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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마력으로 성녀가 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2 16:55
최근연재일 :
2021.03.13 2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4,801
추천수 :
239
글자수 :
462,818

작성
21.02.01 20:00
조회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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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0쪽

55화

DUMMY

그 뒤로도 안젤라는 엘레나에게 뭐라 말을 걸어주고 싶었지만 어느 새 들어온 교사가 수업을 시작해버렸고, 큰 소리로 대화를 나눌 수는 없게 되었다.


평소의 성실한 태도가 무색하게 엘레나는 완전히 넋이 나간 채로 교과서조차 펼치지 않은 채로 멍하니 앉아 있을 뿐이었고, 옆에서 안젤라가 뭐라고 말하고 있는지도 제대로 듣지 못하고 있는 듯 했다.


안젤라는 어쩔 수 없이 쉬는 시간을 이용해 조용히 둘이서만 얘기를 나눠보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고, 그렇게 둘 모두 도저히 집중을 할 수가 없었던 수업시간이 지나갔다.


"에, 엘레나."

"..."


안젤라가 엘레나에게 말을 걸려고 했지만 엘레나는 수업이 끝나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어딘가로 달려가버렸고, 금방 학생들 사이로 사라져버린 엘레나를 안젤라는 미처 쫓아가지 못하고 손을 뻗은 채 서 있을 뿐이었다.


"흐암...안 쫓아가냐?"

"...저렇게까지 충격을 받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어요."


시무룩한 표정으로 대답하는 안젤라. 안젤라와 엘레나 모두 소극적인 성격인 것은 비슷하지만 이래 뵈도 안젤라는 불우한 환경 속에서 거칠게 자라온 경험이 있었기에 막상 시련이 닥치면 굳세게 버텨낼 수 있는 뚝심이 있었다. 하지만 엘레나의 경우에는 귀족가에서 대접받으며 살아왔기에 막상 시련이 닥치자 어찌할 줄 모르고 상황을 받아들이지 않은 채 회피하기만 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었다.


그 점을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안젤라는 엘레나 역시 막상 상황이 닥치면 움직여줄 것이라는 전제 자체가 흔들리자 불안한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전 어쩌면 좋을까요?"

"낸들 알겠냐."


엘레나가 현실 도피를 하든 말든 상황은 이미 벌어져버렸고, 되돌릴 수 없었다. 이러는 와중에도 시간은 흐르고 있었고, 약속한 일주일 뒤가 점점 다가오고 있었기에 안젤라는 조바심을 느끼기 시작했다.


"역시, 일단은 쫓아가는 게 맞는 거겠죠...!"


안젤라는 그렇게 말하며 학생들 사이로 사라져버린 엘레나를 쫓아서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엘레나는 어디로 가버린 것인지 도무지 보이지를 않았고, 안젤라는 쉬는 시간 내내 바쁘게 돌아다니며 엘레나를 찾았지만 별 수 없이 혼자 다음 수업이 있는 교실로 갈 수밖에 없었다.


"어디로 간 걸까요. 엘레나."


안젤라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엘레나를 기다렸지만, 어째선지 엘레나는 수업이 시작하기 직전인데도 교실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들 건강한가요. 오늘도 좋은 오후입니다."


아직 엘레나가 교실에 들어오지 않았건만, 이번 수업의 교사가 활기차게 웃으며 교실로 들어왔다.


"그럼 출석을 부르겠습니다."


그리고 야속하게도 출석을 부르기 시작했고, 마침내 엘레나의 차례가 되었건만 아직까지도 엘레나는 보이지 않았다.


"엘레나 사르미드양...사르미드양?"


평소 같았으면 당연히 대답이 들려와야 하는 타이밍에 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교사는 두리번거리며 머리를 긁적였다.


"사르미드양이 결석이라니, 처음 있는 일이네요."


교사는 중얼거리며 출석부에 적혀 있는 엘레나의 이름에 빨간색 체크 표시를 남겼다.


-----


그렇게 사라져버린 엘레나는 방과 후가 될 때까지 보이지 않았고, 수업에도 나오지 않았다. 안젤라는 생각보다 심각한 것 같은 엘레나의 상태에 대해 걱정하며 머리를 싸맸다.


"으...일단 엘레나와 대화를 좀 해 보고 싶은데요. 당최 보이질 않으니 뭘 어떻게 할 수도 없잖아요."

"확실히 골때리는 상황이긴 하군."


괜히 짜증나게 옆에서 자긴 아무런 상관 없다는 투로 말하는 루시퍼. 실제로 그와는 상관이 없기는 했지만, 조금 걱정해주는 척이라도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안젤라였다.


"어쩔 수 없네요. 내일 아침 조회 시간에 어떻게든 엘레나를 붙잡아서 얘기를 해 봐야겠어요."


그런 다짐을 하고 일단은 숙소로 돌아가는 안젤라와 루시퍼였다.


그리고 다음 날, 평소처럼 등교한 안젤라는 비어 있는 교실을 보고 망연자실해졌다. 평소라면 항상 교실에서 엘레나가 먼저 와서 안젤라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오늘은 아무도 없는 적막한 교실만이 안젤라를 맞이해준 것이다.


"설마...이대로 학교에 오지 않는 건 아니겠죠?"


혹시나 하면서도 그런 불안한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고, 불행하게도 그런 불안한 상상은 현실이 되었다.


"으...설마 아예 학교에 오지 않을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놀랍게도 여태껏 출석률 100프로를 지키던 엘레나는 아침 조회가 끝날 때 까지도 교실에 들어오지 않았고, 안


"겁쟁이 여자가 받은 충격이 생각보다 큰 것 같군. 골치아프게 됐는데."

"으윽."


루시퍼가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은 말은 비수가 되어 안젤라의 가슴에 틀어박혔다. 그녀로서는 엘레나가 이렇게까지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렇게 머리를 싸매고 있는 사이, 미리엘이 표정을 찌푸리며 안젤라에게 다가왔다.


"...안젤라."

"미, 미리엘? 무슨 일이에요?"

"소문 들었어요. 사르미드양과 빌리언이 마법 결투를 하게 됐다면서요."

"아, 그, 그게..."

"어제 상태를 보아하니 엘레나양은 전혀 모르고 있는 눈치던데, 대체 어째서 일이 이렇게 된 거죠?"

"그게 말이죠..."


안젤라는 허둥대면서 사건의 개요를 설명해주었고, 얘기를 끝까지 들은 미리엘은 표정을 찌푸리며 말했다.


"안젤라양이 잘못했네요."

"여, 역시 그런 거군요..."


더더욱 시무룩해져서는 쭈그러드는 안젤라.


"그렇게 붙어다녔으면서도 사르미드양에 대해서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군요. 하긴, 사르미드양이 안젤라양이 전학 온 뒤부터 좀 밝아진 모습을 보여준 것도 있어서 알기 힘들었을지도 모르겠군요."

"무, 무슨 말이에요?"

"사르미드양이 얼마나 오래 전부터 빌리언에게 괴롭힘을 당했는지 모르죠?"

"네, 네..."


사실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빌리언의 존재 자체를 몰랐던 안젤라였기에 그런 것을 알고 있을 리가 없었다.


"그 둘은 학교에 동시에 입학했고, 거의 입학하자마자 바로 괴롭힘을 당하기 시작했으니 거진 1년 반을 시달렸겠네요."

"네? 1년 반이나요?"

"네. 사르미드가는 남작가이니 귀족 중에서는 위계가 좀 낮은 편이죠. 처음에는 그 일로 빌리언에게 시비가 걸리다가 마력량이 적다는 것이 들키고 나서는 쭉 고블린이라고 불렸었죠. 빌리언은 약자를 혐오하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약한 게 죄도 아닐진대...왜 그러는 거죠?"

"...약한 것 자체는 죄가 아니지만, 자신을 지킬 힘조차 기르지 않는 것은 죄가 된답니다. 안젤라양. 얼핏 보면 같아 보이는 말이지만 엄밀한 차이가 있어요."

"저는, 잘 모르겠네요."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니 넘어가죠. 아무튼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빌리언에게 시달린 사르미드양의 마음은 완전히 빌리언에게 굴복했어요. 그런 와중에 느닷없이 결투라는 극단적인 상황에 처했으니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상하지 않죠. 이해할 수는 없지만요."


1년 반이라는 긴 시간동안 짓밟히고, 내팽개쳐진 엘레나의 자존심은 너덜너덜해진지 오래였고, 초창기에는 반항해보려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번번이 좌절된 끝에 미약하게 남은 반항심마저도 사라져버린 것이었다.


"전...그것도 모르고."

"이제 아시겠죠? 자기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그럼 이제라도 빌리언에게 가서..."

"당장이라도, 엘레나를 만나야겠어요."


이제라도 빌리언에게 가서 결투를 취소하라는 말을 하려던 미리엘의 입이 다물어졌다. 이만큼 말했으면 알아들을 법도 하건만, 아직도 안젤라의 두 눈동자는 투지로 불타오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제 얘기는 제대로 듣고 있었나요?"

"물론이에요."

"그렇다면 좀 알아들으세요. 사르미드양은 빌리언에게 대적할 수 없어요. 무력감이 학습이 되어 버렸다고요."

"...그런 것 때문이라도 당장 손을 써야 된다고 생각해요. 더 늦으면, 돌이킬 수 없을 정도가 되어 버릴 테니까요."

"그러니까 그렇게 쉬운 일이..."


더 말하려던 미리엘은 안젤라의 눈을 보고는 그만두었다. 안젤라의 흔들림 없는 눈동자는, 해야 할 것을 명확히 깨달은 자의 그것이었기에.


"아무튼, 전 분명히 말렸어요. 결과가 어떻게 되든, 그건 안젤라양과 사르미드양이 결정할 일이겠죠."

"네. 걱정해 줘서 고마워요. 미리엘."

"걱정한 적 없거든요? 단지, 책임을 조금 느꼈을 뿐이에요."

"책임이요? 미리엘 양이 왜...?"


안젤라는 의아한 듯이 물었지만 미리엘은 사태가 이 지경이 된 것은 빌리언이 안젤라의 메이드복 차림에 시비를 건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했기에, 처음 메이드복을 입힌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또 미리엘 자신도 엘레나를 괴롭히지 않았다고는 말하지 못할 처지였고 말이다.


"그런데 엘레나양은 어디에 가야 만날 수 있을까요..."

"무슨 소리를 하는 거죠? 학교에 안 왔으면 당연히 집에 있겠죠."

"집...에요?"


생각해보니 당연한 사실을 지금껏 떠올리지 못한 사실에 안젤라는 순간 머리가 띵했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미리엘의 손을 덥썩 붙잡았다.


"뭐, 뭔가요? 갑자기."

"미, 미리엘. 염치없지만 부탁이 하나 있어요!"

"...또 뭔가요?"

"죄송하지만 방과 후에 엘레나양의 집까지 데려다 주실 수 있나요? 전 애초에 엘레나양의 집이 어딘지도 모르고...또 평민이라 들어갈 수 있을지 없을지..."

"그 정도라면야 뭐, 가능은 한데요."


다행히 사르미드 남작가는 왕국 수도 내에 위치했기에 학교에서 얼마 멀지 않은 거리에 있었다.


작가의말

오늘의 글자수는 4,444 자네요.

딱히 미신은 믿지 않지만 불길하긴 하군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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