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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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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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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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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1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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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Surfin USA! (2)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서핑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서핑보드, 웻 수트, 보드와 사람을 이어주는 리시 등 기본 장비를 갖춰야 한다.

물론 수십만 달러를 호가하는 서핑보드와 웻 수트도 있지만, 대부분 처음 서핑을 접하면 적당한 중고보드(400~700 달러 안팎), 적당한 가격대의 수트(계절별로 다르지만 100~400달러)로 시작하는 편이다.

최소 500 달러에서 최대 1,000 달러 정도면 어렵지 않게 서핑을 시작할 수 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리 적은 금액이 아닐 수도 있지만, 스노우보드를 생각해보면 서핑을 고급 스포츠라고 부를 정도는 아니다.

장비도 장비지만 서핑이 스노우보드에 비해 돈이 적게 드는 주요한 이유가 리프트 이용료가 없기 때문이다.

서퍼의 팔과 어깨, 등이 바로 리프트니까.

류지호의 마음과 몸은 바다 위를 둥둥 떠다녔다.

날이 선 파도에선 테이크오프(파도를 타는 순간)조차 쉽지 않은 처지다.

아무려면 어떤가.

내일은 또 내일의 파도가 밀려오는 것을.


‘파도의 경사면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물의 터널을 통과하는 건 어떤 기분일까?’


엄청나게 즐거울 것이다.

앞으로의 삶이 지금까지와 크게 달라질 건 없다.

마치 파도가 왔다가 스러지는 것처럼, 일상이 반복될 것이다.

오랜만에 조금 큰 파도가 찾아왔다.

수많은 서퍼들이 높은 파도에 도전했다.

윌리 워커는 베럴(파도 안쪽에 공간이 생기는 것)을 타는 것만이 서핑이라고 주장한다.

그 외에는 물장난일 뿐이라고 여긴다.

베럴 안으로 들어가 라이딩을 하는 것은 서핑의 기술 중 최상급 난이도를 요구한다.

서퍼들은 그를 위해 매일 같이 연습한다.

수년간 서핑을 해도 굉장히 어려운 기술이고 아무나 못 한다.

베럴 라이딩 외에도 서핑에는 많은 기술들이 있다.

먼저 작은 기술들을 하나하나 배워나가고 그것들을 모두 마스터하고 나서야 비로소 베럴 라이딩을 시도해볼 수 있었다.

베럴을 타는 것만이 서핑이 아니다.

파도를 타고 바다 위를 미끄러지는 것 그 자체.

그것이 서핑이다.

미끄러지듯 물 위를 달릴 때의 그 기막힌 짜릿함.

거기엔 어떤 모호함도 없다.

완벽한 무아(無我)의 상태.

파도의 흐름을 따른다는 것은 머리로 이해하는 게 아니라 온몸으로 느끼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미리 겁먹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파도를 만나면 담대하게 맞서 나아가 그 파도를 넘어서면 되고, 감당하기 힘든 파도일 땐 잠시 물속에 몸을 숨기면 된다.

제아무리 큰 파도도 10초면 지나간다.

어떤 오해나 편견 없이, 물은 그저 물일 뿐.

바다는 겁먹고 도망칠 만큼 무서운 것도, 만만하게 대할 만큼 우스운 것도 아니다.

기다림 끝에 마침내 기분 좋은 파도가 오면 힘차게 패들링을 한 후, 파도가 나를 밀어줄 때 있는 힘껏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 보드 위에서는 반드시 멀리 봐야 한다.

시선이 나아갈 방향 대신 발밑으로 향하는 순간 몸은 균형을 잃고 무너진다.

그건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다.

또 타이밍을 놓치거나 제대로 라이딩을 하지 못했을 땐 다음 파도를 기다리면 된다.

오늘 안 되면 내일.

언젠가는 파도가 온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니까.

수영을 잘 못해도 상관없다.

서핑보드가 구명보트 역할을 해주니까.

류지호는 서핑을 배우며 자신이 잠시 잊고 있었던 것들을 되새김했다.

그런 마음의 평화가 의형의 방문으로 깨져버렸다.


“헤이. 브로~”


매튜 그레이엄이 LA로 날아왔다.

온갖 소식과 선물 보따리를 듬뿍 안고서.


“아주 팔자 늘어지셨어. 동생아~”

“언제는 개인적인 시간을 가져보라며?”

“누구는 못된 심술보 노인네와 세기의 협상을 벌이면서 피를 말렸구만.”

“내가 시킨 것도 아니잖아.”


매튜 그레이엄의 투자가 정도를 지나친 감도 없지 않았다.

류지호가 조금의 관심이라도 보이는 기업이나 기술이 있다면 다짜고짜 M&A를 시도하곤 했다.

그렇게 시도했던 모든 인수합병에서 성공한 건 아니다.

그럼에도 해가 바뀌면 계열사가 몇 개가 늘어있었다.


“자, 당장 가보자!”

“어딜?”

“모르고 가는 편이 더 두근두근 하지 않겠어?”

“하루 종일 서핑했더니 피곤해.”

“어쭈? 헤이 서퍼! 이 동네에서 실컷 놀았으니 제대로 ‘Surfin’ USA’ 해야지.“


비치보이스의 노래 제목을 빗대어 한 말이다.

즉 미국 전역을 다니며 파도타기를 한다는 뜻이다.

매튜 그레이엄은 캘리포니아에서만 파도를 탈 것이 아니라 미국 전역을 돌며 파도를 타듯이 쓸 만한 기업을 쓸어 담자고 한 말이다.

월드컴을 시작으로 Yaaho!, 라이코스 등 나스닥 주식들이 연이어 처분되면서 수중에 50억 달러가 넘는 자금이 들어와 있기에.

매튜 그레이엄이 류지호를 데리고 간 곳은 Playa Vista의 발로나 수로 건너편에 위치한 Hughes/DirecTV의 방송센터였다.

본사는 엘 세군도에 있는데, 대형 위성송수신 안테나가 있는 이곳은 위성방송을 송출하는 방송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아버지가 Hughes Aircraft의 세 개 사업부문을 모두 인수한 다음에 위성사업 부문만 따로 떼어서 JHO에 넘기기로 했어.”

“인수금액은?”

“없어.”


류지호가 눈이 동그래져서 매튜 그레이엄을 쳐다봤다.

대니얼 그레이엄이 자신과 매튜가 뭐가 예쁘다고 80억 달러 상당의 가치를 지닌 위성사업 부문을 그냥 넘겨준단 말인가.


“내 앞으로 주는 거야. 난 그걸 JHO에 다시 넘기는 것이고.”

“형이 현금을 원할 리도 없고. JHO Company 주식으로 받으려고?”

“응.”


현재 류지호와 JHO Company, GARAM은 주식처분으로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80억 달러라도 은행권 대출 없이 지불할 능력이 충분하다 못해 남아돈다.

굳이 매튜 그레이엄에게 주식을 주지 않아도 된다.


“나중을 생각해서 네 우호지분이 많을수록 좋지. 또 아주 나중에... 내가 가진 주식을 조카에게 양도할 수도 있고. 아니면 지호 네 가문의 재단에 넘겨도 되고.”


류지호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왜 형의 지분을 내 자식에게 주는데?”

“그럼 누굴 줘? 생판 모르는 남들에게 주겠냐? 국가에 헌납하겠냐? 당연히....”

“형 자식은?”

“난 숨겨 놓은 자식 없어. 앞으로도 없을 예정이고.”


류지호로서는 할 말이 없었다.


“죽을 때가지 프리하게 연애하면서 살 거다. 잔소리는 사절이야. 아무리 내 동생이라도.”


절대 고맙지 않다.

류지호는 돈이니 지분이니 더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이전 삶의 기억 몇 가지만으로 수 조원을 벌어들였다.

이번에 주식을 처분하고 있지만, 배당황제주들은 그대로 내버려둘 생각이다.

그것만으로도 가족들이 떵떵거리며 살 수 있다.


“우호지분까지 내다보면서 참 살뜰하게 챙기네. 우리 형이.....”

“쿨 한 척 하기는 자식이.... 너무 쿨 해서 얼어붙겠다.”

“올해는 그만해. 다 소화 못 시켜.”


매튜 그레이엄이 순순히 동의했다.

완전한 미국식 지주회사 체제로 개편하고 있는 마당에 무려 80억 달러(대략 9.6조 원)짜리 대기업을 인수하게 됐다.

그 가치를 그대로 인정해서 매튜 그레이엄에게 지분을 주게 되면 G&P를 넘어서 두 번째 주주가 된다.

그렇다고 해서 류지호의 지분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지만.


“다음 분기에 후딱 이사회 열어서 Hughes/DirecTV 계열사 포함 시키는 것과 내 지분에 대해 의결하자.”

“아직도 M&A가 두 건이나 더 남았다니....”


물론 류지호가 발 벗고 나서는 것도 아니고, 결과만 보고 받는 입장이긴 하다.

그럼에도 내실을 무시하고 덩치만 키우는 것은 아닌지 따져볼 필요가 있었다.


“이제 케이블 채널만 몇 개 확보하면 대충 복합미디어 그룹 흉내는 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렇지 동생아?”

“아예, 언론사도 하나 갖자고 하지?”

“오~ 그것도 좋은 아이디어야. 네가 싫어하는 LA타임스 한 번 적대적 인수합병 시동 걸어 볼까?”

“됐어! Playa Vista도 개발해야 하고 한국에도 100억 달러 넘게 투자해야 돼.”

“아참 그랬지?”


Hughes/DirecTV라는 덩치 큰 기업을 사들였으니 더는 닷컴버블 전에 주식을 처분하는 문제에서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없어졌다.

IBT, QualTech, SanCisco, UOL 같은 대형 나스닥 주식을 팔아치울 명분이 더욱 견고해졌다.


‘한국의 대유그룹 계열사 인수합병 건도 있고.’


공격적인 M&A로 인해 또 다른 구설수들이 나오겠지만, 적어도 닷컴버블 붕괴에 단초를 제공했다거나 그걸 미리 예측하고 이익실현(Exit)했다는 세간의 말들에서 자유로울 수 있게 됐다.

미국의 주식시장에서 류지호와 JHO 계열의 투자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한 없이 작다.

그럼에도 십여 개의 종목을 차례로 블록딜로 처분하면서 벌써 200억 달러가 넘는 자금이 들어왔다.

내년 상반기까지 30개에 달하는 주식을 처분하게 되면 얼마가 될지 쉽게 예측되지 않는다.

Hughes/DirecTV를 둘러보고 있는 현재 시각에도 나스닥의 주요 종목들이 상한가를 찍고 있었으니까.


“M&A고 뭐고.... 플라이 낚시나 갑시다!”

“오! 좋지. 근데 갑자기?”

“빌어먹을 숫자들 때문에 머릿속이 계산기가 된 것 같아. 포맷하고 예술과 철학으로 재설정해야겠어.”

“으하하. 노는데 무슨 핑계가 그렇게 거창해?”


지역이 넓은 만큼 캘리포니아 곳곳에는 민물낚시의 ‘명당’이 수없이 많다.

류지호는 서핑 보드를 내팽개치고 플라이낚시 도구들을 챙겼다.

매튜와 함께 낚시꾼들에게 덜 알려진 계곡으로 떠났다.


✻ ✻ ✻


노엘 모리츠(Noel Moritz)는 유대계 가정 출신의 할리우드 프로듀서다.

40대 초반임에도 캘리포니아 남자답게 서퍼다.

따지고 보면 류지호의 UCLA 선배라고도 할 수 있다.

석사는 USC했지만.

그 스스로 UCLA보다는 USC 출신임을 더 내세우고 있기도 하고.

어쨌든 그는 <나는 네가 지난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를 포함해 여러 작품을 JHO Company 계열 영화사에서 작업한 바 있다.

가끔 함께 서핑을 하기도 했다.

오전 서핑을 마치고 류지호가 비치 카페에서 이른 점심을 먹고 있는데 노엘 모리츠가 찾아왔다.


“아침이야?”

“점심.”


노엘 모리츠가 롱아일랜드 아이스티를 주문하고, 류지호에게 가벼운 대화를 걸어왔다.


“오늘 파도는 어땠어?”

“나야 애송이잖아. 그건 진짜 서퍼들에게 물어야지.”

“하하. 윌리 말이 즐길 정도는 된 것 같다던데?”

“해변가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서 1시간 정도 놀았어.”


점원이 롱아일랜드 아이스티를 서빙하자, 노엘 모리츠가 냉큼 한 모금 마셨다.


“<스컬스>는 촬영 시작했어? 지난주부터 윌리가 보이지 않던데.”

“이번 달 말에 토론토에서 크랭크인 할 거야.”

“좋은 결과가 있길 기원할게. 행운을 빌어.”

“고마워.”

“날 보러 온 거야?”

“응.”


서핑을 할 것도 아닌데 찾아왔다는 것은.


“새로운 프로젝트?”

“그렇지.”

“뭔데?”

“디렉터 코헨이 재미있는 스크립트를 하나 가지고 있어.”

“코헨? <스컬스> 감독 바비?”

“응.”

“뭘 다루고 있는데?”

“Street Racing.”


류지호는 설마 하는 심정으로 노엘 모리츠를 가만히 바라봤다.


“불법 스트리트 레이스 조직에 잠입한 형사와 범죄자의 스토리를 다루고 있어.”

“워킹 타이틀이 혹시....”

“워킹 타이틀은 따로 없어. 바비의 오리지널 스크립트 타이틀은 <Redline>이야. 타이틀은 바꾸기로 했어.”


비슷한 타이틀의 <씬 레드 라인>이 작년 겨울 개봉해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른 바가 있다.

스트리트 레이싱 영화는 비디오물에서 간간이 다루는 소재다.


“스크립트를 윌리에게 주었어.”

“뭐래?”

“마음에 들어 하더라고.”


여전히 류지호는 긴가민가했다.


“내게 처음 가져오는 건 아니지?”

“사실 바비는 타이틀을 <The Fast and Furious>로 바꾸길 원했어. 이 타이틀의 권리는 유니벌스가 가지고 있더라고.”

“유니벌스?”

“타이틀롤에 윌리를 승인했어. 다만 공동주연에 팀 올리펀트를 원하고 있지.”


류지호가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


“디멘션의 <스크림Ⅱ>에 출연했어.”


잠시 <스크림Ⅱ> 출연배우들을 떠올려보다가 그제야 생각이 났다.

이전 삶에서 <히트맨>에 민머리 에이전트47로 출연한 배우였다.


“문제는 팀이 <식스티 세컨즈>와 계약을 했더라고.”

“부룩하이머씨가 제작하는 <식스티 세컨즈>?”

“이미 계약이 완료된 것 같더라.”

“플랜 B는?”

“빈센트 디젤.”

“윌리 워커와 빈센트 디젤의 버디 무비? <폭풍 속으로> 풍의?”

“응.”


류지호는 내심 쾌재를 불렀다.

인맥의 힘이란....

또 하나의 성공한(?) 프랜차이즈 시리즈가 제 발로 찾아왔다.

자신의 감정을 들키지 않기 위해 물 컵을 들었다.

물을 한 모금 마셔 입안을 정리하고 다시 입을 열었다.


“유니벌스에서는 빈센트 디젤을 반대하는 거야?”

“응.”

“타이틀 사용 권리는?”

“그들이 그린라이트를 켜지 않으면 타이틀도 쓸 수 없게 되겠지.”

“불법 거리자동차경주를 다룬 언더커버 버디 무비라 이거지?”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초반에는 부침이 상당했다.

불법 스트리트 레이스와 잠입수사를 버리고 본격 액션블록버스터로 변신을 시도하면서 자리를 잡기 전에는 완성도와 흥행에서 들쑥날쑥했다.

후속편에서는 빈센트 디젤이 바비 코헨 감독과 의리를 지키기 위해 <트리플 엑스>로 가버려서 그저 그런 킬링타임용 액션영화로 전락해 버렸다.


“네 사무실로 정식으로 스크립트를 전달했어야 했는데.... 내가 좀 급해.”

“계약에 원작 판권이 걸려있어?”

“그렇진 않아. 윌리 워커를 놓칠 것 같아서.”


류지호는 저간의 사정을 간파했다.

윌리 워커는 B-List에도 들지 못했던 배우였다.

그런데 5,000만 달러 중고예산 영화 주인공에 출연했다.

만의 하나라도 <Remo : The Destroyer>가 흥행에 성공하기라도 한다면.

단번에 블록버스터 주연급 배우 몸값으로 뛴다.

그런데 지금 계약할 수만 있다면 블록버스터 주연급 개런티를 주지 않아도 된다.

마음이 급할 수밖에.


“......”


류지호는 환호했던 기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득실을 따져봤다.

트라이-스텔라에는 프랜차이즈 시리즈가 넘쳐났다.

굳이 <분노의 질주> 시리즈가 없어도 향후 10년은 문제가 없다.

ParaMax Films 역시 3년 치 인하우스 라인업이 갖춰져 있었다.

각종 국제영화제를 노려볼만한 다수의 영화들이 포진해 있었던 것.

디맨션 필름 역시 B급 영화 프랜차이즈가 다수 존재했다.

결론은 투자·제작하면 좋고, 아니어도 크게 아쉬울 것 같지 않다는 거다.


“JHO Pictures와 공동제작을 원해?”

“정확히는 투자·배급을 트라이-스텔라가 해주길 바라지.”

“유니벌스에서 타이틀 권리를 허락받을 수는 있고?”

“그 문제는....”

“노엘.... 오후에 스케줄 어때?”

“특별한 일정은 없어.”

“내 사무실로 가서 허심탄회하게 대화 나눠 보겠어?”

“그러지.”


식사를 마치자마자, 류지호와 노엘 모리츠가 웨스트우드로 향했다.

집무실에서 앨런 포스터와 함께 <Redline> 스펙 스크립트를 읽었다.


“손 봐야 할 부분이 많을 것 같아.”

“.....음.”

“언제까지 결정해야 돼?”

“빠를수록 좋아.”

“나는 유니벌스와 계속해서 논의를 이어갈 생각이야.”

“빠른 시일 안에 알려줄 게.”

“잘 부탁해, Jay."


일단 노엘 모리츠를 돌려보냈다.


"앨런이 보기에는 어때?“

“그저 그러네.”


앨런 포스터는 <분노의 질주>의 오리지널 스크립트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류지호가 심각한 표정으로 앨런 포스터에게 말했다.


“기획개발팀을 꾸려야겠어.”

“일 년에 한 편 제작하는 JHO에?”

“앨런과 내가 하루 평균 3편의 스크립트를 읽고 있잖아. 내 영화 기획하기도 바쁜데.... 외부에서 들어오는 프로젝트만 검토할 부서가 따로 필요할 것 같아.”


류지호의 기억에 없는 영화들이 무수히 많았다.

그 중에 좋은 시나리오도 많았다.

<스피드>의 후속편의 시나리오가 바뀐 것처럼, 스튜디오가 확보했던 저작권 중에서 버리기 아까운 아이디어를 재활용할 수도 있다.

좋은 시나리오를 확보해 놓고 있으면, 어떻게든 써먹을 수 있고, 경쟁사의 프로젝트를 미리 선점하는 부가효과도 거둘 수 있다.


“내가 다 읽을 게.”

“내 책상에 스크립트 쌓이는 것 보고도 그래?”

“아직 부서를 만들 정도는 아니야.”

“올 해는 <Remo : The Destroyer> 한 편이었지만, 내년부터 어떻게 될지 몰라.”

“한국에서 영화 찍을 예정이라며?”

“내 영화만 할 건 아니잖아.”

“프로듀서가 스크립트 읽는 게 일이야.”

“내게 들어오는 것도 읽어 줄 거야?”

“그건 아니고....”


류지호 정도 레벨의 프로듀서에게 사적으로 프로젝트를 건네는 사람은 한정적이다.

그럼에도 노엘 모리츠처럼 학연이나 친분으로 얽혀 있는 업계 사람들이 많았다.

<셰익스피어 인 러브>를 제작한 에디 즈워크 감독처럼 류지호와 한 번이라도 작업을 해본 이들은 제일 먼저 류지호에게 시나리오를 보내고 있다.

<타이타닉> 작품상 수상 이후로 이메일이나 우편이 부쩍 늘었다.

스펙 스크립트들이 쏟아졌다.

이미 4년 치 영화선택 권리를 모두 사용했다.

언론을 통해 그 내용을 알려도 소용이 없었다.


“다 읽지 말고 스튜디오에서 하는 것처럼 해.”


메이저 스튜디오는 스크립트의 타이틀과 첫 10페이지만 확인한다.

시선을 잡아끌지 못하면 곧바로 휴지통 행이다.

작가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류지호로서는 차마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누군가 심혈을 기울여 쓴 시나리오를 건성으로 읽을 순 없잖아. 처음부터 몰랐다면 모르겠지만.”


류지호는 그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라고 여겼다.

본인이 그 같은 배려를 받아보지 못했기에 잘 안다.


“피터 사장과 논의해 봐.”

“벌써 들어가?”

“해 지기 전에 가까운 해변에서 놀다 들어가려고.”


영화 외에는 별 관심을 드러내지 않던 류지호가 서핑에 푹 빠져있다.

앨런 포스터로서는 신기하면서도 호기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서핑이 그렇게 재밌어?”

“We'll all be gone for the summer. Tell the teacher we're surfin'. Surfin' U.S.A.”

(여름 내내 가있을 거야. 선생님께 말해줘, 파도 타는 중이라고)


류지호는 비치보이스의 노래로 대답을 대신했다.

이때 처음으로 스크립트를 받은 이후로 <분노의 질주> 프로젝트는 여러 암초로 인해 삐걱거리게 된다.

타이틀 권리를 가지고 있는 유니벌스 픽처스가 사사건건 딴죽을 걸었다.

자신들이 하기에는 크게 매력을 못 느꼈다.

그렇다고 류지호에게 주자니 혹시나 흥행에 성공할까봐 섣불리 내주지도 못하는.

앨런 포스터가 3개월에 걸쳐 유니벌스 픽처스와 협상을 벌인다.

결국 11월 중순이 되어서야 합의를 보게 된다.

투자는 트라이-스텔라와 유니벌스 그 외에 GARAM 영화 펀드가.

배급은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와 유니벌스가 북미와 해외를 나워서 하기로 한다.

제작은 JHO Pictures와 노엘 모리츠의 오리진 프로덕션이 공동으로.

프로듀서 크레디트에는 류지호와 노엘 모리츠가 함께 올라가는 것으로 정리된다.

주인공은 윌리 워커와 빈센트 디젤이 캐스팅 된다.

제작비 3,000만 달러(최종 3,800만 달러).

감독은 오리지널 스크립트를 작성한 바비 코헨이 맡는다.

크랭크인은 2000년 7월.

개봉은 2001년 상반기로 잠정 결정된다.


작가의말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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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 그 양반들 간이 많이 커졌네. +2 23.01.26 3,988 144 24쪽
404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5) +6 23.01.25 3,956 142 23쪽
403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4) +9 23.01.24 4,014 145 23쪽
402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3) +6 23.01.23 4,019 149 20쪽
401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2) +17 23.01.21 4,144 161 29쪽
400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1) +18 23.01.21 3,891 127 26쪽
399 태풍을 예고하기라도 하듯이.... (2) +12 23.01.20 4,097 149 26쪽
398 태풍을 예고하기라도 하듯이.... (1) +6 23.01.19 4,110 145 23쪽
397 월스트리트 저널 테스트. (3) +14 23.01.18 4,042 146 28쪽
396 월스트리트 저널 테스트. (2) +13 23.01.17 4,047 156 27쪽
395 월스트리트 저널 테스트. (1) +6 23.01.16 4,088 149 24쪽
394 좀 더 자신을 믿어보게. +10 23.01.14 4,092 148 27쪽
393 Surfin USA! (3) +8 23.01.13 3,921 145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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