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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양

[Ego] 마지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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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2.19 05:54
최근연재일 :
2021.12.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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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835,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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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09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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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Ego] 7장 7화

DUMMY

숙소의 뒤편으로 향한 루미아와 아리엘은 기척의 주인을 찾았다.

두 사람을 맞이하듯 정원 한가운데 서 있는 남자는 숨지도 않았다. 루미아와 아리엘을 가만히 바라보는 남자는 두 사람에게 흘려보내던 적의를 거뒀다.

주변을 둘러본 루미아는 눈앞의 남자 외에 적이 없다는 걸 알아차렸다. 기괴한 생명체조차 없는 상황에, 루미아는 불만스레 얼굴을 찌푸렸다.


“설마, 혼자서 두 사람을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거야?”


온전히 루미아와 아리엘. 그리고 정면의 남자뿐이다.

남자의 기척은 강자의 것에 해당하지만, 루미아는 혼자서 두 사람을 상대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루미아는 검술에 능통하며, 지금에서는 특별한 힘마저 있다. 아리엘도 강자의 반열에 오르기 시작한 지금. 두 사람은 어지간한 이들이라도 상대하기 어려운 실력자들이다.

그런 가운데. 남자는 단신으로 루미아와 아리엘을 불러냈다.


“자만이 심한 거 아닌지 몰라?”


아리엘은 조용히 루미아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아리엘이 보기에도 남자는 그리 강한 이가 아니다. 기척을 조절하는 능력이나, 검을 다루는 능력은 언 듯 보인다.

하지만. 결정적인 실력은 없다. 그렇게 판단하고서 아리엘은 전투를 루미아에게 양보했다.


“둘 중 누구지?”


남자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호전적인 루미아와 구경하려는 아리엘을 앞두고, 냉정히 물은 남자는 빈틈없는 시선으로 두 사람을 바라봤다.

남자의 물음에 루미아는 고개를 기울였다.


“뭐가?”

“안개를 다루는 아이를 쓰러뜨린 게, 누구인지 물었다.”


남자의 질문에 루미아는 그제야 질문의 의미를 떠올렸다.

안개를 다루는 아이. 최근에 루미아가 싸운 이중에서 그럴듯한 인물은 한 사람뿐이다.

아인. 루미아 자신이 직접 데려와 칸과의 대화 끝에 심부름꾼으로 바뀐 아이.


“아. 그 꼬맹이?”

“그쪽인가.”


루미아의 반응에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냉정히. 지극히 간단히 물음의 대답을 들은 남자의 태도에, 오히려 루미아가 미묘하게 기운이 빠졌다.

남자의 질문이 복수를 위한 게 아니라면, 루미아는 얼굴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건 왜 물어봐?”

“내 기술을 모방할 뿐인 쓰레기를, 진짜라고 착각해도 곤란하니까. 그저 그것뿐이다.”

“그것뿐?”


남자의 말은 다시 말해, 아인이 제자라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냉담히 말한 남자의 목소리에 루미아는 미묘하게 눈가를 찌푸렸다.


“정말 그것뿐이야?”

“뭔가 더 필요한가.”


루미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검술을, 기술을 배운다면 언젠가 제자가 생기기 마련이다. 루미아는 자신이 인간이었을 적, 여러 제자를 뒀었다.

그들 모두가 루미아의 기술을 온전히 잇지는 못했다. 그러나 루미아는 단 한 번도 그들을 쓰레기라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루미아의 기술을 개개인의 것으로 체화하는 과정이라고까지 여겼다. 그렇기에, 루미아는 남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끄덕인 고개와 달리 시선은 차갑고도 냉정한 감정을 동반한 채다. 루미아의 분위기를 읽은 아리엘은 저도 모르게 뒷걸음치려다, 루미아의 손짓에 멈췄다.


“그래. 그렇지. 더 필요한 건 없지. 검으로 대화를 나눠도 되니까.”


이미 검을 집어넣은 루미아가 내세운 것은 아리엘.

갑작스레 앞으로 나온 아리엘과 루미아를 상대하려던 남자는 의문을 떠올렸다.

두 사람의 의문에 대답하지 않은 루미아는 그저, 환한 웃음을 지으며 남자를 향해 선언했다.


“나랑 싸우고 싶으면, 우리 아리엘부터 이기고 와. 넌 평생을 해도 못 이길 테니까.”

“루, 루미아?!”


확신 어린 루미아의 목소리에 당황하는 아리엘과 달리,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상대하도록 하지.”

“상대는 할 마음이 가득한데, 아리엘?”

“루미아···.”


갑작스레 나온 아리엘은 한숨을 내쉬며, 검을 들었다.

루미아의 행동은 갑작스럽지만, 남자는 어찌 되었든 적이다. 쓰러뜨리는 데 문제는 없다.

검을 들고 자세를 잡은 아리엘은 남자를 관찰했다. 빈틈없이 서 있긴 하지만, 그 이상으로 아무것도 없다.

그저 서 있을 뿐인 자세.


‘···이상하네.’


적의도, 살기도 없다.

그저 맑은 감각.

처음 느끼는 감각에 아리엘이 의문을 떠올린 것과 동시에.


‘읏!’


본능에 가까운 감각으로, 아리엘은 검을 휘둘렀다.

자세는 하단. 휘두르는 힘은 약하게. 당황하더라도 검술을 잊지 않은 아리엘은 이내 자신의 검과 부딪힌 칼날을 발견했다.


“흠. 지나치게 얕본 모양이군.”

“당신···. 암기를 사용하는 사람이었어요?”


날아온 칼날은 손잡이조차 없는 칼날.

그 자체로 투척용인 칼날은 소리도, 살기도 없이 날아왔다. 만일 아리엘의 반응이 조금이라도 늦었더라면 양다리를 찔렀을 칼날이다.

아리엘은 자신이 지나치게 안일했다는 걸 인정했다. 적을 앞두고 너무 풀어졌다.


“후우.”


숨을 내쉬며, 호흡을 조절하기 시작한 아리엘은 한 번. 두 번. 숨을 반복할수록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주변 기척은 물론, 남자의 호흡소리마저 들릴 정도로 날카로워진 신경.

그 감각은 미세한 진동을 파악했다.


- 카각.


상단.

이어지는 흐름은.


- 캉.


중단.


“두 번은 통하지 않아요.”

“그렇군.”

“당신은.”


태연히 암기를 처리한 아리엘은 남자의 전투법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암기를 사용하는 전투법. 일반적인 검사나 마법사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 도구다.

흐름조차 읽을 수 없는 공격이 자연스럽다.


“암살자네요.”


음지에서 움직이며, 목표만을 처리하는 수법.

재빨리 목숨을 끊어내는 수법은 흔히 암살자에게 보이는 특징이다.

아리엘은 남자의 무기와 수법. 움직임으로 전투 방법을 읽어냈다. 그와 동시에, 남자의 말을 떠올렸다.


‘안개를 이용한 전투. 그게 저 사람의 본래 전투 방법이겠지.’


아직 서로의 패를 전부 밝힌 게 아니다.

아리엘은 남자의 행동을 경계하면서도, 검을 다잡았다.

방어만으로는 결착이 나지 않는다. 공격을 선택한 아리엘은 천천히. 검술을 펼치기 위해 미묘히 자리를 움직였다.

그리고, 그건 적. 남자도 마찬가지다.


- 캉.


갑작스레 날아온 암기.

칼날을 쳐낸 아리엘은 곧바로 달려들었다.

네 걸음을 한 걸음처럼, 이어진 걸음은 아리엘을 단번에 남자의 앞으로 이끌었다.

속도에 힘입은 검이 바람 흐르듯 자연스레 움직인 순간.


- 후웅.


남자의 몸은 안개가 되어 사라졌다.


“···이거군요.”


기척도, 살기도, 마력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리엘이 자연스레 검을 휘두른 것처럼, 남자의 몸도 자연스레 흩어졌다.

처음부터 안개였던 것처럼 흩어진 남자를 대신해 주변은 안개로 들어찼다.

바로 앞도 보이지 않는 연기가 아니다. 공기 중에, 퍼진 것도 모를 정도로 은연중 퍼진 안개다.


“정말, 아무것도 안 느껴지네요.”


주변에 퍼진 안개는 집중하지 않으면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다.

아리엘은 한번 안개를 향해 검을 휘두르고, 어깨를 으쓱였다. 안개를 베는 감촉마저 없는 상황.

하지만, 남자의 기술이 아인의 것과 같다면. 남자는 아리엘을 공격할 수 있다.


‘어쩌면 더 강할지도 모르고.’


아인의 기술을 모방할 뿐인 쓰레기라고 언급했다.

그 정도로 자기 기술에 관한 확신을 지닌 적이다. 아리엘은 더욱 경계를 끌어올리고, 자세를 고쳤다.

단순히 안개를 날리기에는 불확실한 점이 많다.

무엇보다.


‘적을 놓치는 건 논외.’


이미 아리엘 자신이 남자를 상대로 이기고 싶어졌다.

호승심과 적의. 여러 감정이 뒤엉킨 상태로, 아리엘은 안개 너머를 노려봤다.


- 캉.


날아온 암기.

그리고.


- 카가각.


아리엘은 소리 없이 날아든 검을 막아냈다.

여전한 안개 너머로 보이는 것은 주인 없는 검. 그러나 검 끝에는 모호한 형체가 보인다.

그 형체를 향해 검을 휘두른 직후.


- 쉭.


전혀 다른 방향에서 바늘이 날아왔다.

끝이 뾰족한 바늘을 쳐낸 아리엘은 얼굴을 찌푸렸다.

잡았다 싶으면 도망가고, 공격이 날아온다.

목숨을 건 술래잡기에 술래가 된 아리엘은 분풀이 삼아, 자세를 잡았다.


“그쪽이 그렇게 나온다면, 저도 이렇게 할게요.”


선언 후 움직이는 검은 유려한 검, 이 아닌 강인한 검.

유려함을 내세우는 아리엘과 루미아의 검과 달리. 힘으로 내려치는 검에 안개 너머의 남자는 경계를 내비쳤다.

아리엘의 검은 힘을 내세워, 하늘에서 땅으로. 천지를 갈랐다.


- 콰앙.


작은 몸에서 나왔다고는 믿을 수 없는 커다란 진동.

그저 검을 내려친 것만으로 대지를 뒤흔든 충격은 남자에게까지 전해졌다.

그와 동시에.


“그쪽에 계셨군요!”


진동으로 인해 미묘하게 흔들린 안개. 안개 너머에 남자의 흔들림을 찾은 아리엘은 검끝을 향했다.

남자는 혀를 차는 시간조차 일축하고, 다음 수를 꺼내 들었다.

그러나 남자의 수보다 먼저 움직인 건 아리엘의 검.


“끝이에요.”


강인한 검을 보인 모습과는 일변한, 하나의 선으로 보이는 아리엘의 일격.

물길처럼 흐른 아리엘의 검은 남자의 심장을 꿰뚫었다.


“아.”


아리엘이 남자의 심장을 꿰뚫은 순간. 아리엘은 저도 모르게 한 마디를 내뱉었다.

본래 아리엘은 남자를 죽이려 하지 않았다. 쓰러뜨리는 것에만 집중한 나머지, 멈출 수 없었다.

아리엘은 당황한 눈으로 루미아를 바라보고.


- 푸욱.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튀어나온 검에 찔렸다.


-+-


홍매관은 지금 비상 사태로 바뀌었다.

외부에서 들이닥친 기묘한 생물. 그로 인해 홍매관을 들린 사람들은 공황을 일으키며 도망가기 시작했다.

뒤늦게 상황을 인지한 홍매관의 면면들이 상황 통제를 시작했고, 그 소식은 순식간에 상단주. 셀리나에게까지 전해졌다.


“아직도 남아 있었던가요?”

“그런 듯하군. 끈질긴 녀석들이야.”


셀리나 곁에 선 블론드는 태연히 중얼거렸다.

다행히도 외부에서 들이닥친 괴물들은 사람을 건들이지 않았다. 그저 리온 일행이 있는 숙소로만 향하는 모습에, 셀리나와 블론드는 한 조직을 떠올렸다.

다만, 걱정은 하지 않는다. 리온 일행이 얼마나 강한지는 그들 자신이 더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도 도와드려야겠지요.”

“뭐든 말만 하면, 이 몸이 해결해주지.”

“그래요, 그래요.”


셀리나는 자신만만해하는 블론드를 바라보며, 홍매관의 일부.

리온 일행이 빌린 숙소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주변 점원들과 시민의 대피를 돕는 한편, 리온 일행에게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찾는데 들인 시간이 조금.

나갈 준비를 마친 셀리나는 문득, 멀리 보이는 숙소의 모습에 할말을 잊었다.


“무어라 할까. 그들답다고 할 수도 있겠어.”


할말을 잊은 셀리나를 대신한 블론드의 말에, 셀리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숙소. 정확히는, 숙소가 있었던 장소는 이미 전장으로 바뀌었다.

멀리서도 보이는 폭발과 충격에 날아다니는 것은 분명 기괴한 괴물이다. 그에 충격을 만드는 것은 네 사람.


“서둘러야겠네요.”


적으로 보이는 둘과 마음껏 날뛰는 레나드와 체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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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go] 7장 7화 21.12.09 4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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