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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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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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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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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1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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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미약하지만...! (2)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Timely Studios가 준비 중인 프로젝트들이에요.”


이명수 감독이 코믹북 한 권을 집어 훑어보았다.


“보고 계신 작품이 ‘데어데블‘, 이 코믹북은 ’아이언피스트‘. 두 가지 중 하나를 감독님이 연출해줬으면 해요.”


대답을 삼간 이명수가 ‘아이언피스트’ 코믹북을 집어 들었다.


“두 캐릭터는 다른 유명한 히어로들에 비해 크게 인기를 끌고 있진 않아요. 하지만 영화적으로 매우 매력적인 캐릭터죠. 시각장애를 가진 안티 히어로.... 재벌의 상속자이지만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하고,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곤륜에서 수련하면서 현대의 대도시생활에 서투른, 질풍노도같은 청년이 히어로로 활동하는 이야기죠. 특히 매튜 머독의 경우는 Timely 캐릭터 가운데 불우하기로는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다크해요. ‘아이언피스트‘는 중국 무협이 가미되어 오리엔탈리즘이 배경에 깔려있고.”


이명수 감독은 시큰둥했다.


“류 감독은 날 잘 알지 않나? 나는 액션영화 감독이 아니야.”

“알죠.”


이명수 감독의 영화세계는 공간과 시간이 화두다.

특유의 만화적이고 키치한 영상은 시공간을 넘어서서 새롭고 신선하게 미장센을 구성하려는 의도로 창조되었기 때문이다.


“액션 시퀀스를 스타일리쉬하게 재해석을 하는 과정에서 독특한 영상이 나오는 거지. 액션 시퀀스 자체 연출을 잘하시는 분은 아니죠. 액션 시퀀스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매트릭스>와 <Remo : The Destroyer>의 스턴트를 담당했던 팀을 고용할 예정이니까.”

“....?”

“감독님은 티모시 버톤의 <배트맨>을 어떻게 보셨어요?”

“좋았지. 난 그 감독 영화의 비주얼을 좋아해.”

“<데어데블>을 티모시 머톤 감독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원작 코믹스에서는 기독교적인 딜레마가 곳곳에 묻어있고, 낮에는 변호사 밤에는 자경단원이라는 법치와 폭력의 딜레마도 재밌죠. 시각장애를 가진 히어로라는 점도 재밌지 않나요? 감독님도 기독교인이시니 매튜 머독의 종교적 고뇌를 영화에 담아내기 수월할 것도 같고.”


이명수 감독이 슬쩍 농담을 던졌다.


“난 기독교인이지만 절에도 가끔 가. 영감을 얻으려고. 하하.”

“아직 할리우드 영화사와 계약 한 것도 아니고. 검토해서 손해날 거 없다고 봐요. 아니, 이 프로젝트를 하지 않아도 좋으니까. 오늘 가져 온 코믹북들 틈나는 대로 읽어보세요. 감독님이 준비하는 영화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지금까지의 Timely Comics는 너무나 미국적이다.

주제, 스토리, 유머 모든 것에서.


“....흠.”

“참고로 응위쌈 감독의 할리우드 데뷔작 <하드타겟> 예산은 1,800만 달러. 감독님 시나리오가 제 아무리 뛰어나도 1,500만 달러 이상 못 받아낼 겁니다. 오늘 제안한 두 편의 실사화 예산은 대략 3,500만 달러로 계획하고 있어요.”

“이 프로젝트와 자네는 어떤 관계지?”

“제 소유 프로덕션에서 기획·제작할 것 같아요.”


두 영화 모두 JHO Pictures에서 제작할 예정이다.

<어벤저스>, <X-Man>, <스파이더맨>에 이은 네 번째 유니버스로 기획 중이다.

킹핀이 최종 빌런으로 등장할 예정이다.

세 명의 마이너한 캐릭터가 연합해 킹핀과 맞서는 세계관이다.

이전 삶에서 망한 ‘데어데블‘, ‘퍼니셔‘ 실사화를 살려보려고 기획했다.


“혹시 반담이나 스나입스 같은 액션 배우를 출연시켜야 하나?”

“감독님이 오디션을 보시고 결정하시면 됩니다.”

“내가 원한다고 다 돼?”

“Timely 실사화 영화는 A-list 스타를 캐스팅하지 않을 생각이에요. 영화나 TV시리즈에 노출된 배우 가운데 영화 캐릭터와 싱크로율이 높은 배우를 캐스팅할 생각이죠. 물론 악당이나 주조연은 중견배우를 기용할 생각이고요.”

“내 에이전트와 의논해 봐도 되지?”

“연출 제의 운만 띄웠다고 하세요. 에이전트를 빼놓고 제작자와 감독이 직접 고용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는 건 법적으로 매너로도 아니거든요. 그래서 시놉시스나 기획안도 드리지 않고, 코믹북만 드리는 거고요.”

“각색은...?”

“당연히 작가가 붙겠죠. 물론 최종 결정은 감독님과 제가 하게 될 겁니다.”

“언제까지 답을 줘야 하지?”

“제가 올해 한국에서 영화 한 편 찍을 예정이라, 내년 봄까지 기다려 드릴 수 있어요.”


류지호로서는 엄청난 배려다.


“제안한 두 편은 모두 D-Cinema로 작업할 계획이구요.”

“디지털?”

“예. 프로덕션부터 포스트 전 과정이 전부 디지털로 작업하려고요.”

“자네가 <Escape>를 찍을 때 했던 것처럼?”

“그때보다 기술발전도나 여건이 훨씬 좋아졌어요. 만약 감독님이 Timely 영화를 선택하신다면 꽤 재미있는 작업을 하실 수 있을 거라 장담해요.”


조지프 루카스가 <스타워즈>의 새로운 에피소드에 사용한 소닉-파나플렉스의 HDW-F900은 유효 해상도 1440*880을 보여주었다.

영화 전체를 HDW-F900로 촬영한 것도 아니다.

CG 합성 장면의 보조카메라로 사용됐다.

반면에 한층 업그레이드 된 DALLSA OriginⅠ은 진정한 1920*1080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다.

더 기대되는 것은 내년이다.

DALLSA Corp.은 내년 국제방송영상장비 박람회에서 4K 시네마 카메라 DALLSA Origin Ⅱ를 정식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세계 가전 및 카메라 전문 업체 중에서 가장 앞 선 행보다.

극장 상영용 상업영화에서 4K 카메라를 테스트할 순 없다.

따라서 <데어데블>과 <아이언 피스트>는 OriginⅠ으로 촬영할 예정이다.

영화 제작이 연기된다면 4K Origin Ⅱ 카메라로 촬영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충무로와 할리우드는 많이 달라요.”

“그런 것 같아.”

“충무로에서는 감독이 '지시'하는 쪽이었다면, 여기서는 '요구'하는 쪽이에요. 감독의 역할이 변호사를 통해, 에이전트를 통해 세세한 것까지 요구하고, 요구 받게 되죠. CF를 찍더라도 계약서 매우 꼼꼼하게 쓰셔야 해요. 에이전트만 믿지 마시고.”

“알겠어.”

“이거 받으세요.”


류지호가 명함 하나를 내밀었다.


“자네 명함은 가지고 있어.”

“제 비서 명함이에요. 교포라 우리말도 잘하고, 감독님 챙기라고 일러뒀어요. 계약 부분은 에이전트와 의논하시고, 생활하시면서 곤란하거 불편한 점 생기면 제 비서와 통화 하세요.”

“그럴 것까지야....”

“혼자서 할리우드 바닥 헤쳐 나가기 쉽지 않아요. 게다가 감독님은 할리우드에서 흑인보다 못한 아시아계죠. 제 도움 마다하지 마세요. 심리적 정신적 고달픔은 제가 어떻게 해드릴 순 없어요. 적어도 생활에선 스트레스 안 받게 해드릴 수 있어요.”

“고마워. 도움은 두고두고 갚도록 하지.”


옮긴 호텔에 이명수 감독을 남겨두고 류지호가 퀸즈를 떠났다.

이전 삶에서 4~5년이나 미국에서 머물며 큰 성과를 내지 못했던 이명수 감독이다.

그 사이 한국에서 한 작품 정도 할 수 있음에도 할리우드 진출에 모든 것을 걸었다.

안타깝지만, 끝내 할리우드 진출을 이뤄내지 못했다.


‘이번에는 할리우드에서 뭐라도 한번 해봅시다. 감독님.’


할리우드는 오래 전부터 밖으로 눈을 돌려 왔다.

세계 구석구석까지 시장을 확장해 왔다.

그러면서 미국식 콘텐츠를 파는 데만 몰두하지 않았다.

1920년대 독일 표현주의, 1960년대 프랑스 누벨바그 등이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는 것을 목격하면서, 그 주역들을 적극적으로 할리우드로 데려왔다.

미국이 이민자들에 의해 생겨난 나라인 것처럼 할리우드 역시 세계 곳곳에서 재능을 발견하면 적극적으로 그들을 할리우드의 일부로 만들어 왔다.

언어의 장벽은 문제가 안 됐다.

프랑스의 폴 베숑, 홍콩의 응위쌈 등은 할리우드에서 각각 <제5원소>, <페이스오프> 같은 걸출한 액션 영화들을 만들었다.

미래에는 멕시코의 ‘쓰리 아미고(세 친구들)’라 불리는 일데폰소 쿠아론(<그래비티> <위대한 유산> 등), 알렉산드레 곤잘레스(<버드맨> <레버넌트> 등), 길예르모 고메스(<퍼시픽 림> <헬보이> 등) 감독도 모두 할리우드로 불러들인다.

류지호가 도우면 한국의 영화감독들도 그렇게 될 수 있었다.

이전 삶보다 보다 훨씬 이른 시간에.


❉ ❉ ❉


뉴욕을 떠난 류지호는 캐나다로 이동했다.

워털루 산업단지에 위치한 DALLSA Corp.을 방문했다.

CEO 에드윈 락의 환대를 받은 류지호는 본사 곳곳을 둘러봤다.


“직원이 많이 늘었네요?”

“연구원과 카메라 엔지니어들을 많이 채용했지요.”


이미지센서 반도체 중심의 회사로 시작했고, 현재도 주력 제품은 이미지센서다.

JHO Company에 매각되면서 디지털 영화카메라까지 사업을 다각화하게 됐다.

영업력도 부쩍 늘어서 신규직원을 계속 채용하게 됐다.

인수했을 때보다 회사가 몰라보게 커져있었다.

모회사에서 연구개발비를 풍족하게 지원해주자, 이미지센서와 관련된 특허뿐만 아니라 디지털 소프트웨어 분야 특허등록 건수가 대폭 늘어나고 있다.


“워털루 대학과의 산학협동도 활발해졌고, 온타리오주 정부의 지원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지요.”

"웨이퍼(wafer) 공장은 퀘벡에 있던가요?“

“몬트리올 외곽에 브호몽이라는 도시에 있습니다.”


워털루 본사에는 웨이퍼 연구개발 및 설계 연구센터만 있다.

실제 제조시설은 몬트리올 시 외곽의 한적한 동네에 마련되어 있다.

다만 디지털 카메라 시설은 워털루에 있어서 OriginⅡ 카메라의 테스트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4K 이미지센서는 지난 1995년에 이미 캐나다와 미국에 특허를 내놓은 상황입니다. 프로토타입이 있긴 하지만, 실제 제품은 이번에 만들어지게 되었지요.”


캐나다 최고의 연구 센터 중 하나가 워털루 대학(University of Waterloo)에 있다.

DALLSA Corp.은 그런 워털루 대학 교수들이 창업한 회사였기에 예전부터 연구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DALLSA Corp.이 소재한 워털루 산업단지에는 여러 하이테크 기업들과 워털루 대학의 산학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캐나다가 제조업강국은 아니지만, 기반이 탄탄한 편이고 우수한 인재가 많다.

어쨌든 디지털 카메라를 위해 캐나다 유수 대학 출신의 석·박사를 꽤 많이 채용했다.

세계적인 수준의 이미지센서 기술력뿐만 아니라, 시네마 디지털 카메라 Origin 시리즈에 있어서 놀라울 정도의 성능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다.

소닉사로 대표되는 일본 전자업체들은 디지털 카메라 분야에서 방송장비 분야로 진행되고 있어서 여전히 테이프 방식의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반면에 Origin 시리즈는 처음부터 하드디스크 저장방식이었다.

또한 OriginⅡ는 실제 촬영현장에서 사용되는 모든 시네마 렌즈를 사용할 수 있게 개발되고 있고 소프트웨어 역시 범용성을 기본으로 한다.

자사 포맷에 유독 집착하는 소닉과는 다른 개발방향이 달랐다.


“General Digital에서 20GB 플래터를 단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를 개발했다고 들었어요.”

“내년 상반기 중으로 8MB 버퍼 메모리와 40GB 플래터를 단 7,200RPM의 100GB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를 출시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002년 중으로 엑스박스에 200GB 하드디스크를 장착시키려고 하던데요?”

“맞습니다. 그로인해 전보다 촬영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리긴 하겠지만, 카메라의 모듈화는 조금 더 고민이 필요합니다.”


발열, 이미지 저장 속도, 뷰파인더를 포함한 액세서리의 모듈화, 케이블 등의 성능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수두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사 이래 카메라나 캠코더를 제작해본 경험이 없었던 DALLSA Corp.의 Origin 시리즈 개발상황은 무척이나 고무적이다.

소닉처럼 홈비디오의 대체제품으로 개발한다면 많은 어려움을 겪었겠지만, 전문가용으로 시장을 한정했기에 충분히 경쟁력이 있었다.


“아인트호벤에 있는 RPE CCD 이미지 센서 사업을 인수할 계획이라고요?”


로얄 필립스 일렉트로닉스(Royal Philips Electronics)는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다국적 전자회사다,

본사는 암스테르담에 위치했지만, CCD 이미지 센서 사업은 아인트호벤에서 전개하고 있다.


“정식으로 인수 제안을 넣은 것은 아닙니다. 관심을 표명한 정도입니다.”

“만약 인수하게 되면 어떤 이점이 있죠?”

“RPE의 CCD 이미지 센서 사업과 관련된 지적 재산권, 기술, 자산, 제품 라인 및 숙련된 직원까지 얻을 수 있게 됩니다.”

“직원이 얼마나 되기에?”

“60명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반도체 산업은 노동자의 숫자보다 숙련도가 중요하다.


“매출은요?”

“약 1,400만 유로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한화로 대략 150억 원이다.


“이미지센서는 DALLSA가 더 수준이 높지 않던가요?”

“유럽 판로 개척과 CMOS의 연구개발에서 시너지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CMOS 부분에서 RPE가 DALLSA보다 특허를 많이 가지고 있는 모양이군요?”

“의료장비 및 디지털 카메라용 CCD 사업을 강화하는 한편, 산업 장비 및 DSLR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RPE의 반응은 어때요?”

“별다른 반응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매튜 그레이엄 회장도 알고 있어요?”

“예.”

“필요하다면 인수해야죠. 에드윈이 직접 나선 일인가요?”

“내년 국제영상박람회에 우리 제품을 전 세계 소개하면서 다시 한 번 제안을 넣어볼 생각입니다.”

“알겠어요.”


상장회사였다면, 이사회나 주주들이 반대했을 수도 있다.

디지털 카메라 사업부문은 이미지센터를 주력으로 하는 DALLSA Corp.에게 매력적인 것처럼 보여도 결국 일본 전자회사와 경쟁이 안 될 거라 생각할 테니까.


“그 외에 따로 요청할 건 없어요?”

“혹시 한국에서 촬영할 영화에 OriginⅡ는 필요 없습니까?”

“제작 일정이 빡빡해서 이번에는 아쉽지만 Eye-MAX 카메라만 운용해야 할 것 같아요."

"그렇습니까?“

“테스트 촬영 데이터가 부족해요?”

“기왕이면 내년 박람회에 소개를 할 때 장편영화를 상영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아직 OriginⅠ도 완벽하지 않잖아요.”

“그렇긴 합니다.”

“우리가 너무 앞서가면 일본 업체들이 2K 카메라를 건너뛸지도 몰라요. 일단 프로젝터와 포스트 프로덕션도 따라와 줘야 하니까 OriginⅠ 안정화에 역량을 집중해 주세요.”

“물론입니다.”

“본사가 비좁지는 않아요?”

“향후 OriginⅠ의 생산이 어떻게 되는가에 달렸겠죠.”

“그러네요.”


류지호는 퀘벡의 웨이퍼 공장을 돌아보지는 않았다.

워털루 산업단지를 떠난 류지호가 바쁘게 미시소거로 이동했다.


❉ ❉ ❉


Eye-MAX는 원래 필름 촬영 포맷에서 나왔다.

70mm필름을 가로로 흐르게 하여 프레임 한 장당 15perf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기술적인 용어로는 ‘15/70‘이라고 줄여서 부르기도 한다.

필름의 한 프레임 당 어린이 손바닥 크기의 면적을 사용한다고 보면 된다.

이는 현존하는 필름 포맷 중 가장 큰 면적을 사용하는 것이다.

Eye-MAX 필름 크기는 대략 93.3×70mm(1.44:1 화면비)이다.

35mm 필름은 35×18.9mm(1.85:1 화면비)다.

필름에는 양쪽에 구멍이 뚫려있는데, 이것을 퍼포레이션(perforation/purf)이라고 한다.

일반 35mm 필름은 한쪽 면의 구멍이 4개다.

화면이 눕혀서 촬영되는 Eye-MAX 필름의 한쪽 구멍은 15개를 쓴다.

참고로 영화필름의 70mm(실제로는 65mm) 한 쪽 구멍은 5~8개다.

할리우드 70mm 포맷 영화나 Eye-MAX나 카메라는 65mm로 촬영된다.

다만 이것을 상영용 포지티브로 전환할 때 필름 가장자리 5mm 부분에 6채널 사운드를 수록해서 배급했기 때문에 상영용 프린트 기준 70mm라고 분류하는 것이다.

쿠엔 태런티노가 꺼내기 전까지는 슈퍼 파나플렉스의 Todd-AO 포맷(2.2:1 화면비), 울트라 파나플렉스(2.76:1 화면비)는 창고 저 깊숙한 곳에 처박혀 있다.

암튼 필름의 면적이 넓으니 당연히 높은 해상도를 보여줄 수 있다.

극장에서 상영할 때도 화질 저하가 거의 없다는 뜻도 된다.

거대한 화면.

영화의 목적이고 이유다.

사람의 시야는 주변시야까지 포함하면 170~180° 정도라고 한다.

영화관의 앞자리냐 뒷자리이냐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겠지만, Eye-MAX의 스크린은 일반 상영관에 비해 인간의 시야를 더 많이 채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극장은 영화의 몰입을 높이기 위해 모든 불을 끄고 외부의 빛이 상영관 내로 새어 들어오지 않게 한 후에 상영한다.

그런데 관객이 눈을 돌렸을 때 여전히 화면이 보이느냐 아니면 어두컴컴한 상영관의 허공이 보이냐의 차이는 몰입감의 차원이 다르다.

즉 거대한 화면은 관객의 시야의 사각을 최소화하면서 몰입감을 높여줄 수가 있다.

그로인해 보는 이를 압도한다.

영화를 관람하는 동안 관객은 영화와 현실과 동일시한다.

현실의 가장 충실한 재현 매체가 영화다.

사실이 아니지만 사실처럼 느끼게 하는 것.

또 사실과 같은데, 미묘하게 사실과 달라질 때 영화의 마술은 시작된다.

관객을 얼마나 압도하고 몰입하게 만드는 지는 영화가 얼마나 설득력을 갖느냐의 문제로 이어진다.

대체로 그 부분에서 서사와 캐릭터를 이야기한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영화사적으로 불후의 명작이라고 불리는 영화 대부분은 영상으로 관객을 압도하고 설득했던 영화들이다.

위대한 영화감독 히치콕, 큐브릭, 데이비드 린, 타르코프스키,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같은 감독들의 영화를 이야기할 때 서사와 캐릭터보다 영상을 먼저 이야기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Eye-MAX 시스템을 탐구하는 것도 알겠고, 압도적인 영상미를 보여주고 싶다는 것도 알겠는데.... 차라리 파나플렉스 70mm 찍는 것이 더 합리적인 결정 아닐까?”


많은 이들이 그렇게 충고했다.

Eye-MAX 오너랍시고 겉멋에 취해 허세를 부리는 것이라 오해하는 이들도 많고.

절대 아니다.

<복수의 꽃>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적합한 촬영방식이자 상영방식이 Eye-MAX라고 판단되었기 때문에 류지호가 선택한 것이다.


“굳이 쉽지 않은 Eye-MAX를 채택한 것은 1초에 그만큼 많은 돈을 들여서 찍겠다는 것이고, 거대하고 압도적인 화면에 등장하는 인물과 그가 속한 세계를 섬세하게 담는 방식에서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서야.”


리스크를 안고 Eye-MAX를 선택했다는 것은 그만큼 관객에게 주는 효과가 강하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Eye-MAX는 현존하는 가장 설득력 있는 영화의 수단 중에 하나야. 거대한 화면에서 보이는 연화의 가녀린 어깨는 고독과 상실감을 더욱 두드러지게 보여줄 것이고, 의금치 계곡에서의 살육장면이 더 생생하게 전달되어 당시의 암울한 시대상을 강렬하게 전달하겠지.”


Eye-MAX Corp.의 개발자들은 Eye-MAX 필름 포맷을 디지털로 환산하면 해상도가 12K라고 주장했다.

그들의 주장이 얼마나 신빙성 있는지 알 수 없지만, Eye-MAX 포맷은 분명 현존 하는 가장 뛰어난 화질을 보여주긴 한다.

물론 필름의 한계가 있지만.

제 아무리 12K라고 해도 필름은 상영할수록 열화가 발생해 화질이 떨어지게 되어 있다.

그 부분은 디지털 시대로 넘어가면 달라지겠지만, 디지털 기술로 12K를 구현하는 것은 수십 년이 걸린다.

이전 삶에서 2020년경에 가서 8K 카메라로 촬영한 영화가 거의 Eye-MAX를 따라잡긴 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 화질 그대로 극장에서 볼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영사기가 이를 감당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걸 또 프로젝터 업체 Baraco에서 해냈다.

Eye-MAX Laser 영사 시스템이다.

Baraco가 개발한 듀얼 4K 레이저 영사기를 도입해 8K에 근접한 해상도를 구현해냈었다.

Eye-MAX 필름 고유 화면비인 1.43:1 비율까지 커버할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레이저 상영관의 경우 기존 6채널 스피커에 천장과 양 사이드 채널이 추가된 12채널 디지털 사운드를 사용해 더욱 풍부한 사운드까지 구현했다.

이전 삶의 류지호는 그 좋은 걸 경험하지 못했다.

반지하방에서 끼니 걱정을 하며 힘겹게 살았다.


‘그러고 보면 난 영화감독으로 한도 참 많아.’


그러니 Eye-MAX 같은 포맷에 환장할 수밖에.


작가의말

낮기온이 많이 올라왔습니다. 이럴 때 감기가 잘 걸리죠. 건강 유의 하시고 활기차게 한 주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PS. 바람으로님, 血十字架님 후원감사드립니다. 성실하게 연재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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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6 예술 한 번 해보자고! +8 23.01.27 3,969 139 25쪽
405 그 양반들 간이 많이 커졌네. +2 23.01.26 3,986 144 24쪽
404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5) +6 23.01.25 3,954 142 23쪽
403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4) +9 23.01.24 4,013 145 23쪽
402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3) +6 23.01.23 4,018 149 20쪽
401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2) +17 23.01.21 4,143 161 29쪽
400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1) +18 23.01.21 3,890 127 26쪽
399 태풍을 예고하기라도 하듯이.... (2) +12 23.01.20 4,096 149 26쪽
398 태풍을 예고하기라도 하듯이.... (1) +6 23.01.19 4,109 145 23쪽
397 월스트리트 저널 테스트. (3) +14 23.01.18 4,041 146 28쪽
396 월스트리트 저널 테스트. (2) +13 23.01.17 4,046 156 27쪽
395 월스트리트 저널 테스트. (1) +6 23.01.16 4,087 149 24쪽
394 좀 더 자신을 믿어보게. +10 23.01.14 4,091 148 27쪽
393 Surfin USA! (3) +8 23.01.13 3,920 145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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