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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양

[Ego] 마지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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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2.19 05:54
최근연재일 :
2021.12.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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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5,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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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2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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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Ego] 6장 20화

DUMMY

눈앞의 인조인간을 겨눈 레나드는 탄환을 정했다.

사용할 탄환은 둘. 마비탄과 수면탄이다.

많은 수를 상대하기에는 좋지 않은 탄환. 살상력이 한참 뒤떨어지는 탄환을 정한 이유는 레나드의 고집이다.

다만, 체이스 또한 레나드의 고집을 받아들였다.


- “물러터진 녀석.”

“그래도, 허락해줘서 고마워.”

- “쯧.”


인조인간의 전투력은 강하다. 강하지만, 레나드와 체이스보다는 약하다.

순식간에 눈앞의 아이를 기절시킨 레나드는 인조인간의 기척을 찾기 시작했다.

그들이 지키는 것은 거점이다. 그렇다면, 거점에는 더욱 많은 인조인간이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아.”

- “왜 그러나.”

“저 아이는 어쩌지?”


쓰러뜨린 아이의 기척을 바탕으로 다른 아이들을 찾던 레나드는 시선을 돌렸다.

한참 산사태와 전투음이 울리는 산. 그 산에 쓰러진 아이다. 자칫 산사태에 휩쓸릴지도 모르고, 전투에 휘말릴지도 모른다.

뒤늦게 아이의 처후를 생각한 레나드는 고개를 기울였다.


- “쯧.”


반면, 체이스는 혀를 차며 『아르케부스』에 탄환을 장전했다.

레나드는 장전된 탄환에 잠시 의문을 보였으나, 이내 정체를 깨닫고 고개를 끄덕였다.

조준하는 곳은 인조인간이 있는 자리. 그 아래다.


- 탕.


한 발.

날아간 한 발의 탄환은 인조인간의 아래에 박히고, 연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인조인간을 둘러싼 빛은 이내 인조인간의 모습을 보이지 않게 만들었다.


- “이거면 되겠지?”

“고마워.”


결계와 환각을 섞은 탄환을 만들어낸 체이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성장한 체이스는 더욱 정교한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정작 레나드가 그 능력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면 의미는 없다.

누구보다 레나드 자신이 그 사실을 이해하고 있다. 그렇기에, 레나드는 이번 일이 끝나고 체이스와 교감을 나눌 계획을 세웠다.


“저쪽인가.”

- “흠. 그 안쪽에는 시설이 있는 모양이군.”


인조인간의 안전을 확보한 후. 거점을 찾던 레나드는 지하에서 움직이는 기척을 찾았다.

기척의 수는 여럿. 다만, 그 기척의 형태가 완전히 같다.


“가자.”


지하에 있다는 건 확실하다. 하지만, 지하로 향하는 길은 보이지 않는다.

『아르케부스』를 바닥을 향해 겨눈 레나드는 숨을 고르고, 탄환을 장전했다.

체이스와 함께 떠올린 탄환은 폭발탄. 다만, 단순한 폭발탄이 아니다. 더욱 복잡해진 마법이 뒤섞인 탄환은 그 자체로 상당한 위력을 지녔다.

레나드의 기척 탐지와 체이스의 마력 탐지를 통해 정확한 위치를 찾은 후. 레나드는 거점의 통로를 향해 총구를 겨눴다.


“후우.”


마지막 심호흡.

정확하게 노린 곳을 바라본 레나드는 방아쇠를 당겼다.


- 탕.


발사된 탄환은 땅에 박히고, 그 모습을 숨겼다.

하지만. 이내 울린 땅울림은 산사태와도 다른 충격이다.

탄환을 발사한 후 몇 걸음 뒤로 물러난 레나드는 눈앞의 광경을 지켜봤다.

땅이 무너지고, 둥근 형태로 녹아내리듯 폭발한 지하. 묘한 연기가 사라진 후에 남은 것은 원형의 통로뿐이다.

통로 너머는 또 다른 복도의 모습이 엿보인다.


“찾았네.”


거점의 통로를 정확히 찾은 레나드는 거점으로 뛰어들었다.

지나치게 깊지도, 얕지도 않은 거점으로 들어선 레나드는 주변을 살폈다. 빛 하나 없는 어두운 통로.

다만, 통로 너머의 공간은 옅은 빛이 흐르고 있다.


- “생산 시설인가···.”


마력을 통해 옅은 빛 너머를 알아챈 체이스가 불만스럽게 중얼거렸다.

레나드가 통로를 걸어, 옅은 빛의 방으로 도착한 순간. 레나드 또한 방의 정체를 이해했다.

수많은 마술 도구와 마법 도구. 옅은 빛이 흐르는 것도 기기들이 작동하면서 흘러나온 빛이다.

무엇보다, 마술 도구와 마법 도구가 만들고 있는 것은 하나.


“···여기서 만들어졌구나.”


외형도, 행동도 완전히 같은 인조인간을 만들고 있다.

눈앞에서 기기가 작동하는 모습을 확인한 레나드는 자연스레 『아르케부스』를 향했다.

작동하는 마술 도구와 마법 도구. 레나드가 탄환을 사용하면 손쉽게 부술 수 있는 것들이다.

『아르케부스』를 장전한 레나드는 방아쇠에 손을 얹고, 그대로 당기려다.


“그거, 부수지 말았으면 하는데.”


목소리가 울리기 직전. 통로 너머에 나타난 기척을 향해 『아르케부스』를 조준했다.

지금 이곳은 적진이다. 적의 거점에서 마주한 인물은 적일 수밖에 없다.

『아르케부스』를 겨눈 채, 적을 경계한 레나드의 앞으로 나타난 것은 대검을 든 남자. 발하크 대사막에서 마주한 적 있는 인물.

이반이다.


“마음에 들진 않는데. 일단 지켜야 하는 물건이긴 하거든.”


대검을 등에 걸친 채, 자연스레 말을 건넨 이반은 자신을 겨눈 레나드의 모습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일전. 발하크 대사막에서 두 사람은 마주한 적이 있다. 당시에 레나드는 이반을 상대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파트너인 체이스가 강제적인 수면 상태로 돌입했기 때문이다.


“···후우.”


일전의 일을 기억하고 있는 레나드는 『아르케부스』를 겨눈 채, 이반에게 물었다.


“막을 건가?”

“막아야지. 그게 명령이라서.”


어깨를 으쓱이며, 어딘가 친근하게 대답하는 이반의 모습에 레나드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와 동시에.


- 탕.


조금의 엇나감도 없이 조준한 총탄은 이반을 향해 날아갔다.

자연스레 쏜 탄환은 날아가다, 이반이 내건 대검에 막혔다.


“위험하네.”

“쓰러뜨려야 할 모양이야.”

- “지난번의 빚을 갚도록 하지.”


레나드 뿐만 아니라 체이스까지 의욕이 앞선 상황에 이반은 곤란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대검을 고쳐잡은 이반은 레나드를 상대하기로 정했다.

카타스트로피의 일원인 이반. 그는 대검을 다룬다. 자신의 키만큼 큰 대검을 휘두르는 이반은 한숨을 내쉬었다.


“싸우기 싫은데 말이지.”


의욕 없어 보이는 이반의 태도와 달리, 레나드는 『아르케부스』의 형태를 바꾸었다.

레나드의 손에 들린 것은 평소와 다른 『아르케부스』. 좁은 공간에서 더욱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총신이 짧아졌다.


“할 수밖에 없겠네.”


이반은 진심으로 자신을 노리는 레나드의 모습에 한숨을 내쉬었다.

이반과 레나드. 두 사람이 선 장소는 그리 넓지 않다. 방 자체의 크기는 넓지만, 주변을 가득 메운 기기로 인해 공간이 좁아졌다.

특히, 이반의 대검은 제 키만 한 길이다. 이반이 대검을 휘두르는 것만으로 주변 기기가 부서질수도 있다.

그렇기에, 레나드는 이반이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을 노렸다.


- 타앙.

- 탕.

- 탕.


세 번의 발포.

세 번 모두 다른 탄환이다. 제각각의 마법을 담은 탄환. 그것들은 전부 이반을 향해 날아갔다.

레나드는 이반이 탄환을 피하고자 움직이리라 예상했다. 주변 도구를 지키려는 이반으로서는 대검을 휘두를 수 있는 환경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 카앙.


이반은 지극히 자연스레.

마치, 아무것도 없다는 듯 대검을 휘둘렀다.


“아···. 결국 부숴버렸네. 어떡하지.”


대검을 휘두른 이반은 태연하게 어깨를 으쓱이며, 원인을 레나드에게로 돌렸다.

그 모습에 레나드는 위화감을 깨달았다.


‘조금 전···. 필요 이상으로 휘둘렀어.’


대검을 휘두르는 모습을 떠올린 레나드는 위화감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조금 전부터 이반은 주변 기기를 지킨다고 말했다. 또한, 그게 명령이라는 듯 말했다.

그러나 이반은 적극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다. 레나드를 상대로도, 기기를 지키려고도 하지 않았다.

게다가 결정적인 것은 조금 전. 이반이 대검을 휘두를 때. 필요 이상으로 휘두른 덕분에, 주변 기기가 완전히 부서졌다.


“···이 기기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었지.”

“아, 뭐. 그렇지?”


이반이 나타난 이후의 행동을 떠올린 레나드는 한 가지 가설을 떠올렸다.

눈앞의 이반은 적이다. 확실한 적이긴 하나, 이반 또한 인조인간을 좋게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그는 카타스트로피의 소속된 인간으로서 움직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레나드 자신을 변명으로써 주변 기기를 부수고 있다.

레나드의 생각을 긍정하듯, 이반은 별다른 반격을 하지 않고 있다.


“후우.”

- “···빚을 갚는 건 나중인가?”


불만스러운 체이스의 목소리를 무시한 레나드는 내심 안도했다.

인조인간을 만드는 기구. 그걸 부수는 것과 이반의 상대는 같이할 수 없다. 게다가 이반을 상대로 자신이 이길 수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레나드는 자연스레 총을 향했다.


“그럼. 마음껏 날뛰어야겠네.”

“이런. 그럼 나는 날뛰는 침입자를 막아야겠는걸?”


레나드의 연극에 따르듯, 미묘히 어긋난 어조로 대답한 이반.

두 사람의 모습은 누가 보아도 연극이다. 그러나 그걸 지적할 사람은 지금 이 자리에 없다.


- 탕.


레나드가 조금 엇나간 탄환을 날리면.


- 콰앙.


이반이 필요 이상의 힘으로 대검을 휘두르고.


- 콰앙.


주변 기기가 낙엽처럼 바스러지기 시작한다.

두 사람은 적임에도 불구하고, 한참을 같은 목적으로 힘을 휘둘렀다.

그러기를 한참. 어느새 연구 시설은 폐자재로 가득한 방으로 바뀌었다.


“보기 좋네.”


대검을 어깨에 걸친 체 주변을 둘러본 이반은 묘한 웃음을 지었다.

그 모습을 지켜본 레나드는 『아르케부스』를 살폈다.

두 사람의 목적은 끝났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서로가 적인 상황만 남는다.

다만.


“이봐.”


이반은 전투를 생각하지 않았다.

대검을 등에 내건 이반은 조금 떨어진 곳에 선 레나드를 불렀다.


- “무시해라.”

‘잠시만. ···이야기는 들어보자.’


이반의 태도와 행동에 의문을 품은 레나드는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카타스트로피는 적이다. 그러나 이반의 행동은 아무리 봐도 카타스트로피를 부정하는 행동이다.

레나드를 부른 이반은 잠시 머리를 긁적이더니.


“빛나는 어둠을 조심해라.”


엉뚱한 이야기를 전했다.


“···빛나는 어둠?”

“나도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그런 게 있다는 모양이니까. ···조심하는 게 좋을거다.”


갑작스레 건넨 경고에 레나드가 고개를 기울였다.

이반은 적이다. 이반 자신도 눈앞의 레나드가 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경고하는 이유는 뭐지···?”

“아···. 그거.”


레나드의 물음에 묘한 표정을 지은 이반은 멋쩍은 듯 등을 돌리더니.


“뭐. 딱히 좋아서 여기 있는 게 아니라는 거지. ···헛소리라고 넘겨도 상관없다.”


자기 말을 남기고, 이반은 통로 너머로 모습을 숨겼다.

레나드는 기척을 쫓으려다. 잠시 생각하고는 몸을 돌렸다. 향하는 곳은 이반이 들어선 통로와 반대편.

수많은 기척이 선 장소다.


- “쫓지 않을 건가?”


레나드의 행동에 의문을 보인 체이스도 정답은 알고 있다.

그렇기에, 이어진 레나드의 대답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아무것도 못 봤어.”

- “그렇겠지.”


체이스는 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레나드의 모습에 한숨을 내쉬면서도, 이반을 쫓을 생각은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통로를 지나, 같은 기척이 늘어선 곳. 인조인간이 가득한 방으로 들어섰다.


“···이 애들을 어떻게 데리고 가지?”

- “알아서 해라.”


들어선 방에 서 있는 것은 외형도, 기척도, 행동도 같은 아이들.

그 아이들을 바라본 레나드는 예상보다 많은 수에 당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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