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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양

[Ego] 마지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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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2.19 05:54
최근연재일 :
2021.12.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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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5,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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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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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Ego] 6장 17화

DUMMY

흑암 상단의 창고는 리센에서도 외곽에 있다.

산의 입구와 맞닿은 위치에 창고를 둔 흑암 상단은 외부의 출입을 엄격히 제한한다. 그 이유는 여럿 있지만, 가장 외부적인 이유로는 상단의 기밀이라는 이유다.

그와 비슷하게. 상단 지부에서 갑작스레 일어난 폭발은 단순한 사건으로 치부된다.


“그래서 관심이 없는 건가.”

- “피하기나 해라.”


레나드는 주변 기척을 파악하고, 성대한 폭발에도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을 알아차렸다.

흑암 상단의 입구가 보이는 위치에 숨어있던 레나드는 산의 중턱에서 숨어있었다. 그리고 그 위치를 찾아낸 아이가 일으킨 폭발은 당연히 중턱에서 일어났다.

나무가 통째로 날아갈 정도로 큰 폭발. 그러나 주변은 조금의 반응도 없다.


“익숙한 건가?”


눈앞의 아이 또한, 감정을 죽인 채. 잔잔한 눈으로 레나드의 급소를 노리고 든다.

양손에 든 단검을 휘두르는 실력은 이미 상당하다. 일급은 아니더라도, 어디서 암살자로 활동할 수 있을 정도의 움직임이다.

그러나 레나드는 그 모든 공격을 쉽게 피했다.


- “장난은 적당히 해라.”

“그래, 그래.”


『아르케부스』.

영혼을 얻은 무기인 체이스는 평범하지 않다.

성장하는 존재인 동시에 영혼 마법으로 이어진 레나드와 체이스는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

리온의 마법으로 극적인 성장을 이룬 체이스. 영혼 마법으로 이어져, 인간의 영혼 정보를 전달하는 레나드.

두 사람이 가까이 지낼수록, 영혼 마법의 연결은 견고해진다. 영혼 마법의 연결이 견고해지는 과정에서 체이스는 더욱 인간에 가깝게 변한다.

반면, 레나드는 극적인 성장을 이룬 체이스의 힘을 물려받는다.


“나도 인간에서 벗어난 거려나?”

- “아직 멀었다.”


어딘가 한심하다는 듯한 체이스의 목소리에 레나드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와 동시에 『아르케부스』를 한 번 회전.

한 바퀴 공중을 돈 순간. 긴 장총의 형상이었던 『아르케부스』는 그 형태가 바뀌었다.


- 탕.


눈앞의 아이가 갑작스레 바뀐 『아르케부스』에 놀라는 것도 잠시.

레나드는 조금의 틈도 주지 않고 방아쇠를 당겼다.


- “···물렁한 녀석.”


날아간 총알은 마비탄.

총상은 어쩔 수 없지만, 레나드가 사용할 수 있는 탄환 중 가장 살상력이 낮은 탄환이다.

권총의 형상으로 변한 『아르케부스』를 정리한 레나드는 미묘하게 시선을 돌렸다.


“죽일 수는 없잖아.”

- “쯧.”


다리에 마비탄을 맞은 아이는 그대로 쓰러졌다.

제대로 된 움직임이 불가능해진 상태로, 양손의 단검을 놓친 아이는 시선만을 움직여 레나드를 바라봤다.

무표정한 시선에 어린 살기. 골렘과도 같던 아이에게 담긴 유일한 감정이 살기다.


“···멀쩡한 곳은 아니네.”

- “그러니 아버님이 움직이시는 거다. 머저리.”

“그거, 조금 변하지 않아?”


레나드는 쓰러진 아이의 상처에 응급처치를 끝내고, 아이의 모습을 살폈다.

살기를 감추는 실력.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은신한 자신을 찾아낸 능력. 그리고, 감정 하나 없이 움직인 성격.

다만, 성격의 경우는 불안정함이 엿보였다. 그 사실을 알아챈 레나드는 한숨을 내쉬고, 조금 전과 다른 기분으로 흑암 상단의 창고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저기서 왔지?”

- “그래.”


레나드는 어느새 긴 장총의 모습으로 돌아온 『아르케부스』를 겨눈 채, 체이스와 함께 흑암 상단의 창고를 감시하기 시작했다.

아이가 나타난 곳은 흑암 상단의 창고. 주변 산에서 폭발이 일어나도 반응하지 않는 직원들.


“수상함이 엄청나게 부풀었는데.”


최소한 불법적인 일을 하는 건 확실하다.

그렇게 직감한 레나드는 잠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레나드가 침입자라는 사실은 이미 들켰다. 내부의 인원이 습격에 대비하게 두는 것보다, 레나드 혼자서라도 침입하는 게 좋을지도 모른다.


“이봐, 체이스.”

- “···.”


고민하던 레나드는 제 곁에 있는 파트너.

체이스에게 묻기로 했다.


“어떻게 할까?”


체이스는 레나드와 함께 움직일 수밖에 없다.

평소에도 대화를 나눈 덕에 나름대로 신뢰를 쌓았다고 판단한 레나드는 간단히 물었다. 평소라면 간단한 단어로도 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체이스의 반응은 미묘했다.


- “······기다려.”

“응?”


어딘가 불안한 듯한 목소리. 레나드는 처음 듣는 목소리에 고개를 기울였다.

잠시, 체이스가 진정하기까지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레나드는 『아르케부스』를 통해 흑암 상단의 창고 입구를 감시했다.


- “···하아.”

“왜 그래?”


한숨을 내쉰 체이스의 반응에 레나드는 경계를 늦추지 않고 물었다.

레나드의 질문에도 한참 망설인 체이스는 천천히, 베르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전했다.


- “아버님이 분노하셨다.”

“······리온이?”

- “그래. 그리고, 그 원인이 되는 녀석이 저기로 온다고 하더군.”

“그건···.”


자세한 상황하나 없는 이야기다.

그러나 레나드는 이번 상황이 위험하다는 걸 깨달았다.


‘리온이 적을 상대로 화가 났단 거지···?’


리온은 언제나 평정을 유지하려 한다.

특히, 전투 중에 발휘하는 집중력은 레나드조차 경악할 정도로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한다.

그런 리온이, 전투 중에 화를 냈다.

게다가.


‘리온이 놓칠 정도의 실력자. ···여기로 온다는 건가.’


자칫 레나드 자신이 상대해야 할 수도 있다.

레나드는 자신의 실력을 무엇보다 이해하고 있다. 그 이상으로, 리온의 실력을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리온에게서 도망친 상대다. 레나드의 결론은 재빨리 나왔다.


“잠깐 철수하자.”

- “······그게 맞을 듯하군.”


철수한다는 이야기에 체이스가 수긍한 덕에, 레나드는 재빨리 돌아갈 준비를 마쳤다.

적을 상대한다는 문제는 둘째다.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면 자칫 의미없는 싸움이 될지도 모른다.

오랜 용병 생활로 직감이 탁월한 레나드는 틀리지 않은 선택을 마쳤다.


“간다.”

- “그래.”


레나드는 흑암 상단을 뒤로하고, 재판부로 향했다.


-+-


“음···. 조용히 있는 게 좋겠지?”


재판부로 돌아온 레나드는 태연한 모습의 루미아와 아리엘을 마주했다.

마치 길을 막아서듯 복도에 선 두 사람은 레나드를 막아서더니, 잠시 시간을 둘 것을 알렸다.

간단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해 들은 레나드는 두 사람의 분위기를 살피고 물었다.


“그렇지. 조용히 있어.”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리온이 화가 났다.

그 이상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한 레나드는 부족한 상황 설명에 당황하면서도, 일단 두 사람의 제안에 따르기로 했다.

평소 자유롭게 움직이던 루미아조차 진지한 모습을 보인다. 레나드는 정원에 있는 두 사람. 리온과 베르의 기척을 민감히 읽어내고 고개를 끄덕였다.

복도에서 기다리기를 한참.


“아, 레나드도 왔어?”


정원으로 향하는 입구에서 베르가 모습을 드러냈다.

쾌활한 모습으로 나타난 베르의 분위기 덕분에 복도의 무거운 공기가 잠시 날아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럼 다 같이 잠시만 와볼래?”


이어진 베르의 이야기에 분위기가 급속도로 가라앉았다.

지금 이 자리에 선 인물들은 전원 전투원이다. 즉, 분위기 감지에 민감하다는 의미다.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정원과 복도는 최소한의 벽이 있다. 그런데도 정원에서 풍기는 분위기와 중압감은 천근과도 같다.

마치, 원수에게 보내는 살기를 직접 맞부딪히는 듯한 감각에 네 사람은 시선만 마주했다.

그러나 그것도 베르의 시선이 날아오기 전까지다.


“···안 와?”

“가, 가요.”

“가야지. 응. 가야지.”

“간다.”

“갑니다.”


순진무구한 듯한 베르의 시선이 날아오자, 네 사람은 서로에게 보내던 시선을 거두고 정원을 바라봤다.

공기마저 무거워 보이는 공간. 그 공간으로 천천히. 네 사람이 발을 맞춰 함께 향했다.


“리온, 다들 왔어.”

“···.”


네 사람이 동시에 발을 건넨 순간.

한순간 네 사람을 향해 떨어진 찰나의 무게. 그리고 무게를 느낀 동시에 어디선가 퍼진 청량한 공기.

네 사람은 예상과 다른 공기에 청량함의 원인을 찾았다.


‘···베르 씨!’

‘베르구나.’

‘리온과 함께 할 정도이긴 하네···.’

‘어머님, 감사합니다.’


동시에 비슷한 감상을 떠올린 네 사람은 밝은 모습의 베르와 함께, 조용한 리온의 곁으로 향했다.

리온이 선 장소는 깊은 칼자국이 남은 장소. 주변을 둘러보더라도 깊디깊은 자국은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다만.


“···살기가 없어?”


가장 먼저 위화감을 알아차린 루미아가 중얼거렸다.


“응? 살기가 없다는 게 무슨 이야기야?”

“말 그대로야, 아리엘. 저 흔적은···.”


자신의 혼잣말에 반응한 아리엘의 질문에, 자신도 모르게 설명하려던 루미아는 자국을 남긴 사람을 살폈다.

루미아가 리온의 검을 일전에 보았을 때와 다르다. 그렇다는 말은 즉, 상대방의 검이다.

적이 살기를 지니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한 가지 결론뿐이다. 루미아가 말을 망설이자, 분위기를 살핀 아리엘이 조심스레 리온을 살폈다.

주변이 자신의 눈치를 보는 상황에 리온은 한숨을 내쉬고는 힘없이 입을 열었다.


“···처음부터 나를 시야에 두지 않았어.”


적이 자신을 적으로 인식하지도 않았다.

굴욕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리온이 분노하는 이유는 다르다.


“리온. 상황을 설명해도 될까?”


베르는 설명이 부족한 리온을 대신해 상황을 이끌었다.

리온을 대신해 베르가 상황을 이끌자, 주변 공기는 미묘하게 가벼워졌다.


“일단···. 두 사람은 조금 전에 들었지?”


루미아와 아리엘은 이야기를 조금이나마 들었다.

베르의 확인에 고개를 끄덕인 두 사람은 레나드와 체이스에게 알리듯 말을 흘렸다.


“네···. 마왕이 부활했다고···.”

“아직 불완전하다고 하지만, 마왕이지.”

“뭐···?”

“···정말입니까, 어머님?”

“응. 확인한 사실이야.”


리온과 베르. 두 사람이 상대한 인물은 한 조직의 인물이었다.


“카타스트로피. 그 조직이 불완전하게나마 마왕을 되살려냈어.”


특이한 힘을 사용하며, 인간을 넘은 능력을 보인 남자.

그가 마지막으로 선보인 일격은 불완전하나 확실한 마왕의 공격이다.

마왕의 저주와 독기가 없는 것은 불완전한 상태로 실현되었기에, 『칼라드볼그』에 지워졌을 뿐이다.

만일, 완전한 상태로 공격이 이어졌다면.


“완전한 공격이었으면···. 리온과 나. 양쪽 다 위험한 상황이었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격.

그렇기에, 리온과 베르는 당황했다.

동시에 남자가 남긴 말로 인해 리온은 분노했다.


“그 조직이 어떻게 되살려냈는지. 그건 몰라. 하지만···.”


상황을 설명하던 베르는 리온이 한걸음 나선 모습에 입을 다물었다.

베르를 대신해 앞으로 나온 리온은 저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리며, 베르의 말을 이었다.


“그것들은 ‘용사’를 알고 있어. ···‘진정한 마왕’까지.”


용사와 진정한 마왕.

리온과 베르. 그리고, 레네만이 알고 있는 이야기.

알려진 용사의 영웅담과는 다른, 진정한 영웅담의 이야기다.


“카타스트로피는 ‘진정한 마왕’을 노리고 있어.”


레네의 희생으로 막아낸 인류의 멸망.

그렇기에, 더더욱.


“막아야 해.”


일찍이 현자였던.

용사의 동료였던.

레네의 연인인.


리온은 ‘진정한 용사’로서 카타스트로피를 쓰러뜨려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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