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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마력으로 성녀가 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2 16:55
최근연재일 :
2021.03.13 20:00
연재수 :
9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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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
글자수 :
462,818

작성
21.01.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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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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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0쪽

43화

DUMMY

"그, 그게...누군지는 몰라도, 아무리 큰 죄를 지었다고 해도 그것이 이런 모습으로 죽지도 못한 채 방치되어도 좋은 이유는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내가 수많은 인간을 학살한 괴물이라고 해도 말이냐?

"네, 네?

-물론, 가정이다.

"음...직접 당한 피해자들께서는 생각이 좀 다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지만요. 그래도 역시 아무리 큰 죄를 지었어도, 우리가 내릴 수 있는 가장 큰 형벌은 죽음까지가 한계...라고 생각해요. 그 후는 신님의 심판을 받으셔야겠죠."

-그런가, 너의 생각은 잘 들었다. 역시, 너는 셀린을 닮은 자로구나.


목소리는 안심한 듯한 태도로 말을 이었다.


-내 이름은 엘비오니스. 한때 순백의 심판자라 불린 이 시대의 신수다.

"역시 신수님이셨군요.

-그래. 그리고 나는 너의 손으로 내 삶의 마침표를 찍어 주었으면 하는군.

"그, 그 말은..."

-그렇다. 셀린과 닮은 너라면 힘든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지금의 내 목숨을 가져가 주었으면 한다.

"..."

-너무 상심할 필요는 없다. 언젠가 다가올 최후의 날이 오기 전까진 나의 죽음은 끝이 아니라 또다른 시작을 위한 과정일 뿐이니.

"...알겠어요."


한참을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하던 안젤라는, 침중한 표정으로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고, 신수는 조금 기쁜 듯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고맙다.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끝을 한없이 기다리기만 하던 비참한 삶을 끝내주어서.


이야기가 마무리지어지려는 그 순간, 여태 입을 다물고 있던 루시퍼가 끼어들었다.


"잠깐, 멋대로 이야기를 끝내버리면 곤란하지. 물어볼 게 몇 개 남았거든."


루시퍼의 말에 목소리는 고집스럽게 대꾸를 하지 않았고, 루시퍼는 한숨을 내쉬며 안젤라에게 자신의 말을 그대로 전달해달라고 부탁했고, 그런 유치한 방식으로나마 질문을 한 끝에 신수는 입을, 아니 목소리를 내었다.


-궁금한 것은 무엇인가? 내가 대답해 줄 수 있는 것이라면 성심껏 대답하도록 하지.

"그게, 네. 알겠어요."


다시 루시퍼에게 질문을 들은 안젤라가 말했다.


"신수님께서는, 대체 무슨 이유로 저희 학교의 지하에 이런 모습으로 갇혀 계셨던 건가요?"


확실히 신수 정도나 되는 생물이 신성력은 커녕 자연의 마나도 간당간당한 이런 공동에 갇혀있는 것은 누가 봐도 부자연스러운 상황이었으므로 루시퍼의 의문은 타당했다.


-나는 본디 제국의 어느 이름 없는 숲 속의 수호자 노릇을 하고 있었다.


잠깐 생각하던 신수의 말은 과거 회상으로 시작되었다.


-숲속의 동물들을 해치던 마물을 해치우고, 함정에 걸린 가엾은 소동물들을 치유해주던, 그런 평화롭고도 안정된 나날이었지. 하지만 그런 나의 평화는 어떤 방문자에 의해 깨지게 되었다.

"방문자요?"

-그 방문자는, 과거의 나들이 그래왔듯 자신과 함께 이 대륙의 위기를 구해내자며 나를 설득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 방문자는 이 세계를 구원할 그릇이 되지 못했지. 아니,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구원자라기보다는 파괴자에 가까운 성향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내가 단호히 거절하자 본성을 드러내더군. 최소한 자신의 방해는 하지 않도록, 이 자리에서 처리를 해 두겠다며 그 자는 내게 덤벼들었다.

"신수님은 제법 강해보이시는데요.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요?"

-모른다.

"네, 네?"

-나는, 그자에 대해 무엇 하나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내가 처한 현재의 상황과, 그자가 했던 말, 그리고 과거의 상황을 대조해 기억을 짜맞추고 있을 뿐. 그자에 대한 직접적인 정보를 떠올리려고 하면 일주일 전쯤에 꾸었던 꿈을 기억해내려는 것 마냥 도무지 기억이 나지를 않는다.

"특이하군. 신수의 기억에도 손을 댈 수 있는 자라니."

-내가 어떻게 패배했는지, 그 자는 어떻게 싸웠는지에 관해서는 마치 지워진 것마냥 기억이 나질 않아. 기억나는 상황은, 엉망진창이 된 채로 어찌된 영문인지 이 공동으로 이동해 있었던 상황 뿐이었다.


입구의 벽이 제법 넓기는 했지만 눈앞의 신수를 통과시킬 정도는 아니었기에 더더욱 의문이 가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자는 내 사지에 대못을 박아 구속하고, 그것으로도 모자랐는지 육신의 생체 활동을 거의 정지에 가까운 상황으로 만드는 사슬로 나를 속박했다. 그 뒤로는 지금과 변한 것이 없군. 후에 그자가 아닌 사람들 몇 명이 내 주위를 기웃거리기는 했지만 내게는 딱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마 데스 나이트들의 소환진은 그때 설치되었던 듯 하다.


"정말, 너무한 사람이네요."

-그러고 보니 그 자가 말한 한마디가 유독 기억에 남는군.

"뭐였지?"


혹시라도 정체를 알 수 있는 실마리가 되지는 않을까 싶어 루시퍼가 물었지만, 신수는 루시퍼가 입을 열자마자 말을 멈추었고, 루시퍼는 이를 갈며 안젤라에게 말을 전달하게 했고, 신수는 그제서야 말을 해주었다.


-'저와 함께 꿈과 희망으로, 모든 생명을 구원하지 않겠습니까?'라고 하더군.

"안 어울리게 메르헨스러운 말을 지껄이는 놈이로군."


루시퍼의 말에 구태여 대답하지는 않았지만 신수 역시 그렇게 생각하는 눈치였고, 신수가 이야기를 마무리지었다.


-내가 아는 것은 이게 전부다.

"흠. 대죄급 악마의 소환에, 신수의 구속이라. 하나만 일어나도 대륙이 뒤집어질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는 것을 보면 곧 무슨 일이 터지기는 할 모양이군."

-대죄급의, 악마라고? 그건 무슨 얘기냐. 설명을 해다오.


루시퍼가 중얼거린 말에 신수는 여태껏 루시퍼와 말을 섞지 않았던 태도조차 버리고 당황해서 말을 걸었다.


"오? 이제 말 걸어도 되나?"

-평소 같았으면 어림도 없었을 일이다만 특별히 허가하마. 자초지종을 설명하도록 해라.

"헤. 싫은데. 내가 왜?"


루시퍼는 여태껏 당한 설움을 풀기라도 하려는 것 마냥 꼼짝도 못하는 신수를 유치하게 놀려먹기 시작했고, 보다 못한 안젤라가 서투르게나마 아스모데우스를 만났던 일을 간단하게 설명했고, 그 일을 설명하려면 피치 못하게 알아야 될 안젤라와 루시퍼의 관계에 대해서도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어쩐지, 소름이 끼칠 정도로 역겨운 죄악의 악취가 난다 싶더니 그 타락 천사인가. 아니 지금은...

"그래그래. 그 타락 천사님 맞으니까 사족은 여기까지 달고,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잖아?"


신수가 뭔가 더 말하려고 했지만 루시퍼가 신수의 말허리를 잘라버렸고, 신수는 별 수 없이 이야기를 되돌렸다.


-아스모데우스의 강림이라니. 이것은 그야말로 세계의 위기가 아닌가.

"그 정도로 큰 일인가요?"


영 허당같았던 아스모데우스의 모습을 떠올리며 안젤라가 고개를 갸웃했고, 루시퍼와 신수가 동시에 말했다.


-물론 위험하다.

"당연히 위험하지."


루시퍼는 잠시 기분나쁘다는 표정으로 신수 쪽을 쳐다봤고, 꼼짝도 못하는 신수는 루시퍼쪽을 노려봐 줄수는 없지만 침묵으로 불편한 심기를 표시하는 듯 했다. 한동안 신수 쪽을 노려보던 루시퍼는 나몰라라 하는 태도로 팔짱을 끼고 고개를 돌려버렸고, 그 광경을 보지는 못했지만 침묵을 길게 유지할 생각은 없었던 신수가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당시의 아스모데우스는 자신의 권능의 일각조차 사용하지 않았던 듯 하군. 당시에 아스모데우스를 데려간 세력이 있다는 것을 보면, 의도적으로 일을 크게 벌리는 일은 자제시킨 것 같다.

"아스모데우스님의 권능이요? 그게 뭔가요?"

-음...그게, 말하기가 조금 곤란하군. 알아서 득 될 것이 하등 없는 정보인지라.


뭔가 껄끄러운 정보인 것인지 신수는 말을 흐렸다.


-우선은 색욕의 권능이라는 이름과 대규모의 재앙을 야기시킬 수 있는 극히 위험한 능력이라는 것만 알아두도록 하거라. 상황이 닥치면 싫어도 그 권능의 능력을 알게 될 터이니.

"으음, 알겠어요."


색욕의 권능이라는 것이 뭔지 궁금해진 안젤라였지만, 숨기려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해 더이상 캐묻지는 않기로 한 안젤라였다.


-음. 본래 나는 다시 태어난 후 다시 원래 있던 숲에 은둔할 생각이었지만, 세계에 이런 위기가 닥친 이상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그, 그말은?"

-안젤라라고 했던가. 셀린을 닮은 아이여. 부디 나의 주인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바이다.

"뭐?"

"네, 네?"


안젤라와 루시퍼 둘 다 뜨악한 표정으로 신수를 쳐다봤고, 대답을 요구하는 그 태도를 아는지 모르는지 신수가 말을 이었다.


-나는 질서의 수호자이자, 세계의 위기를 구원하는 짐승. 하지만 나 혼자서는 내 모든 힘을 끌어내 싸울 수 없다. 내가 본신의 진정한 힘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격이 맞는 계약자의 존재가 필수 불가결하다.

"하, 하지만..."

-무엇보다 갓 태어난 나는 지금의 나와 같으면서도 다른 존재, 성장 환경에 따라서 그 어떤 모습으로도 성장이 가능하다. 셀린과 닮은 너라면, 나를 올바른 존재로 키워낼 수 있겠지.

"다, 다른 존재라니요? 천 년 전의 기억도 가지고 계신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전대의 나에게서 물려받는 것은 정보로서의 기억 뿐이다. 그 당시에 느꼈던 감정같은 주관적인 느낌은 기억할 수 없어.

"그, 그런..."

-본디 일정 수준 이상의 성장을 끝내고 계약을 맺어야겠지만, 지금은 시간이 없다. 태어나자마자 맺는 계약이 성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로군.

"우우...자, 잠깐만요. 이야기를 따라가지 못하겠어요오."


안젤라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어찌된 영문인지 어제 올린 화수가 아래 올린 화수랑 같은 41화로 되어 있더군요.

지금은 수정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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