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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마력으로 성녀가 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2 16:55
최근연재일 :
2021.03.13 2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4,820
추천수 :
239
글자수 :
462,818

작성
21.01.25 20:00
조회
41
추천
4
글자
10쪽

47화

DUMMY

"아, 어서 와 안젤...그 가방은 뭐야?"


먼저 와서 수업을 듣고 있던 엘레나는 늦게라도 교실에 들어온 안젤라를 보고 엄청나게 눈에 띄는 가방을 보며 말했다.


"여, 역시 눈에 띄나요?"

"응. 엄청."


대체 어떻게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안젤라는 거의 소리를 내지 않고 문을 열었고, 안젤라가 언제 오나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기다리고 있던 엘레나만이 그 소리를 들었기에 아무도 안젤라와 들어왔다는 사실은 눈치채지 못했다.


"거기다 그 가방은 루시퍼 거 아니야?"

"네, 네."


게다가 루시퍼는 어디서 구한 건지 척 봐도 명품으로 보일 만한 가방을 사용했기에 수수한 옷차림의 안젤라가 들고 다니기에는 지나치게 튀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엄청나게 빵빵한 가방과 안 어울리게 고급인 가방이 환장의 시너지를 이루며 안젤라의 수상함을 배가시켰다.


"이런 말 하기는 미안하지만...어디에서 가방 훔쳐온 좀도둑같아."

"으에..."


미안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하는 엘레나였지만 그 말은 안젤라의 가슴에 비수가 되어 파고들었고, 안젤라는 풀이 죽어서 고개를 푹 숙였다.


"으...어쩌면 좋을까요."

"어떡하냐니, 그 이상할 정도로 빵빵한 가방을 보관소에 두고 오면 되지 않을까?"


엘 레지덴티에 학교에는 귀족 출신인 학생들이 많았고, 그만큼 학교에는 어울리지 않는 귀중품을 들고 다니다가 잃어버리는 일도 잦았기에 그런 귀중품들을 맡겨놓는 보관소가 구비되어 있었다.


"그러고 싶기는 한데요. 이건 제 눈이 닿는 곳에 있어야 하는지라..."


보관소에 맡겨 놓는다면 보관소의 관리인이 24시간 내내 눈을 떼지 않는 이상 언제 사라져서 바닥을 굴러다닐지 알 수 없었기에 신수의 알은 안젤라의 곁에서 떼어놓을 수가 없었다.


"대체 뭐가 들었길래 그래?"

"그, 그게 말이죠."


안젤라는 필사적으로 변명을 생각했지만 애초에 거짓말이 익숙하지도 않고 거짓말을 할만한 성격도 아닌 안젤라는 변명을 생각할수록 머릿속이 하얘지기만 할 뿐이었다.


결국 안젤라는 대답없이 고개를 푹 숙일 수밖에 없었고, 엘레나는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말해주기 곤란한 건가 보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미, 미안해요 엘레나."

"아니 괜찮아. 안젤라가 말해주기 곤란한 거라면 내가 알아봤자 득 될 게 없다는 거겠지. 그런 성격이잖아 안젤라는."


비록 만난지 3일밖에 되지 않는 친구사이이지만, 학교 내에서의 시간 대부분을 함께 보낸 둘이기에 이미 어느 정도는 서로의 성격을 파악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엘레나는 안젤라가 아무 이유도 없이 뭔가를 비밀로 할 리는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알아줘서 고마워요. 언젠가는 꼭 제대로 사실을 말해 줄게요."

"그러면 좋겠네."


엘레나는 그렇게 말하며 방긋 웃었고, 안젤라도 마주 미소를 지어 주었다.


-----


한편, 신수가 떠난 빈 공동에는 적막감만 감돌고 있었다. 루시퍼가 입구를 막아버렸기에 아무도 들어올 수 없었던 그 공동에, 어째서인지 누군가의 발소리가 울려퍼졌다.


"이건 곤란하네."


검은 로브를 뒤집어썼기에 모습을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후드 안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젊은 남자의 목소리였다.


"게리츠 아저씨가 소환 마법진이 파괴되었다고 하길래 가능한 한 빨리 온 건데 말이지. 설마 그 사이에 신수를 죽여버렸을 줄이야. 누군진 모르겠지만 정도 없는 놈이군."


검은 로브의 남자는 신수에 대해 알고 있었다. 즉, 신수를 감금한 세력에 속해 있다는 말이었다.


"색욕의 악마도 그렇고, 신수도 그렇고 자꾸 예상 밖의 사태가 벌어진단 말이지."


남자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턱을 쓰다듬었다.


"설마 학교의 이런 구석진 곳까지 굳이 찾아와서 방벽까지 박살내고 여기까지 들어올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말이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어지간히 한가한 놈이었나보군."


안젤라와 루시퍼가 졸지에 할 일 없는 한가한 놈들로 전락하는 순간이었다.


"데스 나이트 다섯 기를 한꺼번에 상대할 수 있을 정도의 강자라. 제법 성가신걸. 손을 써둘 필요가 있겠어. 그런데...단서가 없단 말이지."


안젤라와 루시퍼가 남겨둔 흔적 같은 것이 전혀 보이지 않았기에 후드의 남자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마음 같아서는 느긋하게 탐정 놀이나 하고 싶지만, 할 일이 너무 많군."


후드의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품 속을 뒤져 검은 액체가 들어있는 유리병을 꺼내들었다.


"어쨌든 여길 찾아냈다는 건 이 학교에 다니는 놈이라는 뜻이겠지. 그렇다면."


후드의 남자는 검은 액체가 들어있는 유리병의 마개를 따고 안에 들어있는 액체를 바닥에 부었다.


"다 죽여버리면, 깔끔하게 해결되겠지."


유리병 안의 액체를 남김없이 바닥에 쏟아버린 남자는 그대로 뒤로 돌아 자리를 떴고, 신수의 피가 말라붙은 장소에 부어진 검은 액체가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


안젤라는 수업 내내 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눈에 띄지 않게 숨길 방법에 대해 생각했지만, 딱히 좋은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고, 결국 제대로 수업을 듣지도 못한 채 첫 번째 수업 시간이 끝나버렸다.


"크, 큰일이네요."


심지어 다음 시간은 신성력의 운용 수업. 안젤라에게 영 좋지 못한 감정을 가진 겔피온 선생이라면 누가 봐도 수상한 가방을 가지고 있는 안젤라를 가만 둘 리가 없었다.


"으음...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안젤라는 고민하면서도 일단은 엘레나와 헤어져 신성력의 운용 수업을 하는 교실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고, 마침 이쪽을 향해 다가오던 미리엘과 눈을 마주쳤다.


"...안젤라."


미리엘은 썩 달갑지만은 않다는 표정으로 안젤라와 눈을 마주쳤고, 잠시 멍하니 미리엘의 얼굴을 바라보던 안젤라가 뭔가 떠올린 듯 안색이 환해져서는 미리엘을 향해 달려왔다.


"뭐, 뭔가요? 갑자기."

"미, 미리엘! 아니 미리엘 아가씨! 부탁이 있어요!"

"부탁이요?"


갑작스러운 안젤라의 태도에 미리엘은 살짝 당황했지만 이내 침착한 태도를 되찾고 안젤라의 부탁을 들었다.


"...당신 제정신인가요? 머리 다쳤어요?"

"아, 하하하...특별한 사정이 조금 있어서요."

"대체 어떤 사정이 있어야 그런 부탁을 하는 건지..."


미리엘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안젤라의 부탁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고, 안젤라는 간절한 표정으로 미리엘을 올려다보았다.


"뭔가요 그 표정은. 저한테 동정심이라도 살 셈인가요?"

"...안 될까요?"

"저야 손해 볼 건 없으니 안 될 건 없다고 보지만요."

"그, 그렇다면!"

"대신에 그런 부탁을 하는 의도를 자세히 말해 줘야겠어요."


미리엘의 말은 지극히 타당했지만 그 의도라는 것이 딱히 불순한 것은 아니었지만 신수의 알을 가지고 다닌다고 아무에게나 떠들고 다닐 수는 없었던 안젤라였기에 그녀는 또다시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이제 수업 시간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오래 고민할 수도 없었던 안젤라는 결정을 내렸고, 비장한 표정으로 안젤라는 미리엘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사, 사실은 말이죠."


안젤라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미리엘의 귀에 대고 귓속말로 말했다.


"제가 신수님의 알을 가지고 있거든요. 이걸 숨기면서 가지고 다니려면 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서요."

"...당신 진짜로 머리 다쳤나요? 양호실까지 데려다 드려요?"


당연히 미리엘이 신수에 대해 모를 리가 없었으므로 신수가 얼마나 영험한 짐승인지 아는 미리엘이 그 사실을 바로 믿을리가 없었다.


"지, 진짜에요."


안젤라가 다시 수상쩍게 주변을 살피다가 가방의 매듭을 슬쩍 풀어서 내용물을 미리엘에게만 보여주었다.


"...이게 뭐죠? 빛나는...공?"


첫눈에 이것이 신수의 알이라는 걸 바로 알아본 갈루에 선생과는 다르게 미리엘은 신수의 알을 직접 보고도 안젤라의 가방 안에 든 것이 신수의 알이라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사실 이게 당연한 반응이었지만 말이다.


"으...진짠데, 거짓말 아닌데..."

"후. 아무튼 알겠어요.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당신은 그 물건을 어떻게든 감추고 싶고, 또 몸에서 떼어놓지 않다 이건가요?"

"네, 네..."

"확실히 당신 부탁대로 한다면 그런 커다란 물건을 감춰도 뭐, 수상하지는 않겠네요. 눈에는 더 띄겠지만 말이죠."

"그, 그렇죠?"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위험해 보이는 물건은 아닌 것 같으니 허가하겠어요."


의외로 미리엘은 안젤라의 가방에 든 것을 확인한 것으로 만족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안젤라의 부탁을 들어주었고, 미리엘의 허락이 떨어지자 안젤라는 두 팔을 번쩍 들고 만세를 외쳤다.


"와! 정말 고마워요 미리엘!"

"...정말 당신 머릿속은 당최 알 수가 없군요. 제 생각에는 도저히 감사 인사를 들을 만한 부탁은 아닌데 말이죠."

"그런가요?"

"뭐 좋아요. 탕비실에 가보면 바구니와 복장이 있을 겁니다. 수업이 시작하기 전까지 준비를 끝내려면 서둘러야겠네요."

"네! 그럼 조금 있다가 봐요!"


안젤라는 확연히 밝아진 안색으로 탕비실을 향해 달려갔고, 미리엘은 한숨을 내쉬며 그런 안젤라의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작가의말

오늘도 배고픈 하루군요.

여러분은 굶지 마시고 끼니를 든든히 챙기시길 바랍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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