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흑산양

[Ego] 마지막 이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일반소설

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2.19 05:54
최근연재일 :
2021.12.24 18:00
연재수 :
306 회
조회수 :
14,660
추천수 :
345
글자수 :
1,835,784

작성
21.04.09 06:00
조회
31
추천
1
글자
12쪽

[Ego] 3장 91화

DUMMY

주인 없는 집무실에 방문한 두 사람은 상반된 감정을 지닌 채 마주하고 있었다. 프레이야는 침입자인 아인을 향한 적의, 침입자인 아인은 흥미로운 물건을 지닌 프레이야에게 호의를.

아인의 목소리가 들린 것으로 아인을 깨달은 프레이야는 조심스레 자세를 정돈했다.


“누나, 그거. 나에게 넘기는 게 어때?”


아인은 프레이야가 자세를 고치는 모습을 뻔히 보면서도 태연하게 말을 걸었다. 지금 아인의 흥미는 오롯이 프레이야가 지닌 녹색 빛의 돌. 생긴 것은 별 볼일 없는 물건이지만, 아인이 느낀 감각은 전혀 달랐다.

어느 의미로 무방비하다 할 수 있었지만, 아인은 프레이야가 별다른 전투력이 없다는 것을 한눈에 간파했다.


“주인님의 물건을 넘기는 일은 할 수 없어요.”


프레이야는 아인의 말에 긴장하면서도 명확한 거절의 뜻을 내비쳤다. 프레이야가 든 물건 중 하나는 세븐즈 가문에 대대로 내려지는 마술 도구로, 일종의 가보인 물건이었다. 다른 하나는 세븐즈가 최근 들어서 신경 쓰고 있는 물건이었다.

어느 쪽이든, 프레이야는 주인인 세븐즈의 것을 타인. 그것도 침입자에게 넘겨줄 정도로 나약한 성격은 아니었다.

평소의 위태로운 덜렁이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지금의 프레이야는 그야말로 세븐즈 가문의 하녀에 걸맞은 태도와 모습을 보였다.

프레이야에게서 거절의 뜻을 들은 아인은 그저 재미있다며 웃었다.


“그래? 그럼, 어쩔 수 없네.”

“그, 그렇다면 돌아가 주세요.”


프레이야는 눈앞에서 갑작스레 웃은 아인의 모습에 놀랐지만, 어쩐지 쉽게 포기한 듯한 아인의 말에 내심 안도한 모습으로 아인이 돌아가기를 소망했다.

프레이야의 연약한 일면은 겉으로 보기에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아인은 정말 간단하게 돌아가려 했다.


“으음.”


몸을 돌려 입구 쪽으로 걷는 듯하던 아인의 모습에 프레이야가 안도하기 직전. 아인은 갑작스러운 목소리를 냈다. 아인의 목소리에 프레이야는 다시 한번 긴장한 체, 아인의 움직임 하나에 이르기까지 집중했다.

아인은 멈춘 자세 그대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그 상태로 무언가 중얼거렸다.


“저택에 마력 반응이 늘었네? 무슨 장난이지?”


아인이 어떤 말을 중얼거리는지 이해할 수 없었던 프레이야는 단순히 자신의 존재감을 죽인 체, 아인이 문을 나서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아인이 갑작스럽게 멈춘 것은 아인 자신이 펼친 마법에서 감지되던 마력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마법을 통해 저택에 있던 자료들을 전부 찾은 지금에서는 별로 필요한 일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마법에 대항하려는 듯한 반응에 흥미를 보인 것이다.

한동안 마법에 집중하던 아인은 얼굴을 찌푸리고, 몸을 프레이야가 있는 방향으로 돌렸다.


“저기, 누나. 미안하지만 방해꾼이 있나 봐. 그래서 그다지 많이 놀 수는 없겠어.”

“으, 응?”


몸을 돌린 아인의 표정은 조금 전의 찌푸린 얼굴이 아닌. 어딘가 일그러진 웃음이었다. 어딘가 일그러진 웃음을 정면에서 마주한 프레이야는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을 치고 있었다.

그 모습에 아인은 웃음의 깊이가 깊어지는 것을 스스로 자각하며, 가벼워진 입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나가는 척하면서, 사지를 하나씩 자를 예정이었어. 누나는 놀라는 표정이랑, 그 표정이 고통으로 일그러지는 순간이 정말 예쁠 것 같았거든.”

“···.”


아주 간단히,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는 듯이 이야기를 하는 아인의 모습에 프레이야는 말을 이해하기에 앞서 공포를 느꼈다.

알 수 없는 공포를 느낀 프레이야는 아인의 목적이라 생각되는 물건을 자신의 양손으로, 더욱이 자신의 몸으로 가렸다. 그리고는 집무실에 놓인 책상 너머로 몸을 숨기려 했다.

이미 아인에게 위치를 들킨 것은 알고 있었지만, 프레이야 나름의 최대의 저항이라 할 수 있었다.


“아쉽네. 방해꾼이 오고 있는 모양이니까, 지금은 전부 자를게? 어디서 주웠는지도 묻고 싶었는데.”


아인은 정말 아쉽다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프레이야는 방해꾼이 누구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저 지금은 방해꾼이라는 존재가 빨리 오기를 바라는 것이 프레이야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럼, 누나. 안녕. 잘 자.”


아인이 인사말을 건넨 순간, 프레이야는 눈앞이 붉게 물드는 것을 느끼며 의식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의식이 흐려지는 순간 프레이야가 마지막으로 중얼거린 것은.


“로, 이드···.”


-+-


“어라? 생각보다 늦었네?”


리온이 집무실의 문을 박찬 순간. 리온의 등장을 예상하고 있던 아인은 예상한 시각보다 늦게 나타난 리온을 보고 고개를 기울였다.

집무실의 문이 잠겨 있었기에, 단 번에 문을 부순 리온은 집무실에 있는 아인을 보고 한 차례 놀랐다. 하지만, 아인 너머에 있는 존재를 본 리온의 표정은 한순간에 험악해졌다.

아인은 눈앞에 있는 리온의 표정이 휙휙 바뀌는 모습이 즐거운지, 즐거움을 참을 수 없다는 듯 한껏 밝은 웃음을 지었다.


“오랜만이야, 키메라 씨.”


유열에 젖은 듯한 웃음을 지은 아인은 장난스럽게 고개를 숙이고, 숙인 고개를 미처 들기도 전.


- 부웅.


리온의 검이 아인의 목을 향해 내질러졌다.


“아하하하, 성격이 급하네! 키메라 씨. 아니, 그래서 키메라 씨인가?”


검이 자신의 목을 한 차례 베어 넘겨진 순간에도 아인은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으로 리온의 행동을 키메라라며 웃어넘겼다. 실제로도 아인의 목은 멀쩡히 붙어있었다.

그 모습에 리온은 얼굴을 불쾌하게 찌푸리면서, 아인을 향한 경계를 최대한으로 올렸다.


“그렇게까지 경계하면 섭섭한데. 나랑 키메라 씨 사이잖아?”

“···.”


아인은 험악한 얼굴의 리온을 보며 섭섭하다며 누가 보아도 꾸며진 얼굴로 우는 시늉을 했다. 리온은 아인의 모습에 반응 하나 하지 않으며 집무실의 모습을 곁눈질로 파악했다.

리온이 들어선 순간의 집무실은 엉망진창. 바닥은 물론이거니와 벽과 천장마저 난도질 된 상태의 집무실은 도저히 멀쩡한 구석을 찾아볼 수 없었다.

더욱이, 아인의 너머에는 상당히 위험한 상태의 소녀가 쓰러져 있었다. 리온은 그녀가 세븐즈의 소꿉친구인 프레이야라 짐작했다.

그녀의 상태는 지금껏 공격당한 다른 하인들과는 전혀 다르게, 팔과 다리가 겨우 살가죽 한 장에 의지한 채 붙어있는 수준으로, 몸 또한 다양한 상처를 입은 상태로 심상치 않은 출혈량을 보였다.

누가보아도 그녀의 치료가 당장이라도 필요하다는 것은 명백한 상황이다.

그러나.


“아, 저 누나가 신경 쓰이는 거야? 가지고 싶은 걸 들고 있길래, 무심코 그만.”


리온의 시선을 눈치챈 아인이 호들갑스러운 몸짓으로 프레이야를 가리키며 말했다. 마지막으로는 어린아이가 실수했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는 모습까지 보였다.

명백히 아인은 리온을 도발하고 있었다. 리온이 아인을 우선하는 순간, 소녀의 목숨은 덧없이 사라지리라. 그렇지만, 지나치게 무방비한 아인의 모습에 리온은 내심 귀찮다는 생각을 하며 소녀를 향해 치유 마법을 반복해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아인의 목적을 대략 예상한 리온은 사용하던 치유 마법을 멈추지 않으면서, 집무실을 대상으로 탐지 마법을 사용했다.

저택 전체에 뻗은 마력은 방해가 되지만, 대상이 한정된 탐지 마법은 정밀도가 높아지기에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

탐지 마법을 사용한 직후, 예상한 그대로의 결과에 리온은 자세를 고쳤다.


“어라? 놓아주는 거야? 키메라 씨, 재미 없는걸.”


리온의 자세는 검을 허리춤에 수납한 모습이었다. 그 모습만으로는 검사인 리온이 싸움을 포기한 것처럼 보이리라. 더욱이 리온의 분위기가 침착해진 것도 한몫했을지도 모른다.

아인은 리온의 태도에 흥미를 잃고는 고개를 내저었다.


“안 놀아준다면 어쩔 수 없네. 누나가 대신 놀아줬으니까, 오늘은 적당히 만족했으니 갈게.”


리온은 아인이 자신의 근처까지 걸어온 상황에서도 검을 뽑는 등의 반응을 하지 않았다. 그저, 쓰러진 프레이야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아인이 집무실을 완전히 나서기 직전.


“『바람이여, 칼날이 되어라』.”

“···!”


리온이 갑작스럽게 발동한 마법으로 바람이 칼날과도 같이 날카롭게 되었다.

한순간에 발동된 마법에 뒤늦은 반응을 한 아인은 자신에게 날아오리라 예상하고, 집무실의 입구에서 몸을 돌렸다.

하지만 리온의 마법은 전혀 다른 방향. 집무실의 책장이 놓인 오른쪽 벽면을 향해 날아갔다. 아무것도 없는 방향. 아인은 입구에 있다. 명백한 마법의 실수.

그러나.


- 촤악.


리온의 마법이 벽면을 부딪치기 직전, 무언가와 부딪히더니 무언가를 찢어발기는 기분 나쁜 소리가 들려왔다.

리온의 마법이 보이지 않는 무언가와 부딪힌 결과, 무언가에서 흩뿌려진 선혈이 책장에까지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마법을 사용한 당사자인 리온은 여전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벽면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입구에 있던 아인은 즐겁다는 듯 웃었다.


“이런···. 한 방 먹었네.”


그렇게 중얼거린 아인의 모습은 안개에 녹아들 듯 사라지고, 아무것도 없던 벽면이 얼룩지기 시작하더니. 얼룩은 이윽고 한 사람의 모습으로 변했다.

그 모습은 조금 전까지 집무실의 입구에서 나갈 모습이던 아인과 같은 모습이었다. 다만, 오른팔 부근이 다소 찢어지며 피가 흐른 모습만은 달랐다.


“어떻게 알았어?”


아인은 자신의 속임수가 들킨 것에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단순히, 자신의 속임수를 어떻게 깨달은 것인지 리온을 향한 궁금증만을 보였다.

그 모습에 리온은 여전히 입을 닫은 체, 조금 전의 바람 마법을 대답 삼아 들려주었다. 이번에는 리온의 마법을 쉽게 피한 아인은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리온이 아인의 속임수를 깨달은 것은 단순한 우연. 하지만, 아인이 지금까지 해왔던 행동 때문에 생긴 의심 덕분이기도 했다.

아인의 공격은 안개를 통한 마법 공격으로, 상처를 벌리기만 할 뿐. 직접 죽음으로 내모는 공격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집무실에 쓰러진 프레이야의 모습은 당장에라도 리온이 치유 마법을 멈추면 위험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그 상황에 위화감을 느낀 리온은 탐지 마법을 집무실 한정 대상으로 발동했다. 그리고, 입구에 있던 아인은 환상이며 본체의 마력은 벽면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아, 저기. 키메라 씨. 나랑 놀아주는 건 상관없는데 말이지? 저기 있는 누나는 어떻게? 버리는 거야? 나랑 싸우면서 치유 마법을 연발하면 마력이 금방 비어버리잖아?”


아인의 말에 리온은 불쾌하다는 듯 얼굴을 찌푸리며 반응했다. 그 모습에 아인은 즐겁다는 듯 더욱 밝은 웃음을 지었다.

아인의 말은 지적받지 않아도 리온이 가장 자세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프레이야의 상처는 당장에라도 정밀한 치료가 필요한 상황.

그러나, 리온의 마법으로는 프레이야의 죽음을 늦추는 정도밖에 할 수 없다. 게다가 아인과의 전투와 프레이야의 치유를 동시에 진행하는 데 필요한 마력이 점차 줄어드는 와중이었다. 아마, 아인은 리온이 그를 놓쳐주는 것으로 프레이야를 우선하리라고 예상한 것이다.

프레이야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리온이 치유 마법을 멈추지 않은 체, 제대로 된 의사나 치유사를 찾아야 한다. 그 사이에 아인은 자신의 임무를 다하려는 속셈이었으리라.

그러나, 리온이 본체를 찾은 것으로 처음의 계획은 무산되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프레이야의 목숨이 안전해진 것은 아니었다.


“···쯧.”


아인의 말에 반응하지 않으려던 리온은 프레이야의 상태와 아인을 번갈아가며 보더니, 본체를 찾은 이후로 계속해서 날리던 바람 마법을 멈췄다.

리온이 마법을 멈춘 것으로 아인은 리온이 프레이야를 우선하기 위해 정보를 내버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리온이 선택한 것은 다른 방법이었다. 정보와 프레이야의 목숨을 동시에 지킬 방법.

그 방법은.


“『대폭발』.”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Ego] 마지막 이야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매주 월, 화, 수, 목, 금요일 18:00분에 연재됩니다. 21.07.06 30 0 -
306 [Ego] 7장 18화 (完) 21.12.24 85 1 18쪽
305 [Ego] 7장 17화 21.12.23 62 1 12쪽
304 [Ego] 7장 16화 21.12.22 39 1 13쪽
303 [Ego] 7장 15화 21.12.21 30 1 12쪽
302 [Ego] 7장 14화 21.12.20 36 1 12쪽
301 [Ego] 7장 13화 21.12.17 34 1 12쪽
300 [Ego] 7장 12화 21.12.16 42 1 14쪽
299 [Ego] 7장 11화 21.12.15 32 1 12쪽
298 [Ego] 7장 10화 21.12.14 27 1 12쪽
297 [Ego] 7장 9화 21.12.13 33 1 13쪽
296 [Ego] 7장 8화 21.12.10 28 1 12쪽
295 [Ego] 7장 7화 21.12.09 40 1 11쪽
294 [Ego] 7장 6화 21.12.08 30 1 12쪽
293 [Ego] 7장 5화 21.12.07 38 1 12쪽
292 [Ego] 7장 4화 21.12.06 29 1 11쪽
291 [Ego] 7장 3화 21.12.03 27 1 12쪽
290 [Ego] 7장 2화 21.12.02 45 1 12쪽
289 [Ego] 7장 1화 21.12.01 40 1 12쪽
288 [Ego] 6장 23화 21.11.30 48 1 12쪽
287 [Ego] 6장 22화 21.11.29 28 1 12쪽
286 [Ego] 6장 21화 21.11.26 34 1 12쪽
285 [Ego] 6장 20화 21.11.25 29 1 12쪽
284 [Ego] 6장 19화 21.11.24 28 1 12쪽
283 [Ego] 6장 18화 21.11.23 28 1 12쪽
282 [Ego] 6장 17화 21.11.22 29 1 12쪽
281 [Ego] 6장 16화 21.11.19 30 1 12쪽
280 [Ego] 6장 15화 21.11.18 35 1 12쪽
279 [Ego] 6장 14화 21.11.17 29 1 12쪽
278 [Ego] 6장 13화 21.11.16 43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