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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마력으로 성녀가 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2 16:55
최근연재일 :
2021.03.13 2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4,813
추천수 :
239
글자수 :
462,818

작성
21.01.28 20:00
조회
36
추천
3
글자
10쪽

50화

DUMMY

"아, 안젤라...어, 어, 어쩌면 좋지...?"


엘레나가 평소 이상으로 허둥거리며 안젤라에게 달라붙었다.


최근 한 달간, 안젤라라는 친구가 생긴 탓인지 과거의 그녀보다 언행에 자신감이 조금 붙은 그녀였지만, 빌리언의 얼굴을 보자마자 과거의 그녀 수준, 아니 그 이상으로 자신감이 급락해버린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눈치챈 안젤라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엘레나에게 물었다.


"엘레나, 빌리언이라는 사람과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요?"

"그, 그게..."


엘레나는 겁먹은 표정으로 입을 다물 뿐이었고, 안젤라는 설명을 요구하는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미리엘은 묘하게 불편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릴 뿐이었고, 지금까지 설명을 계속해주던 남학생이 빌리언이 나간 교실 문 쪽을 슬쩍 바라보고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사실...사르미드에게 고블린이라는 별명을 붙인 게 바로 빌리언이야."

"네, 네에? 미리엘이 붙인 거 아니었어요?"

"실례네요. 그야 당신에게는 그렇게 보일 상황이라는 건 인정하지만..."


안젤라가 보는 앞에서 맨 처음 엘레나를 고블린이라 부르며 모욕을 준 것이 미리엘이었기에 안젤라는 당연히 미리엘이 주동자인줄로만 알았던 것이었다.


최근의 한 달간, 안젤라는 엘레나를 고블린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누가 되었든 간에 쫓아다니며 사과를 요구했고, 처음에는 콧방귀를 뀌며 신경도 쓰지 않던 학생들이었지만 안젤라가 찰거머리처럼 붙어다니며 사과를 하라며 재촉하는 일상이 하루가 되고, 이틀이 되고, 사흘 째 되는 날 쯤에는 반쯤 노이로제에 걸린 채로 마지못해 엘레나에게 사과를 하게 되는 일이 반복되었으므로, 엘레나를 고블린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거의 사라진 상태였다.


미리엘에 관해서는 안젤라가 따로 준비하고 있는 계획이 있기도 했고, 또 안젤라를 자신의 집에 데려갔던 날 이후로 안젤라의 앞에서는 언행을 조심하게 된 미리엘이었기에 딱히 별 일이 없었다.


"이건 가만히 두고 볼 수만은 없네요. 빌리언군에게도 사과를 요구해야겠어요."


안젤라는 팔을 걷어붙이며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기겁을 하며 달라붙는 엘레나에 의해 다시 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그, 그, 그, 그러지 마! 안젤라! 진짜로 위험하다구! 빌리언은!"

"하지만..."

"하지만이고 뭐고 제발 날 위해서라도 그것만은 봐 줘!"


거의 눈물을 뿌릴 듯한 기세로 말하는 엘레나의 모습에 안젤라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빌리언군도, 미리엘양과 같은 방식으로 갈까요.'


안젤라는 어쩔 수 없이 빌리언에게도 미리엘과 같은 계획을 통해 갱생을 시도하기로 했다. 그게 대체 무슨 계획인지는 안젤라 본인만이 알고 있겠지만.


-----


그리고 다행히 오전 수업은 별 탈 없이 무사히 지나갔다. 마침 오늘은 오전 수업을 엘레나와 같이 듣기로 한 날이기도 했었기에 안젤라는 불안해하는 엘레나를 수업 중에 다독여 줄 수 있었고, 빌리언이 복학한 뒤로 눈에 띄게 불안해하는 그녀의 모습은 빌리언에게 뭐라고 한 마디 해야겠다는 그녀의 마음을 더 굳게 만들 뿐이었다.


그렇게 대망의 점심 시간이 다가왔고, 끼니를 거르겠다는 엘레나를 간신히 다독이고 또 다독여서 어떻게든 식당으로 끌고 오다시피 한 안젤라와 하루 종일 꾸벅꾸벅 존 결과 어느 정도 컨디션을 회복한 루시퍼는 먼저 와 있던 미리엘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안젤라네요. 별 일 없었나요?"


혹시라도 빌리언과 수업 시간에 마주치지는 않았는지 묻는 미리엘이었지만 애초에 엘레나가 빌리언과 같은 과목을 하나라도 신청했을 리가 없었기 때문에 엘레나의 수업을 따라다닌 안젤라는 빌리언과 만날 일이 없었다.


"전 괜찮아요. 미리엘은요?"

"저야 물론 괜찮죠. 제아무리 왕족이라도 함부로 귀족을 건드리지는 않아요. 자칫하면 큰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걸 그도 알고 있으니까요."


미리엘은 안젤라에게 찰싹 달라붙어 있는 엘레나를 보며 말했다.


"그가 거리낌 없이 함부로 대하는 건 거기의 사르미드 양같이 건드려도 반항하지 않는다는 걸 아는 사람과."

"으, 으으..."

"안젤라양 같이 건드려도 뒤탈이 없는 평민들입니다. 저 같은 귀족들에게는 흑염에 대한 험담만 하지 않는다면 그저 좀 시끄럽고 거슬리는 사람일 뿐이에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미리엘이야 어디서든 당당한 성격이었고, 또 백작가라는 나름 높은 위계의 귀족가문이었기에 빌리언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을 뿐이었고, 위계가 조금 낮은 귀족가의 학생들은 빌리언의 눈치를 보는 일이 잦았다.


"음. 지금 누구에 대해 얘기를 하는 거지? 나도 알아듣게 좀 말해 보라고."


아침의 사건을 모르는 루시퍼가 흥미가 동한다는 표정으로 말했고, 안젤라가 아침에 빌리언이 일으킨 소동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주었다.


"헤에. 흑염의 동생이라고? 재밌군."


흑염을 사칭했던 경험이 있는 루시퍼는 그 사실을 빌리언에게 말해주면 무슨 표정을 지을지 굉장히 궁금해졌지만 당장 소란을 피울 생각은 없었으므로 일단은 먼저 건드리지만 않는다면 조용히 있겠다고 생각했다.


"어이쿠. 이게 누구야? 시종과 고블린 콤비 아니신가?"


그리고 그 때, 마치 짜기라도 한 것 같은 타이밍에 뒤에서 빌리언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엘레나는 거의 무조건 반사처럼 어깨를 움츠렸고, 안젤라 역시 긴장하며 뒤를 돌아봤다.


"언제부터 이 학교의 수준이 이렇게 떨어졌지? 시종이나 몬스터와 같은 자리에서 식사라니. 누가 보면 던전인줄 알겠군."

"...엘레나양은 몬스터가 아니에요."

"앙?"


빈정거리는 빌리언에게 안젤라가 화가 난 듯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고, 엘레나가 옆에서 절박한 표정을 지었지만 안젤라는 빌리언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미, 미안해! 내, 내, 내가 밖에서 먹을 테니까..."

"아뇨. 엘레나 양은 가만히 계세요."


평소 같았으면, 아니 혼자였다면 자신이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조용히 일을 처리하는 편을 선호하는 안젤라지만 타인이, 그것도 처음 사귄 친구가 관련된 일에서 이렇게 물러나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었다.


"지금 내 눈이 잘못된건가? 감히 시종 주제에 주인한테 명령을 하는 모습이 보이는데.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이 우리 나라의 땅이 맞나?"

"엘레나는 제 주인이 아니에요. 친구지."

"친구! 푸하하하! 우스꽝스럽다 못해 유쾌할 지경이군! 시종 주제에 감히 귀족에게 우정을 논해!"


미친 듯이 웃어제끼다가 말의 마지막에는 분노와 함께 버럭 소리를 지르는 모습에서는 광기마저 느껴지는 듯 했다. 하지만 안젤라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도 한발짝도 물러서지를 않고 있었다.


"교칙에 쓰여 있어요. 빌리언군. 적어도 이 학교에 제적하고 있는 동안에는, 신분의 귀천을 논하지 않으며 전원 동등한 권리를 지닌다고."

"아, 안젤라..."


확실히 교칙에 쓰여 있는 내용이며, 엘레나도 그 사실을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이 교칙이 충실하게 지켜지느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학교의 교칙을 바깥 사회의 생활에도 적용시킬 수는 없는 노릇인지라 학교 내에서는 교칙과 교사들에 의한 보호를 받을 수 있지만 밖에서는 그것이 불가능했으므로 자연스럽게 하위 계층의 학생이 상위 계층 학생의 눈치를 보는 구도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학교를 나간다고 하더라고 학교 안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한 기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므로, 개인적인 원한이라도 가지게 되었다가는 졸업 후에 가문에까지 연결되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귀족들 사이에서도 그럴진대, 평민의 경우에는 말할 것도 없었다. 학교 내에서 자칫 귀족들과 시비라도 걸렸다가는, 소리소문없이 일가족 전체가 몰살되는 끔찍한 비극까지도 일어날 수 있었기에 평민들은 언제나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지내는 것만이 상책이었던 것이다.


"교칙? 그딴 거 알 게 뭐냐. 너 설마 자살지망자냐? 감히 내 앞에서 겁대가리없이 구는 건 그런 이유에서냐?"

"전 무슨 일이 있어도 자살만은 하지 않아요. 신이 주신 소중한 목숨을 스스로 버리게 된다면 천국에는 갈 수 없으니까요."

"하! 천국? 무슨 소리를 지껄이나 했더니 아주 허황된 소리를 지껄이고 앉아 있군. 천국 따위는 없어! 지옥도 없지! 만약 정말로 천국이란 게 있다면 이 세상이 이 꼴로 돌아갈 리는 없으니까!"


교회 직속의 학교에서 아주 용감한 말을 대놓고 외치는 빌리언이었다.


"...당신과 저는, 생각이 아주 많이 다른 것 같네요."

"너 따위와 의견 일치라니, 불쾌하지 짝이 없는 일이지."

"어째서, 그렇게나 자기 자신 외의 모든 사람을 얕잡아보는 거죠? 저도, 엘레나양도 당신에게는 잘못한 것이 없잖아요?"

"하? 왜냐고? 그거야 뻔하잖냐! 너희 전~원 약해빠진 쓰레기들이기 때문이다!"

"푸흫하하하하!"


팔을 쫙 펼치며 광오한 표정으로 빌리언이 외쳤지만, 그 때 갑자기 어딘가에서 상황에 전혀 맞지 않는 폭소가 터져나왔다.


"...앙?"


당연히 아주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팔을 펼친 자세 그대로 폭소가 터져나온 곳을 노려보는 빌리언. 그리고 그 장소에는 기둥에 기댄 채로 배를 부여잡고 있는 루시퍼가 있었다.


"헤엑, 헤엑, 이야. 진짜 오랜만에 대폭소했네. 응? 아~내가 좀 눈에 띄었나? 이거 미안하게 됐수다. 하던 얘기들 계속 하시지?"


작가의말

드디어 경사로운 50화! 는 어제 작가의 뻘짓으로 인해 연참으로 넘어갑니다.

기념이라고 생각해도 될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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