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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마력으로 성녀가 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2 16:55
최근연재일 :
2021.03.13 2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4,821
추천수 :
239
글자수 :
462,818

작성
21.02.06 20:00
조회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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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60화

DUMMY

잠시 후, 대련이 끝났기에 연무장에 쳐져 있던 투명한 돔은 사라져 있었고, 안젤라와 엘레나는 연무장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자아 비판에 들어간 루시퍼를 달래는데 열중하고 있었다.


"괘, 괜찮아요 루시퍼. 루시퍼는 잘 싸웠어요."

"마, 맞아...루시퍼군. 굉장히 멋있었어."


원래 풀죽어있던 엘레나까지 나서서 위로한다는 점이 루시퍼가 얼마나 쭈굴해져 있는지를 잘 나타냈다.


"이몸, 이몸은...정말 강한 게 맞나..."


대련의 막바지에 안젤라는 자신의 몸을 감싸고 있던 보호막의 크기를 끝없이 키우기 시작했다. 당연히 안젤라의 의도를 눈치챈 루시퍼는 안젤라의 보호막을 파괴하기 위해서 가진 모든 마력을 총동원해 일제 화력을 퍼부었지만 유감스럽게도 안젤라의 보호막에는 흠집 하나 가지 않았고, 결국 루시퍼는 계속 뒤로 물러나다가 돔 크기만큼 커진 안젤라의 보호막 사이에 끼여 꼼짝도 못하고 항복 선언을 외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신성력...기분나빠..."


루시퍼에게는 책에 깔려 죽는 벌레 같은 우스운 꼴이 된 것도 치욕스러운데 그토록 혐오하는 신성력의 막 사이에 끼인 것도 쇼크가 되었는지 영혼이 빠져나간 듯 망연히 앉아 있을 뿐이었다.


"여, 연무장만 아니었으면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잖아요? 그, 장소가 나빴던 걸 거에요. 분명."


안젤라가 넓은 개활지였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모른다는 말로 루시퍼를 위로했지만 결과는 결과, 루시퍼에게는 별로 효과가 없어 보였다.


"이몸이 원한 그림은 이런 게 아닌데..."


이래 뵈도 본인의 실력에 제법 자부심을 가진 루시퍼는 이거보단 나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었다. 아무리 힘에 제약을 받고 있다지만 상대는 전투에는 관심도 없고 소질도 없는 그저 가진 힘만 무식하게 큰 초짜였기에 어떻게 잘 풀어간다면 동수 정도는 이루어 낼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던 것이다.


그렇기에 가능하면 안젤라의 투쟁심 정도는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건만 안젤라가 이제 좀 싸우려는 생각이 든 차에 요상하기 짝이없는 방법을 생각해내는 바람에 이런 웃기는 꼴로 패배하게 되었던 것이다.


"으으...에, 엘레나? 어, 어떤가요. 이제 좀 희망이 보이는 것 같나요?"


어떻게든 트라우마 상태에 빠진 루시퍼의 상태를 원래대로 돌리기 위해 고민하던 안젤라는 최소한 루시퍼가 노린 것 자체는 제대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엘레나에게 물었고, 엘레나는 약간 미묘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으, 응...확실히 안젤라는 대단하네. 그 황금색 보호막만 걸어줘도 빌리언은 뚫지 못할 것 같았어."


지금까지 엘레나가 보아왔던 바로는 화염 마법의 천재라 불리는 빌리언조차 띄울 수 있는 화구의 갯수는 장기간의 캐스팅을 영창하고서도 열 개가 한계였다. 그런데 루시퍼는 간단한 영창조차 없이 수십 개의 화구를 동시에 띄웠고, 또 바로 뒤에 이어진 얼음의 폭풍은 엘레나가 살면서 본 마법 중에 가장 파괴력이 높아 보이는 마법이었기에, 루시퍼와 빌리언 간의 격차는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할 수 있었다.


"와, 왕실 근위대의 마법 시연에서도 루시퍼군만큼 마법을 잘 쓰는 사람은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


엘레나의 말에 무릎 사이에 머리를 파묻고 있던 루시퍼의 귀가 살짝 쫑긋하는것이 보였다.


"맞아요! 저도 루시퍼만큼 마법을 잘 쓰는 사람은 본 적이 없어요!"

"...넌 살면서 제대로 마법 쓰는 사람 본 적도 없잖냐."

"아으으..."


시골 출신에 루시퍼를 만나기 전까지는 한 번도 마을을 벗어나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빠르게도 간파당한 안젤라는 어설픈 위로에 실패했다.


결국 다시 쭈굴함의 강도가 늘어난 루시퍼의 음울한 기운은 늘어만 갔고, 실제로 악마인 만큼 진짜로 음기가 스물스물 기어나오는 기분이었다.


"어, 어떡해 안젤라?"

"저, 저도 누굴 위로하는 건 서툴러서...방금 엘레나의 말에 기운을 좀 차렸던 것 같아요. 힘내 주세요!"

"에에..."


자기가 있는 대로 풀을 죽여 놓고서는 엘레나에게 짬을 때려버리는 안젤라였다.


-----


결국 엘레나가 아는 일 모르는 일 따지지 않고 이것저것 말하며 루시퍼를 열심히 띄워준 결과, 루시퍼는 어느 정도 대화가 가능한 수준으로는 상태가 회복되었다. 여전히 안젤라에게서 조금 멀어지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말이다.


"어흠! 어쨌든 엘레나. 오늘부터 엘레나와 함께 빌리언군과의 결투에서 이기기 위한 특훈을 할 거에요."

"내가...빌리언에게."


방금 전의 충격적인 광경을 봤음에도 몸에 새겨진 공포는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는지 망설이는 모습을 보여주는 엘레나였지만 확실히 방금 전에 보았던 안젤라와 루시퍼의 강함은 확실히 뇌리에 새겨진 것인지 빌리언의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던 전보다는 훨씬 호전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귀찮긴 하지만 이몸도 거들어주마. 이런 큰 희생을 치르고도 결과가 나쁘면 백년간은 잠을 제대로 못 잘 것 같군."

"배, 백 년? 아, 아무튼. 특훈이라니 뭘 어떻게 할 생각이야?"


다행히 할 마음이 든 것인지 엘레나가 긴장한 표정으로 안젤라에게 물었다.


"원래 생각하던 건 제가 준비한 축복을 엘레나에게 걸어주고 마법 연습을 하는 거였는데 말이죠. 루시퍼가 도와줄 생각이 들었다면 더 효율적인 특훈이 가능하겠어요."

"설마 해서 물어보는 거지만 그 거지같은 보호막을 얘한테 씌울 생각이면 난 돌아갈거다."


이제는 보호막의 보 자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킬 지경이 된 루시퍼는 이를 갈며 말했고, 안젤라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런 거 안 해요."

"엣. 안 씌워주는 거야?"


조금 전의 대련에서 안젤라가 보호막을 사용하는 장면밖에 보지 못한 엘레나였기에 당연히 빌리언과 싸울 때 보호막을 걸어줄 것이라 생각한 엘레나가 약간 걱정되는 투로 물었다.


"네. 결투에서는 그저 막기만 한다고 해서 이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엘레나는 재고의 여지가 없는 확실한 승리를 따내 주셔야겠어요."


드물게도 강하게 말하는 안젤라. 이제 슬슬 안젤라가 준비했다는 축복이 뭔지 궁금해진 엘레나는 의문을 그대로 입에 담았다.


"그 축복이라는게 정확히 어떤 거야 안젤라?"


루시퍼도 남몰래 신경 쓰고 있던 사실을 엘레나가 물어보자 귀를 기울였고, 안젤라는 잠깐 생각하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그게 말이죠..."


그리고 잠시 후, 엘레나는 안젤라와 루시퍼의 대련을 본 직후 이상으로 놀란 표정으로 입만 뻐끔거리고 있었고, 루시퍼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안젤라에게 말했다.


"넌 그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냐?"

"엣. 안되나요? 될 것 같았는데..."

"만약 그딴 일이 실제로 가능하다면 넌 왕족들의 최우선 암살 대상이 되거나, 아니면 최우선 포섭 대상이 되거나 둘 중 하나일 거다."

"그, 그 정도에요?"

"그래. 넌 학교에 보내놨는데도 여전히 현실 감각이 떨어지는군."

"으...너무해요."

"저, 정말로 그런 게 가능한거야 안젤라?"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이제야 정신을 차린 엘레나가 허둥거리며 물었고, 안젤라는 미묘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루시퍼의 말을 들어보니 좀 자신이 없어지기는 한데 아마 가능할 거에요. 괜찮으면 당장이라도 시험해 볼까요?"

"지, 진짜로?"

"진짜냐..."


별 거 아니라는 듯한 태도로 말하는 안젤라의 태도에 엘레나와 루시퍼가 거의 동시에 비슷한 반응을 내놓았다.


"응. 그럼 시작한다?"


안젤라는 그렇게 말하며 눈을 감고 양손을 포갠 채 기도하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어, 어? 내, 내, 내가 뭐 해야 할 건 없어?"

"응. 엘레나는 그냥 긴장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면 돼."


그 말과 동시에 안젤라의 머리카락이 황금빛으로 빛나기 시작했고, 엘레나의 발밑에서도 황금빛의 오라가 빛나기 시작했다.


"어, 어...?"


그리고 다음 순간, 엘레나는 안젤라가 걸어준 축복의 효과를 체감하고는 경악했다.


-----


눈 깜짝할 사이에 6일이 흘렀다. 안젤라의 축복의 효과를 확인한 엘레나는 의욕이 충만한 채로 성실히 특훈에 임했고, 루시퍼도 드물게 성실한 태도로 훈련에 협조해 주었다.


"그러고 보니 요즘 루시퍼는 좀 한가해 보이네요?"


그리고 지금 현재 안젤라와 엘레나, 그리고 루시퍼는 평소처럼 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있었는데, 지금은 4교시. 엘레나와 빌리언의 결투가 예정되어있는 점심 시간의 바로 직전이었다.


"그래. 그 수상쩍은 교사 놈에 관해선 더 파봤자 의미도 없고, 또 짐작 가는 점이 생겼거든. 아, 그동안 삽질한거 생각하니까 또 화나네."


루시퍼가 열심히 갈루에 선생의 뒷조사를 했지만, 정말 누군가가 일부로 지워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갈루에 선생의 과거는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누가 고의적으로 기록을 삭제했다면 그런 흔적이 조금이라도 남기가 마련인데 정말 과거가 없는 사람이기라도 한 것처럼 그런 흔적조차 전혀 없었던 것이다.


"그건 그렇고. 엘레나. 넌 상태가 어떠냐."


6일간의 특훈을 통해 사이가 조금은 좋아진 것인지 루시퍼는 엘레나를 겁쟁이 여자라고 부르지 않고 제대로 이름을 불러주었다.


"기, 긴장되기는 하는데...그래도 컨디션 자체는 좋은 것 같아요. 스승님!"


어째선지 엘레나는 루시퍼를 스승이라 부르고 있었는데 여기엔 이유가 있었다. 지난 6일간의 특훈은 루시퍼가 딱 빌리언의 수준에 맞춰 힘을 조절하고 그 상태의 루시퍼와 엘레나의 대련이라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는데, 루시퍼는 몰라도 평범한 여학생 수준인 엘레나의 체력으로는 오랜 시간동안 싸우는 것은 불가능했고, 그렇기에 특훈이라고는 해도 대부분의 시간은 대련 뒤에 고쳐야 될 점을 지적해주는 피드백에 할애할 수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 엘레나는 루시퍼에게 마법 관련으로 조언을 받아 본인의 마법에 엄청난 진전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이다.


엘레나는 알 수 없었지만 거의 마법의 역사와 비슷할 정도로 오랜 시간을 살아온 루시퍼이기에 그의 마법 지식은 인류의 범주를 넘어섰고, 그런 그의 가벼운 조언은 교과서에서 배우는 상식 수준의 마법 지식 따위보다 훨씬 귀중했다.


그렇기에 엘레나는 루시퍼가 자신과 비슷한 연배로 보이는데도 어떻게 이렇게나 높은 수준의 지식을 가졌는지 궁금하기는 했지만 물어봐도 루시퍼는 가르쳐주지 않았고, 그런 신비주의적인 면도 엘레나의 존경심을 자극해 특훈의 막바지가 될 즈음엔 멋대로 루시퍼를 스승님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던 것이다.


작가의말

루시퍼는 정말로 강합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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