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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마력으로 성녀가 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2 16:55
최근연재일 :
2021.03.13 2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4,802
추천수 :
239
글자수 :
462,818

작성
21.02.10 20:00
조회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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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0쪽

65화

DUMMY

"내, 내가...어엿한 마법사가 될 수 있다구요?"

"두 번 말해주지는 않는다. 뭐, 너 하기에 달렸다는 것만은 알아둬라."

"네, 네! 명심할게요 스승님!"


마법 실습실의 창문마다 다닥다닥 붙어서 몰래 엘레나와 빌리언의 결투를 관전하던 학생들은 엘레나의 극적인 승리를 목격할 수 있었고, 결투의 결과가 나오자마자 빛살같이 뛰어나간 그들은 결투의 결과를 온 학교에 소문내기 시작했고, 점심시간이 끝날 때 즈음엔 학교에 결투 결과를 모르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을 지경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결투가 끝나고 점심 시간이 지나자 다시 수업 시간이 찾아왔고, 여느 때처럼 수업을 위해 교과서를 챙기려던 엘레나는 쏟아지는 시선을 온몸으로 느끼며 마치 일주일 전과 상황이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래도...뭔가가 다른 것 같아."


일주일 전에 느꼈던 시선에서는 대부분 의아함이 느껴졌었고, 가끔 비웃음이 느껴졌지만 지금 느껴지는 시선에서는 알 수 없는 고양감이 느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실제로는 시선 같은 것에서 그런 정보를 얻을 리는 만무했으니 아마 자신의 기분 탓이겠지만은.


"이것도 내가 성장했다는 증거일까?"


평상시의 엘레나라면 남들의 이목이 집중되면 새우처럼 몸을 웅크리고는 조심조심 발소리도 내지 않으려 하며 걸었겠지만 지금의 엘레나는 달랐다. 엘레나는 허리를 쫙 펴고, 당당한 걸음걸이로 학생들 사이로 당당하게 걸어나갔다.


-----


그렇게 엘레나의 다사다난했던 하루가 끝나고, 다음 날의 아침이 밝았다.


"안녕하세요. 엘레나. 오늘도 일찍 등교하셨네요."

"응. 안젤라. 좋은 아침. 헤헤. 일찍 등교하는 것도 이젠 완전히 습관이 되어버렸네."


사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엘레나가 누구보다도 빠르게 등교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안젤라와 만나기 전, 자존감이 바닥을 기고 있었던 엘레나였기에 사람을 만나는 것 그 자체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던 엘레나는 누구와도 마주치고 싶지 않았기에 아무도 없는 등굣길을 걸어 홀로 교실에 웅크리고 있었던 것이다.


"일찍 등교하는 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었던 건가요? 전 영락없이 엘레나가 성실한 덕분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말이죠."

"후후후, 비밀이야."

"에에~궁금한데요."


이제 자신의 힘으로 자신감을 되찾았으니 굳이 숨길 이유도 없었지만 엘레나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웃을 뿐이었다.


"저도 좀 더 일찍 등교해보려고 노력을 해 봐야겠네요."

"에? 왜? 지금 시간도 충분히 이른 시간 아니야?"


안젤라가 아침 일찍 일어나 등교를 하는 이유는 교실의 청소를 위해서였다. 딱히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건만 워커 홀릭이라도 불러도 좋을 만한 인생을 살아온 안젤라였기에 그저 공부만 하면 되는 학교 생활은 오히려 좀이 쑤셨기에 자발적으로 나서서 하는 일이었다.


"후후후. 그렇긴 하지만 학교 생활에서 동경하던 점이 있거든요."

"동경하던 점? 뭐야? 혹시 아무도 없는 교실에 제일 먼저 도착하는 거?"

"그것도 재미있어 보이기는 하지만요. 친구와 함께 나란히 서서 등교를 해보고 싶었어요."

"함께...등교?"


엘레나로서는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생각이었고, 지금까지는 할 수도 없었던 생각이었다.


"네. 함께 있으면 즐거운 사람과 같이 익숙한 등굣길을 걷는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즐거울 것 같으니까요."

"...그래. 확실히, 즐거울 것 같아."


잠시 씁쓸하게 웃은 엘레나는 다시 밝은 안색으로 돌아와서는 안젤라에게 제안했다.


"그럼 말이야. 내가 조금 늦게 등교하면 안젤라와 같이 등교할 수 있겠네?"

"네? 일찍 등교하는 이유가 있었던 거 아닌가요?"

"후후후. 그 이유는 이제 사라졌거든."


엘레나는 그렇게 말하며 화사하게 웃었다.


-----


그렇게 두 소녀가 약속을 나눈 뒤에, 평소처럼 청결하게 정리한 교실에 다른 학생들도 한명씩 등교를 하기 시작했고, 오늘은 웬일로 루시퍼가 아침 조회가 시작하기 직전이 아닌 조회 5분 전에 등교를 해 화제가 되었다.


"세상에! 루시퍼군이야!"

"버, 벌써 아침 조회 시간인가?"


이제는 거진 알람 취급을 받는 루시퍼였지만 그는 딱히 다른 학생들의 말 따위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 안젤라와 엘레나에게 고개를 한번 까딱하고는 자신의 자리에 앉을 뿐이었다.

그렇게 루시퍼까지 출석을 했지만 의외로 지각을 하는 일은 적었던 빌리언은 교실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아침 조회 시간이 되어 갈루에 선생이 교실에 들어왔다.


"다들 좋은 아침입니다. 어라, 빌리언군은 결석인가요?"


갈루에 선생의 말에 학생들 사이에서 킥킥거리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어제의 결투로 엘레나의 위상이 올라간 만큼, 빌리언의 위상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평소에 빌리언은 인격적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에 그동안 드러내지는 못했지만 그를 싫어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았다, 그런 학생들이 학교 내에서 최약체 취급을 받던 엘레나에게 빌리언이 패배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그를 헐뜯기 시작했고, 단 하루만에 학교의 폭군으로 군림하던 그의 지위는 나락까지 추락했다.


"키키킥. 거품 왕자가 쫄려서 도망간 모양이야."

"거ㅋㅋ품ㅋㅋ왕ㅋㅋ자ㅋㅋ."

"그럼 오늘 예정된 루시퍼군과의 결투는 어떻게 되는거지?"

"당연히 루시퍼의 판정승이지. 하긴, 그 엘레나에게도 발린 빌리언인데 싸운다고 해도 루시퍼에게 이길 리가 있겠어?"

"그건 또 그렇구만."


그런 입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퍼져나가 어느 새 빌리언은 학교 전체의 조롱의 대상이 되어 있었다. 평소의 경솔했던 행동이 돌아온 인과라고는 하지만, 안젤라는 이 광경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왜 그래 안젤라? 표정이 안 좋은데."

"그냥 좀..."


엘레나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안젤라를 살폈지만 안젤라는 자신의 본심을 숨겼다. 빌리언에게 직접적으로 괴롭힘을 당해온 엘레나에게 빌리언이 불쌍하다는 얘기를 꺼내는 것은 조금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나는 조금...기분이 이상하네."

"기분이 이상하다구요?"

"뭐라고 딱 잘라서 말하지는 못하겠는데, 이 광경을 보고 있자면 가슴이 답답해지는 느낌이야."


엘레나가 미묘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오늘의 아침 조회가 끝나고, 학생들은 저마다의 교실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채로 점심 시간이 다가왔다. 빌리언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고, 루시퍼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하품을 하면서 식당으로 향하려 하다가 발걸음을 멈추고는 중얼거렸다.


"그러고보니 결투가 있었지. 이거 막상 당일이 되니까 귀찮은걸."

"그, 그렇다고 안 갈 생각은 아니죠?"


설마 하는 마음에서 안젤라가 물었고, 루시퍼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럴 리가 있겠냐. 뭐, 후딱 끝내고 밥이나 먹자고."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주며 루시퍼는 마법 실습실 쪽으로 걸어갔고, 안젤라와 엘레나도 그 뒤를 따라갔다.

마법 실습실 주변에는 여전히 많은 학생들이 모여 있었지만 어제보다는 확연히 적은 수였다. 학교 최강과 최약의 싸움이라는 자극적인 캐치프레이즈가 없으니만큼 당연한 사실이었지만 어째 남학생들의 수에 비해 여학생들의 수가 확연히 많아 보이는 것은 기분 탓만은 아닌 것 같았다.


"루시퍼군 힘내!"

"화이팅!"


대체 언제 준비한 건지 응원 문구가 적힌 팻말까지 준비한 여학생들의 노고에 루시퍼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도 그렇게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은 듯 했다.


"이거야 원. 지극정성이시구만."

"...기뻐보이네요. 루시퍼."


왠지 뚱한 표정으로 말하는 안젤라에게 루시퍼는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여 눈높이를 맞추었다.


"어이쿠. 설마 질투하는 건가?"

"서, 설마요. 제가 질투 같은 걸 할 이유가 뭐가 있겠어요."


고개를 돌리며 능글맞은 루시퍼의 시선을 피하는 안젤라. 하지만 루시퍼는 그런 안젤라의 양 볼을 잡아 주욱주욱 늘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표정은 뭘까? 질투가 아니라면 뭐가 불만인데?"

"우우...아파요오."


안젤라는 새처럼 팔을 버둥거리고 나서야 루시퍼의 손아귀에서 탈출할 수 있었고, 엘레나의 뒤에 몸을 숨겼다.


"아, 아무튼! 늦으면 안 되니까 빨리 들어가죠."

"예이예이. 우리 성녀님께서 하시라는데 해야죠~"

"서, 성녀?"

"우, 우와아아!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요!"


고개를 갸웃하는 엘레나의 앞에서 어떻게든 얼버무리려고 난리를 치는 안젤라를 무시하며 루시퍼는 마법 실습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어이쿠. 이게 누구신가."


마법 실습실 내부에는 선객이 있었다. 바닥에 정좌한 채로 눈을 감고 있는 적발의 남자는 바로 빌리언. 오늘 하루 종일 보이지 않던 그가 대체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다른 학생들의 추측처럼 도망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왔나."

"뭔데 안 어울리게 무게를 잡고 있냐. 넌 경박한 게 특징 아니었냐?"


루시퍼의 가차 없는 빈정거림에 빌리언이 꿈틀했지만 표정을 일그러뜨리면서도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오늘의 나는 방심하지 않아. 비록 어제는 저 고블...사르미드에게 마력이 없는 줄로만 알았기에 방심해서 실수를 좀 했지만, 오늘은 시작부터 전력으로 간다."


어제 결투에서 패배한 빌리언은 의식을 되찾자마자 노발대발하기 시작했지만 어찌 되었든간에 약속은 약속. 결국 다른 학생들 모두가 보는 앞에서 공개적으로 엘레나에게 지금까지 해왔던 짓을 사과하고, 다시는 그녀를 고블린이라 부르며 모욕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었기에 또 습관적으로 엘레나를 고블린이라고 부르려다가 말을 고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작가의말

내일부터 설연휴로군요. 지금 이 화를 쓰고 있는 시점에서 세이브 원고는 단 하나도 쌓이지 않았습니다. 하하. 비극이로군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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