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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마력으로 성녀가 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2 16:55
최근연재일 :
2021.03.13 2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4,924
추천수 :
239
글자수 :
462,818

작성
21.01.14 20:00
조회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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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36화

DUMMY

"당신도 듣는 거였군요. 이 과목."

"네...사실 이 과목을 들으려고 입학한 거에요."

"네? 그럼 어제는 왜 안 왔었던거죠?"

"어, 어제 수업이 있었어요?"


안젤라는 모르고 있었지만 엘레나의 수업을 따라다니고 있을 때 신성력의 운용 수업이 있었던 것이다.


"어쩐지 겔피온 선생님께서 자꾸 누굴 찾기라도 하는 것처럼 학생들을 둘러보시더니 그런 이유였군요."

"어, 어쩌죠..."

"그걸 제가 어떻게 아나요. 알아서 하세요."


안젤라가 고민하는 사이에 교실 문이 열리며 긴 머리의 중년 교사가 들어왔고, 신경질적인 표정으로 학생들 사이를 둘러보다가 안젤라와 눈이 마주쳤다.


"오늘은 온 거 같군요. 전학 첫날부터 땡땡이를 치는 간이 부은 학생의 얼굴을 드디어 보게 되다니 영광이라고 해야 하나."

"으...죄, 죄송해요오..."


딱히 땡땡이를 치거나 한 것은 아니었지만 교사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겔피온 교사는 안젤라의 입학 직전에 마르크 주교에게 안젤라를 잘 부탁한다고 특별히 부탁받은 일이 있었기에, 그녀에 대해서 극도로 신경을 쓰고 있는 중이었다. 사실 마르크 주교에게 로비 같은 것이 통하지 않고, 또 청탁을 넣는 일은 없다는 것이야 유명하지만 그래도 망상 자신에게 그런 상황이 다가오자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게 웬걸. 긴장을 잔뜩 하고 온 수업에서 부탁받은 안젤라라는 학생은 코빼기도 비치질 않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겔피온 선생이 받은 스트레스는 엄청났다.


"아무리 주교님의 부탁이라도 수업을 받을 의지가 없는 학생을 억지로 가르칠 생각은 없습니다. 흥. 다들 책을 펴도록 하세요."


이렇게 최악의 첫인상을 가진 채로 다사다난한 안젤라의 신성력의 운용 수업이 시작되었다.


-----


"이것도 모르는 겁니까. 안젤라양."

"네에..."

"음. 실망스럽군요. 이건 신성력을 운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상식이라고 할 수 있는 건데 말이죠."

"으..."


이후의 수업은 안젤라에게는 수난 그 자체였다. 이제 막 전학온 참이고, 이전에 교육 같은 것을 받아본 적도 없다는 것을 마르크 주교에게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겔피온 선생은 의도적으로 안젤라를 콕 집어서 질문을 시켰고, 안젤라가 대답하지 못하자 면박을 주었다.


"확실히 이건 기본 상식이긴 한데, 안젤라양. 신성력을 발출할 수는 있나요?"


옆에서 미리엘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저, 저는 조금 특이한 경우라."

"신성력의 운용에 특이랄 게 뭐가 있나요. 설마 신께서 특정 인간을 편애라도 한다는 말인가요?"

"그, 그런 건...아니지만."


악마랑 계약했더니 어째선지 악마의 마력으로 신성력을 내뿜을 수 있게 되었다라고 자랑스럽게 말하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인지라 안젤라는 그저 끙끙거릴 뿐이었고, 여전히 안젤라가 그리 달갑지는 않지만 인품만큼은 인정하고 있는 미리엘이었기에 대체 무슨 사정이 있길래 저러는 것인지 궁금해지는 미리엘이었다.


"자. 모두 조용. 오늘 드디어 예의 그 물건이 도착했답니다."


그때, 갑자기 겔피온 선생이 챙겨온 짐에서 뭔가를 꺼내며 말했다.


겔피온 선생이 짐 속에서 꺼낸 것은 놀랍게도 사람의 해골이었다.


"오오오! 드디어 도착했어!"

"대체 어디서 뭘 했길래 저게 이제야 도착한건지."


안젤라는 갑자기 등장한 해골에 깜짝 놀랐지만 어째선지 학생들은 해골의 등장에 환호하기 시작했다.


"미, 미리엘. 저게 대체 뭔가요?"


안젤라는 마찬가지로 해골을 보고 들뜬 기색이 완연한 미리엘에게 조심스럽게 질문했고, 마침 기분이 좋았던 미리엘은 흔쾌히 대답해주었다.


"그러고보니 안젤라는 모를 수도 있겠네요. 저건 성 바오로의 신념이라 불리는 아티팩트에요."

"바오로의 신념...이요?"

"네. 실제로 과거에 악마들의 대침공을 막아냈던 사도 중 한명인 바오로의 유해가 어떠한 경위로 아티팩트로 변했다고 해요. 기록이 훼손되어서 자세한 경위는 알 수 없지만요."

"아티팩트...가 뭔가요?"


미리엘은 그야말로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한동안 안젤라를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거기부터인가요. 이것 저것 할 줄 아는 건 많은 주제에 아는 건 별로 없군요."

"며, 면목 없습니다."

"됐어요. 어쨌든 아티팩트란, 마력을 매개로 일반적이지 않은 어떤 현상을 일으키는 특정 도구를 일컫는 말입니다."

"마도구와는 뭐가 다른 건가요?"

"마도구정도는 알고 있어서 다행이군요. 마도구는 인간에 의해 발명되어 그 원리를 특정할 수 있는 도구지만, 아티팩트라는 것은 발명자가 사라져서 원리를 알 수 없게 된 마도구나, 까마득한 과거에 만들어진 유물 같은 것으로 지금의 기술력으로는 원리를 설명할 수 없는 도구들을 지칭하는 것이랍니다."

"이, 이해가 쏙쏙 되네요. 미리엘은 가르치는 데에 재능이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띄워줘도 아무것도 안 나온답니다."


차분하면서도 제대로 이해가 되게 설명을 해주는 미리엘의 모습에 감탄하며 안젤라가 말했고, 미리엘은 살짝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다들 알다시피. 이 성 바오로의 신념이라는 아티팩트에는 사용자의 신성력 특화 수치를 알려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즉, 이것만 있으면 이 수업을 들을 가치가 자신에게 있는지, 없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이겁니다."


확실히 신성력의 총량은 기도를 얼마나 열심히, 또 많이 하는지에 따라 달라지지만 그 신성력을 한꺼번에 다룰 수 있는 양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었다. 이 부분은 노력으로 올릴 수 있는 영역이었지만 그래도 타고난 재능을 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아티팩트라 할 수 있겠다.


"워, 원리가 뭘까요? 신성력 특화 수치를 알려주는 아티팩트라니."

"글쎄요. 성인의 유해니 뭔가 있는 거겠죠."

"원래는 학기 초에 사용했어야 하는 아티팩트지만, 이미 사용중인 사람이 있어서 이제야 반납이 되었답니다. 그럼 거기 앞에서부터 순서대로 사용해보도록 하죠."

"아싸! 제일 먼저다!"

"우~보나마나 재능은 꽝일게 분명한데 그냥 나부터 하면 안되냐?"


지금껏 확인하지 못했던 재능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말에 저마다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잠들어 있을 눈부신 재능을 기대하며, 학생들이 겔피온 교수 앞으로 몰려들었다.


"가만히 앉아 계세요. 이래뵈도 성물로 분류되어 있는 아티팩트이니 경건함을 가지도록 합시다."


확실히 아티팩트로서 기능하는 성인의 유해쯤 되면 성물로 분류되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가장 앞에서 겔피온의 수업을 듣던 남학생이 설레는 얼굴로 겔피온 교수의 앞에 섰고, 겔피온 교수는 그런 남학생에게 해골을 내밀었다.


"성 바오로의 신념을 손에 들고 눈을 감으면 말을 거는 목소리가 있을 겁니다. 그 목소리가 묻는 대로 대답을 하면 마지막에 성 바오로의 신념에서 광채가 터져나오며 자신의 신성력 특화 수치를 알 수 있을 겁니다. 당연히 광채가 밝게 뿜어져나올수록 재능이 있는 것이랍니다."

"네, 넷!"


남학생은 설레는 표정으로 해골을 받아들고 눈을 감았다.


1분쯤 기다리자, 겔피온 선생의 말대로 해골에서 마치 신성력과도 같은 황금빛 광채가 터져나왔다.


"어, 어떤가요?"

"음...더도 덜도 말고 딱 평균 수준이로군요."

"그, 그래요?"

"으하하하핳! 내가 뭐랬냐!"


그 남학생의 친구로 보이는 다음 순서의 학생이 배를 잡고 웃어댔고, 남학생은 뭐 씹은 표정으로 자리에 돌아가서 뚱한 표정으로 앉아버렸다.


"내가 하는걸 잘 보라고."


어깨를 으쓱하며 나간 다음 학생은 자신만만한 태도로 해골을 잡았고, 30초도 안되어서 광채가 터져나왔는데 방금 전의 빛과 크게 다를 것은 없어 보였다.


"푸하하하핳!"

"다, 닥쳐!"

"참으로 용감한 학생이 아닐수가 없군요. 교사 앞이자 성물 앞에서 욕설이라니."

"죄, 죄송합니다!"


학생은 한동안 겔피온 교수에게 잔소리를 거하게 듣고, 뒤에서 기다리던 학생들의 따가운 눈총까지 받으며 너덜너덜해진 채로 자리에 앉았다.


그 뒤로도 학생들의 신성력 특화 수치 확인은 계속되었다. 안젤라가 지켜본 바로는 학생마다 수치 확인에 걸리는 시간은 전부 달랐는데 겔피온 교수의 말대로라면 그것은 해골의 질문을 받는데 걸리는 시간이라니 사람마다 전부 다른 질문을 받는 모양이었다.


'저는 어떤 질문을 듣게 되는 걸까요?'


안젤라 역시 설레는 기분으로 순서를 기다렸고, 딱히 이렇다 할 특별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 가운데 한참을 기다린 끝에 미리엘의 순서가 다가왔다.


"훗. 잘 보도록 하세요. 이단 심문의 명가 도미니크 가문의 저력을."

"오~미뤼엘. 평소에 자랑하고 다니는 만큼은 되나 볼까?"

"말할 것도 없죠. 당신의 가여운 신성력 특화 수치의 세 배는 된다고 자부한답니다."


괜히 말을 꺼냈다가 쪽만 팔리게 된 가여운 남학생은 시무룩해져서는 고개를 떨구었고, 미리엘은 자신만만한 걸음걸이로 겔피온 선생 앞에 섰다.


"확실히 기대되는군. 그 도미니크 가의 여식이라."

"후후. 기대해도 좋답니다."


미리엘은 그렇게 말하며 해골을 받아들고 눈을 감았고, 확실히 뭔가 다른 게 있는듯 지금까지의 학생 중 최장시간인 5분 가량을 해골을 잡고 서 있었다.


"슬슬 지루해지는데...어! 빛나기 시작한다!"


미리엘이 호언장담한 만큼,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광채가 교실 안을 밝게 비췄고, 미리엘은 이거 보라는 듯이 뿌듯한 표정으로 해골을 겔피온 선생에게 내밀었다.


"어때요?"

"확실히 예상 이상이군. 이만큼의 신성력 특화 수치는 선생 노릇을 하며 본 것 중에 세 손가락 안에 꼽겠는걸."


겔피온 선생도 이만큼의 특화 수치는 예상하지 못했는지 제법 놀란 표정을 하고 있었고, 미리엘은 콧대가 하늘을 찌를 기세로 학생들의 부러운 시선을 한껏 만끽하며 자리로 돌아와 안젤라의 어깨를 톡 쳤다.


"당신도 힘내세요. 안젤라. 바로 내 다음 순서라 눈에 띄지는 못하겠지만 크게 상심할 필요는 없답니다."

"네, 네! 응원 고마워요 미리엘."


딱히 응원할 생각은 없었지만 어쨌든 안젤라가 응원으로 이해했으니 굳이 정정해줄 필요는 느끼지 못한 미리엘은 그냥 입을 다물기로 했다.


"후...긴장되네요."


안젤라는 떨리는 심정으로 책상 사이를 걸어 겔피온 교사 앞에 섰다.


작가의말

오늘은 정말 오래간만에 도넛을 먹었습니다.

엄청나게 달긴 한데 예전만큼 맛있지는 않더군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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