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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양

[Ego] 마지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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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2.19 05:54
최근연재일 :
2021.12.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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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835,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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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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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Ego] 7장 14화

DUMMY

“후우.”


열기가 담긴 숨을 내뱉은 리온의 몸은 단정하다. 조금의 기척도 흘러나오지 않는 상태.

몸의 감각을 최대한으로 깨우고, 그 힘을 전부 가다듬은 상태다.


“가자.”


자리에서 일어난 리온은 방구석에서 불안한 듯 자신을 보는 베르에게 말을 건넸다.

일행 중에서는 가장 늦게 출발한 두 사람.

두 사람은 곧장 섬의 중심을 향했다.


“리온. 다 같이 가는 게 어때?”

“늦어.”

“그래도···.”


현혹하려는 안개를 넘어 나아가는 두 사람.

베르는 중앙으로 향하면서도 리온의 몸을 걱정했다. 온전하지 못한 리온의 몸은 전투 한번 한번이 상당한 무리다.

차라리 동료들과 함께한다면 어떤가. 그런 물음을 던졌으나.


- 저벅.


베르의 설득보다 먼저 적이 모습을 드러냈다.


“···인간이 아니네.”

“응. 조심해, 리온.”


적의 모습은 평범한 남자.

그러나 베르와 리온. 두 사람은 단번에 이질감을 알아차렸다.

그 몸에서 피어오르는 마력은 오염된 마력. 이미 마물의 일종이 되어버린 존재다.


“저, 저, 적.”


인간의 형태를 가까스로 유지하고 있는 존재.

베르는 적을 마주하고 곧바로 『칼라드볼그』의 모습으로 변했다.

리온의 손에 쥐어진 청백색의 검.


“···.”

“저, 저, 적.”


같은 말만 반복하는 존재를 상대로, 리온은 천천히 걸어갔다.

마물은 이미 몇 번이나 상대해봤다. 차분히 걸어간 리온은 마물과의 거리를 열 걸음 앞두고.

달렸다.


“저억!”


마물 또한 리온의 모습에 흥분했다.

공격을 위해 팔을 든 마물의 모습이 일그러진다. 가까스로 유지한 인간의 형태를 벗어던진 존재.

완전히 마물이라 불리는 모습을 취한 적을 상대로 리온은 그저.

달려서, 뛰어 넘었다.

직후.


- 서걱.


리온을 붙잡으려는 손을 베어냈다.

한 번의 휘두름.

그러나, 마물은 수십 갈래로 나뉘어 쓰러졌다.


“즈, 즈억.”


가루가 되어 흩어지는 마물에서 시선을 돌린 리온은 다시 중앙으로 걸었다.

섬의 중앙에는 안개가 더욱 짙어졌다. 다만, 리온은 마법 도구를 이용해 안개 속을 간단히 뚫고 나아갔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섬의 중앙.


“취미도 고약하네.”

- “그렇네. 별로 기쁘진 않은데.”


섬의 중앙에 세워진 건물은 하나.

언 듯 교회를 연상케 하는 건물은 곳곳이 비틀려 있다.

마치 성스러운 건물의 반전. 어두움과 불쾌함밖에 없다.

건물 앞에선 리온은 천천히.

최대한의 경계를 담아 건물로 향했다.


- 콰앙.


문을 박차고 들어선 건물의 내부는 외부와 달리 아무것도 없다.

입구의 끝 부근에 놓인 단상이 하나.

그 단상 앞에는 익숙한 뒷모습. 그리고 단상 위에 놓인 이는 리온이 찾는 이.


“레네···!”


고이 잠든 모습의 레네가 있다.

영혼 마법을 통해 단상에 놓인 인공 육체에는 레네의 영혼까지 있다.

레네의 모습과 영혼을 확인한 리온은 단상 곁에 선 남자를 바라봤다.


“열등한 것. 신의 강림을 막을 수는 없다.”

“개소리 집어치워. 당장 비켜.”


처음부터 분노한 리온은 남자의 모습을 보고 화를 참지 못했다.

당장이라도 달려갈 듯하지만, 달려갈 수 없는 건 남자의 위치. 자칫 레네에게 영향이 갈까 리온은 움직이지 않았다.

남자는 리온의 행동에 비웃음 지었다.


“더 원. 나는 신을 강림하게 도운 이로 기록될 것이다.”

“···네가 부활시키려는 존재가 어떤 존재인지는 아는 건가?”

“알고말고.”


리온의 물음에 남자는 연극을 하듯, 팔을 넓게 펼치며 말했다.


“지고한 힘을 지닌 존재! 세상을 넘은 힘을 지닌 존재! 그것이, 나의 신이로다.”

“쯧. 홀렸네.”

- “깊게 세뇌된 모양인데? 하지만···. 어떻게?”


마왕이 살아있을 때. 마왕은 멀쩡한 사람들을 세뇌했다.

자신을 신으로 모시게끔 만든 마왕의 힘. 그 힘에 깊게 관여한 듯 남자는 광신도나 다름없다.

다만, 마왕이 한 번 죽으면서 모든 세뇌는 풀리게 되어 있다.

베르의 의문은 이어진 남자. 더 원의 말로 인해 풀렸다.


“나는 네놈도 알고 있다.”

“···.”

“감히. 세상 밖의 힘을 지니고도, 열등한 인간에게 휘둘린 존재. 동시에, 나의 신을 해한 대죄를 범한 존재!”

“그 전장에 있었던 건가?”


세상 밖의 힘.

용사를 지칭하는 말에 리온은 저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렸다.

마왕과 용사는 비슷하다. 이 세상의 힘이 아닌 힘. 그게 마왕과 용사의 본질이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아는 이는 별로 없다. 알기 위해서는 마왕과의 전투. 그 마지막을 직접 보아야만 이해할 수 있을 테니까.


“아아, 보았고말고. 나의 신을 해하는 그 역겨운 모습을.”


더 원의 말과 리온 자신의 기억.

그 두 가지로 인해 어떻게 된 것인지 리온과 베르는 이해했다.

리온이 마왕을 쓰러뜨렸을 무렵, 레네가 쓰러진 충격으로 인해 마왕의 뒤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 전장에서 남은 일부분의 조각이 더 원을 꿰어낸 것이리라.


“내 실책인가···.”

- “리온. 정신 다잡아. 아직 고칠 수 있어.”


아주 작은 실수.

그 실수가 마지막에 있어 다시 한번 리온을 막아섰다.

리온은 한숨을 내쉬어,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 내 실수니까. 내가 다잡아야겠지.”

- “응. 도울게!”


용사의 검, 『칼라드볼그』를 쥔 리온은 더 원을 향해 검을 겨눴다.


“신의 강림은 그 누구도 방해할 수 없다.”


더 원은 그런 리온의 모습에 자기 몸 주변으로 바람을 끌어모았다.

바람을 끌어모은 더 원의 주변으로 모인 돌풍. 그러나 그 위치는 단상에서 내려온 부근이다.

더 원의 거리가 단상에서 떨어진 걸 확인한 리온은 곧장 발을 박찼다.


한 걸음.


단 한걸음에 건물의 입구에서 더 원의 앞까지 날아든 리온은 검을 내려 벤다.

더 원을 향해 휘둘러진 『칼라드볼그』. 다만, 밀도 높은 바람에 막힌다.

일전에는 더 원의 바람을 미처 뚫지 못하고 밀려났다.

그때와 다른 점은 하나.


- 서걱.


리온은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칼라드볼그』가 바람을 베어내자, 더 원은 손을 휘둘렀다.

날카로운 바람이 리온을 향해 날아든다.


“후우.”


리온이 바람의 흐름을 읽은 직후.

그 흐름을 향해 두 차례.

흔들리듯 검을 휘둘렀다.


- 사락.


강철마저 베어버릴 듯한 바람은 산들바람이 되었다.

직후, 더 원은 얼굴을 찌푸리며 더욱 많은 돌풍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 후웅.


그 모든 바람이, 리온 앞에서는 잔잔한 바람이 되었다.


“네 놈···!”

“이 정도인가.”


리온은 차분히 더 원의 행동을 관찰했다.

갑작스러운 움직임은 없는가. 또는, 레네에게 무언가 하지 않는가.

갖은 걱정과 가능성을 염두에 둔 리온은 빈틈이 없다.


- 사락.


사각을 노린 돌풍마저 잔잔한 바람으로 잘게 잘렸다.

이전 홍매관과는 전혀 다른 모습에 더 원조차 놀란 듯, 리온을 노려봤다.


“쯧.”


준비를 마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대다.

그러나, 이전에는 상황이 좋지 않아서 레네를 빼앗겼다.

그 사실에 리온은 혀를 차며 검을 들었다.

베는 것은 바람이 아닌.


- 촤악.


더 원.


“큭···!”


바람으로 막으려 한 더 원은 상반신을 베였다.

이미 중상. 치료가 늦으면 목숨을 잃는 게 확실한 상처다.

리온은 더 원에게서 흥미를 지우고, 단상을 바라봤다.

여전히 잠든 것처럼 누워있는 레네.


“···하아.”


겨우 되찾는다.

그렇게 생각한 리온이 한 걸음 내디디자.


“큭. 크흐흐. 크아하하하”


더 원이 웃기 시작했다.


“미친 건가?”

“아니, 네 녀석이 불쌍해서 말이지.”


상처에서 피가 흘러나와도, 제 목숨이 저가는 중에도 더 원은 웃음을 참지 못한다는 듯 웃었다.

그 웃음에 불길함을 느낀 리온은 얼굴을 찌푸렸다.

리온의 모습을 본 더 원은 더욱 웃더니.


“늦었다. 넌 늦었단 말이다!”


기쁘다는 듯 이야기를 시작했다.


“말하지 않았나. 신의 강림은 아무도 막을 수 없다고.”

“설마···!”


신의 강림.

그 이야기를 들은 리온은 곧장 레네를 향해 달렸다.

더 원은 움직일 힘도 없는 듯, 힘겨운 숨소리를 내며 마지막 한 마디를 내뱉었다.


“신의, 부활을, 찬양하, 라.”


리온이 단상을 향해 달려간 직후.

단상에 오른 레네의 몸이 맥동했다.

작은 움직임이 아닌, 확실한 맥동.


“베르!”

- “확인하고 있어!”


레네의 곁으로 다가선 리온은 당황하며 베르를 불렀다.

베르는 이미 레네의 몸을 확인하며, 영혼 상태를 읽어 들였다.

그러나. 베르가 정보를 전부 읽어 들이기도 전에.


- 쿵.


레네의 몸이 커다란 맥동을 일으켰다.

직후, 미세하게 떨린 눈.

리온은 저도 모르게 멍하니. 레네의 모습을 지켜봤다.


“···아.”


떨린 눈이, 미세하게 움직인 눈이 떠진 후.

레네는 미약한 숨을 내쉬었다.

그 눈동자가 리온을 바라보고, 처음으로 내뱉은 말은.


“에릭.”


리온을 부르는 말.

그러나 리온이 안도하기도 전에, 레네는 말을 이었다.


“도, 망가.”


- 울컥.


레네가 말한 직후.

그 숨을 따라 올라온 검은 액체는 레네의 입에서 흘러넘치기 시작했다.

검고 끈적거리는 액체. 그걸 바라본 리온은 오랜 기억 속에서 떠올렸다.

마왕이 깨어나던 순간을.


- “리온! 정신 차려!”


베르의 부름에 뒤늦게 정신 차린 리온은 뒤로 뛰었다.

부활하는 검은 액체는 마왕의 몸이나 다름없다.

저 검은 액체에 조금이라도 맞닿으면, 그대로 마왕에게 흡수된다.

그리고 그런 액체를 내뱉은 레네는 지금.


“···젠장.”


온몸이 검은 액체로 둘러싸였다.

붉게 찰랑이던 머리카락마저, 검은 머리카락으로 색이 바뀌었다.

그렇기에, 리온은 인정하는 수밖에 없다.


“···부활했어.”

- “리온···.”


마왕이 부활했다.

더 원이 말했듯, 늦었다.

이미 마왕을 부활할 조건을 갖춘 후였다.

리온과 더 원의 전투는 어디까지나 시간 벌이.

그걸 놓친 리온의 패배다.


“#%^&%^!!”


인간의 것이 아닌, 생물의 것도 아닌 포효.

영혼을 긁는 듯한 기괴한 소리가 건물을 무너뜨렸다.

마왕의 모습을 마주한 리온은 검을 쥐었다.

그러나.


“···부활, 했는데.”

- “···할 수밖에 없어. 리온.”


한순간이나마 자신을 마주한 레네.

리온은 자신의 이름을 부른 그 모습을 떠올렸다.

어쩌면, 레네를 되돌릴 방법이 있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떠올린 리온은 검을 휘두르지 못했다.


“#$$&$%!!”


리온이 고민하는 지극히 짧은 시간.

그 짧은 시간은 마왕이 제 육체를 집어삼키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레네의 몸을 완전히 장악해버린 마왕은 그 기쁨을 표현하듯. 제힘을 아무렇게나 휘둘렀다.


- 콰앙.


정제되지 않은 힘 덩어리.

목표 없이 휘둘러진 힘은 섬 곳곳을 무너뜨렸다.

힘에 만족한 마왕은 주변을 둘러보고, 한순간 리온을 바라보더니.


“$%^&.”


시선을 돌려, 섬 너머.

사람이 많은 대륙을 찾아냈다.

마왕은 세상의 섭리를 초월한 존재다.

단 한걸음에 먼 곳을 떠날 수도 있다.


- 꽈악.


뒤늦게 정신을 차린 리온이 검을 쥔 순간.

이미 마왕의 발걸음은 나아가는 중이다.

그러나 리온은 멈추지 않았다.


“비틀어라, 『칼라드볼그』.”


리온이 검의 힘을 이용해, 마왕의 앞을 베어낸 것과 동시에.


- 투웅.


마왕의 발은 대지를 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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