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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마력으로 성녀가 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2 16:55
최근연재일 :
2021.03.13 20:00
연재수 :
9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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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239
글자수 :
462,818

작성
21.01.27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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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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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49화

DUMMY

"그래. 안젤라는 빌리언에 대해서 들어본 적 없어? 우리 학교에서 꽤나 유명인인데."

"처음 들어봐요."

"그래? 그럼 설명해주지 않을 수가 없겠네."


수다를 떨던 남학생은 헛기침을 한번 하고는 빌리언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다.


"우선 빌리언은 왕족이야. 카이너스의 성을 가졌다는 뜻이지."

"와, 왕족이요? 굉장한 사람이네요?"


당연히 태어나서 왕족을 볼 기회라고는 단 한번도 가지지 못했던 안젤라는 다시 한 번 깜짝 놀라며 말했다.


"우리 학교에 귀족들이 많이 들어오기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왕족은 빌리언 한 명 뿐이야. 교육이라면 왕성에서도 충분히 받을 수 있을 텐데 왜 굳이 우리 학교에 입학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설명을 해주는 학생은 잠시 숨을 고르고는 말을 이었다.


"아무튼 빌리언은 왕족이기 때문에 자존심이 굉장히 높아. 누가 건드리기만 해도 더럽다며 성질을 부릴 정도로 말이야."

"미, 미리엘보다 더한가요?"


미리엘의 도미니크 가에 대한 자부심은 안젤라도 익히 아는 바였기에 침을 꼴깍 삼키며 질문했다.


"그거랑은 비교도 안되지. 미리엘은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잖아? 근데 빌리언은 뭐랄까. 이 나라의 사람이라면 다 자기 아래라는 느낌이랄까."

"시, 심하네요 그건."


안젤라가 딱히 평등주의자인 것은 아니었지만 귀족 특유의 선민 의식은 아무리 봐도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아. 그리고 빌리언은 뭐, 거의 항상 열받아 있는 느낌이기는 한데, 절대 건드리면 안되는 역린이 있어."

"역린, 이요?"


역린. 용의 수많은 비늘 중에 딱 하나 거꾸로 나 있다는 비늘로, 이것을 건드리면 어떤 선한 심성을 지닌 용이라도 대노한다는 비늘이었다. 물론 사람한테 비늘이 나 있을 리는 없을 테니 일종의 금기 사항이라는 뜻으로 이해하면 될 터였다.


"그래. 빌리언이 이번에 정학을 먹게 된 이유도 어떤 학생이 빌리언의 역린을 건드렸다가 두들겨 맞은 거래."

"무, 무섭네요. 그 역린이라는 건 뭔가요?"

"그게 말이지. 빌리언은 자기 형인 흑염의 폭군에 대해 비정상적일 정도로 광적인 존경심을 가지고 있어서 말이야. 그 사람에 대해 조금이라도 나쁜 소리를 들었다가는 바로 폭주해버려."

"흑염의 폭군이요?"


안젤라는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었지만, 루시퍼는 신세진 적이 있는 이름이었다. 물론 직접 만났다는 뜻은 아니고 안젤라네 마을 촌장을 속일 때 빌린 이름일 뿐이었지만 말이다.


말하는 학생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혹시라도 빌리언이 듣지는 않나 확인하고는 약간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사실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대부분 아는 일화지만, 흑염의 폭군. 그러니까 카라미트 왕자에게 친형제 같은 건 없어. 그 무시무시한 이능력으로 태어나면서부터 자신의 모친을 태워죽였으니까. 아마 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소름끼치는 일이지. 삶을 부여받는 그 순간에 다른 사람을, 그것도 낳아준 모친을 죽이면서 태어났으니 말이야."

"소름끼친다기보다는...슬픈, 일이라고 생각해요."


안젤라는 자신의 어머니를 떠올리며 슬픈 표정을 지었다.


"아무튼, 친형제가 아닌데도 빌리언은 카라미트 왕자를 어릴 때부터 존경했다나. 그래서 학교에서도 자신의 적염의 폭군이라고 자칭하고 다녀."

"적염...근데 불은 원래 빨간 거 아닌가요?"

"내 말이. 딴에는 카라미트 왕자를 흉내 낸다고 그러는 거 같지만 솔직히 좀 없어 보이긴 해."


학생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거랑은 별개로 실력은 확실한 모양이야. 특별한 이능력 같은 건 타고나지 않았지만, 어릴 때부터 피가 나도록 수련한 화염 마법만은 일류 마법사 못지 않다는 소문이야."

"일류 마법사...굉장한 사람이네요!"

"확실히 대단하기야 하지. 더러운 성질머리랑 오만함 때문에 그 대단함이 흐려보이지만."


그리고 바로 그 순간, 교실 문이 거칠게 열어젖혀지며 지금껏 본 적 없는 남학생 한 명이 교실에 들어섰다.


"뭐야? 무슨 구경 났냐? 다들 눈 안 깔아?"


타오르는 듯한 붉은 적발을 가진 장신의 남자는 오만한 시선으로 턱을 젖히며 광오한 말을 늘어놓았고, 남자의 등장과 함께 교실에는 적막이 감돌기 시작했다.


"다들 못 볼 거라도 본 표정이다? 무슨 문제라도 있냐?"


남자의 말에 한동안 침묵하던 학생들은 시선을 돌리며 다시 저마다 하던 이야기를 계속했고, 적발의 남자는 맨 뒷 자리 책상으로 걸어가 털썩 주저앉았다.


"저, 저기. 미안한데 거긴 내 책상..."

"아앙?"


책상의 원래 주인이 소심한 목소리로 책상의 소유권을 주장했지만 적발의 남자는 눈가를 있는 힘껏 찌푸리며 불량한 목소리로 불편한 심기를 표시했고, 불쌍한 책상의 주인은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로 주인이 없던 책상에 가서 앉을 수밖에 없었다.


"저 사람이 그 빌리언이라는 사람인가요?"


안젤라가 지금껏 얘기를 하던 남학생에게 작은 목소리로 질문했고, 남학생 역시 작은 목소리로 대답을 해 주었다.


"응. 미처 말 못해준 게 있는데. 안젤라는 가능하면 빌리언에게 관련되지 않는 게 좋을거야. 빌리언은 귀족들도 전부 자기 아래라고 생각하지만 특히 평민한테는..."


남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빌리언이 안젤라 쪽을 똑바로 쳐다보더니 말을 걸었다.


"거기 메이드복. 넌 뭐야? 못 보던 놈인데. 왕족이신 이몸도 학교에 메이드는 대동하지 못하는데 어떤 겁대가리 없는 놈이 학교에 메이드를 데리고 온 거야?"

"앗. 저기...그게 말이죠."


관련되지 않는 것이 좋다는 말을 듣기가 무섭게 바로 시비가 걸린 안젤라는 당황하며 대답하지 못했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미리엘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녀는 일개 메이드가 아니라 학생이에요. 우리와 같은."

"뭐야 도미니크. 이거 설마 네 거였냐?"


그렇게 말하는 빌리언의 언사에는 메이드와 같은 시종들은 자신과 같은 사람으로 취급하지도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듯이 사람이 아닌 물건을 부르는 듯이 안젤라를 지칭하고 있었다.


"그런 게 아닙니다. 안젤라 양은 특수한 사정이 있어서 이런 모습을 하고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어쨌든 시종이라는 거잖냐! 지금 나보고 시종 따위와 같은 교실에서 수업을 받으란 말이냐?"


무례하게도 미리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빌리언은 버럭 소리를 지르며 책상을 내리쳤고, 그 난폭한 태도에 안젤라는 겁을 먹고 어깨를 움츠렸고, 미리엘은 혐오감을 느끼며 눈가를 찌푸렸다.


"뭐냐? 그 눈깔은. 한번 해 보겠다는 거냐?"

"저, 저기...! 싸, 싸우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안젤라와 연관된 일이라서일까. 엘레나가 가진 모든 용기를 쥐어짜 작은 목소리로나마 중재를 위해 끼어들려고 했다.


"고블린은 입 닥쳐. 내가 언제 말해도 좋다고 했지?"

"...!"


엘레나가 입을 열자마자 빌리언은 분노로 가득 찬 표정으로 엘레나 쪽으로 고개를 홱 돌리고는 으르렁거리며 말했다.


"약해 빠진 고블린 주제에 이몸에게 말을 걸어? 불쾌하기 짝이 없군. 당장 나가 뒤지지 그래?"

"그, 그런...!"


안젤라의 상상 이상으로 난폭한 언사에 안젤라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그리고 그 때 다시 교실 문이 열리며 루시퍼가, 그리고 바로 뒤를 이어서 갈루에 선생이 들어왔다.


요즘들어 학교의 자료만으로는 갈루에 선생의 정보를 얻기 힘들다고 판단한 루시퍼는 본단의 자료실에까지 손을 뻗기 시작했고, 그렇기에 밤 시간을 이용해서 자료를 뒤지고 있었기에 잠이 부족한 상태였다. 그래서 약간은 퀭해진 모습이었는데 몇몇 여학생들은 오히려 퇴폐미가 생겨서 섹시하다나.


"...그러고보니 오늘은 빌리언군이 복학하는 날이었죠. 반갑군요. 빌리언군."

"흥. 그 뻔뻔한 낯짝은 여전하군. 선생."

"저야 뭐 늘 그렇죠. 그런데 분위기가 영 험악한데 무슨 일 있었나요?"


갈루에 선생의 느긋한 태도는 사람을 가리지 않는 듯 했고, 빌리언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갈루에 선생에게는 그렇게까지 날선 분위기를 내세우지는 않았다.


"그런 거 없다. 조회나 진행하도록."


자기가 분위기를 망쳐놓고서는 멋대로 상황을 끝내버리려는 뻔뻔한 모습이었지만 분쟁이 계속되는 것은 빌리언 외에는 누구도 바라지 않는 일이었기에 다들 얌전히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안 어울리게 선생님을 존중하기라도 하는 것인지 빌리언은 조회 중에는 얌전한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안젤라를 향해 불같은 시선을 보내는 것은 멈추지 않았고, 안젤라는 등 뒤에서 느껴지는 따가운 시선에 가시방석에라도 앉은 것 마냥 불편한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안젤라는 루시퍼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루시퍼는 잠이 부족한지 팔짱을 끼고서는 꾸벅꾸벅 졸고 있을 뿐이었다.


갈루에 선생이야 늘 그렇듯 학생들에게 관심이 있는건지 없는건지 알 수가 없는 태도로 평소와 완전히 똑같은 태도로 아침 조회를 끝마치고는 정학에서 복귀한 빌리언에게는 일언반구도 없이 교실 밖으로 나가버렸고, 학생들은 저마다의 수업이 있는 교실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흥. 운이 좋았군. 하지만 그 운이 언제까지고 계속될까?"


그냥 시간이 되어서 아침 조회가 시작된 것 뿐인데 어째서 운 얘기가 나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빌리언은 그렇게 말하며 교실 밖으로 나가버렸고, 일단은 상황을 모면했다는 생각에 안젤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작가의말

으어어. 오늘 갑자기 예정에 없던 손님이 집에 방문해서 글 쓰는 게 늦었습니다.

시간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점 정말 죄송합니다.

대신이라고 말하기에도 뭣하지만, 사죄하는 의미로 내일은 2편 연속 업로드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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