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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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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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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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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2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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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쪽

태풍을 예고하기라도 하듯이.... (2)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라스베이거스 공항 VIP 라운지에는 모리스 메타보이, 매튜 그레이엄과 그들의 수행비서들이 이미 도착해 있었다.

<Remo : The Destroyer>의 주인공인 윌리 워커, 오순탁과 앨론 포스터도 함께 했다.

VIP 전용 서비스를 받은 일행이 직원의 안내로 활주로로 안내되었다.

도착한 활주로에는 Pacific Aero사의 29인승 비즈니스 제트기가 대기하고 있었다.

한국 일정을 위해 임대한 특별전세기다.

트랩(사다리차) 앞에서 대기 중이던 스튜어디스가 일행에게 깍듯이 인사했다.


“환영합니다.”

“최고의 서비스로 모시겠습니다.”


스튜어디스가 공손하게 트랩으로 일행을 안내했다.

스무 명이 넘는 대인원이 전세기에 탑승했다.

전세기 내부는 호텔 방처럼 개조해 호화스럽기 짝이 없었다.


“.....!”


초호화 전세기를 처음 타보는 윌리 워커와 오순탁이 너무 놀라 입을 벌렸다.

간이침대처럼 발받침까지 있는 푹신한 시트와 미니 바, 대기업 오너 사무실의 응접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은 소파들, 빔 프로젝트도 설치되어 있었다.


“Jay, 넌 항상 이런 비행기를 타고 다니는 거야?”

“트라이-스텔라에서 윌리에게 잘 보이고 싶은 가봐. 나도 이런 전세기는 처음 타봐.”


류지호도 내심 놀랐다.

그저 일반적인 비즈니스 제트기를 렌트해 한국으로 갈 줄 알았다.

이렇게 초호화판 비행기를 빌렸을 줄은 몰랐다.


“동생아, 어때?”

“좋네.”


매튜 그레이엄은 시큰둥한 류지호의 반응에 뭐 이런 놈이 다 있나 싶었다.


“그게 끝?”

“한국까지 편안하게 갈 수 있겠어.”

“이런 비행기 하나 갖고 싶지 않아?”

“언젠가 갖게 되겠지.”

“.....”

“이 정도 비행기는 얼마나해?”

“5~6천만 달러.”

“1년 장기임대 비용도 알아?”

“그것까지는 나도 몰라. 이번 한국행 임대비용에 30만 달러 정도 썼을 거야.”

“그렇구나.”

“동생아, 너 부자야.”

“나도 알아.”

“이런 비행기 하나 쯤 있어야겠지?”

“있으면 좋고.”


없어도 큰 불편은 없다.

아직까지는.

류지호의 개인 자금으로 운영되는 GARAM Ventures는 지난해 연말까지 수십 종목의 투자회사 지분을 처분했다.

류지호는 비즈니스 제트기를 구입하는 것을 넘어 항공기제작사 자체를 구입할 수 있는 재력가다.

잠시 후 777계열의 비즈니스 제트기가 활주로를 박차고 날아올랐다.


“식사 외에 준비해 놓은 요깃거리도 마음껏 즐기십시오.”


스튜어디스가 가리킨 곳에는 최고급 와인과 샴페인, 그리고 케비어와 고급 치즈들이 준비 돼 있었다.


“고마워요.”


류지호는 간간이 배우들과 수다도 떨고, 비서들과 향후 일정을 논의하는 등 무료한 비행시간을 흘려보냈다.

그러다 도널드 제이콥이 슬쩍 내미는 보고서를 확인했다.

듣도 보도 못한 벤처회사명들이 기가 질려버릴 정도로 정리되어 있었다.

미국 벤처기업이 아니었다.

한국의 벤처캐피탈 가온투자파트너스가 투자한 벤처들이었다.

수십 개 벤처 중에서 아는 이름은 몇 개 되지 않았다.

한국 정부는 기업들의 재무구조를 건전히 하려고 부채비율을 200%이하로 낮추도록 했다.

그에 따라 기업들이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작년 한 해 주가 상승에 따른 IPO와 유상증자를 남발했다.

그로 인해 40조원의 물량이 증시에 쏟아졌다.

이 시기 코스닥 기업 숫자는 330개 정도.

문제는 올해부터 내년까지 두 배 이상 늘어날 예정이란 점이다.

2001년 버블이 꺼지는 시기까지 대략 3년 동안 코스닥 기업수는 700개로, 공모자금 6조 원, 유상증자 10조원으로 전체 16조원의 주식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일어날 주가 하락기에 매물 폭탄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물론 류지호와 투자회사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다.

올 봄까지 미래에도 살아남을 코스닥 기업 몇 개를 제외하고 모두 처분할 테니까.


멈칫.


보고서를 들추던 류지호가 얼음이 됐다.

잠시 후, 절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건 뭐....!”


한국의 닷컴버블 최대 수혜자는 많다.

류지호는 그 중에 선경텔레콤을 꼽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연말 한 때 장중에 주가가 507만원까지 상승, 사상최고가를 경신했다가 시장점유율 제한방침 발표로 407만원까지 급락해 등락폭이 100만원에 달하는 등 신기록을 하루에 2개나 작성한 적이 있는 미친 주식.


“500만원까지 올랐지 아마.....?”


이전 삶의 기억 속에서 500만원(5000원 액면가 기준)까지 치솟았던 것 같기도 했다.

류지호는 주식을 가지고 모험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작년 연말, 보유하고 있던 '통신 4인방' 주식의 상당한 물량을 처분해버렸다.

주가와 상관없이.

9,600억 원 상당의 어마어마한 물량이었다.

그럼에도 보름 만에 팔아치웠다.

주가가 출렁이긴 했다.

단 이틀 만에 복구됐다.

특히 선경텔레콤 주식은 웬만한 월급쟁이 두 달 치 월급으로 한 주를 살까말까 했다.

없어서 못 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국 증시를 견인하고 있는 것이 선경텔레콤이었다.

1조 원 가까운 물량을 팔아치웠음에도 (주)가온 계열 투자사들은 여전히 많은 주식을 보유함으로써 곧 있을 액면분할과 차세대 이동통신망인 IMT-2000 사업자 선정 등 호재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그 외에도 십여 개를 제외한 모든 코스닥 주식을 팔아치운 내역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너도 나도 뉴 이코노미(New Economy)라는 새로운 미래에 대한 기대로 들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류지호 홀로 코스닥 시장을 떠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 닷컴기업은 당장은 돈을 버는 기업이 아니다. 그저 인터넷이라는 허상과 닷컴이란 이름을 파는 페이퍼 컴퍼니와 다를 것 없다.

- 닷컴 비즈니스는 이제 막 출발선에 선 것이다.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 때 이른 축배는 주식시장뿐만 아니라 벤처를 망칠 것이다.


아무도 류지호의 경고를 귀담아 듣지 않았다.

심지어 재를 뿌리지 말라고 욕하는 이들까지 등장했다.

극소수의 류지호 추종자들이 코스닥에서 탈출해 코스피로 옮겨가긴 했다.

암튼 류지호는 한국의 코스닥에서 일단은 발을 뺐다.

1조 6,407억 원이라는 수익을 안고서.

그 자금은 부동산 투자로 갔다가 담보대출을 통해 투자금을 마련한 후 버블 붕괴 이후 폭락한 알짜 주식들을 다시 사들이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347억 원.... 132억 원. 부채가 67억 원이라....’


한국으로 날아가는 전세기 안에서 류지호는 온통 숫자에 빠져 있었다.

돈 버는 것이 익숙해져서 일까.

보고서의 숫자가 말 그대로 숫자로만 보인다.

돈이 아니라 그냥 숫자일 뿐이다.


‘익숙해지는 것이 좋은 건가?’


돈 버는 것에 연연하지 않게 됐으니 분명 좋은 일이다.

세상에는 돈을 버는 방법이 세 가지가 있다.

가장 기본이자 쉬운 방법은 직접 일을 해서 버는 거다.

남의 것을 훔치는 방법도 있다.

마지막으로 내 것을 누군가가 훔쳐가지 못하게 지키는 것도 돈을 버는 것이다.


“당신은 어떻게 어린 나이에 자수성가해서 부자가 될 수 있었습니까?”


류지호가 지겹도록 듣는 질문이다.

성실하게 살았고, 겸손했으며, 실패에 연연하지 않았다.

듣는 사람도 지겹다.

살면서 자주 듣는 흔한 명언이나 격언과 다르지 않은 말들을 하니까.

가끔은.


“인생 2회차라서 그렇습니다.”


라고 말하기도 했다.

딴에는 진지하게.

모두가 웃었다.

농담인 줄 알고.


“Don?"

"예. 보스.“

“연봉이 어떻게 되죠?”

“110만 달러입니다.”


한화로 대략 13억 원이다.

웬만한 기업의 최고경영자 연봉에 육박한다.


“스톡옵션에 대해 섭섭하지 않아요?”

“지금의 보수도 충분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스톡옵션을 비용처리하지 않는다.

그를 이용해 미국 기업들은 스톱옵션을 마구 남용했다.

본래 취지와 달리 부작용도 드러났다.

따라서 미국재무회계기준위원회(FASB)는 스톡옵션을 비용 처리하는 회계 처리 방안을 마련하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실리콘밸리 IT기업들이 들고 일어났다.

임원들 주도로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FASB에도 엄청난 반대 편지가 쏟아졌다.

IT기업들은 미의회에 강력한 로비를 벌였다.

결국 스톡옵션 비용 처리 제도화를 금지했다.


“보스의 배려로 저도 백만장자 소리를 듣게 생겼습니다.”


도널드 제이콥이 드물게 활짝 웃었다.


“내가 월급 주는 것도 아니고, 회사가 주는 거잖아요.”


캘리포니아주는 미국에서도 세금을 많이 거둬가는 편에 속한다.

그럼에도 백만장자 소리를 듣게 생겼다.

샐러리맨이 슈퍼리치가 되는 방법은 도널드 제이콥처럼 현직에 있을 때 최선을 다해 일해서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거다.

최고의 보좌관(비서)이 되니 백만장자도 될 수 있었다.

백날 재테크 해봐야 최대치가 중산층이다.

그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네 놈은 진짜 돈을 벌기 위해 어떠한 희생도 치를 결심이 서 있어?”

“큰돈을 벌고 부자가 된다는 것과 행복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돈을 벌고 싶다는 막연한 꿈만 가지고 있다면 그저 꿈만 꿔.”

“부자가 된다는 것은 외롭고 고통스러운 매우 좁은 길을 홀로 걷는 것이다. 네 녀석은 과연 그럴 각오가 돼 있어?”


대니얼 그레이엄이 류지호에게 했던 가르침을 빙자한 경고들이다.

윌리엄 파커는 희망과 낙관적인 면을 강조했지만, 대니얼 그레이엄은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달콤한 말을 하지 않았다.


“저는 오로지 보스만 믿습니다.”


아부는커녕 농담도 잘 안하는 도널드 제이콥이 입에 발린 말을 했다.


하하하.


류지호가 웃음을 터트렸다.

도널드 제이콥은 그 동안 류지호의 투자종목을 쫒아 다니면서 상당한 돈을 벌었다.

지난해부터 나스닥 주식을 처분할 때 함께 보유주식을 처분하면서 꽤 큰돈을 벌었다.

아부도 모자라 충성맹세를 해도 모자랄 판이다.

신뢰도가 더 이상 올라갈 수 없을 정도이긴 했지만.


“객실에 잠시 눈이라도 붙이시죠.”

“그래야겠어요. 눈이 좀 뻑뻑하긴 하네요.”


도널드 제이콥이 서류를 챙기는 사이 류지호가 침실로 들어갔다.

쪽잠을 즐기는가 싶었는데.


‘잠시 후 착륙 예정입니다. 좌석에서 안전벨트를 착용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침실로 들어 간지 얼마 되지도 않을 것 같았는데, 한국에 도착했다.

김포공항에 도착하고 수행원들이 먼저 입국 게이트를 빠져나갔다.

비서들이 먼저 입국 게이트를 빠져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파파팡.

찰칵찰칵.


입국 게이트 앞에 장사진을 이루고 있던 사진기자들의 플래시가 일제히 터지기 시작했다.

류지호와 JHO Company 회장단, <Remo : The Destroyer> 주연배우들의 입국 사실이 사전에 언론사에 통보되었다.

이른 아침부터 온 언론사 기자들이 공항에 나와 있었다.


싱글벙글.


매튜 그레이엄과 모리스 메타보이는 한국 언론의 주목을 즐겼다.

반면에 윌리 워커와 오순탁은 처음으로 경험하는 엄청난 환대에 어안이 벙벙했다.


찰칵찰칵.


윌리 워커와 오순탁이 얼른 정신을 차리고 포즈를 취했다.

연예부 기자들이 쑥덕거렸다.


“앨리나 와츠가 안 보이네?”

“저녁에 따로 입국한다고 들었어.”

“전세기 타고 왔다며? 자리가 없었나?”

“호주에서 영화 찍고 있어서 따로 움직인다고 했던 것 같아.”


경제부 기자들도 술렁였다.


“경제사절단도 아니고 무슨 일정이 이래?”

“청와대 방문도 잡혀 있고, 류 의장은 대통령하고 따로 또 대화를 나누기로 했다고 하더라고?”

“언제?”

“그것까진 몰라. 갑자기 잡힌 일정이래.”

“대유그룹 계열사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하더니, 그것 때문인가?”

“증권가에서는 류 의장이 한국에다 10조 이상 투자할 거라는 루머가 돌더라고.”

“미국과 한국에서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는 게 한국의 기업사냥을 하려고 그랬나?”

“유독 대유건설 이야기가 여의도와 재계에서 많이 나오는 걸 보면.... 게다가 트라이-스텔라 회장까지 대동하고 한국에 온 걸 보면..... 딱 겐또가 나오지?”

“혹시 테마파크?”

“그것 말고는 메이저 스튜디오 회장이 대통령과 만나서 뭘 논의하겠어.”

“청와대에서는 뭐래?”

“문화관광부에서 흘러나온 소문이야.”


기자들은 <Remo : The Destroyer> 홍보방한보다 류지호의 투자에 더 관심이 많았다.

공항 밖으로 나오자 수행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먼저 떠난 모양이다.


“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지금부터는 저희가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수고가 많아요.”


나래안전의 경호원들의 철통같은 경호와 의전을 받으며 류지호 일행이 김포공항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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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호 일행이 입국하자마자 한국 언론에 관련 기사가 쏟아졌다.

모리스 메타보이와 매튜 그레이엄은 밀레니엄 힐턴 호텔에서 휴식을 취한 후 식사초대 일정부터 소화했다.


“피곤하겟지만 바로 일정을 소화해야합니다.”

“괜찮아요.”


세 시간 후에 입국한 앨리나 와츠는 쉬지도 못하고 곧바로 밀레니엄 힐턴 호텔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으로 이동했다.


“안녕하세요.”


배우들은 호텔 기자회견장에 들어서며 한국말로 인사했다.

오순탁뿐만 아니라 윌리 워커와 앨리나 와츠까지도.


오~


한국기자들 사이에서 작은 탄성이 터지기도 했다.

꽤나 열심히 연습한 태가 났기 때문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한국기자뿐만 아니라 아시아 각국 기자들이 함께 했다.

아시아 각국이라고 해봐야 일본, 대만, 중국, 싱가포르 언론사였지만.


- 상업영화 데뷔작부터 블록버스터를 연출했다.

“첫 상업영화는 아니지만 블록버스터는 맞습니다. 딱히 부담감은 없었습니다. 함께 하는 크루들을 믿었으니까요.”

- 지금까지는 사회풍자와 강렬한 주제의식을 드러내는 작품들을 찍었다. 이번 영화는 어떤 차이가 있나?

“작은 영화를 할 때는 내 영화였다면, 이번의 작업은 오늘 함께 하고 있는 친구들의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촬영감독에게도 지금까지의 내 영화는 신경 쓰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부탁했습니다.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 태권도를 수련한 경험이 영화의 격투 장면 연출에 도움이 되었나? 시난주라는 영화 속 무술의 베이스가 되었나?

“스턴트맨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아들을 정도는 되었던 것 같습니다. 존재하지 않는 시난주라는 무술은 딱히 레퍼런스로 삼은 무술이 없습니다. 다만 양반무나 한량무 같은 우리 전통춤과 창작무의 안무를 차용했습니다. 윌리와 순탁 선배의 헌신적인 연기 덕분에 무용보다 더 아름다운 액션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적어도 내겐 두 사람은 정말 완벽한 배우입니다.”

- 감독은 위험한 장면에서 스턴트맨을 쓰겠다고 했지만 본인이 하겠다고 우겼고 결국 멋지게 해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윌리 워커가 류지호와 눈을 한 번 마주치고 웃으며 마이크로 다가섰다.


“나는 류지호 감독을 전적으로 신뢰했다. 그의 디렉션은 항상 완벽했지만, 때때로 반항을 하고 싶을 때가 있었다. 대체로 액션 시퀀스를 찍을 때였던 것 같다. 눈밭에서 구르기도 하고 빌딩 창문에서 뛰어내리기도 했는데, 어떤 장면에서는 내 자신이 만족할 때까지 여덟 번 정도 반복했던 것 같다. 이번 영화가 연기 인생 중 가장 어렵고 진땀나는 순간이 많았는데 어쨌든 나는 해냈고,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 오순탁 배우는 무술이 아니라 한국무용을 추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독특한 액션이 인상적이었다.

“그를 위해 한국에 들어와서 한량무와 양반춤 전수자를 찾아다니며 배움을 청했습니다. 나는 액션 트레이닝과 우리의 춤사위를 동시에 배워야했는데, 아주 재밌는 경험을 했지요.”


말이 끝나자 류지호가 첨언했다.


“결코 쉽지 않은 요구였는데, 오 선배님은 훌륭하게 소화해내셨습니다. 무용수보다 더 우아하고 아름답게 액션을 소화해낸 선배님께 이 자리를 빌어 존경을 표하고 싶습니다.”

- 혹시 오순탁 배우는 한국영화에 출연할 의향이 있나?

“작품만 좋다면 못 할 이유가 없습니다. 인정 많고 친절한 한국의 영화인들과 작업을 한다면 나로서는 매우 흥미로운 작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앨리나 와츠씨는 작년 로맨틱 코미디 영화와 텍사스 학생 홀리 매덕스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아이라 에인혼을 체포하기 위한 실화 과정을 바탕으로 한 <헌트 포 더 유니콘 킬러>의 매덕스 역할을 연기했다.

“아시다시피 할리우드는 매우 치열하다. 나는 90년대 내내 끝없이 오디션을 보러 다녀야 했다. 보여줄 것이 있어야 하는데, 보여줄 것이 없었다. 좌절과 실의에 빠질 때도 있었다. 무명이라 안 좋은 취급을 받기 일쑤였고. 일이 필요해서 터무니없는 작업도 꽤 했다. 그러다 디렉터 류의 영화에 출연할 수 있게 됐다. 그는 언제나 신사처럼 근사하게 말하면서 나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나는 배우로서 디렉터 류지호를 만나 새롭게 태어났다. 항상 감사하고 존경한다.”


서로에게 금칠하는 분위기다.

모두가 사전에 짜인 홍보·마케팅 전략에 의한 답변들이다.

한국과 일본, 대만 등에서 인터뷰를 할 때는 겸손하고 서로를 칭찬하고 띄워주는 식으로 인터뷰를 진행한다.

유럽권과 인터뷰할 때는 지성적이며 주체적인 태도를 어필한다.

미국 언론이나 매체를 상대할 때는 무조건 조크를 섞어야 한다.

아주 기본적인 인터뷰 태도다.


- 류지호 감독으로 인해 연기를 눈을 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나는 행운아라고 생각한다. 디렉터 류는 내게 자주 그런 말은 한다. 너는 나이가 들면서 경험하고 겪게 되는 수많은 딜레마들이 연기에 반영될 것이다. 그때 너의 진짜 매력과 연기를 사람이 알아봐 줄 것이다. 힘들면 울어도 되고 때로 절망도 해보고 화도 내라. 분명 너를 알아봐주는 사람은 나 말고도 많을 테니까. 난 그 말을 믿었고 그 이후부터 좋은 감독과 그리고 동료들을 만날 수 있게 됐다. 무슨 말이 필요할까.”

- 무지막지한 액션을 소화한 것으로 안다. 액션 영화에 다시 출연할 의향이 있나.

“로맨스, 액션, 코미디, 드라마... 모든 장르의 영화를 다 좋아 하고, 또 참여해 봤다. 앞으로도 내가 잘해낼 수 있다면 가리지 않을 생각이다.”

- 마지막으로 북미와 유럽에서 영화의 흥행성적이 좋다. 그 비결이 뭐라 생각하나.

“영화를 봐 주신 관객분들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영화가 잘 나온 것은 아마도 팀워크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좋은 배우들과 스태프의 도움으로 힘든 촬영도 이겨낼 수 있었고.... 이런 영화를 만드는 데는 팀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아마도 팀워크가 없었다면 해외 로케이션부터 쉽지 않았을 겁니다. 다양한 팀원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고생하고 또 기여했습니다. 중압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고 함께 일하면서 즐거웠고 나를 믿고 지지해줘서 고맙게 생각합니다.”


함께 작업한 배우와 스태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면 기자회견이 마무리됐다.

다시 한 번 배우들이 기자들을 향해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같은 간단한 한국말로 인사를 건네면서 기자회견장에서 퇴장했다.

첫날 기자회견을 마친 후, 다른 공식 일정이 없이 휴식을 취했다.

그것이 외부에 알려진 내용이다.

사실은 입국 첫 날 밤 밀레니엄 힐턴의 스위트룸에서 비공개 칵테일파티가 열렸다.

주로 류지호와 인연이 깊은 영화인들이 참석해 개봉을 축하하고 친교를 나누는 파티였다.

영어로 의사소통이 되는 박중환 배우와 유학파 영화인들은 두 남녀 주인공과 앨런 포스터와 주로 대화를 나눴다.

그 외에 파티 참석자들은 류지호와 오순탁과 대화를 나눴다.

파티 자체는 물론 참석자까지도 철저히 비공개로 했다.

두 번째 날 일정은 시간 단위로 움직였다.

한국 지상파 영화소개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배우들은 예능프로그램에도 나갔다.

류지호는 예전에 약속했던 것처럼 YNTV에 독점 출연해 영화를 홍보했다.

저녁에는 G.O.M 강남점에서 팬들과 함께 하는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했다.

이어 관객과의 만남 행사도 함께 했다.

류지호 일행과 함께 움직이는 스태프만 스물이었다.

배우 세 명의 에이전트, 초청자인 WaW 엔터테인먼트가 섭외한 스타일리스트 및 메이크업 아티스들, 나래안전의 경호원들이 한국 일정 내내 따라다녔다.

배우의 에이전트는 한국 현지 스태프를 믿지 못했다.

특히 보안에 대한 걱정을 많이 했다.

류지호는 <가을동화>를 비롯한 한국 드라마와 아이돌 그룹의 해외에서의 인기 등을 설명하며 설득했다.

특히 매니지먼트 CHAN의 소속 배우들 상당수가 한국 최고의 스타란 사실을 강조하면서 그들의 스태프들임을 어필했다.

류지호가 스태프들을 챙기는 이유가 있었다.

스타일리스트와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은 가온웨딩 스튜디오가 서울에 진출한 초창기부터 인연을 맺어온 업체 출신들이다.

초창기에 그들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았다.

사소하다면 사소한 의리를 지킨 것이다.

한편으로 할리우드 스타들의 한국 방문을 대비한 사전작업이기도 했다.

그들 업체가 해외스타들의 스타일과 메이크업을 챙긴다면 모두에게 이롭다.

트라이-스텔라는 한국 프로모션 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

한국 측 스태프들은 나름 인지도를 올릴 수 있다.


‘일단은 멀리 봐야겠지.’


당장 여름에 톰 메이포더와 함께 다시 한 번 한국을 찾을 예정이지만 그때는 한국 스태프를 붙일 수 없을 터.

해외스타들이 한국 스태프를 신뢰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

류지호와 <Remo : The Destroyer>팀이 홍보 일정을 소화하는 사이, 모리스 메타보이와 매튜 그레이엄도 바쁜 행보를 보였다.

한국 영화계 인사는 물론 경제인들과도 만났다.

두 사람의 행보는 연일 한국 언론의 경제면을 수놓았다.


“JHO Company는 부산에서 개발되고 있는 첨단산업단지에 주요 계열사의 아시아 거점 사무실을 입주시키기로 가온 컴퍼니와 합의를 보았습니다.”

“GARAM Invest는 기존의 합작회사인 가온GP투자신탁의 비즈니스 외에도 다양한 사업에 투자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가온 컴퍼니가 추진하는 사업에 매우 중요한 포지션을 차지하길 희망합니다.”


단순히 영화 홍보차 한국을 방문한 것으로 알았던 두 명의 회장이 구체적인 투자계획을 밝혔다.

그에 따라 언론에서 다양한 추측들이 나왔다.


-수십조 원 굴리는 ‘큰손’의 방한 배경 주목!

[실리콘밸리 최대 벤처캐피탈 GARAM은 성장 잠재력을 갖춘 기업을 대상으로 과감한 투자를 단행해 왔다. 십여 개의 벤처기업을 성공적으로 나스닥에 입성시켜 지금까지 10조 원 이상의 이득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는 회사 내부의 투자심의위원회를 거쳐 투자 여부가 결정되지만 최종적으로 오너인 류지호 의장이 투자를 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구조다. 그 때문에 작년 한 해 수십 개의 이르는 투자회사의 지분율을 낮추는 일에 류지호 의장의 의중이 반영되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문제는 그렇게 조성한 자금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가에 모아지고 있다. LA인근의 유휴지 개발이나 기업개편을 마친 JHO 컴퍼니 유상증자에 쓰기에는 조성한 금액이 너무 많다. 일각에서는 대략 두 가지 갈래로 예상한다. 하나는 완전한 수직계열화 작업을 마친 JHO 컴퍼니에 대규모 유상 증자를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 M&A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는 기업을 사들여 아시아 거점 역할을 하는 것이다. YNTV에 출연한 류지호 의장은 “예전만 못한 일본과 홍콩영화의 대안으로 한국영화가 대안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하고 “한국의 대중문화가 한류라는 이름으로 아시아권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투자가 따라준다면 21세기에 크게 도약할 잠재력이 있다고 본다”면서 (주)가온의 영화사업 및 엔터테인먼트 투자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 동양일보 경제부 박창길 기자.


류지호와 두 명의 회장은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 청와대로 향했다.

한국인 감독이 연출한 최초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대한 관심 못지않게 미국 영화계 거물, 한때 기업사냥꾼, 실리콘밸리의 큰손의 대통령 접견 역시 큰 주목을 끌었다.

그간 멀티플렉스를 비롯한 영화 분야에 대한 류지호의 공격적인 투자로 국내 영화계에 던진 충격파가 컸던 것을 떠올렸을 때 이번 세 사람의 대통령 접견을 보는 시선이 사뭇 남달랐다.

대규모 기업집단으로 환골탈태를 도모하고 있는 (주)가온이 세 거물의 방한을 계기로 무차별 인수합병을 통한 영화 시장 독식의 야욕을 드러낼 것인지 혹은 중량급 기업을 흡수해 한국 100대 기업 규모로 몸집을 불릴 것인지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제 새 천년을 맞이한 첫 달이다.

떠들썩한 류지호의 행보가 마치 앞으로 불어 닥칠 태풍을 예고하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작가의말

주인공 개인적인 부자순위는 산정하기가 애매합니다. 주인공 재산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것이 JHO와 가온그룹 지분인데 비상장기업이기 때문입니다. 전세계 부자 순위에서 영국왕실, 중동 왕가 일족, 독재자들이 빠지는 이유가 비공개 재산을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추정은 가능하지만 본인들이 재산을 확인해 줄리도 없겠죠. 따라서 주인공의 부자순위는 소설 속 묘사보다 더 높게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보람 찬 하루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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