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마력으로 성녀가 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2 16:55
최근연재일 :
2021.03.13 2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4,846
추천수 :
239
글자수 :
462,818

작성
21.02.07 20:00
조회
29
추천
1
글자
10쪽

61화

DUMMY

"스승 아니라고. 몇 번 말해야 알아먹을 거냐."

"헤, 헤헤...뭐가 되었든 뭐라도 가르쳐 주셨으면 스승님인거죠!"

"흥. 말은 잘하는군."


딱히 누군가의 스승이 될 생각은 없는 루시퍼였지만 그도 엘레나의 말이 그렇게 싫게 들리지는 않아 보였다. 이것도 지난 6일간 새로 알게 된 사실인데 루시퍼는 의외로 남의 칭찬을 듣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둘이 사이가 좋아져서 참 다행이에요."


그렇게 말하는 안젤라는 상당히 경직되어 있었다. 정작 싸우는 사람은 엘레나건만 막상 결투 당일이 되니 본인이 가장 긴장한 모습을 보여주는 안젤라였다. 사실 본인의 인생이 걸린 결투이니 긴장하는게 맞는 것 같지만, 안젤라가 긴장하는 이유는 결투의 대가 때문이 아니었다.


"괘, 괜찮을까요? 소문을 들어보니 빌리언군의 전투 방식은 굉장히 난폭하다고 들어서...엘레나가 다치지는 않을까요?"


진심으로 걱정하는 감정이 드러나는 얼굴로 물어보는 안젤라에게 엘레나는 옅은 미소를 띠며 안젤라를 달래주었다.


"괜찮아 안젤라. 루시퍼 스승님과 그렇게나 열심히 특훈했는걸. 분명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겠지?"


본인이 말하다가도 자신이 없어지는지 말끝을 흐리는 엘레나였고, 옆에서 루시퍼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야. 넌 무려 이몸의 1대1 지도까지 받아놓고도 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냐?"

"그, 그렇겠죠? 나, 나는 무려 루시퍼 스승님의 제자인걸! 응. 그래! 질 리가 없어!"

"제자 아니라니까. 사람이 말을 하면 좀 들어라."

"헤헤..."


그런 잡담을 나누는 사이에도 시간은 멈추는 법이 없이 흐르고 있었고, 수업을 진행하던 교사가 시계를 슬쩍 확인하더니 말했다.


"어느새 이런 시간이 되었군요. 그럼 오늘의 수업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죠."

"으으...결국 이때가 오고야 말았구나."


평소라면 즐거웠을 점심 시간이 이토록 긴장되는 시간이 될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배, 배가 아파..."

"저, 저도요."

"아주 쌍으로 난리를 치는구나."


긴장 때문인지 배를 부여잡고 복통을 호소하는 불쌍한 둘을 루시퍼는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서는 질질 끌다시피 하며 약속 장소로 데리고 갔다.


결투 약속이 잡힌 장소는 마력의 운용 과목에서 사용하는 마법 실습실이었다. 이 방은 특별히 마법에 대한 저항이 강한 소재로 만들어졌기에 정말 어지간히 위력이 강한 마법을 사용하지 않는 이상 파괴될 염려가 없다는 장점이 있고, 또 체육관 수준의 크기로 엄청나게 넓었기에 결투를 벌이기에는 최적의 장소라고 할 수 있었다.


계속 질질 끌려가는 폼으로는 영 불편했기에 어느새 표정은 좋지 않았지만 자신의 다리로 걷고 있던 둘은 자신들을 향한 시선과 수군거림을 느낄 수 있었다.


"사르미드양과 빌리언의 결투가 오늘 맞지?"

"내가 알기론 그런데. 근데 진짜 사르미드양은 무슨 생각일까?"

"스트레스 때문에 미쳐버리기라도 한 건가?"

"그건 모르겠지만, 아무런 조건도 없이 싸우는 건 아니라나봐."

"뭐? 무슨 조건이 있는데?"

"음...내가 알기로는 일단 같은 반의 안젤라양 있지."

"아. 그 메이드복의. 그런데 안젤라양이 왜?"

"결투를 하기 전에 그 안젤라양이 버프를 하나 걸어준다는 조건으로 결투가 성사됐나봐."

"그거 마법 결투법 위반 아니야?"

"그렇긴 한데, 빌리언 쪽에서 승낙했다나봐."

"하긴, 둘의 실력차이가 얼마나 나는지는 전교생이 다 아는데 동일한 조건으로 싸웠다가는 이겨도 망신이지. 빌리언 쪽에서는."

"그런데 버프 하나 걸어준다고 싸움이 될까?"

"역시...힘들겠지?"


아무래도 둘의 결투에 관해서는 아주 상세한 정보까지 소문이 쫙 퍼진 모양이었고, 떠드는 학생들 중 누구 한 명 엘레나의 승리를 예상하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으...역시, 나 따위가 빌리언에게 이길 수 있는 걸까?"


당연히 듣는 귀가 있는 엘레나에게도 학생들의 목소리는 들려왔고, 또다시 자신감을 잃어버린 엘레나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하, 할 수 있어요! 그렇게나 열심히 특훈했는걸요!"


안젤라가 열심히 엘레나의 기운을 북돋아주려고 노력했지만 유감스럽게도 안젤라는 말주변이 그렇게 좋지 못했고, 엘레나는 우울한 표정으로 털레털레 걸을 뿐이었다.


"어, 어떻게 좀 해줘요 루시퍼. 이러다가 이길 결투도 지게 생겼어요."

"왜 나한테 난리야. 일은 니가 벌여놓고."


안젤라가 난감하기 그지없는 표정으로 루시퍼에게 매달렸지만 루시퍼는 무자비하게 팩트를 날렸다.


"으윽, 그건 그렇지만..."

"뭐, 그래도 기껏 훈련시킨 강아지가 지고 돌아오면 영 찜찜할 것 같으니 응원 정도는 해주마."

"가, 강아지요?"


루시퍼는 악마같은 미소를 지으며 엘레나의 머리에 손을 턱하고 올렸고, 엘레나는 갑작스러운 루시퍼의 행동에 놀란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스, 스승님?"

"응원 같은 건 해본 적 없지만 한마디 해주마. 넌 지고 돌아오면 파문이다."

"스, 스승님!?"


응원을 하랬더니 되려 부담을 가중시키는 루시퍼의 한마디에 엘레나와 안젤라가 동시에 펄쩍 뛰었고, 루시퍼는 둘의 반응을 보면서 재밌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뭐? 그럼 설마 저딴 애송이한테 질 정도의 실력으로 내 제자를 자칭하고 다닐 생각이었냐?"

"하, 하지만..."

"애초에 제자가 아니지만 말이야."

"으으..."


다시 시무룩해지려는 엘레나의 머리를 헝클어트리며 루시퍼가 말했다.


"딱히 네가 질 것 같지도 않지만, 만약 상황이 안좋아진다면 최소한 복수 정도는 화려하게 해주마."

"네...?"

"까먹었냐? 네 다음은 내 차례다."


엘레나와 빌리언의 결투를 성사시키는 데에 루시퍼와 빌리언 간의 결투가 조건으로 걸렸기에 둘의 결투가 끝나고 바로 다음 날 루시퍼의 빌리언의 결투가 예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 그러고보니 스승님도 빌리언 군과 결투를..."

"그 꼬꼬마와 나 사이에 결투라는 게 성립이라도 가능할지는 의문이지만 말이지."

"화, 확실히..."


안젤라와 루시퍼의 대련을 직접 목격한 엘레나였기에 루시퍼의 압도적 여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뭐, 져도 크게 분해하지는 말라고. 화풀이는 내가 대신 해 줄테니."

"아, 하하하하. 그게 뭐에요. 이런 말도 안 되는 응원은 들어본 적이 없어요."

"그러냐."


루시퍼는 딱히 엘레나의 기운을 북돋아줄만한 말은 해주지 않았지만, 즐거운 듯이 웃는 엘레나의 멘탈은 상당히 회복된 듯이 보였다.


"후후후. 좋아. 힘내자! 스승님의 제자라는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그러니까 제자가 아니...후우, 됐다."


그렇게 말하며 기합을 넣는 엘레나에게 뭐라고 태클을 넣으려던 루시퍼는 한숨을 쉬면서 관두었다.


"그럼. 갑니다."


떠드는 사이에 그 거대한 크기 때문에 야외에 따로 위치한 마력 실습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마력 실습실 주변에는 수많은 학생들이 떠들고 있었는데, 아마도 학교의 유명인인 빌리언과 좀 좋지 않은 의미로 나름 유명한 엘레나 사이의 결투를 구경하러 온 모양이었다.


엘레나를 발견한 그들은 알아서 흩어지며 마력 실습실로 향하는 길을 만들었고, 엘레나는 모인 인파에 살짝 위축되는 것 같더니 이내 결연한 표정으로 양손으로 자신의 뺨을 짝 소리가 나게 치는 것으로 기합을 넣고는 나름 당당한 걸음걸이로 학생들 사이를 걸었다.


"이제 좀 볼만하군. 하면 할 수 있잖나."

"그, 그래요? 이런 건 영 익숙하지가 않아서..."


루시퍼의 칭찬에 머쓱한 표정으로 옆머리를 꼬아대는 엘레나였다.


"자. 들어가자고."


루시퍼는 그렇게 말하며 마력 실습실의 문을 열었다.


"아, 왔군요."


넓직한 마력 실습실의 크기가 무색하게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단 둘이었다. 기다리던 사람은 갈루에 선생과 겔피온 선생. 공교롭게도 둘 다 안젤라와 연이 있는 교사였다.


학생들끼리의 마법 결투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최소 2명의 교사가 참관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갈루에 선생이야 엘레나와 빌리언 둘 모두의 담임 교사이니 필연적으로 참관해야 했고 겔피온 선생은 신성력 담당의 교사이니만큼 혹시 모를 부상에 대비해 참관하고 있었다.


"오, 오늘은 잘 부탁 드립니다."

"가능하면 학생들끼리 싸우지 말았으면 하는데 말이죠.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는 거겠죠."

"가급적이면 부상을 입을 정도로 다투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곤란하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이는 갈루에 선생과 말 뒤에 '번거로우니까.' 라는 말이 생략된 듯이 짜증이 묻어나는 표정으로 말하는 겔피온 선생이었다.


"노, 노력할게요."

"그건 그렇고 시간이 제법 되었는데도 오질 않네요. 빌리언군은."


중간에 화장실에 가겠다고 난리를 피는 해프닝이 있었기에 마법 실습실까지 오는 데 시간이 제법 걸린 안젤라 일행이었기에 빌리언이 먼저 와서 기다릴 것이라고 생각했건만 빌리언은 감감무소식이었다.


"마법 결투의 규정에 따라 30분 이내로 도착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사르미드양의 승리로 취급하겠습니다."


사무적인 어투로 말하는 겔피온 선생. 엘레나는 차라리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대로 빌리언이 오지 않은 채로 끝나면 좋겠다고 눈을 질끈 감고 신에게 빌었지만, 유감스럽게도 바로 다음 순간에 마법 실습실의 입구가 거칠게 열어젖혀졌다.


작가의말

이기던 지던 배드 엔딩이 예정된 불쌍한 빌리언.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악마의 마력으로 성녀가 됩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8 68화 21.02.13 33 1 9쪽
67 67화 21.02.12 37 2 10쪽
66 66화 21.02.11 31 2 10쪽
65 65화 21.02.10 36 2 10쪽
64 64화 +2 21.02.09 38 2 10쪽
63 63화 21.02.09 30 2 10쪽
62 62화 +1 21.02.08 34 2 10쪽
» 61화 21.02.07 30 1 10쪽
60 60화 21.02.06 36 2 11쪽
59 59화 +2 21.02.05 35 2 10쪽
58 58화 +1 21.02.04 38 2 11쪽
57 57화 21.02.03 37 3 10쪽
56 56화 21.02.02 39 2 10쪽
55 55화 +2 21.02.01 45 2 10쪽
54 54화 +1 21.01.31 43 3 10쪽
53 53화 +1 21.01.30 45 3 10쪽
52 52화 21.01.29 38 3 10쪽
51 51화 21.01.28 40 3 11쪽
50 50화 21.01.28 37 3 10쪽
49 49화 +1 21.01.27 38 3 10쪽
48 48화 21.01.26 43 2 10쪽
47 47화 21.01.25 42 4 10쪽
46 46화 21.01.24 48 4 10쪽
45 45화 21.01.23 48 4 10쪽
44 44화 21.01.22 41 3 10쪽
43 43화 +1 21.01.21 44 4 10쪽
42 42화 +1 21.01.20 42 4 10쪽
41 41화 21.01.19 48 3 10쪽
40 40화 21.01.18 47 3 9쪽
39 39화 21.01.17 48 2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