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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마력으로 성녀가 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2 16:55
최근연재일 :
2021.03.13 2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4,825
추천수 :
239
글자수 :
462,818

작성
21.01.24 20:00
조회
47
추천
4
글자
10쪽

46화

DUMMY

"의견 충돌인가요. 학생들끼리 싸우면 안되죠. 자, 화해하세요."


당최 위기감을 느끼고 있기는 한건지 이 와중에도 긴장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는 갈루에 선생이었다.


"아무리 봐도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로군. 그런 것도 없이 이정도로 침착한 거면 소름이 끼치는데."


루시퍼는 위협에 날을 세우는 모습보다는 이런 여유만만한 태도가 더 경계가 되는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고, 안젤라는 잠시 분위기가 소강된 틈을 타서 루시퍼보다 먼저 입을 열었다.


"서, 설명해 주세요 갈루에 선생님. 이번에는 말 돌리지 말구요."

"그러죠 뭐, 저도 두동강나기는 싫으니까요."


아직도 루시퍼의 오른손 위에서 맹렬히 회전하고 있는 바람의 칼날을 슬쩍 바라보며 말하는 갈루에 선생이었다.


"실은 말이죠. 제가 신성력을 좀 민감하게 느끼는 체질이라서 말이죠."

"신성력을 민감하게 느끼신다구요?"

"네. 이야~저번엔 깜짝 놀랐답니다. 자고 있는데 갑자기 북쪽 방면에서 무슨 폭탄이라도 터진 것 마냥 강렬한 기운이 느껴지길래 기겁을 하면서 일어났지 뭡니까. 소문으로는 성녀가 어쩌고 하는 것 같았는데 말이죠."


안젤라가 일으킨 신성력의 대폭발을 언급하는 갈루에 선생이었다.


"아무튼 요 알도 그렇게 대충 정체를 추측해본 거랍니다. 이렇게나 농밀한 신성력을 뿜어내는 알이라면 신수가 아닐까...하고 뭐, 대충 때려맞춘거죠."


갈루에 선생이 한 말은 얼추 앞뒤가 맞기는 했지만, 루시퍼는 여전히 갈루에 선생을 향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고, 갈루에 선생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렇게까지 말해도 믿어주지 않으면 저로서는 손쓸 도리가 없는데요."

"마, 맞아요 루시퍼. 이렇게까지 말하시는데 믿어주도록 하죠?"


순진한 안젤라는 갈루에 선생의 말을 그대로 믿어버리는 듯 했지만 루시퍼는 여전히 갈루에 선생을 노려보며 말했다.


"확실히 거짓말을 말하고 있는 듯한 느낌은 들지 않지만...진실을 모두 말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군."

"하하하. 오해랍니다 루시퍼군. 제가 무슨 이득을 보겠다고 거짓말을 하겠어요?"

"실제로 하다가 걸린 놈이 이제와서 말은 잘하는군."


루시퍼의 말에 갈루에 선생은 씁쓸히 웃다가, 안젤라에게 신수의 알을 불쑥 내밀었다.


"그나저나 이거, 안젤라양의 것은 맞는거죠? 루시퍼군이 무서워서 오래 들고 있지는 못하겠으니 돌려 드리겠습니다."

"앗. 네, 넵."


안젤라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일단 신수의 알을 건네받았고, 갈루에 선생은 이제야 한숨 돌렸다는 듯한 태도로 항복 자세를 취하며 말했다.


"알도 돌려드렸고, 알에 대해 알고 있는 이유도 얘기해드렸으니 이만 가봐도 될까요? 제 수업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학생들이 있답니다."


흡사 집에 아이들이 있으니 목숨만은 살려달라고 말하는 사람처럼 비굴한 태도였지만 표정이 저러니 간절함이라고는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는 듯한 모습이었다.


"...수상해. 아주 수상하군."

"제 입장에서는 루시퍼군이 더 수상합니다. 대체 뭡니까 당신은? 도저히 학생 같지 않은 능숙한 마력 운용에, 거기다 신수의 알까지 가지고 있으니."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거지만, 여기저기 떠벌리고 다녔다가는 밤에 맘놓고 푹 잘 생각은 버리는 게 좋을거야."


노골적인 루시퍼의 협박에 갈루에 선생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하하하. 그거야 물론이죠. 안면은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니까요."

"그럼 됐어. 이만 꺼져."

"이거이거, 루시퍼군은 다 잘하는데 예절 교육은 다시 받아야 하실..."


능청스럽게 말하는 갈루에 선생을 향해 루시퍼가 바람의 칼날을 몇 개 더 생성해 보였고, 갈루에 선생은 그대로 줄행랑을 쳤다.


"루, 루시퍼. 선생님께 너무 심하게 대한 건 아닐까요?"


확실히 이번의 루시퍼의 태도는 조금 너무한 감이 있기는 했다. 물론 갈루에 선생의 태도가 수상쩍기는 했지만 말이다. 루시퍼도 자각은 있었는지 잠시 고민을 하고는 말했다.


"저놈을 보고있자면 이유 모를 불쾌감으로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초대면에 이런 경우는 드문데 확실히 희안한 일이기는 하군."

"그, 그러니까 별 이유 없이 그렇게 까칠...아니 험악하게 구신 거에요?"

"아무 이유 없이 강경하게 군 건 아니다. 넌 은둔하고 있던 신수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 것 같다고 생각하냐?"

"그, 그건..."

"조금만 생각을 해보면 이 알의 모습만 보고서 이게 신수의 알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놈들은 우리 말고는 신수를 감금한 세력 외에는 있을 수 없다는 걸 알 수가 있을 거다. 신수의 죽음 외에는 그 공동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수단은 없었으니까."


확실히 일리가 있는 말이었기에, 안젤라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 그럼 갈루에 선생님이...?"

"정황상 수상하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겠지. 불안 요소를 남겨두는 것은 내 스타일이 아니야. 어떻게든 손을 써야겠군."

"아, 안 돼요!"


루시퍼가 중얼거린 말에 안젤라가 루시퍼에게 외쳤다.


"왜? 뭐가 안되는데?"

"그, 그래도 일단은 선생님인데...그, 저기 손을 쓴다는 건."


쭈뼛거리며 말하는 안젤라의 모습에 루시퍼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안 죽인다. 수상하다고 대뜸 교사를 죽일 정도로 무대포로 보이냐 내가? 일단은 뒷조사야. 그런 의미로 한동안 수업은 혼자 들어라. 난 바쁠 것 같으니."

"네? 하, 하지만 출석은..."

"출석? 그딴 게 뭐가 중요한데. 졸업 같은 거엔 딱히 관심 없어. 난 너 때문에 굳이 인간 모습으로 변하면서까지 입학한 거니까 말이야."

"그, 그렇지만."

"그 특별 교습인지 뭔지에는 참가해주마. 뭐, 이런 일이 있고 나서도 뻔뻔하게 교습에 참가하지는 않을 것 같기는 하지만, 어쨌든 널 혼자 두기는 위험하니까."


일단은 걱정을 해주는 모습에 안젤라는 살짝 감동을 받았고, 루시퍼는 이어서 안젤라가 들고 있는 알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뭣보다 일단은 저거다. 저거 대체 왜 교실 앞에 있었던 거야?"

"저, 저도 모르겠어요. 분명히 숙소에 두고 문도 제대로 잠그고 나왔는데 말이죠."

"흠...그렇단 말이지."


루시퍼는 그렇게 말하며 안젤라에게서 신수의 알을 받아들고는 안젤라에게 창고 안에서 잠깐만 기다리라고 하고서는 밖으로 나가버렸다.


"밖에서 뭘 하는 걸까요?"


잠시 뒤에 문에서 쿵쿵 소리가 났고, 안젤라가 문을 열자 문 바로 앞에는 신수의 알이 놓여있었고 루시퍼는 사라져 있었다.


"아, 악마님? 어디 계세요?"

"학교 안에서는 악마님이라고 부르지 마라. 누가 들을지도 모르니까."


바로 근처에 있었던 것인지 루시퍼는 코너를 돌면서 다시 안젤라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고, 안젤라가 들어올린 신수의 알을 바라보며 말했다.


"대충 실험해봤는데 아무도 보고 있지 않으면 어떤 원리에서인지 혼자 움직여서 니가 있는 쪽으로 가려는 습성이 있는 것 같군. 누가 보고 있으면 꼼짝도 하지 않는데 시선을 떼자마자 문을 두드려대는 걸 보면 말이야."


문에서 조금 떨어진 거리에 알을 두고 한참을 지켜봐도 꼼짝도 하지 않은 알이었지만 루시퍼가 알을 볼 수 없는 위치인 코너로 이동하자마자 알이 문을 두드려대는 소리가 들렸던 것이다.


"알이 혼자서 움직이다니. 역시 신수님은 대단하네요."


신성한 짐승은 뭔가가 다르다는듯이 고개를 주억이는 안젤라를 루시퍼가 한심하다는 듯한 눈초리로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나. 이걸 이대로 내버려뒀다간 오늘 같은 사태가 또 벌어질 거다."

"그, 그러면 어쩌면 좋을까요?"

"지금 생각 중이다."


루시퍼는 그렇게 말하고는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지만 알이 어떻게 움직이는건지도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기에 딱히 좋은 생각은 떠오르지 않았고, 이내 귀찮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우선 니 가방에 넣어서 들고 다녀라."

"네, 네에? 제 가방은 이미 교과서들로 가득한데요?"


안젤라가 손에 들고 있던 빵빵한 가방을 들어올리며 말했다.


"몇 번이고 말하지만 신수랑 교과서 중에 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냐?"


루시퍼의 말에 안젤라는 놀랍게도 신수와 수업용 교과서를 가치의 저울에 올려 저울질하기 시작했고, 고심 끝에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가방 안에 들어있던 교과서들을 바닥에 쏟아버렸다.


"으으. 점점 불량해지는 기분이에요오..."


깔끔하게 비운 가방 속에 제법 묵직한 신수의 알을 넣자 가방은 터질것처럼 부풀었지만 어떻게든 알이 눈에 띄지 않게 매듭을 묶을 수 있었고, 굉장히 수상해보이지만 적어도 첫눈에 이 안에 알이 들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게끔 위장할 수 있었다.


"그럼 난 이만 그 수상쩍은 교사에 대해서 조사하러 가보지. 수고하라고."

"네. 악마님, 아니 루시퍼도 힘내세요."


루시퍼는 그렇게 말하며 팔을 휘적휘적 흔들며 먼저 창고 밖으로 나갔고, 뭔가 생각난 게 있는지 슬쩍 다시 고개를 들이밀며 말했다.


"아참. 미처 말 못해준 게 있는데, 난 어차피 교과서 따위 챙겨다니지 않으니 내 가방을 쓰면 된다."


루시퍼의 말에 안젤라가 허망한 표정으로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교과서들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조, 조금만 빨리 말해주지 그러셨어요..."


어차피 항상 비어있는 루시퍼의 가방에 신수의 알을 넣었더라면 안젤라의 소중한 교과서들은 창고 바닥의 먼지를 뒤집어쓰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말이다.


작가의말

어제는 예약 설정을 깜빡해서 글이 조금 일찍 올라갔더군요.

작가가 이렇게 정신을 놓고 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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