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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마력으로 성녀가 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2 16:55
최근연재일 :
2021.03.13 2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4,839
추천수 :
239
글자수 :
462,818

작성
21.02.09 20:00
조회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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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0쪽

64화

DUMMY

"좋아. 여기까진 예상대로야."


상황이 조금 위험하기는 했지만 엘레나의 예측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그 마법을 위해서는 시간을 좀 더 끌어야 하는데..."


엘레나가 준비하고 있던 무언가를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했고, 그렇기에 엘레나는 우선 대화를 시도해 보기로 했다.


"빌리언. 한 가지만 물어보자. 왜 그렇게 나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거야?"


평소 같았으면 겁먹어서 하지도 못했을 말이 시간을 끈다는 명분이 있다지만 숨쉬듯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에 스스로도 놀라는 엘레나였다. 아마 상상 이상으로 빌리언과 훌륭한 결투를 벌인 것이 엘레나의 자존감이 회복되는 데 큰 기여를 한 듯 했다.


"하? 갑자기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지?"

"...대답해줘. 나한텐 중요한 문제야."

"네년 따위의 의사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어. 크큭, 하지만 뭐, 재밌는 질문이군. 이유라...그런 게 필요한가?"

"뭐?"


빌리언이 광소를 터뜨리며 외쳤다.


"약자란 원래 그런 거다! 강자들에게 짓밟히기 위해서 존재하는 게 약자들의 숙명이야! 자신들 스스로는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하는 버러지들! 난 약한 주제에 입만 살아있는 쓰레기들이 혐오스럽다! 마음 같아서는 싸그리 치워버리고 싶을 정도야!"

"그, 그런..."

"크큭. 그러는 네년은 약한 주제에 근성 하나만은 인정할 만 하더군. 그렇게나 압박을 넣었는데도 질리지도 않고 학교에 나오는 모습이라니. 이딴 버러지 집합소가 뭐가 좋다고 그렇게 매달리는거지?"


거침없는 빌리언의 폭언에 겔피온 선생이 표정을 찌푸렸지만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회복과 보조가 전문인 그로서는 이 전장에 뛰어드는 것조차 힘들었던 것이다.


"약한 것...그 자체가 잘못이라니. 그런 생각은 너무하잖아."

"칭얼대지 마라 쓰레기!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싶거든 스스로의 힘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라!"


빌리언은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며 엘레나에게 다시금 도약했고,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었던 엘레나는 급하게 마력을 돌렸다.


"으윽!"


엘레나는 스모그 마법을 통해 안개를 생성하며 안개 속으로 숨어들었지만, 다음 순간 화염의 거인이 팔을 한번 크게 휘두르자 열풍이 불어닥치며 엘레나가 만든 안개는 날아가버렸고, 안개 속에 숨어있던 엘레나의 위치가 그대로 노출되었다.


"쥐새끼같이 숨지 말고 나와라!"


화염의 거인이 엘레나를 향해 주먹을 내리쳤고, 엘레나는 마법조차 발동시키지 못하고 옆으로 몸을 굴려 빌리언의 공격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크하하하! 즐겁구나!"


엘레나는 빌리언에게서 멀어지면서도 물의 구체를 날리며 중간 중간에 물의 장막을 쳤지만 그런 마법들은 아무런 효과도 발휘하지 못한 채 수증기가 될 뿐이었다.


"쓸데없는 발악이다! 압도적인 힘 앞에서 그런 하찮은 짓거리는 분쇄될 뿐!"

"과연 그럴까? 이제 조금인데."

"뭐라?"

"보여줄게. 네가 그렇게나 무시하는 약자의 발악이란 걸 말이야."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냐!"


엘레나는 미소를 지으며 지금껏 계속 밑작업을 친 마법을 위해 마지막 준비를 시작했다.


"그랜드 월!"


엘레나가 마법을 발동하자 흙으로 이루어진 벽이 엘레나의 앞에 솟아나와 빌리언과 엘레나의 사이를 차단했다.


"하! 뭘 하나 싶더니 그런 웃기지도 않는 벽인가!"

"이건 빌리언을 막으려고 친 게 아니거든."

"뭐라?"


엘레나는 벽 뒤에서 고개를 빼곰히 내밀고는 천장을 가리켰다.


"갑자기 위는 왜 보는..."


시종일관 요리조리 도망다니는 엘레나를 쫓느라 주변을 확인하지 않았던 빌리언은 그제야 천장을 확인했고, 이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이건...!"

"내가 왜 굳이 바닥을 미끄러져 다녔다고 생각해?"


천장은 엘레나가 계속 사용했던 얼음 마법과 물 마법이 증발하며 생긴 수증기로 뿌옇게 변해 천장이 거의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방금 전부터 빌리언과 멀찍이 떨어진 장소에서는 뿌옇게 들이찬 수증기로 인해 젖은 천장에서 물방울들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지만 빌리언에게는 고온으로 인해 물방울이 떨어지다가 증발해 버렸으므로 빌리언은 이상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네년! 설마!"

"난 스승님처럼 거창한 마법은 못 쓰지만...이런 현상을 유도하는 것 정도는 가능하거든."


그렇게 말하는 엘레나의 손가락에서 전기가 파직거리기 시작했다.


"그거 알아 빌리언? 약간의 전기만 일으킬 수 있다면 번개가 내리치는 길도 유도할 수 있다는 거."

"칫!"


위기감을 느낀 빌리언은 급하게 엘레나에게 달려들었지만 엘레나의 무영창 마법보다 빠를수는 없었고, 이미 주문을 발동할 준비를 완벽히 끝내둔 엘레나였지만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굳이 주문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스파크!"


엘레나의 말과 동시에 빌리언과 천장에 가득 찬 수증기 사이에 순간 흰 선이 번쩍였고, 바로 다음 순간 뇌명과 함께 번갯줄기가 빌리언에게 내리꽂혔다.


"끄아아아악!"


번개가 내리치기 직전, 화염의 거인이 양팔을 교차하며 번개를 막으려 했지만 번갯줄기는 화염의 거인을 관통해 바로 빌리언에게 내리쳤고, 새까맣게 그을린 빌리언은 흰자를 드러내며 앞으로 쓰러져버렸다.


"커, 헉...!"

"학교 과학 시간에 배운 거야. 빌리언의 괴롭힘에 굴복해서 학교를 그만뒀다면, 이런 방법도 떠올리지 못했겠지."


감개무량한 표정으로 말하는 엘레나였지만, 이미 빌리언은 무슨 말을 하던 들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고, 겔피온 선생이 급하게 빌리언 쪽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쳇. 빌리언군! 의식은 있나!?"


마법으로 만든 뇌격은 담은 마력에 따라 위력이 천차만별이지만 빌리언이 맞은 번개는 순수한 자연 현상으로 인해 발생한 번개였으므로 그 위력은 마법으로 만든 번개와는 비교를 불허했다. 그렇기에 태생적으로 마력에 강한 저항을 지니고 태어난 빌리언조차 단 한 방에 의식을 잃어버린 것이고 말이다.


"역시 의식은 없나...그래도 다행히 맥은 잡히는군."


급하게 빌리언의 맥을 확인한 겔피온 선생은 눈을 감고 치유의 기도를 읊기 시작했고, 빌리언의 몸이 노란빛 기운에 휩싸이더니 그을렸던 부분이 회복되기 시작했다.


"에, 엘레나! 무사한가요!"


그리고 결투가 끝났다는 것을 갈루에 선생에게 확인받은 안젤라가 황급히 엘레나에게 달려와 그녀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꺄악! 아, 안젤라?"

"어디 다친데는 없어요? 상처를 보여주면 바로 치료해 드릴게요!"

"괘, 괜찮아. 스승님과의 대련 덕분인지 피하는 게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어."


빌리언의 정면에서만 날아오는 우직한 공격과는 달리 지난 특훈에서 루시퍼는 소리도 없이 배후에서 마법을 날리기도 했기에 엘레나의 회피 능력은 자연스레 올라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확실히...정말 날 죽이려고 하는 것 같은 살기 때문에 좀 위축되기는 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강하지 않은걸. 빌리언은."


빌리언이 들었다가는 오만 난리를 치며 분개할 것 같은 말을 중얼거리는 엘레나. 루시퍼가 빌리언의 수준에 맞춰 특훈을 진행했다고만 알고 있었기에 나온 말이었다.


"모, 몰랐어요? 루시퍼가 중간부터 점점 수준을 올렸다고 했었는데..."

"에, 에에에!? 대체 언제부터!?"

"아, 알고 있었던 아니었어요?"

"전혀 몰랐어..."


상상도 하지 못한 안젤라의 말에 몸에 힘이 쭉 빠지는 엘레나였다.


"그건 그렇고 정말 대단했어! 그, 전도 현상? 이었나...잘 기억은 안나지만 그걸 결투에 활용할 생각을 하다니. 난 상상도 못 했어!"


안젤라도 어렴풋이 들었던 기억이 나는 내용이었기에 안젤라가 아는 체를 했다.


"나는 큰 마법은 못 쓰니까...가진 지식을 최대한으로 활용했기에 빌리언을 이길 수 있었던 거야."

"조, 존경스러워요...!"


안젤라는 눈을 반짝이며 감격에 겨워 엘레나를 끌어안았고, 엘레나도 미소를 지으며 그런 안젤라를 마주 안아주었다.


"여어. 엘레나. 이젠 약자라고는 부르지 못하겠군."

"스, 스승님!"


뒤에서 루시퍼가 씨익 웃으며 어슬렁어슬렁 다가왔고, 엘레나가 활짝 웃으며 루시퍼를 반겼다.


"그렇게 강자, 강자라고 노래를 부르던 저 애송이를 박살내놨으니 이젠 네 입장이 어떻게 되는 거지?"

"그, 글쎄요...아마 지금이랑 별 다를 건 없지 않을까요."

"호오. 자신을 치켜세우기보다는 남을 추락시키는 데에서 희열을 느끼는 타입이었나? 그럼 약자인 너한테 진 저 애송이의 입장이 아주 난감해지겠는걸."


짓궂게 말하는 루시퍼의 말에 엘레나는 황급히 손사래를 치며 변명했다.


"그, 그럴 리가요! 당치도 않아요. 이번에는 운이 좋아서 이길 수 있었지만...빌리언도 엄청 강한걸요."

"그렇다면 시원하게 인정해라. 너는 강하다. 가진 마력은 적지만...전투 센스와 독창성에 있어서는 동 세대 내에서는 적수를 찾기 힘들 정도로 우수한 재능을 가지고 있어. 너는."

"제, 제가...강하다구요?"


태어나서 단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말이고,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생각조차 해 본적이 없는 그녀였다. 오늘의 일로 태어나면서부터 가진 절망적인 마력의 재능 때문에 열매를 맺기는 커녕 발견할 수조차 없었던 의외의 재능을 찾아낸 것이다.


"그래. 다른 사람도 아닌 이 내가 보증하지. 물론 아직 어설픈 점이 많고, 또 선천적인 단점을 완전히 해결하지는 못하겠지만...오늘 싸우면서 느꼈던 점을 복기하며, 네가 가진 재능을 갈고닦는다면 어엿한 한사람분의 마법사가 될 수 있을거다."


작가의말

무야호! 선작이 늘어나니 연참도 할 만 한 것 같습니다.

대신 에너지를 써서 그런지 배가 고프군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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