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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마력으로 성녀가 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2 16:55
최근연재일 :
2021.03.13 2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4,805
추천수 :
239
글자수 :
462,818

작성
21.02.08 20:00
조회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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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0쪽

62화

DUMMY

"하. 쓰레기들이 한데 모여있군."


얼굴을 비추자마자 욕설부터 내뱉고 보는 빌리언의 모습에 갈루에 선생은 한숨을 내쉬며 지적했다.


"욕설은 좋지 않아요 빌리언군."

"..."


반면 겔피온 선생은 순간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저래 뵈도 왕족이니 못 본 척 하기로 하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딴 건 아무래도 좋아. 어이 고블린!"


가볍게 갈루에 선생의 지적을 무시한 빌리언은 긴장한 채 서있는 엘레나를 지목해 불렀다.


"뭐, 뭐에요."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하기는 했지만 루시퍼의 응원(?) 덕에 방금 전처럼 심각하게 긴장한 모습은 보이지 않는 엘레나였다.


"호오, 영락없이 공포에 떨고 있을 줄 알았는데 예상 밖이로군. 조금은 쓸만해 졌다는 건가?"


빌리언은 이를 드러내며 씨익 웃었다.


"그래봤자 고블린이겠지만. 크하하하!"


아직도 긴장이 채 덜 풀린 엘레나와는 달리 빌리언에게서는 긴장감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엘레나는 그 여유로운 모습에 다시 한 번 마음이 꺾일 뻔 했지만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다듬고는 눈을 부릅뜨고 빌리언을 노려보았다.


"뭐냐 그 눈깔은? 너 설마 진심으로 이몸에게 이길 작정을 하고 온 거냐?"

"여, 열심히...훈련했으니까요!"

"고작 훈련 따위로 네년과 이몸 사이의 절대적인 격차가 좁혀질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순진하기 짝이 없군!"


마치 짐승처럼 으르렁거리며 외치는 빌리언의 기세에 엘레나가 한 발짝 물러섰지만, 이를 앙다물고는 다시 한 발짝 내디디며 대꾸했다.


"저 혼자만의 힘이었다면 불가능했겠지만...안젤라와 루시퍼 스승님의 도움이 있었으니까요."

"스승?"


빌리언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루시퍼 쪽을 돌아봤고, 그러자 루시퍼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네놈은 볼때마다 말이 많군. 왕족이라는 것들은 주둥이로 싸우는 게 전통인가?"

"루, 루시퍼!"


거침없는 폭언에 되려 바로 옆에 있던 안젤라가 깜짝 놀랐고, 빌리언이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루시퍼를 향해 말했다.


"네놈...그건 이 나라의 왕가를 모욕하는 발언이라고 해석해도 무방하겠지?"

"좋을 대로 해라. 지금 이러는 와중에도 떠드는 걸 보면 딱히 틀린 생각 같지는 않군."


루시퍼의 도를 넘은 빈정거림에 빌리언이 이에서 빠드득 소리가 날 정도로 거칠게 이를 갈고는 뒤를 돌았다.


"뭐 좋아. 오늘은 참아주지. 허나 내일의 내가 오늘처럼 자비로울 것이란 생각은 버리는 게 좋을거다."


빌리언의 머리 속에서는 이미 엘레나를 쓰러뜨리고 내일 루시퍼를 짓밟는 상상도가 그려지고 있었다.


"뭐하나! 당장 결투의 개시를 알리지 않고! 네놈들 참관인은 그저 구경 왔나!"


이제는 애꿎은 교사들에게까지 화풀이를 하는 모습에 겔피온 선생은 울컥하는 감정을 눌렀고 애초에 빌리언의 발언에는 별로 영향을 받는 것 같지도 않는 갈루에 선생이 여전히 졸린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에...그럼. 이 시간부로, 빌리언 카이너스와, 엘레나 사르미드의 마법 결투를 시작합니다. 이 결투는 저 갈루에와, 겔피온 리드비온의 참관 아래에 편파적 요소가 없는 공정한 결투가 될 것임을 선언합니다."


갈루에 선생의 결투 개시 선언이 떨어졌지만, 빌리언은 당장 달려들지는 않고 팔짱을 끼고 기다리고 있었다. 결투의 조건에 안젤라가 버프를 걸어주는 것이 걸려 있었으므로 일단은 기다려줄 생각이었던 것이다.


"빨리 해라 시종!"

"엘레나.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에요. 부디 힘내세요."

"응. 나 열심히 할게!"


안젤라는 그렇게 말하고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는 기도하는 자세를 취했다.


"..."


그러자 안젤라의 머리카락이 황금빛으로 빛나기 시작했고, 동시에 엘레나의 발및에서 황금빛의 기운이 올라오며 엘레나에게 안젤라의 축복이 내렸다.


"저건..."


그 광경을 본 갈루에 선생이 침음을 흘렸고, 겔피온 선생은 꽤나 놀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안젤라양이...저만큼 순수한 신성력을 다룰 수 있었던가?"


그의 수업에서 안젤라는 그저 평범한 학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기에 지금의 모습은 상당히 뜻밖이었다.


"대체 어떤 축복을 내린 거지?"


대륙의 거의 모든 신성 주문과 기적에 통달한 겔피온 선생이었지만 지금 안젤라가 엘레나에게 걸어준 축복에 대해서는 전혀 짐작 가는 바가 없는 겔피온 선생이었다.


엘레나는 눈을 감고 안젤라의 신성력이 체내를 순환하는 것을 온몸으로 느꼈다.


'좋아. 문제는 없는 것 같아.'


그리고 엘레나는 본래 마나 하트에 존재하던 쥐꼬리만한 마나 대신에 대기 중에 떠돌아다니던 자연의 마나가 안젤라의 축복에 의해 몸 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본래 인간은 자연의 마나를 사용할 수 없다. 그 이유는 마나 역류 현상이라는 것 때문인데, 실제로는 아주 복잡한 이론이 존재하지만 알기 쉽게 설명하자면 인간이 선천적으로 가진 마나 하트에서 솟아나오는 인간의 마나가 자연의 마나가 섞이게 되면 영 좋지 못한 연쇄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자연의 마나는 마나 하트가 없는 마도구들을 기동시키는 데에만 사용되었고, 이해할 수 없는 원리로 소수의 몬스터들이 자연의 마나를 사용하는 것만이 목격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안젤라의 축복은 인간이 본디 사용할 수 없는 자연의 마나를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안젤라의 축복을 받게 되면 마나 하트의 마나와 자연의 마나를 같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안젤라조차 알 수 없는 원리에 의해 마나 하트의 통로를 일시적으로 폐쇄하고 안젤라의 신성력을 통로로 삼아 자연의 마나를 몸 속에 순환시키는 것으로 그것을 원동력으로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자연의 마나를 사용하는 것에 의한 장단점은 굉장히 명확했다. 먼저 이 넓은 대륙에 부유하는 모든 자연의 마나를 다룰 수 있게 되는 것이니 마력이 고갈될 염려는 전혀 할 필요가 없었지만, 대기를 떠돌아다니던 자연의 마나는 오랜 기간 마나 하트에 축적된 마나처럼 정제되고, 압축되지 않았기에 한 번에 사용할 수 있는 마력의 양이 제한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마력을 많이 소모하는 대마법의 시전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애초에 가진 마나가 지금 몸 속을 도는 자연의 마나의 1할조차 되지 않았던 엘레나는 애초에 대마법 따위는 사용할 수도 없었고, 그럴 생각도 없었다.


"나도...얼마 되지 않는 마나를 어떻게든 써먹으려고 굉장히 오랜 시간을 고민했다구."

"뭐라고 중얼거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모습을 보아하니 준비는 끝난 것 같군. 금방 해치워주마. 고블린."

"...니야."

"뭐?"


빌리언의 말에 엘레나가 고개를 숙이고 뭐라고 중얼거렸지만 빌리언에게는 잘 들리지 않았고, 빌리언이 의문을 표하자 엘레나가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을 쳐들며 외쳤다.


"난 고블린이 아니야!"

"허."


정말로, 정말로 지금껏 하고 싶었지만, 냉혹한 현실 앞에서 내뱉을 수 없었던 엘레나의 본심이 격앙된 감정에 밀려 올라와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왔다.


"난 엘레나 사르미드! 자랑스러운 루시퍼 스승님의 제자! 그리고 어엿한 한 명의 마법사라구!"

"하! 웃기는군! 대체 무슨 수작을 부린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딴 말을 지껄일 거면 실력으로 증명해라!"


그리고 다음 순간, 빌리언이 엘레나에게로 쏜살같이 쇄도했다.


-----


"으...엘레나. 괜찮을까요?"


안젤라가 불안한 표정으로 발을 동동 구르며 대치하고 선 둘을 지켜보며 말했다.


"그렇게 불안하냐?"

"그럼 루시퍼는 아무렇지도 않아요?"


그에 반해 평온하다못해 지루해 보이는 루시퍼에게 안젤라가 눈을 흘기며 말했다.


"불안을 느낄 만한 요소를 찾지 못하겠는데. 나는."

"예에? 아무리 엘레나가 열심히 훈련했고, 또 고질적인 문제였던 마나 부족 문제를 해결했다지만...그래도 상대는 천재라고 불리는 사람이라구요?"

"천재? 저게?"


루시퍼가 진심으로 의아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빌리언을 가리키며 말했고, 안젤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선천적으로 많은 마력량을 지니고 태어나기도 했고...또 흑염의 폭군이라는 사람한테는 미치지 못한다지만, 전투 센스도 굉장히 뛰어나다고 해요."

"헤에. 그러냐."


루시퍼는 그 말을 듣고도 여유만만한 태도로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었다.


"그래도 엘레나가 질 거란 생각은 요만큼도 안드는걸."


오른손의 엄지와 검지로 작은 틈새를 만들어보이며 루시퍼가 말했다.


"무, 물론 저도 엘레나를 믿고 있기는 하지만...루시퍼는 어떻게 그렇게 침착할 수가 있는거죠? 설마 엘레나가 어떻게 되든 상관이 없다는 건..."

"그럴 리가 있나. 내 의사를 떠나서 저놈이 내 제자를 자칭하고 다니는데 꼴사납게 져버리면 이쪽의 체면이 말이 아니라고."

"그, 그렇담."


루시퍼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야. 안젤라. 그거 아냐?"

"뭐, 뭔가요?"

"훈련 때 말이야. 한 이틀 정도는 저 애송이 왕자의 수준에 맞춰서 놀아줬거든?"

"그, 그래서요?"

"그런데 어느 정도 잘 따라오는 것 같아서 약간 장난질을 좀 쳐봤지. 엘레나는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마력의 출력을 올렸단 말이야."

"네에? 위, 위험하잖아요."

"나도 알아. 위험하다 싶으면 언제든지 되돌릴 수 있었고, 또 나랑 그녀석 사이의 실력차면 사고를 억지로 칠 생각이 아닌 이상 사고는 나지 않아."


너무나도 자신만만한 루시퍼의 말에 저도 모르게 설득당하는 기분이 된 안젤라.


"그런데 요놈 봐라? 출력을 슬슬 올리고 있는데도 전과 하나도 다를 게 없이 잘 따라오는게 아니겠냐."

"그, 그 말은...?"

"그래서 다음 날부터는 아주 작정하고 수준을 제대로 끌어올렸지. 마지막 날에 가서는 이몸조차 깜짝 놀랄 만한 결과가 나오더군."

"서, 설마."


방금 전부터 굉장히 1차원적인 대꾸밖에 하지 못하는 안젤라를 재밌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루시퍼가 말했다.


"저 애송이 왕자가 천재라고? 고작 저 정도가 하늘이 내린 재능이라고 한다면, 엘레나의 재능은...글쎄. 악마의 재능이라고 불러야 하려나?"


루시퍼가 악마적인 미소를 띠며 씨익 웃었다.


작가의말

와우! 오늘 드디어 선작이 20명을 찍었습니다!

그러므로 약속했던 대로 내일은 두 화가 연속으로 올라옵니다!

설을 대비해 쌓아두고 있던 세이브 원고가 날아가는군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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