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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마력으로 성녀가 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2 16:55
최근연재일 :
2021.03.13 2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4,840
추천수 :
239
글자수 :
462,818

작성
21.01.31 20:00
조회
42
추천
3
글자
10쪽

54화

DUMMY

"가버렸네요."

"그렇군. 여러모로 소란스러운 녀석이었다."

"긴장 때문에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어요."


티는 내지 않았지만 난폭한 성정의 빌리언 앞에서 제법 긴장을 했었던 안젤라는 이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방금 전까지 빌리언이 앉아 있던 벤치에 주저앉았다.


"그건 그렇고 그 겁쟁이 여자도 제법인걸. 아무리 니 보조가 있다고는 하지만 저 시끄러운 놈한테 대항할 생각을 하다니 말이야."

"아하하하. 그러게요. 정말 그러면 좋겠는데."


안젤라의 옆에 털퍼덕 주저앉으며 하는 말에 안젤라가 미소를 띠며 대답했고, 그 말에 루시퍼는 뜨악한 표정으로 안젤라 쪽을 돌아보았다.


"너, 설마..."

"뭔가요?"

"그 겁쟁이 여자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이런 짓을 벌인거냐?"

"..."


슬쩍 고개를 돌리는 안젤라의 모습에 루시퍼가 안젤라의 머리를 양 손으로 붙잡고 강제로, 하지만 너무 거칠지는 않게 자신 쪽을 바라보게 만들었다.


"어이. 똑바로 이쪽을 봐라."

"휘이..."


고개가 돌려지자 이번에는 시선을 피하며 여전히 부르지도 못하는 휘파람을 불려고 하며 딴청을 피우는 안젤라의 모습에 루시퍼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너도 생각보다 대책 없는 놈이로군. 설마 단독으로 이런 큰일을, 이렇게 빨리 벌일 줄이야."


지금 시간은 아직 점심 시간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점심 시간이 시작할 때 즈음 사건이 터졌으니 거의 고민을 하지 않고 이런 일을 벌렸다는 뜻이었다.


"이건 배짱이 좋다고 해야 할지, 생각이 없다고 해야 할지."

"우...생각은 제법 많이 해 봤거든요?"

"하긴 뭘 해. 생각할 시간이 없었는데."


루시퍼의 말은 정론이었지만, 안젤라는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것인지 당당한 태도로 말했다.


"그야 빌리언군의 일은 새로 터진 일이긴 하지만 수단 자체는 꽤 오래 전부터 생각해 왔던 거거든요."

"전부터 생각해 왔었다고?"

"네. 원래는 미리엘에게 사용할 방법이었는데 말이죠."


확실히 안젤라의 말대로 아무 생각도 없이 저질렀다기에는 안젤라가 엘레나에게 걸어준다는 축복도 신경이 쓰였다. 루시퍼가 알기로 아직 신성력의 운용이 완전히 익숙하다고는 할 수 없는 안젤라는 압도적인 신성력의 농도로 신성력을 염동력처렴 운용하거나, 치유 외에 다른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은 서툴렀기 때문이었다.


"그 축복이라는 거. 효과는 어떻게 되지?"

"궁금하면 직접 받아 보실래요? 아. 그런데 루시퍼에게는 별 효과가 없을 것 같기도 하구..."

"절대 사양이다. 아무리 지금은 인간의 몸이라지만 네놈의 신성력을 직접 몸에 끼얹는다니 상상만 해도 끔찍해."


신성력에 의한 피해를 받지 않는 지금이라지만 신성력에 대한 껄끄러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고, 한번 안젤라에 의해 거의 죽을 뻔한 경험이 있는 루시퍼는 거의 트라우마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며 몸서리를 쳤다.


"그러지 마시고 시험 삼아 한 번..."

"어, 어림도 없지. 어어...야. 하지 마라? 진짜로?"


어지간해서는 보여주지 않는 루시퍼의 약한 모습에 안젤라는 심술궂은 미소를 띠며 양팔을 쫙 벌리고는 루시퍼에게 겁을 줬고, 머릿속으로는 안젤라가 그런 짓을 할 리가 없다고 냉철한 판단을 내린 루시퍼였지만 몸은 자기도 모르게 안젤라에게서 슬금슬금 멀어지고 있는 그였다.


-----


"안젤라도, 루시퍼군도 어디로 가버린 걸까? 갑자기."


빌리언 사건이 있었던 직후, 식사를 흡입하듯이 후딱 해치워버린 안젤라는 잠깐 볼일이 있다며 어딘가로 가버렸고, 루시퍼 역시도 식사를 느긋한 태도로 끝낸 후 안젤라가 신경쓰인다면서 그녀를 찾으러 가버렸다. 혹시라도 찾으러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식당에 가만히 앉아서 안젤라와 루시퍼를 기다리던 엘레나였지만 이제 거의 점심시간이 끝나갔기에 언제까지고 식당에 멀뚱히 앉아 있을수만은 없어 보였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식당의 벽에 걸려 있는 시계를 확인한 엘레나는 어쩔 수 없이 다음 수업의 준비를 위해서 자리에서 일어나 교실 쪽으로 향했다.


"수업 시간에는 돌아오겠지?"


이것저것 사건이 많았던 입학 초기의 일 때문인지 출석에 대해 엄청난 집착을 보이게 된 안젤라의 성격상, 정말 어지간한 일이 아니면 수업 시간을 빼먹는 안젤라의 모습은 쉽게 상상할 수 없는 그녀였다.


그렇게 종종걸음으로 교실을 향하는 엘레나는, 어째서인지 자신을 보며 쑥덕거리는 몇몇 학생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뭐, 뭐지...? 내가 또 뭘 잘못했나?"


지레 겁을 먹은 엘레나는 어깨를 움츠리며 걷는 속도를 높여 가능한 한 빨리 교과서를 챙겨 수업이 있는 교실로 향하려 했다.


"으으...진짜 뭐야?"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그녀를 바라보며 쑥덕거리는 학생들의 수는 점점 늘어만 갔고, 이에 적지 않은 부담을 느낀 엘레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바닥만 쳐다보며 걷기 시작했다.


"다들 왜 이러는 거야아..."


시선을 피해도 쑥덕거리는 소리는 멈추지 않았고,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울상이 된 엘레나는 상황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라며 걷는 데에만 집중했고, 그때 누군가가 그녀에게 말을 걸어왔다.


"사르미드양."

"우, 우와아앗! 뭐, 뭔진 몰라도 잘못했어요!"


기어코 올 게 왔다는 생각에 지레 겁을 먹은 엘레나는 머리를 감싸며 몸을 웅크렸고, 목소리의 주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은 잠시 말이 없더니 웅크려앉은 엘레나를 일으켜 세워주었다.


"일단 진정하세요. 그냥 얘기를 나누러 온 겁니다."

"으...누구?"


엘레나를 일으켜 세워준 것은 엘레나로서는 의외의 인물이었다.


"도, 도미니크...양?"

"이제 좀 진정이 되나요?"


늘 그렇듯이 침착하고 당당한 미리엘의 모습을 보며 엘레나도 덩달아 진정이 되는 것을 느꼈고, 간신히 심호흡을 하며 떨리는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리고 미리엘은 엘레나가 어느 정도 진정을 하자 그녀와 살짝 거리를 두고 멀어졌다.


"무, 무슨 일이에요?"

"오히려 제가 묻고 싶은 말이에요. 당신, 도대체 무슨 일을 한 건가요?"


눈살을 찌푸리며 묻는 미리엘의 질문에 고개를 갸웃하는 엘레나. 그 모습을 본 미리엘이 황당한 표정으로 물었다.


"설마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건가요? 저 많은 사람들이 지금 전부 사르미드양의 얘기를 하고 있는데?"

"제, 제 얘기를요? 왜요?"

"그 모습을 보아하니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것 같네요."


미리엘은 한숨을 내쉬며 엘레나에게서 등을 돌렸다.


"어쩌다가 사태가 이렇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저와는 관계 없는 일입니다. 자세한 얘기는 안젤라양에게서 직접 듣도록 하세요."

"아, 안젤라?"


어째서 갑자기 안젤라의 이름이 튀어나오는 것인지 의아해하는 엘레나를 뒤로한 채 미리엘은 학생들 사이에 섞여 사라져버렸고, 엘레나는 잠시 멍한 표정으로 서있다가 떨어트린 책을 주워 수업이 있는 교실로 들어갔다.


침중한 표정으로 들어온 교실에서는 안젤라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고, 그 옆에서는 루시퍼가 평소처럼 뚱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평소와 같은 표정으로 자신을 맞아주는 안젤라의 모습에서 조금은 안도감을 느낀 엘레나는 서둘러 안젤라의 옆자리에 착석했다.


"아, 안젤라."

"어서와요 엘레나. 기다리고 있었어요."

"으, 응...그, 그런데 안젤라.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말씀하세요."


조심스럽게 안젤라를 올려다보며 말하는 엘레나의 모습에 안젤라는 뭔가 짐작 가는 게 있는 듯 했고, 그 태도에 조금 겁을 먹은 엘레나는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다른 애들이 전부 내 얘기만 한다는데. 혹시 뭐 알고 있는 거 있어?"


지금 이렇게 얘기를 나누고 있는 지금도 몇몇 학생들이 안젤라와 엘레나가 앉아 있는 맨 뒷자리를 돌아보며 수군거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네. 알고 있어요."

"다, 다행이다. 혹시 비밀로 하고 있는 게 아니면 나한테도 말해줄래? 다들 내가 모르는 얘기만 하니 좀 불안해서..."

"그 전에, 먼저 사과를 해야겠네요."

"으, 응?"


안젤라는 굳은 표정으로 엘레나를 향해 고개를 숙였고, 엘레나는 허둥대며 그런 안젤라에게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가,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고개를 들어 줘. 안젤라."

"죄송해요 엘레나. 아무리 필요한 일이었다고는 해도 당신의 의사를 먼저 물어봤어야만 하는 건데, 너무 마음이 급해서 그만 서둘러버렸어요."

"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어. 우선 제대로 설명해 줘."


엘레나의 말에 안젤라가 빌리언과의 내기에 대해 설명했고, 설명을 듣던 엘레나의 표정은 점점 창백해지기 시작했고, 얘기의 끝에 가서는 완전히 흙빛이 되어 있었다.


"그, 그, 그, 그러니까...지금 다른 애들이 쑥덕이고 있는 게, 나, 나랑...빌리언군의 겨, 겨, 겨..."


차마 말을 끝맺지도 못할 정도로 떨면서 말하는 엘레나의 모습에 다시 한 번 안젤라가 고개를 푹 숙였다.


"정말 미안해요. 엘레나. 놀란 건 알겠지만 우선 제 말을 들어주세요."

"겨, 겨, 결투...라니. 말도 안 돼...말도 안 된다구..."


엘레나는 완전히 넋이 나간 듯한 표정으로 긴 머리카락을 부여잡고 고개를 숙였고, 상상 이상으로 혼란스러워하는 엘레나의 모습에 안젤라는 가슴이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작가의말

저도 세이브 원고를 쌓아둘 수 있을 정도로 글이 술술 써지면 좋을 텐데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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