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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마력으로 성녀가 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2 16:55
최근연재일 :
2021.03.13 20:00
연재수 :
9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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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47
추천수 :
239
글자수 :
462,818

작성
21.01.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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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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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48화

DUMMY

"...어디 아픕니까 안젤라양?"


교편을 잡은 겔피온 선생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니요? 괜찮은데요?"

"그럼 왜 그런 복장을 하고 수업을 들으러 온 거죠? 저희 학교에 일과 학업을 병행해도 좋다는 교칙이 있기는 하지만 그건 좀 아니지 않나요?"


겔피온 선생이 지적하고 있는 것은 안젤라의 옷차림이었다. 지금 안젤라의 옷차림은 다름 아닌 메이드복. 안젤라는 미리엘에게 당분간 메이드로 일하게 해달라는 부탁을 했던 것이다.


"그. 특별한 사정이 조금 있어서요."

"...굉장히 거슬리지만, 학업에 지장이 가지 않는 정도로 부탁하죠. 아. 그리고 안젤라양에게는 용건이 있으니 수업 후에 잠시 저 좀 봅시다."

"네, 넵."


겔피온 선생은 그렇게 말하고는 수업을 시작했다.


"역시 괜찮은 것 같네요."


안젤라는 중얼거리며 속으로만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도 그럴 것이 다들 안젤라의 옷차림만 신경을 썼지 옆에 당당하게 놓여있는 신수의 알이 든 덮개 달린 바구니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이다.


보통 시중은 주인의 수발을 들기 위해 필요한 도구들을 소지하고 다니는 경우도 있었고, 그렇기에 이런 커다란 바구니를 상시 휴대하고 다닌다고 해서 이상할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별 탈 없이 수업이 끝났고, 안젤라는 용건이 있다는 겔피온 선생과의 면담을 위해 다른 학생들이 빠져나가는 동안에도 얌전히 교실에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학생들이 모두 다음 수업을 위해 빠져나가고, 겔피온 선생이 교과서를 정리하며 입을 열었다.


"제 용건은 당연히 알고 계시겠죠."

"모, 모르겠는데요..."

"어떻게 그런 뻔뻔한 소리를! 물론 바오로의 신념에 관한 건입니다!"

"아, 맞다."


이제야 겔피온 선생이 바오로의 신념이 발하는 광채가 사라지지 않는 일로 노발대발했던 일이 떠오른 안젤라였다. 사실 그 일도 사건이라면 사건이지만 바로 직후에 신수의 일이 벌어졌기에 그만 기억에서 잊혀져 버린 것이었다.


"크흠! 아무튼, 본단에서 바오로의 신념을 조사한 결과가 오늘 아침에 도착했습니다.


당시에는 머리에 열이 올라서 무작정 안젤라를 비난했던 겔피온 선생이지만 일단은 그도 교사. 갈루에 선생의 일침을 듣고 무작정 안젤라를 탓할 수만은 없다는 사실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기에 이 사건에 대한 악감정은 거의 남아있지 않은 상태였다. 조사 결과가 나쁘지 않기도 했고.


"일단은 이상 없음...이라고 하더군요."

"이상이 없다구요?"

"그래요. 당장 눈으로 보이는 이상이 떡하니 있는데 조사를 제대로 한건지 만건지 원. 어찌됐든 안젤라양이나 제게 물을 책임 소재 같은 건 없다는 말이니 안심해도 좋습니다."


일단은 책임이 없다는 말에 안젤라는 안심했고, 겔피온 선생은 이어 말했다.


"그리고 본단에서 자세한 조사를 위해서 안젤라양이 한번 방문해줬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주말 중에 다녀오면 될 것 같네요."

"주말에요? 주말에는 학교 쉬어요?"

"그거야 당연하죠. 학생들이야 가만히 앉아서 듣기만 하면 되니 일주일 내도록 수업을 들어도 상관 없겠지만 교사들에게는 수업 자료를 정리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일반적인 학생들이 들었다간 우리도 놀 시간이 필요하다며 울분을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설 발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은 겔피온 선생이었지만 유감스럽게도 안젤라는 일반적인 학생이 아니었고 그런 겔피온 선생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오오. 그렇군요."

"...알면 됐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도록 하죠."


겔피온 선생은 그렇게 말하고는 교실 문을 열고 나가버렸고, 안젤라도 다음 수업을 위한 준비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어쩌다보니 또다시 미리엘을 따라다니게 된 사태에 엘레나가 안젤라의 치맛자락을 잡고 울며 매달리는 소란이 있긴 했지만 그것 외에는 별 탈 없이 수업시간이 지나갔고, 대망의 특별 교습 시간이 찾아왔다.


"..."


그리고 지금 이것은 무슨 상황인가 하면, 어떤 영문에서인지 루시퍼가 특별 교습이 있는 교실의 문을 막고 비켜주지를 않고 있는 것이다.


"저기, 루시퍼?"

"..."

"저기, 비켜 주면 좋겠는데요."

"음."


완전한 무표정으로 안젤라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찬찬히 훑어본 루시퍼는 뭔가 납득했다는 듯이 고개를 한번 끄덕이더니 딱 한마디를 하고는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버렸다.


"합격."

"...네?"


루시퍼는 당연하다는 듯이 의문 섞인 안젤라의 중얼거림을 씹었고, 안젤라는 머리 위에 물음표를 두 세개는 띄운 듯한 표정으로 교실에 들어갔다.


"설마 했지만 역시나 왔군. 이 뻔뻔한 새끼."

"새끼라니. 전 어엿한 어른입니다만."


교실 안에서는 갈루에 선생이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교과서를 정리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교사 분들에게 들었습니다. 저에 대해서 캐고 다니신다지요?"

"입이 싼 놈들이로군."

"이유가 뭡니까? 전 털어 봤자 먼지 하나 안 나올 청렴결백한 사람이라구요."

"웃기는 소리를 하는군. 수상함이 넘치다 못해 줄줄 흐르고 있는 주제에."

"너무하네요. 그러는 루시퍼군도 수상하기는 매한가지면서."

"똑같이 취급하면 곤란한데."


또다시 언쟁이 시작될 기미가 보이자 안젤라는 안절부절못하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본 루시퍼가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당장 뭔가를 할 생각은 없으니까 안심해라. 저 수상한 놈을 족치는건 충분한 자료가 모인 뒤다."

"이야~살벌하네요. 근데 저에 대한 자료 같은 건 진짜로 없다니까요."


갈루에 선생은 한숨을 내쉬며 그렇게 말하고는 교과서의 오늘 배울 부분을 펼쳤다.


"어쨌든, 뭘 하든 간에 다음에 하도록 하시죠. 우선은 안젤라양이 정상적으로 수업에 따라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우선입니다."

"용케도 의견이 맞는군. 이녀석이 수업시간에 쩔쩔매는 걸 보는 건 재밌지만, 언제까지고 그런 모습을 보이면 꼴이 우스워지니까."

"저, 절 보면서 재밌다고 생각했어요? 너무해요 루시퍼."


안젤라는 가볍게 투덜거렸고, 루시퍼는 다시 한 번 가볍게 안젤라의 소심한 반항을 씹어주었다.


"그런데 안젤라양.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게 있습니다."

"네? 뭔가요?"

"그 옷. 마음에 든 건가요?"

"마, 마음에 들기는 하지만...그런 이유는 아니고 개인적인 사정이 조금 있어서."

"그런가요. 뭐 상관없겠죠. 자. 시작합시다."


다행히도 루시퍼는 더 이상 갈루에 선생에게 시비를 걸 생각은 없어보였고, 나름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안젤라를 위한 특별 교습이 오늘도 시작되었다.


-----


그렇게 별 탈 없이 한 달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수도 있는 그 시간 동안 안젤라는 한 달여간의 특별 교습을 끝낸 결과 기초 지식을 탄탄히 쌓을 수 있었고, 학교에 들어온 목적인 신성력의 운용 방법 또한 빠른 속도로 익힐 수 있었다. 비록 겔피온 선생이 성격이 그리 좋다고는 하지 못했지만 교사로서의 재능은 일류였기 때문이었다.


한 달이라는 긴 시간동안 쭉 메이드복에 커다란 바구니라는 특이하기 짝이 없는 복장으로 학교에 다닌 안젤라는 몇몇 특이한 취향을 가진 남학생들이 비밀리에 만든 팬클럽의 회원수를 비약적으로 늘리는 쾌거를 이루었다. 정작 본인은 그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지만, 미리엘은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듯 안젤라를 몰래 훔쳐보는 남학생들을 조용히 제재시켰기에 남학생들이 도를 넘는 짓을 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엘레나는 약 3일 동안은 안젤라 없이 꿋꿋이 수업을 듣는가 싶더니 지금까지는 대체 어떻게 혼자 수업을 들었던 것인지 안젤라에게 울며 매달리기 시작했고, 안젤라가 미리엘에게 특별히 허가를 얻어 하루 수업의 반은 미리엘과, 반은 엘레나와 듣도록 조정했기에 나름 만족스러운 학교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째선지 평소에는 다른 학생들과는 대화도 잘 하지 않는 엘레나였지만 안젤라의 비밀 팬클럽 회원들과 쑥덕거리는 모습이 가끔 포착되는 듯 했다.


미리엘은 겉으로는 딱히 변한 게 없지만, 학교 내에서 수발을 들어주는 안젤라가 너무나도 능숙한 탓에 메이드와 함께하는 학교 생활에 익숙해져 버렸고, 최근 그 사실을 깨달은 미리엘은 가끔 복잡한 표정으로 안젤라를 바라보게 되었다.


그리고 루시퍼는 여전히 갈루에 선생의 뒤를 캐고 있었지만 그의 능력으로도 좀처럼 갈피를 잡기가 힘든지 요즘은 말을 걸면 조금 까칠한 반응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바오로의 신념에 관해서는, 안젤라의 숙소 자체가 본단에 있었기에 그날 당일 안젤라는 본단으로 찾아가 검사에 응했지만, 딱히 특별한 결과는 얻을 수 없었다.


신수의 알은 한 달 사이에 여러번 꿈틀거리며 안젤라를 깜짝 놀라게 했기에, 당장이라도 부화할 것 같은 모습이었지만 아직 알껍질에는 특별한 변화가 없었다.


그리고 오늘, 평소처럼 안젤라는 이제는 완전히 익숙해진 메이드복 차림과 신수의 알이 든 바구니를 들고 평소처럼 엘레나가 기다리는 교실에 등교를 했고, 학생들이 하나둘씩 반으로 들어와 자기네들끼리 떠들기 시작했다.


"얘들아. 그거 들었어? 오늘 빌리언이 정학에서 복귀한대."

"뭐? 진짜? 벌써 한 달이 지났다고?"

"정학...이요? 무슨 얘기인가요?"


한 달 사이에 제법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끼어드는 법도 익힐 수 있었던 안젤라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학생들 사이의 잡담에 참여했다.


"아. 안젤라는 모르겠구나? 그러고보니 그 녀석이 정학을 먹은 다음 날에 바로 전학을 왔으니."

"정학이라면...무슨 잘못을 해서 학교에 나오지 못하는 벌을 말하는 거죠?"

"맞아. 나도 자세한 건 모르지만...다른 반 학생을 일방적으로 폭행해서 정학을 먹었대."

"포, 폭행이요?"


안젤라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고, 학생들은 항상 리액션이 좋은 안젤라를 보며 흥이 솟아서 이야기를 계속했다.


작가의말

의도치 않게 자꾸 메이드복을 입게 되는 안젤라.

딱히 작가의 개인 취향이 반영된 건 아닙니다.

그러고보니 메이드복은 펭귄이랑 색이 비슷하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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