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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마력으로 성녀가 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2 16:55
최근연재일 :
2021.03.13 2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4,808
추천수 :
239
글자수 :
462,818

작성
21.02.09 20:00
조회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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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0쪽

63화

DUMMY

"죽어라!"


살생이 금지된 학생 간의 결투지만, 빌리언은 규칙을 지키고 싶은 생각 따위는 없는지 살벌한 기세로 타오르는 주먹을 그대로 엘레나에게 휘둘렀다.


"으앗!"


빌리언의 살벌한 공격에 깜짝 놀란 엘레나는 무슨 수단을 쓴 것인지 몸을 숙인 자세에서 뒤로 주욱 미끄러지며 빌리언의 공격을 회피했다.


"허어..."


그리고 그 광경을 지켜보던 갈루에 선생이 침음을 흘렸다. 마법에도 나름 조예가 있는 갈루에 선생은 방금 전의 광경이 얼마나 놀라운 것인지 알아챘기 때문이었다.


"역시 대단하군요. 빌리언군은."


그리고 겔피온 선생은 갈루에 선생이 빌리언의 공격에 감탄했다고 생각했는지 옆에서 말을 걸어왔다.


"네? 저게요? 저건 그냥 손에 불 붙이고 휘두르는 거잖습니까? 대단할 게 뭐가 있죠?"

"에? 그럼 갈루에 선생님께선 뭐에 놀라신 겁니까?"

"제가 놀란 건 사르미드양의 회피에 대해섭니다. 지금 사르미드양의 발치의 얼음이 보이십니까?"

"어, 얼음?"


겔피온 선생이 엘레나의 발치에 시선을 집중했고, 그러자 반짝이는 얼음판을 발견할 수 있었다.


"확실히 있군요. 얼음. 그런데 저게 뭐가 어쨌단 겁니까?"

"단순히 얼음판을 만들기만 한 거라면 별 거 없겠죠. 하지만 방금 전의 엘레나양은 한순간에 얼음판을 만들며, 거의 동시에 바람 마법을 시전해 자신을 밀어냈어요. 그것도 무영창으로 말이죠. 이건...거의 실전에서 10년은 구른 배테랑 마법사 같은 솜씬데요?"

"허어...그 정도입니까?"


갈루에 선생이 친절하게 풀어 설명해주자 그제야 겔피온 선생도 엘레나가 행한 단순한 회피가 얼마나 고급 기술이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무영창이란, 극단적으로 단순히 말하자면 암산과 비슷하다. 일반적인 마법은 정해진 주문을 읊으며 리듬에 맞춰 술식을 전개하는데 반해 무영창 마법은 복잡한 술식을 주문의 보조 없이 전개해야 했기에 어려운 마법으로 정평이 나있었다.


주문을 읊는 시간이 필연적으로 필요한 일반적인 마법과 달리, 술식만 빠르게 전개할 수 있는 실력이 된다는 가정 하에서 무영창 마법은 일반 마법보다 압도적으로 빠른 발동 속도를 가지지만, 그만큼 마법의 발동에 실패할 확률도 크기에 어지간히 계산이 빠른 사람이 아니면 무영창 마법은 사용하지 않았다. 쓸데없이 빠르기만 한 마법을 여러번 발동시키기보다는 정확하고 강렬하게 한 방 날리는 게 낫다는 것이 마법사들 사이에서의 중론이었던 것이다.


"흥. 웃기는 소리야. 빠르면서도, 정확하고, 강렬하게 날릴 수 있다면 그게 최고 아냐?"

"누, 누구한테 말하는 거에요?"

"그런 게 있다."


뜬금없이 중얼거리는 루시퍼의 말에 안젤라가 물었지만 루시퍼는 대답을 흘려버렸다.


"미꾸라지처럼 잘도 도망 다니는구나!"


양손에 불을 붙인 채 요리조리 미끄러져다니는 엘레나를 한 대도 맞추지 못한 빌리언은 분통을 터뜨리며 양 손으로 바닥을 내리쳤다.


"바닥을 박살내도 피할 수 있나 볼까!"


조금 전부터 자신의 다리로 미끄러지게 하는 얼음판이 상당히 거슬렸던 빌리언은 아예 바닥에 균열을 만들어 엘레나의 회피를 봉쇄할 생각이었다.


"유감스럽지만 그렇겐 안 돼!"


회피를 하면서도 빌리언의 동작 하나하나를 유심히 살피던 엘레나는 빌리언의 양손이 바닥에 닿는 순간 바닥에 있던 얼음판에 프리즈 마법을 걸었고, 그러자 빌리언이 내려친 부분에 얼음 기둥이 생기며 빌리언의 양팔을 묶어버렸다.


"뭣!?"


이는 빌리언의 행동 패턴을 사전에 철저히 연구해둔 엘레나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신기였다. 엘레나는 빌리언이 속박된 틈을 타 바람의 구체를 여러개 날렸고, 팔을 빼내려고 안간힘을 쓰던 빌리언은 바람의 구체에 얻어맞고 뒤로 나뒹굴었다.


"끄윽! 이 고블린이 건방지게! 파이어 볼!"


하지만 큰 타격은 입히지 못했는지 금새 허리의 반동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주문을 읊으며 화구들을 띄웠다.


"루시퍼 스승님의 화구는 그것보다 훨씬 많았어!"


엘레나는 빌리언의 화구를 확인하자마자 그에 대응해 워터 볼들을 띄우며, 동시에 자신의 앞에 물의 장막을 세웠다.


"잔재주를!"


빌리언은 전력 투구를 하듯 손에 든 화구를 던졌고, 그러자 머리 위에 떠있던 대여섯 개의 화구들도 동시에 엘레나를 향해 날아갔다.


엘레나는 침착하게 화구의 궤도를 확인하고는 워터 볼로 대부분의 화구를 격추했지만, 빌리언이 직접 집어던진 화구는 워터 볼과 부딫히고도 기세를 완전히 잃지 않고 엘레나에게 날아왔지만 보험용으로 쳐둔 물의 장막을 뚫지는 못하고 치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사라져버렸다.


"왜, 왜 안 맞는 거야! 저딴 하찮은 년에게!"

"그런 생각이나 하고 있으니까 안 맞는 거죠!"


엘레나는 그렇게 외치며 공세에 나섰다.


"아이스 니들!"


아이스 니들. 원래는 작은 얼음의 송곳들을 여러개 날리는 기초 마법이지만, 엘레나는 루시퍼의 조언을 받아 이 마법을 조금 개량했다.


"뭣이!"


바닥에 깔린 얼음판에서 얼음의 가시들이 위협적인 기세로 빌리언을 향해 솟아오르기 시작했고, 빌리언은 급하게 마력을 끌어올려 마법을 시전했다.


"버닝 웨이브!"


빌리언이 강하게 진각을 밟자, 화염의 파동이 빌리언을 중심으로 퍼져나가며 얼음의 가시들을 박살내며 녹이기 시작했다.


"열 받는군. 이몸의 마법이 화염 마법이라고 물이니 얼음이니 거슬리는 마법들을 참 많이도 준비했군 그래!"


빌리언은 그렇게 외치며 속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뭔가 이질감이 드는군. 왜지?'


아무리 그래도 평상시의 빌리언이라면 엘레나의 마력은 진작에 바닥을 드러냈어야 한다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엘레나에게 이렇다 할 타격을 주지 못했다는 사실이 그를 분노케 했고, 분노에 이성이 잠식된 그는 정상적인 판단 대신에 분노에 몸을 내맡긴 채로 마구 마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소용없다! 네년 따위가 발하는 마법 따위 이몸의 화염 앞에 모조리 녹아 사라질 뿐!"


빌리언은 그렇게 말하며 혼신의 힘을 다해 비장의 마법을 발휘했다.


"네년 따위에게 쓰기에는 거창한 마법이니 영광으로 생각해라! 플레임 서번트!"


빌리언이 마법을 사용하자 그의 몸에서 격렬한 기세로 화염이 뿜어져나오기 시작했다.


"으윽...!"


그 열기는 조금 떨어져 있던 엘레나까지 느낄 수 있을 정도였고, 한동안 빌리언의 온 몸에서 뿜어져나오던 화염은 빌리언의 등 위에서 거대한 인간의 상반신 같은 모양으로 형성되었다.


"드디어...왔군요!"


플레임 서번트. 빌리언의 비전 마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마법으로 만들어진 화염의 거인은 빌리언의 등 위에서 그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며 공방 일체를 동시에 수행했다.


이 마법의 존재를 예상하고 있던 엘레나는 얼음 창을 여러개 발사하며 뒤로 물러났다.


"크하하하! 소용 없다! 이 마법을 꺼낸 이상 넌 숯덩이가 되어 바닥을 길 뿐이다!"


빌리언은 방어조차 하지 않고 여유만만한 태도로 엘레나 쪽을 향해 걸음을 옮겼고, 엘레나가 발사한 얼음창은 화염의 거인이 내뿜는 열기에 빌리언에게 닿지도 못한 채 증발하며 사라져버렸다.


지금까지는 엘레나의 카운터에 번번히 격추당하는 얼빠진 모습을 보여줬지만 플레임 서번트를 사용한 지금 그의 모습은 그야말로 적염의 폭군이라는 칭호가 어울리는 패도적인 모습이었다.


"크하하하! 지금이라도 없드려 빌면 목숨만은 살려주도록 하지! 고블린은 고블린답게 바닥을 기는 게 어울린다!"


그렇게 말하며 내딛는 발걸음에 마법 실습실의 바닥이 마법에 강한 저항을 가지도록 처리를 한 바닥임에도 불구하고 시뻘겋게 달아오르며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안젤라가 식은땀을 흘리며 루시퍼의 소매를 마구 잡아당겼다.


"저, 저런 마법은 생각도 못했는데 어쩌죠! 엘레나가 위험할지도 몰라요!"

"옷 늘어난다. 잡아당기지 마."


저런 엄청난 마법을 목격했음에도 루시퍼는 태연자약했다. 아니 애초에 루시퍼에게는 빌리언의 필살기라고도 할 수 있는 플레임 서번트조차 애들 장난 수준이겠지만 말이다.


"루, 루시퍼는 걱정도 안 되나요?"

"걱정할 거 없다고 했잖나. 애초에 저 기술은 이미 엘레나가 알고 있던 거다."

"지, 진짜요?"

"그래. 저런 기술이 있다면서 어떻게 파훼를 해야 할지 나한테 묻더군."

"그, 그렇군요! 물론 루시퍼가 저 마법에 대항할 수단에 대해 알려 줬겠죠?"


확연히 안심한 표정으로 말하는 안젤라에게 대답해주지 않고 루시퍼가 다시 전장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니, 안 알려줬다."

"에, 에에에엣! 대, 대체 왜요!"

"당장 저걸 무력화시킬 수단을 열거해 보자면 방법이야 수도 없이 많지만, 그건 내 경우지."

"네?"

"나는 강자다. 그렇기에 강자의 입장에서밖에 생각하지 못해. 힘에는 더 강한 힘으로 찍어 누르는 식의 해결이 익숙하다는 거지."

"무,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요."


뜬구름 잡는 것 같은 루시퍼의 말에 안젤라가 힘없이 중얼거렸다.


"그에 반해 엘레나는 약자라고 할 수 있지. 그건 네놈의 축복으로 마르지 않는 마력을 얻게 된 지금도 마찬가지다. 자연에서 얻게 되는 마력의 양으로는, 저 압도적인 열기에 정면으로 대항할 마법은 발동시킬 수 없어."


루시퍼가 엘레나와 대련할 때 사용했던 블리자트 스톰이라면, 극한의 냉기로 저 화염을 꺼트리는 것도 가능했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엘레나는 그런 고급 마법을 사용할 만한 마력이 존재하지 않았다.


"엘레나는 아주 오랫동안 약자로 살아왔기에, 얼마 되지 않는 자신의 마력으로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누구보다도 오래 고민했어. 지금까지는 그 얼마 되지 않는 마력이 전부였기에, 택할 수 있는 수단이 극도로 제한되어 있었지만, 마르지 않는 마력을 가지게 된 지금은 어떨 것 같냐?"


루시퍼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 증거로 저걸 봐라."


루시퍼는 엘레나 쪽을 가리켰고, 안젤라는 엘레나의 표정을 보고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누가 봐도 절체절명의 위기라고 할 수 있는 이 상황에서, 엘레나는 미소를 짓고 있었던 것이다.


작가의말

바로 다음 편이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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