체이스와 루미아, 칸과 블론드 등. 영혼 마법을 받은 이들에게 리온의 기억과 감정이 이어지고 있었다.

강제적인 게 아니다. 영상을 보이듯 흘러가는 기억을 바라본 이들은 리온이 어째서 화를 내는가, 어떤 감정으로 레네를 대했는가 등. 그 모든 감정을 공유했다.

그리고, 레네를 눈앞에서 빼앗긴 분노와 상실감마저.


“아버님, 돕겠습니다.”


갑작스러운 체이스의 발언에 레나드는 잠시 놀랐으나, 잠시 생각하고 수긍했다.

본래 레나드는 리온의 호위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레나드는 리온을 돕지 못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레나드 자신이 리온을 돕고 싶었다.

레나드와 체이스가 태연히 리온을 돕겠다고 선언하자, 루미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 아. 일단? 나도 도움받은 것도 있고? 그렇지, 아리엘?”

“응! 리온 씨가 곤란해하신다면 도와드릴 거야.”


루미아와 아리엘마저 수긍한 가운데.

상황을 지켜보던 셀리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저도 이이로 인해 신세를 졌으니까요.”

“음. 이번에는 늦었네만, 리온.”


블론드는 주변 분위기를 살피고, 모두가 한마음이라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이며 리온을 불렀다.

흘러들어온 기억으로 인해 리온이 어째서 쓰러진 것인지. 그 상실감이 어느 정도인지는 블론드도 이해했다.

그렇기에, 더더욱. 블론드는 힘을 싣고 물었다.


“포기할 생각인가?”


블론드 뿐만 아니다.

본의 아니게 감정과 기억을 흘려보낸 이들.

체이스와 루미아 또한 리온을 바라봤다.

만일 칸이 일어나 있었더라면 누구보다 먼저 호통쳤을 지도 모른다.


“···.”


일행들의 시선에 미묘한 반응을 보인 리온은 조금 고개를 들었다.

다만, 아직 눈에는 절망과 상실감. 분노와 후회가 뒤얽혀 있다.

그런 가운데.


- 후웅.


『칼라드볼그』가 모습을 바꿨다.

검의 모습에서 인간의 형태로. 그 모습을 바꾼 광경을 본 일행은 저마다 반응했다.


“어라?”

“으음?”

“아, 조금 작아졌나?”

“어머님?”

“아, 역시···. 힘이 부족했나 보네.”


주변의 반응에도 개의치 않은 베르는 어깨를 으쓱였다.

베르의 모습은 지금, 어린아이에 불과할 정도로 줄어들었다. 시간을 강제로 잡아두는 방법은 본래 순서를 철저히 지켜야만 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적이 결계를 부순 탓에 그 충격을 베르가 온전히 뒤집어썼다. 그로 인해 본래 모습을 회복 중인 베르는 작은 발걸음으로 리온의 곁으로 향했다.


“리온.”


작은 키에 높은 목소리.

전혀 베르 같지 않은 목소리에 반응한 리온은 침체된 눈으로 베르를 바라봤다.

그 눈을 마주한 베르는 차분히.

엄중히 고했다.


“용사, 에릭. 네 본분을 잊지 마.”

“···!”


용사.

마왕을 쓰러뜨려야 하는 용사 본래의 업.

그리고, 베르와 리온이 우려하던 상황이 도래하기 직전이다.


“그리고.”


리온이 지닌 용사로서의 업. 그 업을 말하며 잡은 무거운 분위기를 단번에 날린 베르는 짧은 팔을 펼치며, 주변을 가리켰다.


“다른 사람들이 리온, 너를 도와준다고 하는데?”


밝은 모습으로, 티 없이 밝은 웃음을 지었던 베르는 마지막으로 물었다.


“리온. 정말 포기할 거야?”

“···.”

“되살려내기 위해서. 레네의 행복을 위해서, 라고 했잖아. 그런데. 정말 포기하려고?”


- 까득.


“···포기할까 보냐.”


원하는 대답.

심히도 마음에 드는 대답에 베르는 고개를 몇 번이나 끄덕이며 환히 웃었다.


“그렇지! 포기하면 안 돼. 일행이 도와줄 거야. 나도 도울 거고. 방법은 있어. 그러니까, 리온.”


일행에게 흘러간 리온의 기억과 감정은 영혼 마법을 한 번이라도 사용한 이들에게 전부. 흘러간다.

공간을 넘어 흘러간 기억과 감정. 지금 상황을 적나라하게 알린 기억과 감정은 전 세계로 퍼져, 저마다의 반응을 끌어냈다.

그리고 그들의 결론은 하나로 이어진다.


“레네를 찾으러 가자.”

“···그래.”


각오를 다잡고, 마지막 남은 힘을 끌어낸 리온은 끄덕였다.

아직 모든 게 끝난 게 아니다.

방법은 많다.


‘예전과 달라졌으니까.’


레네를 잃은 순간, 마왕과의 일전을 떠올렸다.

그 탓에 리온의 충격은 몇 배가 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혼자가 아니다.

그러니.


“맞이하러 갈게. 레네.”


리온은 포기하지 않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Ego] 마지막 이야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매주 월, 화, 수, 목, 금요일 18:00분에 연재됩니다. 21.07.06 31 0 -
306 [Ego] 7장 18화 (完) 21.12.24 85 1 18쪽
305 [Ego] 7장 17화 21.12.23 62 1 12쪽
304 [Ego] 7장 16화 21.12.22 39 1 13쪽
303 [Ego] 7장 15화 21.12.21 30 1 12쪽
302 [Ego] 7장 14화 21.12.20 36 1 12쪽
301 [Ego] 7장 13화 21.12.17 34 1 12쪽
300 [Ego] 7장 12화 21.12.16 42 1 14쪽
299 [Ego] 7장 11화 21.12.15 32 1 12쪽
298 [Ego] 7장 10화 21.12.14 27 1 12쪽
» [Ego] 7장 9화 21.12.13 34 1 13쪽
296 [Ego] 7장 8화 21.12.10 28 1 12쪽
295 [Ego] 7장 7화 21.12.09 40 1 11쪽
294 [Ego] 7장 6화 21.12.08 30 1 12쪽
293 [Ego] 7장 5화 21.12.07 38 1 12쪽
292 [Ego] 7장 4화 21.12.06 29 1 11쪽
291 [Ego] 7장 3화 21.12.03 27 1 12쪽
290 [Ego] 7장 2화 21.12.02 45 1 12쪽
289 [Ego] 7장 1화 21.12.01 40 1 12쪽
288 [Ego] 6장 23화 21.11.30 48 1 12쪽
287 [Ego] 6장 22화 21.11.29 28 1 12쪽
286 [Ego] 6장 21화 21.11.26 34 1 12쪽
285 [Ego] 6장 20화 21.11.25 29 1 12쪽
284 [Ego] 6장 19화 21.11.24 28 1 12쪽
283 [Ego] 6장 18화 21.11.23 28 1 12쪽
282 [Ego] 6장 17화 21.11.22 29 1 12쪽
281 [Ego] 6장 16화 21.11.19 30 1 12쪽
280 [Ego] 6장 15화 21.11.18 35 1 12쪽
279 [Ego] 6장 14화 21.11.17 30 1 12쪽
278 [Ego] 6장 13화 21.11.16 43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