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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마력으로 성녀가 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2 16:55
최근연재일 :
2021.03.13 2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4,831
추천수 :
239
글자수 :
462,818

작성
21.02.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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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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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0쪽

56화

DUMMY

그리고 대망의 방과 후, 안젤라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채로 사르미드 가로 향하는 미리엘 소유의 마차에 타 있었다.


"기, 긴장되네요."

"그런데...당신은 왜 따라오는 건가요?"

"응? 설마 나 말하는 거냐?"

"여기 안젤라랑 저 말고 누가 더 있나요 그럼?"


뻔뻔한 표정으로 안젤라의 옆자리에 다리를 꼬고 앉아있는 루시퍼에게 미리엘이 면박을 줬다.


안젤라와 루시퍼의 관계를 고려한다면 따라오는 것이 당연했지만 미리엘은 안젤라와 루시퍼의 관계에 대해 몰랐으니 이게 당연한 반응이었지만 말이다.


"그, 그게..."

"일단은 보호자 노릇을 하려고 말이야. 이놈을 혼자 보내기도 그렇고, 너도 사르미드 남작가에 직접 발을 들이기는 곤란하겠지?"

"..."


확실히 일단은 백작가의 자제인 미리엘이 사르미드가에 방문하는 것은 남작가인 사르미드의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기에 미리엘이 직접 들어가는 것은 서로에게 좋지 않았기에 루시퍼의 말은 옳았다.


"뭐, 그렇긴 하죠. 당신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안젤라는 당신을 신뢰하고 있는 것 같으니 더 이상 캐묻지는 않겠어요."

"그거 고맙군."


이 말을 끝으로 마차 내에 감도는 어색한 침묵. 안젤라는 이런 불편한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해 억지로라도 입을 열었다.


"그...엘레나양의 부모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사르미드 남작 부부 말인가요. 음...가장 특기할 만한 점이라면, 사르미드 남작가는 그 역사가 굉장히 짧다는 것에 있겠네요."

"역사가, 짧다구요?"

"어쩐지, 들어본 적이 없다 했어."


대륙의 정세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지만 최근에 정보에 관해서는 좀 서툰 루시퍼는 납득이 간다는 듯이 고개를 주억거렸고,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는 태도의 안젤라에게 미리엘이 설명을 시작해 주었다.


"사르미드 남작은 평민 출신의 상인이었습니다. 축적한 부를 바탕으로 영지를 얻어 남작의 위를 사다시피해서 얻게 되었죠."

"아. 리츠군 같은 경우로군요?"


입학 첫날에 자신에게 말을 걸어준 둥글둥글한 남학생인 리츠 상단의 후계자인 엘빈스 리츠를 떠올리며 말하는 안젤라였다.


"그렇죠. 뭐, 리츠 같은 경우에는 귀족의 위를 가지지는 않았지만요."

"네, 네? 전 리츠군도 틀림없이 귀족인 줄 알았는데요..."


반 안의 누구에게도 꿀리는 일 없이 당당한 태도로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리츠였기에 생긴 오해였다.


"일정 수준 이상의 부는 가끔 귀족이라는 이름보다 더 강한 가치로 작용할 수도 있는 거랍니다. 그 정도의 부를 쌓았다면 영지 정도는 얻을 수 있을 텐데 어째서 굳이 평민의 신분으로 남아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요."

"저, 저에게는 너무 어려운 이야기에요."

"그리고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죠. 뭐, 어쨌든 이번 대에 남작의 작위를 얻게 되었고, 귀족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의외로 안젤라양과 이야기가 잘 통할지도 모르겠군요."

"그, 그건 다행인 이야기네요."

"직접 만나기 전까지는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지만요. 저도 들은 얘기를 해 줄 뿐이고요."

"얼마 전까지 평민이었다라. 그 겁쟁이 여자의 처참할 정도의 마력량은 그게 원인인가."


가끔 개천에서 용이 나듯이 평민 중에서도 놀라운 마법 재능의 소유자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마력량의 여부는 혈통이 관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렇기에 역사가 깊은 귀족 가문들은 오랜 세월에 걸쳐 이어온 마법의 재능을 아낌없이 발휘해 수많은 강자를 배출해내는 것이었고, 평민들끼리는 재능 없는 자들끼리 뭉쳐 언제까지고 그저 그런 수준으로 남아 있게 되는 것이었다.


"사르미드 남작 부부도 그 정도는 아니라고 들었지만요. 사르미드양은 꽤 특별한 경우라고 들었어요."


드물게 재능이 넘치는 자가 있다면 드물게 재능이 없는 자도 있기 마련이다. 유감스럽게도 엘레나의 경우는 후자인 것이었고 말이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샌가 마차는 사르미드 남작가의 저택에 도달할 수 있었다.


"크, 크다...!"


그야말로 으리으리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 저택의 위용은 굉장했다. 얼마 전에 가 봤던 도미니크 백작가의 저택보다 훨씬 웅장해 보이는 외관에 안젤라가 슬쩍 미리엘 쪽을 돌아봤고, 그 시선을 눈치챈 미리엘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말했잖아요. 사르미드 남작가는 작위를 돈을 살 정도로 부유한 가문이라고요. 그리고 저희 도미니크 가가 검소한 것이야 온 왕국이 다 아는 사실이고요."

"그러고보니 심문관님의 갑옷도 튼튼해 보이는 것 말고는 딱히 특별한 점은 없었죠."


보통 귀족 가문의 갑옷은 생존성을 높이기 위해 특별한 광물을 섞는다던가, 가문의 문양을 새긴다던가 하는 치장 요소가 많이 들어간 데 반해 세바스의 갑옷은 장식 하나 달리지 않은 밋밋한 풀 플레이트 메일이었던 것이 생각나는 안젤라였다.


"후후후. 진정한 고귀함이라는 것은 화려한 외양에서 드러나는 것이 아니랍니다. 품격 있는 행동에서 우러나오는 것이죠."

"미리엘이 그 말을 해 봤자..."

"뭐, 뭔가요 그 눈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흠흠...어쨌든. 사전에 연락은 해 두었으니 별 일 없이 들어갈 수 있을 거에요."


그 말대로 굳게 닫혀 있던 저택의 문은 미리엘의 마차가 접근하자 쇳소리를 내며 열렸고, 마차는 아무런 탈도 없이 무사히 부지 내로 들어갈 수 있었다.


"제가 데려다 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집니다. 이 뒤는 안젤라. 당신에게 달렸어요."

"네, 넷. 힘내볼게요."


화이팅 포즈를 취하며 기합을 넣는 안젤라. 그리고 그 옆에 선 루시퍼는 딱히 별 감흥이 없어 보였다.


"뭘 하든 간에 일단은 부딫혀 봐야겠지. 사르미드 남작 부부에 관해서는 마차 내에서 들었던 정보와 직접 만난 인상을 대조해보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대충 알 수 있겠지."

"마, 마차 안에서 뭔가 정보를 얻었던 건가요?"


분명히 같은 얘기를 들었건만 취득하는 정보의 양에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는 둘이었다.


"...너도 가능하면 생각이라는 걸 좀 해 보는게 어때?"

"우우! 저도 요즘 공부 좀 하거든요!"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는 루시퍼에게 팔을 붕붕 휘두르며 항의하는 안젤라. 루시퍼는 피식 웃으며 그런 안젤라를 대충 달래주었고, 그런 만담을 나누고 있는 사이에 집사복을 입고 있는 희끗한 머리의 중년 남성이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어서 오십시오 손님 여러분들. 오늘 사르미드 남작가에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사르미드 남작가의 집사. 데이비드라고 합니다."

"네, 네녯..."


정중한 태도로 고개를 숙이는 중년 남자의 인사에 안젤라는 당황하며 대답하려다 혀를 씹어버렸고, 루시퍼는 가볍게 고개를 까딱하고는 말했다.


"미안하지만 바로 저택 내로 안내해 줬으면 좋겠군. 내가 좀 바빠서."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남작님께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남작에게? 우린 엘레나 사르미드를 만나러 온 것이다만?"


혹시라도 남작 부부를 만나게 될 일에 대비해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있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만약에 대비한 것이었기에 저택에 오자마자 바로 남작을 만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루시퍼가 데이비드에게 물었다.


"여러분들이 방문하신다는 것을 전해들으신 남작님께서 여러분들을 먼저 만나뵙고 싶다고 말씀하셨기에, 전 그저 주인의 명을 따를 뿐이랍니다."

"그런가. 어쩔 수 없지. 그럼 안내해 주면 고맙겠군."

"예. 그럼 저를 따라와 주시길."


데이비드는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고, 루시퍼는 당당한 태도로 그 뒤를 따라 걸었고, 안젤라는 잠시 멍을 때리다가 화들짝 놀라서 둘의 뒤를 쫓아 달리기 시작했다.


"가, 같이 가요!"


그리고 잠시 후, 안젤라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응접실의 고급진 의자에 앉아 자신의 존재 이유에 대해 고민하는 처지가 되어 있었다.


'여긴 어디죠? 난 누구?'


그리고 그 옆에서는 루시퍼가 눈앞에 있는 사르미드 남작과 즐거운 듯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사르미드 남작은 엘레나와 같은 윤기나는 갈색 머리카락을 한데 묶어 오른쪽으로 늘어뜨린 긴 머리의 미중년이었다. 그야말로 부자라는 느낌이 팍팍 드는 인테리어 속에 고급진 옷을 입은 그를 보고 있자면 어쩔 수 없이 지금껏 안젤라가 뼈빠지게 일해왔던 것에 대한 회의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이거 루시퍼군은 참으로 박학다식한 학생이로군요. 우리 카이너스 왕국의 밝은 미래가 벌써부터 눈앞에 보이는 것 같습니다그려."

"하하하, 사르미드 남작님 같은 분들이 이 나라를 굳게 지탱해 주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루시퍼는 겉으로는 웃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냉정한 태도로 눈앞의 인물을 평가하고 있었다.


'겉으로는 정중해 보인다만, 허영이 많은 성격이로군.'


가만히 대화를 나눠본 끝에 내릴 수 있었던 결론이었다.


'언뜻 보면 내 칭찬을 하는 것 같지만 결국에는 자기를 띄워주는 쪽으로 대화를 유도하고 있군.'


겉으로는 사람 좋은 미소를 띠고 있지만 속으로는 냉소를 흘리는 루시퍼.


'기분 나쁜 놈이야. 평소 같았으면 상종도 안 할 인간이겠지만...'


그렇게 생각하며 옆에서 멍하니 입을 벌리고 허공을 바라보는 안젤라를 슬쩍 쳐다보는 루시퍼였다.


작가의말

뇌가 순수한 우리의 안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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