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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마력으로 성녀가 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2 16:55
최근연재일 :
2021.03.13 2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4,914
추천수 :
239
글자수 :
462,818

작성
21.01.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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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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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1쪽

37화

DUMMY

"이번엔 안젤라양인가요."

"네, 네에..."

"뭐, 기대하도록 하죠."


말과는 다르게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안젤라에게 해골을 건네는 겔피온 교사였다.


"그, 그럼."


안젤라는 떨리는 손으로 해골을 받아들고 눈을 감았다.


"흠, 이제 눈을 떠도 좋다. 소녀여."


눈을 감고 몇 초 정도 기다리자 들어본 적 없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안젤라는 눈을 감은 채로 얘기했다.


"하, 하지만 선생님께서 눈은 감고 있으라고 하셨..."

"목소리가 시키는 대로 하라는 말도 했었지. 내 말을 믿고 눈을 떠도 좋다."

"네, 네."


안젤라는 결국 목소리가 시키는 대로 눈을 떴고,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경악했다.


"이, 이게 뭐야...?"


안젤라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끝없이 펼쳐진 설원이었다. 간혹 가다 솟아있는 봉우리 몇 개를 제외하면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설원의 위로는 황금빛의 오로라가 온 하늘을 가득 메운 채 커튼처럼 드리워져 신비로운 광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지금껏 셀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의 심상을 보아왔지만, 이렇게나 깨끗한 심상은 처음 보는군. 아니, 깨끗하다기보다는...공허하다고 해야 하나."


목소리는 안젤라의 뒤에서 들려왔고, 안젤라가 목소리가 들리는 곳을 돌아보자 그곳에는 푸른빛 장발에 로브를 걸친 남자가 서 있었다.


"반갑군. 안젤라."

"누, 누구세요...?"

"내가 누구냐는 그 질문은 항상 듣는 말이지만 늘 대답하기 어렵군. 나는 성 바오로의 의식을 지니고 있지만 또한 성 바오로는 이미 죽은 지 오래라는 사실 또한 자각하고 있지. 그렇다면 나는 도대체 무엇인가?"

"으...어려운 건 잘 모르겠어요."

"내 존재에 관해 생각하는 것은 내가 도맡아 할 것이니 너는 나를 편하게 바울이라고 불러주면 될 것 같군."

"알겠어요. 바울씨."

"음. 좋다. 네가 이 공간에 들어왔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신성력 특화 수치를 알고 싶다는 의도로 온 것이 맞겠지?"

"네."

"그런가."


바울은 잠시 침묵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알고 있는 대로, 몇 가지 질문을 하겠다. 준비는 되어 있나?"

"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좋다. 첫 번째 질문이다. 너는 진실로, 진실로, 너의 신을 사랑하는가?"

"모르, 겠어요?"


안젤라는 대답 직후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분명히 그렇다는 대답을 하려고 했는데 어째선지 입이 멋대로 움직인 것이다.


"흥미롭군. 두 번째 질문이다. 너는 진실로, 진실로, 어머니를 사랑하는가?"

"그렇, 흡...습니다."


다행히 이번에는 의도한 대로 대답이 나왔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안젤라였다.


"...그런가. 세 번째 질문이다. 너는 진실로, 진실로, 인간을 사랑하는가?"

"모르겠..."


이번에도 그렇다는 대답은 나오지 않고 애매한 대답이 나오려 했기에 안젤라는 재빨리 입을 틀어막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안젤라가 하려 했던 대답은 알 수 있었기에 바울은 표정의 변화 없이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네 번째 질문이다. 너는 진실로, 진실로, 악을 증오하는가?"

"네..."


이번에는 의도대로 나온 대답.


"다섯 번째 질문이다. 너는 진실로, 진실로, 너 자신을 사랑하는가?"

"..."

"호오, 단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건가. 아주...흥미롭군."


바울은 그렇게 말하고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뭔가를 생각하는 듯 했고, 안젤라는 그런 바울에게 물었다.


"어, 어째서 대답이 마음대로 나오는 건가요? 거, 거짓말하려고 한 건 미안한 일이지만..."

"여긴 네 심상 속이다. 일개 해골에 불과한 아티팩트가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 낼 능력이 있을 리 없지. 지금 네가 보고 있는 풍경은 너의 심상을 투영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제...심상?"

"그래. 타인은 속여도 자기 자신을 속이는 일은 쉽지 않지. 가끔 자기 자신마저도 완벽히 속일 수 있는 이레귤러들도 존재한다만, 최소한 네가 그럴 것 같지는 않구나. 그렇기에 이 공간에서는 거짓을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즉 지금까지 안젤라의 입에서 나온 말들은 모두 한치의 거짓도 없는 안젤라의 진심이라는 말이었다.


"으...충격이네요. 제가 이렇게까지 불경한 사람일 줄은."


신을 사랑하냐는 질문에 모르겠다는 대답이 나온 것이 어지간히도 충격인 것인지 안젤라는 비틀거리며 말했다.


"그렇게 생각하나? 의외로 교인이라고 말하고 다니는 것들 중에 그 질문에 확실히 그렇다라고 대답하는 자들은 흔치 않아."

"그, 그럴 리가요."

"그리고 신께서도 아무 생각 없이 자신을 찬미하는 것보다는 끝없는 고민과 고뇌 끝에 자신 스스로 답을 내리는 것을 선호하실 것 같군."

"..."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과는 정반대의 말을 하는 바울에게 반박하고 싶었지만 상대는 성인이라 불리는 사람 중 한명이었기에 그저 볼을 부풀린 채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안젤라였다.


"그나저나, 이런 결과가 나올 줄은 몰랐군."

"방금의 질문에서 뭔가 알아내신 건가요?"


안젤라가 느끼기로는 선문답으로밖에 들리지 않는 질문들이었기에, 안젤라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아. 그렇다마다. 그건 그렇고 아주 흥미로워. 마침 바로 최근에 너와 닮았으면서도, 또 정반대인 성향의 아이를 만난 적이 있거든."


바울은 일체의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얼굴로 말했기에 안젤라는 그가 어떤 의도로 그런 말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 아이는 본인이 기적의 아이라고 주장하더군."

"기적의 아이요?"


최근에 들어본 적이 있는 단어에 안젤라의 흥미가 동했다.


"그래. 하지만 내가 볼때는...음. 더 이상 얘기해 주는 것은 무리겠군."

"에엣. 실컷 궁금하게 만들어놓고 그런 게 어디있어요!"

"나도 얘기해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다만. 이쪽에도 사정이란게 있는지라."


바울은 그렇게 말하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제 남은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아. 조만간, 대륙에 큰 혼란의 시기가 올 거다."

"호, 혼란이요?"

"그래. 아마 인간의 힘만으로 해결이 어려운 전대미문의 대혼란이다. 그 때, 넌 어떻게 할 거지?"

"저, 저는..."

"굳이 지금 대답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다만 깨어나게 되면 한번 곰곰히 생각해 봐라. 넌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할 수 있는 일이 아주 많으니까."

"무슨 말이지 잘 모르겠어요."

"때가 되면 차차 알게 될 거다."


그 말과 동시에 바울의 신형이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어어, 바울씨! 몸이 사라지고 있어요!"

"이제 깨어날 시간이다. 안젤라.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많지 않지만, 몇 가지만 얘기해주마."


서서히 몸이 희미해져가는 상태의 바울이 말했다.


"우선, 루시퍼에게 기적의 아이에게 대해 집요하게 캐물어라. 그녀석 성격상 딴소리를 하며 얼버무리려고 하겠지만 최소한 이 시대의 기적의 아이가 누군지 정도는 확실하게 말을 들어 두도록 해라."

"바울씨가 어떻게 루시퍼를 알아요?"


갑자기 튀어나온 루시퍼의 이름에 안젤라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시간이 없으니 질문에 대답해주지는 못하겠군. 그리고 학교를 나가게 된다면 제국의 헬리오스 공작가로 가서 검성 브란딘 헬리오스를 만나라. 가능하면 세바스 도미니크도 동행시켜서."

"심문관님도요?"

"그래. 그녀석이 찾는 것도 헬리오스 공작가에 있겠지."


안젤라로서는 아직 영문을 모를 말이었다.


"마지막이다. 이 학교의 어딘가에, 신수의 기운이 느껴진다. 희미하기는 하지만, 분명히 최근에 남겨진 기운 같으니 교사들에게 말하든, 혼자서 찾든 상관없으니 한번 찾아보는게 좋을거다."

"신수...라고요?"

"더 이상은 무리군. 안젤라, 나와의 대화는 정말 신뢰할 수 있는 자 외에는 비밀로 해주면 좋겠구나."


그렇게 말하는 바울의 몸은 이미 거의 다 사라져버렸고, 얼굴도 반 이상이 사라져있었다.


"앞으로 많은 역경과 고난이 닥쳐올 거다. 네가 그 시련들을 이겨내고 길을 찾을 수 있기를 기도하고 있으마. 안젤라."


바울은 마지막으로 안젤라를 축복하고는 사라져버렸고, 바울이 완전히 사라지는 순간 안젤라의 눈앞에 펼쳐져있던 풍경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헉!"

"드디어 눈을 떴나."


풍경은 다시 신성력의 운용 수업을 받던 교실로 변해 있었고, 안젤라의 눈앞에는 겔피온 선생이 서 있었다.


"어, 어떻게...된 건가요?"

"그건 이쪽이 묻고 싶군요. 안젤라 학생이 성 바오로의 신념을 들고 서있던 시간이 벌써 한시간째입니다."

"하, 한시간이나 지났다구요?"


바울과 이야기를 나눴던 시간은 채 10분도 되지 않았던 것 같았는데 바깥에서는 무려 한시간이라는 시간이 흘렀던 것이었다.


"그래서 다른 학생들은 전부 다른 수업을 들으러 가버렸고, 전 자리를 뜰 수도 없었기에 여기서 무작정 대기...솔직히 말하자면 귀찮고 번거로운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겔피온 선생의 얼굴에는 학생을 향한 걱정 따위는 눈씻고 봐도 찾아볼 수는 없었고, 짜증만이 가득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고 물어보고는 싶지만, 어차피 기억하지 못하겠죠."

"네, 네?"

"어차피 기억나는 것은 깨어나게 되면 자신과의 대화는 모두 잊게 될 거라는 말밖에 없지 않습니까? 저를 포함해 지금까지 성 바오로의 신념을 사용했던 자들은 모두 그래왔습니다.


안젤라는 금시초문인 말이었다. 안젤라는 그의 질문을 포함해 전해준 조언들까지 전부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체 무슨 대화를 그리 오래 나누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흥. 신성력 특화 수치는 그리 높지 않나 보군요."


코웃음을 치는 겔피온 선생의 시선은 안젤라가 들고 있는 해골을 향해 있었고, 안젤라도 그 시선을 따라 손에 들고 있던 해골을 내려다보았다.


마치 마력등처럼 방 안을 환하게 비추던 다른 학생들의 경우와는 달리, 안젤라의 경우엔 그저 은은한 빛이 자연스럽게 빛나고 있을 뿐이었다.


"이렇게 낮은 신성력 특화 수치는 본 적이 없...는데."


안젤라를 비웃어주려던 겔피온 선생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에 말을 흐렸다. 그가 알기로 해골의 광채는 잠깐 빛나다 마는 게 전부였고, 그건 오늘 중에 가장 큰 신성력 특화 수치를 보여준 미리엘조차 예외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안젤라가 들고 있는 해골에서는, 한참이 지났는데도 계속 은은한 빛이 나고 있는 중이었다.


"이, 이리 줘 보세요!"

"네, 넵!"


겔피온 선생은 안젤라가 들고 있던 해골을 반쯤 빼앗다시피 낚아챘고, 안젤라의 손을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해골은 여전히 빛나고 있었다.


작가의말

번쩍번쩍 해골바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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