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마력으로 성녀가 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2 16:55
최근연재일 :
2021.03.13 2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4,838
추천수 :
239
글자수 :
462,818

작성
21.02.12 20:35
조회
36
추천
2
글자
10쪽

67화

DUMMY

겔피온 선생은 어떻게든 빌리언의 안위를 확인하고 싶었지만, 눈조차 뜨고 있기 어려운 열풍 속에서는 자신의 몸을 지키는 것이 고작이었고, 지금은 그저 갈루에 선생이 뭔가를 했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콜록콜록! 갈루에 선생님! 들리십니까!?"


그러는 사이에 화염의 용이 폭발하며 일으킨 열풍도 서서히 잦아들기 시작했고, 자욱한 증기도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다.


"가, 갈루에 선생님!"


그리고 증기가 걷힌 곳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화가 날 정도로 멀쩡한 모습의 루시퍼와, 빌리언이 서있던 자리에 생긴 거대한 크레이터였다.

크레이터는 화산의 분화구같이 시뻘겋게 불타오르며 여전히 뜨거운 열기를 피워올리고 있었고, 그 옆에서는 갈루에 선생이 엉망진창이 된 모습으로 등을 보인 채로 누워 있었다.


"무, 무사합니까!?"

"으어어...이, 일단은 무사합니다."


겔피온 선생은 이 와중에도 빌리언의 위치를 확인하려고 애쓰며 갈루에 선생에게 달려갔고, 갈루에 선생은 옷은 엉망진창으로 그을렸지만 다행히도 큰 상처는 입지 않은 것인지 신음을 흘리며 몸을 일으켰다.


"비, 빌리언군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겔피온 선생이 질문했고, 그러자 갈루에 선생이 대답했다.


"다행히 시간에 맞출 수 있었습니다. 이야~그야말로 하늘이 도왔군요."


갈루에 선생은 그렇게 말하며 겔피온 선생에게 자신의 품 속에서 여전히 멍한 표정으로 안겨있는 빌리언을 슬쩍 보여주었고, 빌리언이 무사한 모습을 확인한 겔피온 선생은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하아...빌리언군이 무사하니 천만다행이군요."

"...어라? 제 걱정해주던 거 아니었습니까?"


그리고 이 와중에 루시퍼는 팔짱을 낀 채로 턱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과연. 역시 내 짐작은 틀리지 않았군."


그렇게 홀로 중얼거린 루시퍼는 상황 수습에 정신이 없는 교사진에게 멀찍이서 말했다.


"이봐. 결투는 이것으로 끝났다고 봐도 되는 거겠지?"

"그, 그렇긴 한데요...그나저나 방금 그 마법은 대체 뭐였는지 설명을..."

"그럼 난 이만 간다. 나도 이래저래 바쁜 몸이라서 말이야."


루시퍼는 그렇게 말하고는 대답조차 듣지 않은채 뒤로 돌아 마법 실습실 밖으로 나가버렸고, 갈루에 선생과 겔피온 선생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그런 루시퍼의 뒷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


그리고 마법 실습실 밖에서는 바글바글하게 모인 학생들이 방금 전의 광경에 대해 저마다의 감상을 늘어놓으며 떠들고 있었다.


"와! 미친! 방금 루시퍼군이 쓴 마법 봤냐?"

"그런 마법은 태어나서 처음 봤어."

"마탑의 늙은이들 수준은 되어야 쓸 법한 마법 같던데?"

"생긴 것만 요란한 거 아냐?"


저마다 확실치 않은 가설을 늘어놓으며 혼란에 빠진 그들이었다.


"아오...갑자기 창문은 왜 금이 가고 지랄이야."

"루시퍼가 쓴 마법 때문 아니야?"

"너 돌았냐? 이거 반마법 코팅이 떡칠된 공학도시제 강화유리라고. 이거보다 단단한 유리는 세상에 없어. 근데 이런 유리가 마법에 직격한 것도 아니고 충격파에 박살이 난다는 게 말이 되냐?"

"그럼 왜 전부 동시에 깨진 건데?"

"내가 그걸 어떻게 아냐?"


마법 실습실의 창문은 루시퍼가 소환한 화염의 용이 폭발하는 순간 발생한 충격파로 인해 일제히 내부를 전혀 확인할 수가 없을 정도로 쩍쩍 금이 간 상태였다. 그 초월적인 단단함으로 인해 완전히 박살이 나지 않았다는 것이 용했지만, 학생들의 말대로 직격도 아닌 충격파로 이 단단한 유리에 금이 가게 만든 것이 루시퍼의 마법의 엄청난 위력을 시사했다.


"그런데...걱정되네요."


밖으로 나오면서 마지막에 봤던 빌리언의 표정이 떠오른 안젤라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비, 빌리언은...무사할까?"


안젤라가 느끼고 있던 불안은 그녀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고, 엘레나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하던 중이었다.

엘레나의 그 말이 도화선이 된 것인지 학생들의 관심도 빌리언의 이야기로 옮겨가 여러가지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저거...에 직접 맞았다면, 역시 무사하긴 힘들겠지? 빌리언."

"가루라도 남았으면 다행이지."

"적염의 폭군. 결국 불타올라 잿더미로 돌아가다! 란 건가?"

"자, 잠깐만요...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심하잖아요."


빌리언의 생사 여부를 두고 낄낄거리던 두 학생에게 안젤라가 머뭇거리며 말했지만 안젤라의 말에 학생들은 정색을 하며 대답했다.


"심하긴 뭐가 심해? 진짜 심한 건 그 새끼의 평소 행실이지."

"우리 가문은 얼마 전에 내가 빌리언에게 살짝 거슬리는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몇 달째 왕성에는 출입도 못 하고 있어. 그것 때문에 가문의 사업에 손해를 얼마나 본 줄 알아? 또 그것 때문에 내가 집안에서 당하는 멸시는 또 어떻고?"

"으...그, 그래도 사람 목숨이 달린..."

"이건 다~평소 행실에 대한 업보가 돌아오는거라고."


쭈뼛거리는 안젤라를 두고 두 학생은 낄낄거리며 자리에서 벗어났고, 안젤라는 시무룩해져서는 고개를 떨구었다.

그리고 다므 순간, 마법 실습실의 문이 열리고 루시퍼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루시퍼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꺄아아악! 루시퍼군이야!"

"루시퍼군 너무 멋있었어!"

"섹시해!"


어째선지 루시퍼의 결투가 있기 전보다 확연히 늘어난 여학생 군단이 기다렸다는 듯이 득달같이 루시퍼에게 달려들었고, 루시퍼를 기다리던 안젤라와 엘레나는 그 서슬 퍼런 기세에 기겁을 하며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지, 지금 당장 스승님에게 다가가는 건 무리겠어."

"그런 것 같네요...물어볼 게 있었는데."


그렇게 둘은 루시퍼에게 어떻게든 다가가기 위해서 구름처럼 몰려든 여학생 군단을 뚫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결국 실패했고, 그 와중에 어떻게든 빌리언은 무사할 수 있었다는 정보만을 건진 채 마법 실습실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


빌리언은 아무도 없는 정원에서 멍하니 벽에 기댄 채 주저앉아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을 회상했다.


"이, 이봐...선생. 방금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거야? 겨, 결투는...어떻게 되었지?"


간신히 루시퍼의 마법이 준 충격에서 벗어나 의사 소통이 가능할 수준까지는 회복된 빌리언은 자신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는 겔피온 선생에게 무턱대고 질문했다.


"일단 침착을 되찾으세요 빌리언군. 결투는 끝났습니다."

"끝났...다고?"

"네."

"겨, 결과는...? 어떻게 되었지?"


이미 본인도 어렴풋이 짐작은 하고 있었건만,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빌리언은 구태여 물었다.


"유감스럽게도, 빌리언군의 패배입니다."

"그런...가."


이미 짐작하고 있었던 사실이건만, 겔피온 선생의 입에서 나온 말은 빌리언의 누덕누덕 기워져 있던 자존심을 다시 한번 갈기갈기 찢어버렸고, 빌리언은 어지러움을 느끼며 몸을 휘청였다.


"괘, 괜찮습니까? 치유해드릴까요?"

"필요...없다. 혼자, 있고 싶군."


빌리언은 그렇게 말하며 겔피온을 떨쳐내고, 수업에도 참여하지 않은 채 조금 전부터 아무도 없는 학교의 뒷뜰 정원에 홀로 앉아 멍하니 있던 중이었던 것이다.


"대체 어쩌다가, 일이 이렇게 된 거지?"


처음에는 주제도 모르는 평민이 맛이 가서 벌이는 미친 짓이라고 생각했다.

학교 최약의 고블린 정도라면 한 손으로 상대해도 압도할 자신이 있었건만,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분명 약해 빠졌을 터인 고블린은 듣도 보도 못한 괴상한 수단으로 자신을 이겨버린 것이었다.


"내가, 이 내가...!"


빌리언은 머리카락을 쥐어 뜯으며 머리를 무릎 속에 파묻었다.


"참을 수 없어...! 용서 못 해...! 전부, 전부 죽여 버릴테다."


심장 깊은 곳에서부터 새어나온 분노는 열기가 되어 그의 주위를 일렁이게 만들었고, 자신에 대한 애착이 너무 강했던 빌리언은, 스스로를 책망하기보다는 주변의 모든 대상에게 자신의 분노의 화살을 겨누었다.


"용서 못해...! 시건방진 시종 녀석도! 역겨운 고블린도! 기생오라비같은 새끼도! 감히 겁도 없이 날 능멸한 쓰레기들도! 단 한 마리도 남김없이 다 죽여 버리겠다!"


어느 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빌리언은 등 뒤에 있던 벽을 이글거리는 마력에 휩싸인 주먹으로 후려쳤고, 빌리언의 주먹에 얻어맞은 애꿎은 벽은 볼품없이 무너져내렸다.


"이렇게 된 이상...응?"


앞으로의 계획을 머리 속으로 구상하던 빌리언은 느닷없이 등 뒤에서 느껴지는 싸한 기운에 뒤를 돌아보았다.


"뭐야 이건?"


빌리언의 등 뒤에서는, 어째서인지 벽 뒤에 숨겨져 있던 구멍이 음산한 기운을 풍기며 아가리를 벌리고 있었다.


"이 기운은...뭐지?"


방금 전부터 느껴지는 한기와도 비슷한 감각에 빌리언은 팔을 쓸며 시커먼 구멍을 바라보았다.


-...라.

"뭐? 방금 누가 뭐라고 했나?"

-...오라.


문득 들려온 소리에 빌리언이 귀를 기울이자 방금 전에 들었던 것 같은 목소리가 다시 들려오기 시작했다.


-내게로...오라.

"어떤 새끼냐! 너도 날 비웃으러 온 놈이냐!"


빌리언은 성질을 내며 사방을 경계했지만 목소리의 주인은 발견할 수 없었고, 그러는 사이에 이제는 확연히 선명해진 목소리가 빌리언의 머릿속에 울려퍼졌다.


-내게로...오라. 네놈이 바라는 바를...이루어주마.


작가의말

으어어어...다들 비축분은 챙겨두시길 바랍니다.

늦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악마의 마력으로 성녀가 됩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8 68화 21.02.13 32 1 9쪽
» 67화 21.02.12 37 2 10쪽
66 66화 21.02.11 31 2 10쪽
65 65화 21.02.10 36 2 10쪽
64 64화 +2 21.02.09 37 2 10쪽
63 63화 21.02.09 30 2 10쪽
62 62화 +1 21.02.08 34 2 10쪽
61 61화 21.02.07 29 1 10쪽
60 60화 21.02.06 36 2 11쪽
59 59화 +2 21.02.05 35 2 10쪽
58 58화 +1 21.02.04 38 2 11쪽
57 57화 21.02.03 37 3 10쪽
56 56화 21.02.02 39 2 10쪽
55 55화 +2 21.02.01 45 2 10쪽
54 54화 +1 21.01.31 42 3 10쪽
53 53화 +1 21.01.30 44 3 10쪽
52 52화 21.01.29 38 3 10쪽
51 51화 21.01.28 40 3 11쪽
50 50화 21.01.28 37 3 10쪽
49 49화 +1 21.01.27 38 3 10쪽
48 48화 21.01.26 43 2 10쪽
47 47화 21.01.25 42 4 10쪽
46 46화 21.01.24 48 4 10쪽
45 45화 21.01.23 48 4 10쪽
44 44화 21.01.22 41 3 10쪽
43 43화 +1 21.01.21 44 4 10쪽
42 42화 +1 21.01.20 42 4 10쪽
41 41화 21.01.19 48 3 10쪽
40 40화 21.01.18 46 3 9쪽
39 39화 21.01.17 47 2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