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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마력으로 성녀가 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2 16:55
최근연재일 :
2021.03.13 2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4,822
추천수 :
239
글자수 :
462,818

작성
21.01.22 20:00
조회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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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0쪽

44화

DUMMY

"그러니까...다시 태어날 신수님과 제가 계약을 맺게 해달라는 게 맞죠? 제가 제대로 이해한 건가요?"

-바로 그러하다.

"으으. 저같은 걸로 괜찮으시겠어요?"

-왜 그렇게 자신에게 자신이 없는 모습을 보이는가? 내 비록 지금은 아무것도 볼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네 영혼의 선함은 똑똑히 보인다. 그대라면 내 주인으로서 더 할 나위가 없겠지.

"하, 하지만...전 시골 출신에, 또 아는 것도 없구..."

-그런 것은 중요치 않다. 태초부터 지금까지 내 안목은 틀린 적이 없으니 자신을 가지도록 하거라.

"야 안젤라. 싫으면 그냥 거절해도 된다고? 아니, 저런 거 애완동물로 삼아 봤자 커다래서 관리하고 힘들고 말이야. 뭐 하나 이득 볼 게 없다고 생각하는데?"


옆에서 감동적인 분위기에 초를 치는 루시퍼였지만 안젤라는 무시하고 고민에 빠졌고, 엘비오니스는 자상한 목소리로 안젤라를 독려했다. 안젤라는 그래도 머뭇거리는 태도를 버리지는 못했지만, 오랜 고민 끝에 고개를 끄덕였다.


"부, 부족한 몸이지만. 최선을 다해볼게요. 신수님."

-그래. 부디 나를 잘 부탁한다. 그럼 이제 내 몸을 구속하는 사슬을 파괴해주면 된다. 내 몸은 이미 죽은 상태이나 다름이 없으니 육신에 가해지는 손상에는 신경을 쓰지 않아도 좋다.


결정을 내린 안젤라는 신성력을 끌어올리며 엘비오니스의 곁으로 다가갔다. 굳이 안젤라가 신성력을 사용하지 않고 루시퍼에게 파괴를 부탁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래도 자신이 책임지게 된 목숨이니 전대의 끝마무리는 직접, 그리고 자상하게 지어주고 싶다는 것이 안젤라의 마음이었다.


안젤라의 몸에서 나온 신성력이 엘비오니스의 거체를 상냥하게 감쌌고, 엘비오니스의 몸을 속박하던 검은 사슬들이 마치 불에 달구어지듯 황금빛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이건...


신성력에 휩싸인 엘비오니스의 몸에 달라붙어있던 피딱지와 흙먼지들은 정화되어 사라졌고, 엘비오니스의 순백의 털이 모습을 드러냈다.


완전히 황금빛으로 변색된 사슬들은 유리창 깨지는 소리와 함께 박살나기 시작했고, 사슬이 사라지자 엘비오니스의 육체도 빛나는 백색의 가루가 되며 흩어지기 시작했다.


-긴...시간이었다. 이제 이번의 생을 끝마치고, 다음의 생을 향해 가는구나. 안젤라. 세계의 명운이 너에게 달렸으니, 부디 이 나를 올바른 길로 인도해다오."

"노력...아니, 알겠어요. 신수님. 수고 많으셨어요."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엘비오니스의 입꼬리가 마치 미소를 짓듯이 올라갔고, 엘비오니스의 육신은 빛나는 백색의 가루가 되어 허공으로 사라져버렸다.


"이건..."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빛나는 가루 속에서 둥그스름한 무언가가 있었고, 안젤라는 그것을 집어들었다.


"아, 알...인가요?"


어째서인지 포유류로 보였던 엘비오니스가 사라지고 남은 것은 전생의 엘비오니스처럼 희마한 백색으로 빛나는 순백의 알이었고, 사람 머리통만한 크기의 알은 제법 묵직했다.


"신수는 태어날 때마다 다른 모습으로 변하지. 저번엔 사자의 형상이었지만, 이번에는 뭐, 새라도 나오려나?"

"어, 어쩌죠...이 모습으론 계약은 못 할 거 같은데요?"


안젤라는 손에 든 알과 마주보고 엘비오니스의 이름을 불렀지만 알에서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부화할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군. 태어난 직후라도 전생의 기억은 남아있으니 계약에는 순순히 응할 거다."

"네. 그런데 시간이 제법 많이 지났네요."

"음. 그렇군. 하교 시간은 진작에 지났겠는걸."


루시퍼가 별 거 아니라는 투로 말한 말에 안젤라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으...오늘 하루 수업을 통째로 날려버렸어요오. 어쩌면 좋죠..."

"대륙의 왕 노릇 하는 놈들이 지금의 니 꼴을 보면 기가 막혀 하겠군. 신수의 주인이 된 자가 하는 걱정이 고작 수업을 빼먹었다는 거라니."


신수의 주인이라는 칭호는 그 자체로 세계를 구원하는 영웅이라 볼 수 있는 상징적인 위치였기에 그 명성을 바탕으로 국토를 엄청나게 확장시키거나 아예 새로운 나라의 왕이 된 사례도 빈번했기에 신수의 알을 들고 소박한 걱정을 하는 안젤라의 모습은 오히려 이질적이었다.


"그, 그래도 걱정되는걸요. 이제 갓 전학 온 전학생이 벌써부터 수업을 빼먹는 건 좋지 않다구요."

"네이네이, 그런 걱정은 일단 집에 가서 하자고. 언제까지고 이런 우중충한 장소에 있을 수도 없을 거 아니야."

"그, 그러고보니 벽 부순 것도 해결을 해야 하는데요..."

"그런 건 시치미떼면 그만이야."

"에, 에에에. 나쁜 짓이잖아요 그건."

"아~몰라몰라."


안젤라가 계속 신성력을 사용하게 유도해야만 하는 루시퍼였기에, 옆에 신수라는 강력한 아군이 생기는 상황이 영 달갑지 않은 루시퍼였다.


"어지간한 트러블은 신수 놈이 거의 해결할텐데...이렇게 되면, 음? 아니 잠깐만."


고민하던 루시퍼는 역발상을 떠올렸다.


"신수의 주인이라는 감투를 쓰고 있으면 어쩔 수 없이 전장으로 끌려나갈 일도 많아질 테고, 그러면 신수 하나의 힘으로는 감당이 안 되는 일도 자주 일어날 테니 오히려 이득...인가?"


예로부터 신수의 주인은 모든 전장의 선봉에 서는 자였다. 안젤라의 성격에 싸우는 일을 좋아할 리는 없지만 신수의 생각에도, 루시퍼의 생각에도 대륙의 대혼란은 예정된 일이니 신수의 주인인 안젤라가 싸우게 될 일도 자연스레 많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을 끝낸 루시퍼는 악마적인 미소를 띄었고, 안젤라는 혼자서 중얼거리다가 씩 웃는 루시퍼에게 머뭇거리며 말을 걸었다.


"악마님? 무슨 생각을 그리 하세요?"

"어? 아무것도 아냐. 그냥 뭐, 이것저것."


다시 기분이 좋아진 루시퍼는 놀랍게도 아직까지 옆에서 빛나고 있던 빛의 구체를 돌아가는 방향 쪽으로 이동시키며 앞장섰다.


"까짓거 기분이다. 벽 부서진게 그렇게나 신경쓰이면 이몸이 고쳐주마."

"지, 진짜요?"

"그래. 마력이 좀 아깝지만 사실 별 것도 아니니."

"마, 만세!"


기물 파손이라는 교칙 위반은 어찌저찌 해결되었으나 무단 결석이라는 위반은 어떻게 되지도 않았기에 안젤라는 신나하다가 다시 시무룩해지는 감정의 파도타기에 휩쓸렸다.


돌아가는 길에서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통로 밖을 빠져나오자 이미 밖은 노을이 지고 있었다.


"으...혹시나 했지만, 이 시간이면 특별 교습도 못 받을 시간이네요."

"그래. 이미 전부 다 퇴근했을 거다. 정말 아무도 없군."


붉은 노을 속에서 적막한 학교 건물을 둘러보던 루시퍼가 무너뜨린 벽을 마법으로 대충 다시 세우고 난 뒤에 안젤라와 루시퍼는 숙소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읏차."


얼마 없는 돈으로 신수의 알을 내려놓을 두꺼운 담요를 사온 안젤라가 그 담요 위에 조심스럽게 신수의 알을 내려놓았고, 루시퍼는 팔짱을 끼며 말했다.


"이래뵈도 신수의 알이니 그런 거 없이도 잘 자랄텐데?"

"그, 그래도 조금이라도 따뜻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아주 지극정성이시군."


어지간한 충격에도 깨지기는 커녕 실금조차 가지 않을 신수의 알이었고, 또 설령 깨진다 하더라도 다시 태어날 신수였기에 루시퍼는 대충 방치해두자고 말했지만, 안젤라는 허락하지 않았고, 이왕 책임지게 된 거 가능한 한 정성껏 신수의 알을 돌보기로 했다.


"신수님은 언제쯤 알을 깨고 나오실까요?"

"글쎄다. 안에 뭐가 들었는지 알 수가 없으니 예상조차 못하겠군."


알을 낳는 생물이 새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정말로 깨보기 전까지는 신수가 어떤 모습으로 태어날 것인지 예측조차 하기 힘들었다.


"어쩌면 개구리같은게 튀어나올지도."

"개, 개구리요?"

"아. 뱀은 어떠냐? 너 파충류 좋아해?"


보통 안젤라 나이대의 여자아이들은 파충류, 특히 뱀 같은 것이라면 질색을 했으므로 루시퍼가 능글맞은 미소를 띠며 안젤라를 놀려먹기 위해 운을 띄웠지만, 유감스럽게도 안젤라는 억척스러운 시골 소녀였다.


"딱히 싫어하지는 않는데요. 그러고보니 뱀은 구워먹으면 의외로 맛있어요."


집에 식량이 떨어서 산에서 뱀을 잡아 구워먹은 적이 있는 안젤라가 과거를 회상하며 중얼거렸고, 루시퍼는 그런 안젤라를 보며 인상을 찌푸리면서 물러났다.


"...나한테 추천할 생각은 하지 마라."

"악마님은 뱀 싫어하나요? 의외네요. 악마인데 말이죠."

"아니 뭐, 싫어한다기보다는. 그, 뭐시냐. 아무튼 내 앞에서는 뱀 같은거 잡아먹지 마라."


답지 않게 횡설수설하며 화제를 돌리는 루시퍼였다.


그렇게 잠시 잡담을 나누던 그들은 늦게라도 끼니를 때우고는 각자의 숙소로 돌아가 잠이 들었고, 무사히 다음 날의 아침이 밝았다.


"으음~잘 잤네요."


기지개를 펴며 자리에서 일어난 안젤라는 눈을 뜨자마자 신경 쓰이던 신수의 알부터 살폈다.


신수의 알은 어제와 다름 없는 모습으로 푸르스름한 새벽 공기 속에서 백색으로 빛나고 있었고, 무사한 모습에 안심한 안젤라는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옷을 갈아입고는 아침 식사를 위해 외출 준비를 했다.


"음...신수님의 알은, 방 안에 두면 되겠죠?"


마지막으로 한번 알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무슨 문제라도 없는지 확인한 안젤라는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갔고, 신수의 알은 홀로 방 안에 덩그러니 남겨졌다.


작가의말

뱀이 맛있는지 아닌지는 사실 잘 모릅니다.

닭고기 맛이랑 비슷하다는 정보가 있는데 실제 야생 뱀은 기생충 덩어리기 때문에 만에 하나 잡더라도 먹으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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