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마력으로 성녀가 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2 16:55
최근연재일 :
2021.03.13 2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4,794
추천수 :
239
글자수 :
462,818

작성
20.12.12 17:09
조회
275
추천
4
글자
10쪽

1화

DUMMY

안녕하세요. 저는 안젤라라고 합니다.

제국어로 천사라는 뜻에서 따온 어머니께서 지어주신 이름이에요.

올해로 열일곱이 되었답니다. 가족은, 작년까지만 해도 어머니와 함께 살았었어요.

아버지는 기억이 나질 않아요. 어머니께서도 아버지 얘기는 해주시지 않았고요.

가끔은 힘들고 외롭긴 해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제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요.


-----


안젤라는 오늘도 마을 촌장님인 카이너 아저씨의 집을 청소하고 있는 중이었다.

한 달에 한번 약간의 보수를 받고 하는 대청소. 아직 성인조차 되지 못한 소녀였기에 안젤라가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되어 있었고, 비록 박봉에 고된 일이기는 하지만 마찬가지로 한 달에 한번 하는 제단 청소 다음으로 보수를 많이 받을 수 있었기에 안젤라는 이런 일이라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기껏해야 시골 촌장인지라 집이 저택 수준으로 넓지는 않지만 혼자 청소하기에는 좀 버거운 크기. 하지만 안젤라를 돕는 사람은 없고, 안젤라는 찬물에 적셔져 시린 손을 문질러가며 성실하게 청소를 했다.


"이제 슬슬 닫아도 되겠죠. 오늘은 유난히 춥네요."


바닥을 쓸기 전부터 환기를 위해 온 집안의 창을 열어놨었기에 현재 집 안은 바깥이나 다를 게 없을 정도로 서늘한 상태였다.


"그럼 벽난로에 불을 올리고, 창문을 닫도록 하죠."


안젤라는 그나마 이 집에 벽난로가 있는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벽난로 안까지 청소하라는 지시를 내리는 것은 미뤄두고 말이다.

또래보다 덩치가 작은 안젤라였기에 얼마 안 되는 장작도 두 번에 걸쳐서 옮겨와야 했다.

안젤라는 간단한 화염 마법도 사용하지 못하고, 이 집의 발화석을 멋대로 사용했다가는 크게 혼이 나기 때문에, 불을 붙이는 것도 큰일이었지만 작년부터 혼자 살며 숙달된 노하우로 부싯돌을 이용해 장작에 불을 붙이는데 성공했다.


"따뜻해..."


아직 청소할 곳이 좀 남았지만 촌장 일가가 돌아오기에는 시간이 좀 남았기에 안젤라는 잠깐 얼어붙은 몸을 좀 녹이기로 했다.


"후에...에?"


불이 주는 따끈한 기운에 눈을 감고 멍하니 있던 안젤라는 뭔가가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이 안젤라가 방금 장작을 채워놓고 불을 붙인 벽난로 쪽이라는 것이었다.


"꺄, 꺄아아악!"


안젤라는 엉덩방아를 찧으며 물러났는데, 놀랍게도 벽난로 안쪽에서 사람같이 생긴 시커먼 형상이 기어 나오고 있는 중이었다.


"저게 뭐...야?"


안젤라는 혹시 장작을 넣기 전에 뭔가 있었나 생각해봤지만 그녀가 장님도 아니고 굴뚝 쪽 말고는 삼면이 막혀있는 곳이었는데 그런 것이 있을 리가 없었기에 더더욱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크흡. 콜록콜록! 이 전송법은 몇 번을 해도 불결하고, 번거롭고, 수고롭군. 그래도 이 몸이 내려오기 위한 방법은 한정되어 있으니 말이다."


시커먼 형상은 발끝까지 기어 나온 뒤에 몸을 털며 일어났고, 몸을 털자 시커먼 기운들이 먼지라도 되는 것처럼 몸에서 떨어져나오며 말쑥한 차림의 신사가 등장했다.

신사의 옷은 촌장님이 가끔 수도에서 나오는 관리님을 맞을 때나 입는 옷보다 훨씬 화려하면서도 깔끔한 차림이었기에 안젤라는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수도의 높은 귀족들이나 입을 법한 옷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훨씬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까마귀의 날개같이 새카만 새의 날개였다.


"저기, 몸은 괜찮으세요? 어디 다친 곳은 없으시구요?"

"흠. 보통 이럴 때는 누구냐고 묻는 게 먼저지 않나?"

"그런가요? 난로 속에서 나오셨으니 뜨겁지는 않았나 해서요."

"흥. 초열지옥의 업화 정도는 되어야 좀 뜨끈하다는 기분이 들거다. 이딴 걸로는 시원하지도 않다."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대단하시네요."


안젤라가 동그랗게 뜬 눈으로 박수를 쳤고, 신사는 기분이 나쁘지는 않은 듯 어깨를 으쓱하다가 퍼뜩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참,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그래서 넌 내가 누구고, 뭘 하러 왔다고 생각하냐?"

"잘 모르겠네요.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성함을 가르쳐주실 수 있을까요?"

"훗. 그 공손한 태도를 봐서 특별히 가르쳐주도록 하마. 내 이름은 루시퍼. 마계를 지배하는 3인의 대군주 중의 일각!"


루시퍼라고 자칭한 남자가 과장된 동작으로 그렇게 말하다가 마뜩찮은 표정으로 작은 소리로 덧붙였다.


"...이었던 것이지. 이제는 말이다."

"굉장히 높으신 사람인가 보네요. 잘은 모르겠지만요."

"이었던 것이라고 하지 않나. 유감스럽게도 지금의 상황은 너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거지."

"그렇지 않아요. 루시퍼 씨는 저 같은 것보다 기품도 넘치시고, 어...잘생기셨고, 또, 에..."


곰곰이 생각에 잠기려는 안젤라를 향해 콧방귀를 뀌며 루시퍼가 대꾸했다.


"흥. 무리하게 띄워줄 필요 따위는 없다. 너와 대화하고 있으면 자꾸 얘기가 딴 데로 새는군."

"그런가요. 죄송합니다."


안젤라는 꾸벅 고개를 숙였고, 루시퍼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하아, 저 밑도 끝도 없이 비굴한 태도는 어디서 배워먹은 건지...이 몸과 계약할 자가 저런 상태여서는 곤란하군."

"계약, 이라니요?"


안젤라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고, 루시퍼가 대답했다.


"그래, 계약이다. 사소한 건 제쳐두고. 너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싶지 않나?"

"무엇이든인가요. 흠..."

"이게 고민이 필요한 질문인가? 아직 조건 같은 것도 나오지 않았다고?"

"그러네요. 가지고 싶냐 아니냐만 따지자면 물론 가지고 싶어요."

"역시 그렇지? 여기서 아니라고 대답하는 생각 없는 멍청이는 이쪽에서 사절이다."

"하지만 계약이라고 하셨으니 분명 조건이 있겠죠."

"그렇지. 하지만 말이야. 이 몸은 무척이나 관대하거든."


거기까지 말한 루시퍼는 양 팔과 함께 두 날개를 쫙 펼치며 과장된 어조로 말했다.


"나는 루시퍼! 타락을 관장하는 군주일지어니! 네놈의 타락을 대가로 무한한 힘을 추구할 각오는 되어 있느냐!"

"아. 그런 거라면 좀 곤란하네요. 미안합니다."


무표정으로 일언지하에 거절하는 안젤라의 태도에 루시퍼는 양팔을 펼친 자세 그대로 딱하고 굳어버렸다.


"음, 잘못 들은 건가. 방금 뭐라고 했나?"

"저한테는 좀 버거운 일인 것 같네요. 죄송합니다."

"에에잇! 그놈의 사과는 이제 슬슬 질린다! 시답잖은 사과 대신에 이유를 대라!"

"이유인가요. 음,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할까요."


안젤라는 잠깐 눈을 감고 생각하더니 이내 대답했다.


"전, 천국에 가고 싶거든요. 타락같은거 해서는 곤란해요."

"...뭐라?"


거기까지 들은 루시퍼의 표정에 순간 노기가 띠었지만 이내 원래의 여유로운 표정으로 돌아왔다.


"흠. 천국, 천국이라. 그런 곳엔 왜 가고 싶다는 거냐? 그딴 곳 딱히 좋을 것도 없다고? 아! 이건 어떠냐? 이 몸과 계약을 한다면 사후 네놈이 지옥에 떨어졌을 때 내 영지의 일부분을 떼어주마! 무려 인간 출신이 지옥 영지의 지배자가 되는 거라고?"

"죄송합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전 천국에 가야만 해서요."

"...뭐, 그래. 인간 놈이라면 누구라도 지옥보단 천국이 낫다고 하겠지. 하지만 너의 경우엔 뭔가 다른 듯 하군.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이유인가요. 전 천국에서 어머니를 다시 만나야 하거든요. 그곳에서 기다리겠다고 하셨어요."

"하! 그런 시답잖은 이유라니 웃기지도 않는군. 애초에 네놈의 어미가 천국에 갔다는 보장은 어디에 있지?"

"글쎄요. 어쨌든 천국에 가지 못하면 만날 수 없다는 건 틀림이 없으니까요. 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천국에 가야만 해요."

"대화가 되질 않는군. 골치가 아파."

"미안하네요. 도움이 되지 못해서."

"사과는 집어치우라고 하지 않았나. 잠깐 생각을 좀 해보도록 하지. 대기하도록."


그렇게 말한 루시퍼는 삐지기라도 한 건지 뒤돌아서서 골똘히 생각에 잠겼고, 잠깐 침묵하던 안젤라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그런데 왜 하필 저인가요. 저보다 훌륭한 사람은 훨씬 더 많을 텐데요."

"참 일찍도 물어보는군. 사실 그게 맨 처음 가져야 할 의문일진대 말이야. 뭐, 지금까지 만난 인간 놈들은 자신의 욕망에 급급하느라 그런 것엔 관심도 없었지만 말이야."

"그런가요. 슬픈 일이네요."

"흥. 뭐 대답해주지. 그야 네놈의 재능이 이 대륙에서 가장 출중하기 때문이지. 이 루시퍼가 아무나 붙잡고 계약이나 해대는 하급 악마 같은 짓거리를 할까보냐."

"재능이요?"

"그래. 사실 이 몸은 다른 악마들과는 계약의 과정이 좀 다르단 말이지. 다른 악마 놈들은 자신이 줄 수 있는 힘의 최대치를 넘기는 대가로 죽으면 영혼을 가져가는 저급한 짓을 하지. 하지만 이 몸은 언제나 그 순간에 필요한 힘만큼을 제공한다. 대가도 딱 그 순간에만 바치는 것으로 충분하지."

"합리적이네요."

"그래! 바로 그거야! 이제야 대화가 좀 통하는 기분이로군."

"감사합니다."

"뭐, 어쨌든 다른 악마 놈들의 경우에 네놈의 영혼은 순수한 것 외에는 별 가치가 없겠다만, 내 경우엔 그 점이 바로 최고의 가치라고 할 수 있다."

"제가 나이가 좀 적긴 해도 그렇게 순진하지는 않다고 생각하는데요."

"흥. 그거야 네놈의 그 동태 같은 눈깔만 봐도 알 수 있다.


안젤라가 조금 꾀죄죄하기는 하지만 시골 소녀치고는 굉장히 귀여운 외모를 하고 있지만 온갖 세상 풍파에 찌는 눈빛을 하고 있었기에 기껏 빛나는 외모가 흐려 보이는 것이었다.


"내가 말하는 건 순진함 같은 게 아니라 죄악으로부터의 순수함. 즉 네놈의 인생이 쌓아온 죄업의 크기에 있다."

"죄업, 이요?"

"그래. 네놈은 이 대륙에서 가장 영혼이 깨끗하고 죄를 짓지 않은 인간이라는 거다."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 루시퍼의 말은 안젤라의 입장에서는 세상 무엇보다도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배고픈펭귄입니다.

문피아 연재는 처음이네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은 밥 잘 챙겨드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악마의 마력으로 성녀가 됩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선작이 10명 추가될 때마다 연참이 1회! 21.02.09 24 0 -
공지 본 소설은 매일 오후 8시에 연재됩니다. 20.12.13 48 0 -
96 휴재공지 +1 21.03.13 53 1 2쪽
95 95화 21.03.12 30 1 10쪽
94 94화 +1 21.03.11 28 2 9쪽
93 93화 21.03.10 28 1 11쪽
92 92화 +1 21.03.09 25 3 11쪽
91 91화 21.03.08 22 2 9쪽
90 90화 21.03.07 32 2 10쪽
89 89화 21.03.06 36 1 11쪽
88 88화 21.03.05 34 1 10쪽
87 87화 21.03.04 26 2 10쪽
86 86화 21.03.03 37 2 12쪽
85 85화 21.03.02 29 1 11쪽
84 84화 21.03.01 29 1 11쪽
83 83화 21.02.28 27 1 10쪽
82 82화 21.02.27 42 1 11쪽
81 81화 21.02.26 26 1 11쪽
80 80화 +1 21.02.25 29 2 10쪽
79 79화 21.02.24 22 1 10쪽
78 78화 +1 21.02.23 29 2 12쪽
77 77화 +1 21.02.22 27 2 11쪽
76 76화 +2 21.02.21 38 3 10쪽
75 75화 21.02.20 27 1 11쪽
74 74화 21.02.19 27 1 11쪽
73 73화 21.02.18 31 2 10쪽
72 72화 +1 21.02.17 32 1 11쪽
71 71화 21.02.16 29 2 10쪽
70 70화 21.02.15 38 2 10쪽
69 69화 +1 21.02.14 44 2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